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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끝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완결

상재
작품등록일 :
2015.04.13 17:23
최근연재일 :
2015.05.14 13:32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34,925
추천수 :
559
글자수 :
222,270

작성
15.04.18 20:43
조회
931
추천
17
글자
12쪽

12화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지명 및 단체, 등장인물은 허구이며 실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DUMMY

장하나는 잔뜩 긴장하며 윷을 확인했다.

“걸! 아이고 걸입니다. 한 끝 차이로 걸렸네요.”

진행자가 아쉽다는 듯 말했지만 사실 그들은 누가 이기든 별 상관이 없는 자들.

장하나는 아쉬운 척 하면서 빙긋 웃는 진행자가 원망스러웠다.

‘젠장! 분명 윷을 잡았는데...’

이번엔 노인이 나섰다.

진행자가 윷가락을 그릇에 담고 노인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노인은 손바닥 위에 그릇을 엎어 감싸 쥐고 이리저리 흔들다가 휙 던졌다.

마치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던져버려서 숨죽이고 지켜보던 관객들마저 황당한 표정이었다.

다들 이번에는 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가 쉽게 나오는 것도 아닐뿐더러, 저렇게 성의 없이 던져서야.

그러나 결과는 전혀 반대였다.

“모! 모! 모가 나왔어요! 났네요. 경사 났어요!”

사람들이 껄껄 웃으며 박수를 쳤다.

정작 노인은 별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돈을 챙기며 말했다.

“어제 오늘 운이 좋구먼. 내일 또 할 거여?”

장하나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오천만 원.

어쩌다가 판돈이 이리 커졌을까.

장하나는 오늘 윷판을 복기하면서 무엇 때문에 자신이 흥분하여 예까지 왔는지를 생각했다.

처음에는 노인이 먼저 말 하나를 났었다.

그러나 장하나는 연달아 말 세 개를 내보내면서 단숨에 역전을 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말 하나를 멍석 판 위에 놓아 보냈다.

이때 노인의 말이 세 개나 시작점에 있어서 장하나의 말 하나를 계속 잡으며 좀처럼 나갈 기회를 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때 노인이 말을 꺼냈었던 것이다.

“염병, 오늘도 질 것 같구먼. 이왕 이렇게 된 거 건곤일척의 승부를 걸어보고 싶은데, 어떤가?”

“올인 하겠단 말이요?”

“오린지 뭔지는 모르겠고, 지금 가진 돈 다 걸어보려고. 자꾸 본전생각이 나서 안 되겠어. 오늘이 내 마지막 도박이다 싶은 마음으로 던질 테니, 어떻게 받아 볼텨?”

노인은 말 셋, 장하나는 말 하나.

안 받을 이유가 없었다.

장하나는 힘차게 ‘콜’을 외쳤다.


*


각자 오천만 원씩, 총 일억 원의 판돈이 걸린 큰 내기였다.

주변에서 놀음 하던 양반들도 그 소식에 판을 접고 하나 둘 모여 큰 구경거리에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장하나는 노인의 말 세 개가 서로 업고 첫 번째 모퉁이를 지났을 때에야 겨우 마지막 말 하나를 내보낼 수 있었다.

뒤이어 ‘모’를 던져 모퉁이까지 쫓아갔지만 노인은 단번에 두 번째 모서리에 말을 안착시켰다.

이후 장하나는 고군분투하여 대각을 가로지르고 다시 ‘개’를 던진 상황.

‘윷’이 나오면 끝이었다.

반면 노인은 두 번째 모서리에서 ‘도’를 던졌다.

단번에 나려면 ‘모’를 던져야만 했다.

그리고 장하나가 ‘걸’을 던졌던 것인데, 이때 노인이 기어이 ‘모’를 던지고 모든 말을 내보냈던 것이다!

설마 노인이 단번에 ‘모’를 던질 줄이야!

완벽한 패배.

장하나의 손이 덜덜 떨려왔다.

선수답지 못한 실수였다.

