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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끝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완결

상재
작품등록일 :
2015.04.13 17:23
최근연재일 :
2015.05.14 13:32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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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27
추천수 :
559
글자수 :
222,270

작성
15.05.1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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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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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7쪽

마지막화, 암도.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지명 및 단체, 등장인물은 허구이며 실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DUMMY

어느덧 연막탄의 연기는 깨끗이 사라지고 실내에는 아홉 구의 시체가 시뻘건 피 웅덩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도치와 살아남은 살수는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는 조 선생의 목소리에 흠칫 몸을 떨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한 목소리.

“여기 정리 좀 하느라 무전을 빨리 못 받았네. 애들이 생각보다 한 가닥 하던데?”

살수가 위에서 벌어진 일을 깨닫고 허탈함과 절망감으로 그저 헛웃음만 내뱉을 뿐이었다.

조 선생은 쾌활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고, 도치 네가 생각보다 잘 해주어서 나도 놀라고 있는 중이다. 중간에 서초 놈들에게 잡히든가 죽든가 할 줄 알았는데 결국 여기까지 와서 이놈들을 궤멸시키다니... 여기까지는 나도 상상을 못했거든.”

“무슨 소리지?”

조 선생은 키득거리는 웃음소리를 내었다.

“네가 궁금한 것 같아서. 지수를 왜 유 회장에게 보냈냐고? 사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냐. 네가 별장에서 서초 놈들을 모조리 죽였다는 게 핵심이지.”

도치의 얼굴에 의문이 한 가득 차올랐다.

“그게 지수와 무슨 관계지?”

“큭큭, 그러니까 내가 실은 서초구를 먹으려고 했던 거거든! 그런데 아무래도 섣불리 나섰다가 전쟁나기 딱 좋잖아? 그래서 너를 이용해 서초 살수들을 적당히 처리해 놓는 거야. 때문에 적당히 둘러댈 말이 필요했던 것이고, 네가 배신을 한 것으로 꾸며서 어떻게든 사로잡아 오라고 했지. 엄청난 돈을 보여주면서 말이야.

그는 키득거리며 말을 이었다.

“사실 광주 창고에서도 그렇고 별장에서도 그렇고... 양패구상 할 줄 알았더니 그걸 기어이 다 죽여? 큭큭, 네놈도 참 대단하다.”

차도살인(借刀殺人)!

도치는 그제야 조 선생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욕망, 그것이었다.

조 선생에게 강남구의 사업장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것!

그의 욕심은 강남 전체를 넘어 마침내 서울시 전부를 차지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결국... 돈 때문이었던 거냐? 암도와 이곳에서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죽여가면서 얻으려 했던 것... 지역구를 차지하여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려고 했던 것이야?”

무전기 너머로 비아냥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죽였나? 네놈이 죽였지. 큭큭, 말은 바로 하자고!”

도치는 발악하듯 외쳤다.

“고작 그런 이유로 희수를... 그 아이를 죽였던 거였어...?”

“그건... 아닌데?”

“무슨...?!”

조 선생이 다시금 비아냥거리며 웃어재꼈다.

“큭큭, 희수야말로 불쌍하게 됐지. 원래는 현미를 죽이려 했던 것인데... 내가 보낸 애들이 착각했지 뭐야? 하필 그 병실 안에 희수가 있을 게 뭐람? 하긴 뭐 결과는 똑같았을 거야. 목격자를 살려둘 수는 없잖아?”

처음부터 현미를 노렸다?

도치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분명... 이영관 사장이 청부 운운 하면서 암도를 거론했는데...?”

“아 그거? 큭큭, 애초부터 이런 엄청난 계획을 세우는 데 한 가지라도 허투루 했을까. 기억나지? 내가 죽어가면서 이영관 사장을 지목했던 것!”

불현듯 조 선생은 혼자서 낄낄대며 웃었다.

“큭큭, 내가 미리 손을 써놨지. 사실 거의 억지로 청부를 받아낸 거나 다름없었거든. 왜 그 강남에 지하 술집 말이야. 도 노인이라고 했던가? 그자를 처리해서 인신매매 시장을 장악하고 이영관 사장의 입지를 좁히는 한편, 우리를 경계하도록 만들어놓았지. 그러고 나니 내가 던진 미끼를 덥석 물었던 거다. 모든 게 유 회장의 집사로부터 시작되었으니 그를 죽여야 한다고 말해 주었지. 큭큭, 내가 바로 유 회장의 집사였다는 걸 그는 꿈에도 몰랐을 거야. 이제 그림이 좀 그려지지?”

