강우 만나다
4년.. 그리고 다시 2년 나에게 남아있는 건
`나`라는 존재와 사람에 대한 불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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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우 만나다.
강우는 원룸으로 돌아와 방바닥에 앉아
조금 전에 받았던 명함 한 장을 보고 있었다.
`꼭 보상하고 싶으니까
내일 명함에 적힌 주소로 와주세요.`
강우는 욱신거리는 어깨를 어루만지며.
명함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
이리저리 굴리며 눈을 감았다.
3시간 전
"꺄악! 도와주세요!
저 사람 좀 잡아주세요! 도둑이야!!!"
강우는 들려오는 여자의 비명에
뒤 돌아보니 검은 마스크를 쓴 남자가
달려오고 있었다.
"비켜 새끼야!!! 비켜!!!"
`하.... 진짜.. 몸아 몸아.. 내 몸아..
생각하고 몸이 움직이는 거지
몸이 움직이고 생각하게 되는 건 아니지 않냐?`
강우는 죽일 듯이 노려보며 달려오는
남자의 정면에 섰다.
달려드는 속도 그대로 왼쪽 손목을 잡고
그의 왼쪽 어깨 쪽으로 내 몸을 넣었다.
그리고 업어치기!
"놔! 놔! 이 시발새끼!
죽여 버리기 전에 놔!!!"
"거기.. 파란 옷 입은 분.
신고 좀 해줄래요?"
강우는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벗어나려는 남자를
힘으로 누르며 멍하게 서 있는 여자에게
신고해 달라고 부탁했다.
"네? 아 네!!"
강우는 한쪽에서 허겁지겁 누군가가
뛰어오는 게 보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뇨. 저기 경찰 오네요.
다행입니다."
"여기요! 여기요!"
연신 감사하다며 인사 하던 여자는
경찰이 다가오자 연신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강우가 잡고 있었던 소매치기를 넘기고
자리를 피하려고 하자
한 경찰이 강우를 불러 세웠다.
경찰 하나가 강우를 위아래로 슥 보더니
혀를 찼다.
"쯧.. 그쪽이 잡으신 거요?"
"네..뭐.."
"일단 같이 좀 갑시다.
정확한 조사도 해야 하고"
그러면서 나를 다시 한 번 훑었다
"네...뭐.."
잠시 뒤 경찰서
"소매치기 잡은 건 잘한 일이긴 한데..
뭐..이것도 다 절차니까..뭐..
신분증 한번 봅시다."
"네 여기 있습니다."
"흠.. 전과가 있네.."
컴퓨터로 내 신원조회를 한 후 첫마디다.
"네"
강우는 무덤덤할 뿐이었다.
그건 강우의 태도가 못마땅했던 최경장이
갑자기 소리쳤다.
"저놈이랑 작당하고 작업하다가
수틀려서 돌아선 건 아니고?!"
"네?!"
"아니 범죄사 새끼들은 믿을 수가 있어야지!
네가 개과천선해서 지나다가
소매치기 잡은 건지 아니면
저놈이랑 작당하다 수틀린 건지
지금 정확히 알 수가 없잖아?
안 그래?"
"하......"
"하? 한숨 쉬냐? 하아?
범죄자 새끼가 미쳤나..
야! 김순경! 저 새끼 일단 집어넣어 놔!
저런 새끼들은 나오면 안 되는 거야!"
"네? 아니 최 경장님 그래도 이건 아니죠..
확실치도 않는데 유치장이라뇨?"
"김순경아 김순경아.. 저런 새끼들은!
하.. 말자, 말아! 야! 나랑 내기할래?"
"무슨 내기요?"
"저 새끼가 이번 일에 상관있으면
네가 내 당직 한 달! 없으면 내가 저 새끼 앞에서
무릎 꿇고 빈다! 일단!
집어넣으세요 김순경님"
다시 한 번 한숨을 쉰 강우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아무리 아니라고 소리치고
깽판을 부려도 힘 있는 자가 맞는다고 하면
맞게 되는 게 현실이었다.
강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김순경 따라
경찰서 내 유치장으로 향했다.
"저 봐 저 봐 지은 죄가 있으니까
아무 말도 못 하잖아!"
"죄송해요.. 전 이건 아닌 거 같은데.."
김순경은 미안한 마음에 강우만 들리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습니다."
송지원 그녀는 경찰서 밖에서
누군가를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직원들 보너스 때문에 백 속에서는
현금이 든 흰 봉투가 가득했다.
회사 초창기 때부터 정규 보너스는 입금되지만
한 번씩 좋은 일 있을 때마다 있는 보너스는
현금으로 지급했다.
나이가 있는 직원들은 마누라나 남편에게
생색내기 좋다며, 어린 직원들은 부모님들에게
용돈 드리는 보람 있다며 좋다고 했다.
오늘도 좋아할 직원들을 생각하며 회식 자리에 가던
송지원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소매치기를 당했고
그 남자의 도움으로 직원들의
보너스를 지킬 수 있었다.