그리고 상대 노인은 적재적소에서 필요한 만큼 딱딱 윷가락을 던져 냈다.

창고에 들어서기 전에 만났던 검은 옷차림의 사내의 말이 떠올랐다.


-작전에 걸려든 거요.


장하나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젠장, 정말이었어? 저 노인네가 선수라고?’

장하나의 상념을 아는지 모르는지 노인은 만면 가득 웃음을 내보이며 말을 꺼냈다.

“어때, 한 판 더 할거여?”

그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노인의 말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정말 작전이라면 그만둬야해. 저게 정말 노리고 던진 거면 괴물이다. 도든 개든 원하는 것을 계속 던져왔다는 소리잖아!’

그는 고민 끝에 대답했다.

“이거, 그냥 평범하신 분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나보네. 계속 해도 내가 질 것 같은데?”

“으이그 젊은 것이 겁먹었어? 어쩌다 한 번 진걸 가지고 바싹 쫄아가지고!”

“할아버지. 오천만 원이면 쫄 만도 하지 왜 그러셔? 그만 했으면 많이 따셨잖수. 호구 놀음 그만 하시고 이쯤에서 그만 합시다. 완전 제대로 낚였네.”

노인의 눈빛이 달라졌다.

“어랍쇼? 완전 생 양아치인줄 알았더니 눈은 제대로 붙어있구먼! 언제 알았어?”

노인의 말에 장하나는 속으로 허허 웃고 말았다.

정말 선수였던 것이다.

“언제 알긴 방금 알았지. 마지막에 윷가락을 그리 놀릴 줄은 꿈에도 몰랐네. 세상에 어떻게 그리 딱딱 실수도 않고 던지셔?”

“흐흐, 내가 윷가락 던진 세월이 네놈 나이만큼 이여! 새파란 것이 장난질 좀 치기에 좀 놀아봤다.”

장하나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라도 만나지 맙시다.”

그는 혹여 노인이 자기를 붙잡을까 두려워 곧장 도박 창고를 빠져나왔다.

마침 도치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내 말이 맞지?”

장하나는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날 기다리셨소?”

“기다렸지.”

“대체 왜?”

“저 노인네 골탕 한 번 먹입시다.”

“아니 왜 날 기다렸냐니까?”

“당신 도움 좀 받으려고.”

장하나는 도치를 빤히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일 없수. 저 노인네 솜씨가 보통이 아닌데 어찌 골탕을 먹여?”

도치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정말 저 노인네 솜씨일까?”

“무슨 소리지?”

“윷가락이 좀 이상하게 돌아간 것 같던데...”

장하나가 피식 웃었다.

“이보쇼. 내가 암만 저 노인네한테 맥없이 졌어도 그렇지. 그런 시답잖은 소리 할 거면 얼른 비키쇼.”

“확신해요?”

“내가 어린 시절까지 더하면 윷가락만 이십 년 넘게 던졌어요. 윷 돌아가는 모양새만 봐도 뭐가 나올지 훤히 아는데, 거기다 무슨 장난질을 쳤을라고?”

도치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내기 합시다.”

“무슨 내기?”

“저 윷가락에 장난질 쳤다는 데 일억 걸지요.”

“헉!”

절로 악 소리가 났다.

장하나는 놀란 얼굴도 도치를 쳐다보았다.

“나는 걸만한 돈이 없어요. 여기서 이천 만원이나 잃었다고!”

“저게 사기인 것이 밝혀지면 돈을 되찾을 수 있겠지.”

“설마 진심이요?”

도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겨울인데도 장하나의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조금 뜸을 들이다가 흘러내리는 땀을 손등으로 한차례 닦아내며 말했다.

“도로 되찾은 돈을 다시 당신에게 줘야 한다면 내게는 남는 게 없잖소. 내기가 성립이 안 되는데?”

“당신은 찾은 돈을 가지고 돌아가면 됩니다.”