“우리가 이영관 사장을 도청할 것을 예상하고...?”

“예상이랄 것도 없지 뭘. 네놈은 분명 이영관 사장에게서 증거를 찾으려 했을 것이고, 우리 쪽에서 흔히 쓰는 방법이 도청 밖에 더 있나?”

“그렇다면 왜 현미를...?”

“당연히 너를 끌어들이려는 거였지. 다른 이유가 있겠어? 원래는 이영관 사장이 현미를 청부한 것으로 만들려고 했었는데... 희수가 죽는 바람에 오히려 이야기가 더욱 그럴 듯 해졌단 말이지. 다행스럽게 현미도 죽어줬고.”

도치가 허탈한 표정으로 신음을 흘렸다.

“고작 그런 이유로...”

참으로 무서운 자였다.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처음부터 치밀하게 짜놓은 계획!

천라지망(天羅地網)처럼 그 누구라 하더라도 꼼짝없이 걸려들 수밖에 없는 조 선생의 간교한 그물이었던 셈!

도치는 전신이 분노와 원통함으로 부들부들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 청부로 큰돈을 벌어 마침내 지긋지긋한 살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었는데...

여생을 딸 현미의 회복만을 바라보며 살아가겠노라 다짐하였는데...

그 달콤한 결말이 조 선생이 만들어 놓은 미끼에 불과하였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던 것이다!

조 선생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이영관 사장의 사업장들도 모조리 무너뜨리고 유 회장을 살살 달래어서 돈을 뜯어내었지. 그 돈으로 이영관 사장의 고객들을 하나씩 끌어들인 거야. 역시 돈 많은 양반이라 통도 크더군. 지가 죽을 줄도 모르고 은근히 신나 있었다니까? 결국 다 내 차지가 될 것을... 나아가 선박사업도 도맡아 진행하면서 중간에 돈을 왕창 빼먹고...”

별안간 도치가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사월호! 그 배가 제대로 움직일 거라 생각했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는데... 수많은 아이들이 당신 때문에 죽었어!”

그러나 조 선생은 냉소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

“무슨 상관이야? 우리는 청부살수 아니었나?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것과 돈을 아껴 사람을 죽게 만드는 것, 과정은 조금 달라도 결과는 똑같은 거다. 애초부터 네놈 정신머리가 글러먹었어. 인간백정 주제에 죽을만한 놈 아닌 놈 가리는 것부터가 웃기는 짓이었지.”

그는 여전히 차갑게 말을 이었다.

“살인, 살인자. 다른 말이 필요할까. 이 업을 선택한 이상 피해갈 수 없는 단어들이잖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이제 그 가면 좀 벗고 우리 솔직해져 보자고.”

도치는 말문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뭐라 말하고 싶은데 딱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이로 인해 도치 특유의 서늘한 낯빛은 사라지고 어느새 극도의 분노와 절망감만이 두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으니...

이때 살수가 도치에게 손짓을 하였다.

도치가 돌아보니 밖에 경찰관 기동대가 완전무장을 한 채 건물을 포위하는 중이었다.

도치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조 선생, 하나만 묻자. 어떻게 죽지 않고 살아있는 거냐!”

무전기 너머로 다시금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큭큭, 그게 제일 궁금하지? 궁금할 거야. 분명 목에 칼이 들어갔는데 어떻게 살아있을까? 이건 영업 비밀이라 쉽게 말해줄 수 없는 걸?”

“이제 다 끝났어. 빠져나갈 곳은 어디에도 없다. 창밖을 봐. 기동대가 건물을 에워싸고 있다. 시간이 문제일 뿐... 당신은 결국 잡히고 말거다.”

잠시간의 침묵이 흐른 후...

조 선생은 약간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치... 네가 어쩌다가 경찰이랑 엮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 내 유일한 실수라면 바로 그것일까? 그래도 뭐, 살아만 있으면 교도소에서건 어디서건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돈도 많이 모아놓았고. 나쁠 것 없지.”

그러면서 다시금 키득거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큭큭, 그런 이유로 내 영업 비밀을 알려줄 수 없고 너를 만날 수도 없어. 왜냐? 네놈은 날 죽이려 들 테니까. 여기서 얌전히 경찰이나 기다리고 있으련다. 너도 그만 나한테 신경 꺼라.”