조사 때문에 같이 경찰서로 와서 송지원은
신분 확인과 진술서만 작성하고 나왔다.
놀란 마음에 제대로 인사도 못 한 것이 마음에 걸려
조사받고 나면 감사인사와 사례를 할 겸
기다린 게 벌써 1시간이 넘었다.
"뭐지? 왜 이리 안 나오지?
여기저기 칭찬이라도 받나? 흥흥흥~"
송지원은 그가 매우 고마웠다.
입꼬리를 올리며 노래를 흥을 거리고 있는데
자신의 진술서를 받아간 경찰 한 명이 밖으로 나왔다.
"저기...? 김진환 순경님이군요?
좀 전에는 이름을 몰라서.."
"네 김진환입니다. 아직 안 가셨네요?"
"네 그분에게 고맙다는 말도 못했고
작게나마 사례를 하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는데
안 나오시네요.
좋은 일 했다고 여기저기 불려다니나요?
아! 기자라도 와서 인터뷰 중인가요?"
송지원은 손을 가슴에 대고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아....그.. 실은...."
김순경은 강우가 조사받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을 송지원에게 전하기 시작했다.
"그렇군요.. 그렇군요.."
송지원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김순경도 송지원의 반응에 눈빛이
일순간 변했다가 다시 돌아왔다.
김순경은 강우가 자신을 도와줬는데도
전과자란 이유로 도와준 사실은 잊고
얼굴을 굳힌 송지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김순경의 말투는 차가울 수밖에 없었다.
사실 송지원 그녀는 분노하고 있었다.
아무리 상식 적으로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중요한 건 그가 소매치기한 것이 아닌
소매치기를 잡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를 담당했던 경찰은 그 사실을 덮고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범죄자로 만들었다.
송지원는 휴대폰을 들었다.
"김변 나야"
"어! 누님! 목소리가 왜 그래요?
음...이건.. 열 받은 목소리인데?“
"지금 여기 중서 경찰서 정문 앞이니까 와"
"에? 누님! 지금..회...으"
뚝! 송지원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20분 뒤
"아..누님 그렇게 전화를 끊어버리면.."
송지원의 눈빛을 본
김지호 변호사는 움찔했다.
"뭐..그럴 수 있죠~ 암요!!!
누님이 부르면 저승에서라도 와야죠!"
`진짜 열 받았나 본데..
정신 꽉 잡고 있어야겠어..`
"가죠. 김지호 변호사님"
"무슨 일인지 미리 알아야
처리하기 쉽습니다. 대표님"
송지원은 살짝 김지호를 올려다봤다.
"음.. 제가 소매치기를 당했어요.
어떤 남자가 도와줘서 소매치기 잡았어요.
그런데 소매치기 잡은 남자가
유치장에 들어갔데요.
그래서 그 남자를 도와줘야 해요"
송지원의 눈빛은 당찼다.
난 불의를 보면 못 참는다는 듯 이글거렸다.
하지만 김지호는 눈빛이 흔들렸다.
무슨 말이 하나도 모르겠다는 듯
동공에 지진이 났다.
"그러니까 들어가욧!"
송지원의 발걸음은 당당했고
"네.. 그럼요! 들어가죠. 뭐!"
김지호의 발걸음은
막상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다시 경찰서 내로 들어간 송지원은 김
순경을 찾았다.
"김순경님?
그분 좀 만나고 싶은데요?"
김순경은 송지원이 정장 차림의 남자와
함께 다시 온 것에 당황했다.
그때 뒤에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최경장이 송지원 쪽으로 다가왔다..
"뭐 때문에 그래요?
돈 찾았으면 됐지 뭐가 그리 궁금해서
범죄자 따위를 만나고 싶은 거요?"
`뭐? 범죄자?`
송지원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그분이 범죄를 저질렀나요?
그분이 소매치기를 했나요?
왜 범죄자라고 말씀하시는 거죠?"
"아니! 내가 보기엔!
충분히 범죄를 같이 작당해서 저지를 만하다고
생각하니까 넣어 놨지! 뭔 상관인데?
아놔! 요즘 경찰 다들 물로 본다더니 와!
내가 10년 전까지만 해도 안 그랬는데
이보슈! 그럼 당신이 경찰 하던가!
당신이 그놈 변호사라도 돼??"
"김변호사님"
`하..내가 저 누님 싸지른
똥 치우는 게 몇 번째인지.."
"H&M 로펌 대표 변호사 김지호입니다.
제가 그분 변호를 맡죠.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군요."
김지호는 최 경장에게 명함을 건넸다.
김지호는 최경장의 눈빛이 묘하게
흔들리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니까.."
"아니 최 경장님 말고 김순경님께 듣고 싶네요"
최경장은 자신의 말이 잘리자
얼굴이 일그러졌다.
"저..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요.."
머뭇거리듯 시작한 김순경의 말을 다 들은
김지호의 표정이 무표정하게 변했다.
"일단 그분 데리고 오세요."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루시올렛 입니다.
처음 올리는 글이라 많이 부족 합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루시올렛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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