“거참 이상하네. 그럼 당신이 지면 일억을 얻고, 당신이 이기면 오천만 원을 얻는 겁니까?”

“그렇지.”

“손해 볼 게 없는 내기가 세상에 어디 있어? 대체 무슨 꿍꿍이야?”

도치는 장하나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당신이 저 노인과 도박 한 판을 더 벌이면 그것만으로 나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지.”

“그게 뭔데?”

“거기까지는 알 것 없고.”

장하나는 다급히 말을 이었다.

“판돈은? 난 이제 남은 돈이 없소.”

“돈은 내가 주지.”

“얼마나?”

“일억. 노인과 일억 짜리 도박을 하는 거요.”

“헉!!”

장하나는 헛바람을 삼켰다.

“그러니까 윷가락이 멀쩡하고 당신이 노인을 이기기까지 하면 일억에 당신 돈 오천만원까지 딸 수 있는 거야.”

“하, 하지만 저 노인이 받아줄까?”

“무조건 받는다.”

“대체 왜?”

도치가 그답지 않게 씩 웃으며 말했다.

“저 노인네가 여기 전속 선수야. 처음부터 당신을 노렸던 게지.”

“설마...!”

“당신 말을 듣고 저 노인에게 걸려든 것을 알아챘지. 나는 저 노인에게 볼 일이 있고.”

“그게 뭐이기에?”

도치는 장하나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거기까지 알 것 없어요. 그저 윷 한 번 던지고, 어차피 저 노인네 못 이기니까 아까 사기로 잃은 오천만 챙겨서 조용히 나가면 됩니다. 그래도 본전보다 많이 따는 것 아닌가?”

도치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으나 장하나는 선뜻 그를 믿을 수가 없었다.

워낙에 사기가 횡행하는 곳이 도박판 아닌가.

하물며 저 호구인줄로만 알았던 노인네한테도 이주일 가량을 완전히 놀아났다.

그런 와중에 다른 곳도 아닌 도박장 앞에서 처음 본 도치를 믿을 수가 없었다.

장하나의 의구심을 알기라도 한 듯 도치는 스포츠용 가방을 장하나의 앞에 던졌다.

“일억 들었어. 한판 하는 동안 나는 적당한 시점에 끼어들어 윷가락을 확인할 거요. 만약에 윷가락이 멀쩡하면 그 돈 들고 바로 나가세요. 나는 아마 그들과 따로 얘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당신을 쫓을 정신도 없을 걸?”

그제야 장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당신 말이 틀림없겠지.”

도치가 고개를 끄덕이자 장하나는 거의 수긍하는 투로 물었다.

“이름이 뭐요?”

“도치라고 불러.”

장하나는 무언가 결심한 듯 입가에 힘을 주며 말했다.

“장하나요. 까짓것, 들어갑시다. 해보면 알겠지!”

두 사람은 다시 창고로 들어갔다.


*


도치는 어젯밤부터 창고 근처에 잠복하며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대장을 끌어내야 한다.’

전 소장에게서 자료를 건네받자마자 이곳으로 달려왔던 것.

도치는 자료에 첨부되어 있는 사진을 살펴보면서 이곳 상주 인원의 면면을 살폈다.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는데, 환갑은 훌쩍 넘어 보이는 노인네였다.

허름한 차림새에 쭈글쭈글하고 까맣게 그을린 피부.

영락없이 평생을 논밭에서 살아온 촌부의 모습이었으나, 어쩐 일인지 조폭들이 그 노인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는 모습이었다.

‘이 자가 대장이거나, 아니면 그에 준하는 위치에 있을 것이다.’

다음날인 21일 정오.

도치는 노인네가 한 청년에게 수작을 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어제 노인과 윷놀이 하던 그 작자인가?’

단일 지향성 원거리 소리증폭기에 연결된 이어폰에서는 창고 앞을 지키는 조폭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장하나라는 놈 완전히 걸려든 것 같던데?”

“그러게. 나름 선수라고 우리 창고에 와서 해먹다가 완전 낚인 거지.”