조 선생은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무전을 받지 않았다.

기동대원들은 건물을 포위한 채 각종 대테러 장비들로 준비를 마치고 곧장이라도 진입해 들어올 태세였다.

도치는 조급한 마음이 들어 살수에게 황급히 말을 건넸다.

“부탁이 있다. 나는 조 선생을 반드시 죽여야겠어. 내 딸의 복수도 그렇거니와 그 악마 같은 자를 세상에 남겨둘 수가 없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곳이잖아! 당신도 아이가 있겠지? 비록 우리가 인간백정이 될지언정, 조 선생 같은 작자로부터 아이들만큼이라도 지켜줘야 하지 않겠어?”

살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조 선생에게 빚이 생겼다. 내 회사와 동료들... 그자의 농간에 허무하게 죽어버렸어. 결국 너도 나도 이용만 당한 셈...”

도치는 바닥에 떨어진 살수의 일본도를 주워 건네며 말했다.

“만에 하나 승강기로 조 선생이 내려오면... 그 자를 죽여줘! 경찰이 체포하게 놔두어서는 안 돼!”

살수는 일본도를 받으면서 의아스러운 눈으로 도치를 쳐다보았다.

“그럼 당신은...?”

도치는 살기 진득한 눈빛을 떠올리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올라간다!”


*


이층.

디귿 자 모양의 복도만 있을 뿐 방은 없다.

벽면 안에는 무수한 기계장치가 준비되어 복도를 지나는 침입자를 처리한다.

일종의 방책(防柵) 역할을 위해 수십억 원을 들여 만든 거대한 기계함정.

도치는 심호흡을 하고 벽면을 자세히 노려보았다.

수백여 개의 구멍과 선이 보였다.

저곳에서 무수한 약품들이 뿜어져 나올 터, 도치는 가만히 눈을 감으며 심호흡을 하였다.

‘피할 수 없다.’

차라리 칼날이라면 피하거나 막을 여지라도 있을 테지만, 지금 목전에 두고 있는 상대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액체와 기체의 향연.

‘가야만 한다!’

도치는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한 줄기 기합성을 내지르며 복도로 뛰어 들어갔다.

피쉭.

피쉭.

쏴아아아아.

황산과 염산, 수산화나트륨 등 온갖 강산성과 강염기성 액체들이 뿜어져 나왔다. 도치는 자켓을 머리 위로 걸치고 약품으로부터 최대한 자신을 지키려 했지만, 그 옷마저 조금씩 타들어가고 있었다.

“으헉...!”

얼굴과 손 등 노출된 부분에 액체가 튀어 녹아 들어가는 고통을 받으면서도 도치는 결코 몸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첫 번째 모퉁이를 돌았을 때, 이번에는 천장에서 휘발유가 쏟아져 내렸다.

“설마...”

뒤이어 뿜어지는 불길!

도치는 순식간에 온 몸이 화염으로 뒤덮여 바닥을 구르고야 말았다.

그럴 때마다 화염은 온 복도로 번져서 도치의 앞길을 뜨겁게 가로막고 있었으니...

“으아악!”

도치는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는 자켓을 내던졌다. 옷 여기저기 휘발유가 튀어 불이 붙어 있었다. 도치는 그 불들마저 꺼버리려 했지만 잘 꺼지지 않았다. 그는 비명인지 기합인지 모를 소리를 내지르며 어금니를 질끈 깨물고 또 한 번 내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는 동안 도치는 황산 따위의 약품들로부터 몸을 보호하려 노력했지만 자켓이 없어 여의치 않았다. 어느덧 그의 얼굴 피부는 화상으로 흉측해져 있었다. 몸 여기저기서 타오르는 불길도 도치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으헉...”

그는 연신 비명소리를 지르면서도 어금니를 악물고 달려 나갔다. 드디어 이층 복도 마지막 모퉁이를 돌자...

도치의 얼굴로 쓰디 쓴 액체들이 보슬비처럼 잘게 분무되어 뿌려졌다.

그러자 도치는 별안간 화상으로 인한 모든 고통이 씻은 듯이 가시며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행복감에 눈물이 흐를 지경이었으니...

아편(阿片)!

그 중에서도 병원에서나 쓰이는 강력한 진통제인 모르핀이 허공으로 분사되었던 것이다.

도치는 이대로 주저앉아 잠에 빠져들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렇다.

얼굴과 온 몸이 화학약품과 뜨거운 불길로 익어가는 와중에도 행복감에 전율하며 고통을 잊게끔 만드는 위력!

그렇게 기절하다시피 잠이 들어버리면 그것으로 영영 깨어날 수 없게 되고 마는 것!

다행이라면 지독한 고통 끝자락에서 기막힌 행복감을 맛보며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 정도일까...?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기꺼이 인간백정이 되고자 마음먹은 그였다.

게다가 멀리 돌고 돌아온 딸의 복수는 악귀 같은 조 선생을 죽여야지만 비로소 끝을 낼 수 있는 것!

이층 관문의 끝자락에 도치를 습격한 아편은 강한 의지를 품은 도치에게 오히려 진통제가 되어 주었다.

도치는 다시금 내달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삼층을 오르고 사층에 도달했을 때!

그곳에서 한가로이 TV를 보고 있던 조 선생이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나고 말았으니...

도치는 이미 깊은 화학화상을 입은 데다 전신에 기름을 퍼붓고 불까지 붙어 있는 상황.

그의 얼굴은 뜨거운 열기로 녹아내려 흡사 지옥의 야차와도 같았다.

“너, 너는...?”

조 선생은 도치의 도저히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그가 당황하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날 때, 도치는 저벅저벅 그에게 다가갔다.

조 선생은 머리카락이 쭈뼛해짐과 동시에 온 몸을 잠식해오는 공포에 몸이 빳빳이 굳어버려 조금도 움직일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불타오르는 도치가 조 선생의 멱살을 잡으며 말했다.

“살고 싶어?”

“도, 도치? 사, 살려줘!”

도치는 불길 속에서도 히죽 웃는 것 같았다.

“정말 살기를 바랐던 거야?”

“도, 도치야! 잠깐...! 비밀을 알려줄게. 내가 살아있는 이유를! 부활한 방법을!”

그러나 도치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딴 거 하나도 안 궁금해.”

“어째서...?”

“당신 오늘은 진짜 죽을 거니까!”

도치의 손 안에서 불타오르던 한 쌍의 반륜이 어느덧 하나로 합쳐져 완전한 혈륜으로 변해 있었다.

순간 조 선생의 목에 한 줄기 붉은 선이 그어지며 그의 머리통이 가볍게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불타오르는 혈륜이 맹렬히 회전하며 조 선생의 목을 완전히 갈라버렸던 것!

조 선생은 그 자신이 간직한 비밀과 함께 영원히 잠들고 말았다.

마침내 이 기구한 사내의 복수극은 그야말로 허무하게 그 끝을 고하였으니... 온 몸에 극심한 화상을 입은 도치도 무사할 수 없었다. 그의 다리가 풀리며 목 잘린 조 선생의 시신 옆에 철퍼덕 쓰러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는 가만히 천장을 보면서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도치는 생의 마지막 순간임을 직감하며 희수와 딸 현미의 얼굴을 떠올리고 한줄기 푸근한 미소를 떠올리는 것이었다.


*


다음날 오전.

서초범죄연구소.

전영준 소장은 김형국 형사의 방문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죽은 게 확실해?”

“틀림없이... 온 몸에 심한 화상을 입었어요. 이미 죽은 후에도 한참 동안 불에 탔을 거라고...”

“맙소사... 끔찍하게도...”

“고통스럽지는 않았을 거라더군요. 법의관 말이 체내에서 엄청난 양의 모르핀이 검출되었대요.”

김 형사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미 죽어버린 사람인데 그런 것이 무슨 상관이라고...”

두 사람은 한참 동안이나 침묵했다.

이윽고 김 형사가 의문 가득한 표정을 떠올렸다.

“그런데 도치 옆에 목이 잘린 시체 말예요.”

“조 선생?”

“네. 그런데... 얼굴에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피면구가 씌어져 있더래요.”

“인피면구?”

“어찌나 정교했는지 법의관도 미처 발견 못할 뻔 했다더군요. 안색에 핏기가 돌아서 자세히 살펴보니 인피면구였다고.”

“그렇다면...?”

“도치가 알던 조 선생과 암도에서 죽임을 당한 조 선생은 다른 사람이었을지도 몰라요. 그게 맞는다면 암도에서 죽은 사람은 진짜 조 선생이 내세운 허수아비일수도 있지요. 지금으로서는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

전영준 소장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끝나버렸으니 진실은 모두 지하 속 깊이 묻혀 버리겠군. 아참, 그나저나...”