“노인네는 대체 왜 그놈에게 꽂혀서 이주 동안이나 놀아주는 거야?”

“말 그대로 심심풀이겠지. 선수들끼리 뭐 그런 게 있나보지 뭘 신경을 쓰고 그래.”

“아니 뭐 그놈한테 얻는 거라도 있어야 할 것 아냐. 사실 알고 보니 돈이 많다든지. 그 시간에 물주라도 한 명 물어서 왕창 뜯어내는 게 더 남는 장사 아닌가?”

“우리가 높은 분의 뜻을 어찌 알리오.”

“뭐 들은 얘기 없어?”

“들은 얘기가 있긴 있는데...”

“뭔데 그래?”

“노인네가 이쪽 바닥에 인맥이 엄청 넓잖아. 장하나라는 놈 생각보다 꽤 하는 놈인가 보더라구. 돈이 꽤 있을 거라도 하던데?”

“역시 돈이 많았구나. 흐흐, 그놈 망했네.”

“흐흐, 그런데 진짜 이유는 따로 있지. 그러니까 보스까지 관심을 보이고 끼어든 것 아니겠어? 그놈 하는 걸 봐서 여차하면 우리판에 끌어들일 작정인가 봐.”

“그럼 그냥 데리고 오면 되지 왜 이주일이나 공을 들여?”

“그게 일종의 시험 같은 거라던데?”

“씨발 이게 국가고시냐? 무슨 시험?”

“그러니까 뭐... 씨벌 나도 모르지. 함정이니 상황판단이니 뭐 그런 얘기도 나오고.”

“지랄도 풍년이네.”

“흐흐, 야 인마. 언제 우리가 꾼들 뽑을 때 얌전히 공고 내고 서류 보고 면접 하는 거 봤어? 다 빚으로 얽어매지.”

“그놈 진짜 망했네.”

“윗분들 하는 일에 우린 그만 신경 끄자. 괜히 말 흘러들어갔다가 경칠라.”

도치의 눈빛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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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반격. 15.05.12 889 11 15쪽
33 33화, 파멸. 15.05.11 838 10 16쪽
32 32화, 포획 +1 15.05.10 931 11 17쪽
31 31화, 추적. 15.05.09 901 9 15쪽
30 30화, 비극. 15.05.08 941 9 17쪽
29 29화, 함정. 15.05.07 955 12 16쪽
28 28화, 탐색. 15.05.06 909 9 15쪽
27 27화, 탈옥 15.05.05 963 13 15쪽
26 26화, 단서. 15.05.04 983 11 16쪽
25 25화, 표류. 15.05.04 953 11 18쪽
24 24화, 혼돈. +3 15.05.03 681 13 15쪽
23 23화, 미궁. +3 15.05.02 984 11 16쪽
22 22화, 아귀. 15.05.01 969 12 17쪽
21 21화, 표적. 15.04.30 983 15 18쪽
20 20화 +1 15.04.29 880 15 12쪽
19 19화 +2 15.04.28 989 15 11쪽
18 18화 15.04.25 964 14 11쪽
17 17화 +1 15.04.25 868 16 12쪽
16 16화 15.04.25 867 16 12쪽
15 15화 +2 15.04.25 828 17 12쪽
14 14화 15.04.20 656 18 12쪽
13 13화 +1 15.04.20 1,066 15 11쪽
» 12화 15.04.18 932 17 12쪽
11 11화 +1 15.04.17 872 17 11쪽
10 10화 +1 15.04.17 1,161 14 11쪽
9 9화 15.04.16 1,013 17 12쪽
8 8화 15.04.15 818 18 11쪽
7 7화 +1 15.04.15 824 22 12쪽
6 6화 +1 15.04.14 841 19 12쪽
5 5화 15.04.14 856 24 12쪽
4 4화 +2 15.04.14 972 22 11쪽
3 3화 15.04.14 1,145 22 10쪽
2 2화 +2 15.04.13 1,488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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