전 소장이 주머니에서 편지봉투 하나를 꺼내어 김 형사에게 건넸다.

“이게 뭔데요?”

“도치가 두고 갔더라고. 너한테 쓴 편지다. 그리고... 밥은 서에 가서 먹어라.”

“에이, 선배님 왜 그러세요. 후배가 여기까지 와서 밥도 못 얻어먹고 가면 누굴 믿고 의지합니까? 그러지 말고... 볶음밥! 볶음밥 어때요 선배님?”

“이럴 때만 선배님이냐?”

잠시 후.

점심을 시켜놓고 기다리는 도중에 김 형사는 편지를 열어보았다.

도치가 손으로 직접 쓴 편지였다.



혹시 몰라 편지를 남겨 둔다.

김 형사, 당신은 사월호에서 무엇을 느꼈나.

돈 때문에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그 사건에서, 나는 극도의 분노를 느꼈다.

저 어린아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악마들...

그리고....

그들과 내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야 말았던 것이다.

나도 그저 돈 때문에 수많은 살인을 저지른 것에 불과했다.

딸의 목숨을 살리겠다는 이유를 방패삼았지만, 세상에 사연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결국 현미도 희수도 나의 피 냄새 가득한 업보 때문에 그리 떠나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죽을 만한 놈들만 죽이겠다는 다짐은 허울에 불과할 뿐, 나 또한 복수심에 눈이 먼 악마였던 것이다.

사월호를 보면서...

그들을 죽여 버리고 싶은 만큼 나 또한 죽어 마땅함을,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다만 한 가지...

내가 죽인 자들이 나와 똑같은 악귀들이었다는 것, 이것으로 속죄가 될 수는 없을까?

내 작은 소망이다.

그러니 김 형사, 부디 신념을 잃지 말고 훌륭한 경찰이 되어 아이들을,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지켜주기를 바란다...



<끝>




.,


작가의말

끝이 났습니다.

첫 소설을 완결시킬 수 있어 기쁩니다.

반면 더 잘 쓸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가득합니다.

완결까지 함께해주신 독자제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태양이 이글거리는 계절에 차기작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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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화, 암도. +2 15.05.14 896 9 17쪽
35 35화, 미완. 15.05.13 884 11 16쪽
34 34화, 반격. 15.05.12 889 11 15쪽
33 33화, 파멸. 15.05.11 838 10 16쪽
32 32화, 포획 +1 15.05.10 932 11 17쪽
31 31화, 추적. 15.05.09 901 9 15쪽
30 30화, 비극. 15.05.08 941 9 17쪽
29 29화, 함정. 15.05.07 955 12 16쪽
28 28화, 탐색. 15.05.06 909 9 15쪽
27 27화, 탈옥 15.05.05 963 13 15쪽
26 26화, 단서. 15.05.04 983 11 16쪽
25 25화, 표류. 15.05.04 953 11 18쪽
24 24화, 혼돈. +3 15.05.03 681 13 15쪽
23 23화, 미궁. +3 15.05.02 984 11 16쪽
22 22화, 아귀. 15.05.01 969 12 17쪽
21 21화, 표적. 15.04.30 983 15 18쪽
20 20화 +1 15.04.29 880 15 12쪽
19 19화 +2 15.04.28 989 15 11쪽
18 18화 15.04.25 964 14 11쪽
17 17화 +1 15.04.25 868 16 12쪽
16 16화 15.04.25 867 16 12쪽
15 15화 +2 15.04.25 828 17 12쪽
14 14화 15.04.20 656 18 12쪽
13 13화 +1 15.04.20 1,066 15 11쪽
12 12화 15.04.18 932 17 12쪽
11 11화 +1 15.04.17 872 17 11쪽
10 10화 +1 15.04.17 1,161 14 11쪽
9 9화 15.04.16 1,013 17 12쪽
8 8화 15.04.15 818 18 11쪽
7 7화 +1 15.04.15 824 22 12쪽
6 6화 +1 15.04.14 841 19 12쪽
5 5화 15.04.14 856 24 12쪽
4 4화 +2 15.04.14 972 22 11쪽
3 3화 15.04.14 1,145 22 10쪽
2 2화 +2 15.04.13 1,488 24 12쪽
1 1화 +3 15.04.13 2,216 4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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