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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끝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완결

상재
작품등록일 :
2015.04.13 17:23
최근연재일 :
2015.05.14 13:32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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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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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2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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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화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지명 및 단체, 등장인물은 허구이며 실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DUMMY

좌중은 눈빛만으로 윷을 빨리 부셔보라는 재촉을 하고 있었다.

“뜸들이다가 저치들 눈빛에 살해당할 것 같군.”

도치는 망설이지 않고 윷가락 네 개를 모두 빠갰다.

그의 말처럼 쇠구슬이 없는 멀쩡한 윷가락이었다.

여전한 침묵 속에 도치는 진행자와 노인을 향해 말했다.

“일억씩 주시지?”

별안간 사태를 관망하던 조폭들 사이에서 호통이 터져 나왔다.

“어떤 새끼가 수작질이야!”

좌중의 시선이 순식간에 호통소리를 향하였다.

180cm가 넘는 키에 떡 벌어진 어깨, 단단한 몸매와 더불어 각진 얼굴과 미간을 가로지르는 깊은 주름 등으로 인해 험악한 인상을 가진 사내였다.

그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소리쳤다.

“여기가 어디라고 이 씨벌놈이!!”

그러나 도치는 태산 같은 기세로 버티고 서서 싸늘하게 말했다.

“일억, 안 주겠지?”

“좆같은 새끼가 그 돈이 애들 장난인 줄 아나.”

“이 장난질은 애들 장난이었나?”

도치가 발로 부서진 윷가락을 툭 발로 차 밀었다.

“여기 온 손님들 모두 이런 식으로 후려치는 거였어? 저 사람들 중에도 틀림없이 니들 꾼들이 있을 테지?”

그러자 좌중이 소란스러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도치의 말마따나 도박장에서 심어놓은 꾼들이 실제 여럿 있었으며 이리 저리 사람을 약 올리며 손님들의 돈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지금 눈앞에서 윷가락에 심어 놓은 쇠구슬까지 확인하지 않았던가.

좌중 틈에 섞여 있던 꾼들도 살벌한 분위기에 잔뜩 긴장하고 있던 터라 내심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자식 왜 움찔거려? 너도 꾼이었냐?”

“아, 아니야. 내가 무슨...”

“너는 왜 한겨울에 땀을 그리 흘려! 수상해!”

“여기 선수다. 소매에 화투패가 있어!”

“이 자식이!”

여기저기서 멱살잡이가 오고 갔다.

호통을 쳤던 사내가 보다 못해 다시 창고가 부서져라 일갈을 터트렸다.

“모두 장비 챙겨!”

“옙!”

창고 안에 있던 이십 여명의 조폭사내들이 썰물처럼 흩어졌다가 각기 쇠파이프와 각목 등을 쥐고 순식간에 밀려왔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도박장과 관계없는 손님들이 잔뜩 겁을 집어먹고 창고 밖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몇몇 조폭들이 그들을 잡아보려 했지만, 워낙 사람이 많아서 곧 포기하고 그저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도치를 노려 볼 따름이었다.

창고 안에 남은 사람은 스물 몇 명의 조폭사내들과 진행자, 노인, 그리고 남아있는 도박꾼들은 도박장과 관계있는 자들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사내.

장하나.

그는 돈 가방을 들고 창고 밖으로 도망치는 척 하다가 뭐가 마음에 걸렸는지 조용히 창고 구석에 숨어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번잡했던 장내가 정리되자 호통 치던 사내는 쇠파이프를 치켜들며 도치를 위협했다.

“야 이 새끼야. 눈치 깠으면 조용히 있다 가면 될 일이지 왜 이 난리야? 죽고 싶어? 여기가 어떤 곳인지 몰라?”

도치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안다면?”

“씨벌 진짜 죽고 싶어 환장했나?”

“사람 죽여 본 적은 있어?”

“뭐 이 새끼야?”

욕지거리를 내뱉던 사내의 말문이 별안간 턱 막히고 말았다.

순간 도치의 전신에서 뿜어지는 압박감을 느꼈던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그저 소싯적 권투라도 배워서 싸움 좀 할 법한 청년에 불과해 보였다.

그러나 무장을 한 사내들에게 둘러싸인 지금, 추호의 흔들림 없이 좌중을 압도하며 온 몸에서 쏟아지는 저 소름끼치는 기세!

더구나 눈빛에서 쏘아지는 무시무시한 살기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이 긴장감!

그저 객기를 부리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단순히 넘겨버리기에는 심상치 않은 구석이 있었던 것이다.

사내의 자존심이 무참하게 구겨져 버렸다.

“씨벌...!”

사내가 쇠파이프를 다시금 치켜들며 뛰어들려는 듯 발에 힘을 주며 움츠릴 때였다.

방금 전까지 뻣뻣이 굳어 꼼짝도 못하던 진행자가 여유롭게 사내 쪽으로 다가가며 빙긋 웃음을 보였던 것이다.

좌중의 사내들이 곧 자세를 바로하며 고개를 약간씩 숙였다.

뒤이어 노인이 주섬주섬 돈을 챙겨 진행자의 뒤를 따랐다.

도치는 일순간에 상황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네가 여기 보스였어?”

진행자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뭐, 그런 셈이지. 어때, 감쪽같았지?”

“좀... 놀랍네. 대장이 현장에서 일을 다 하고?”

“우리 선수를 뽑는데 신경을 많이 써야지.”

“장하나 그 친구 말인가?”

“좀 벗겨 먹고 빚도 좀 만들고 겁도 주고 해서 제대로 키워보려고 했지.”

“벗겨 먹고 빚도 만들고?”

“흐흐, 이쪽 바닥이 좀 그래서.”

“갑질 한 번 제대로 해보시겠다?”

“워낙 사람구하기가 힘들어서. 그러다보면 지들이 주인인 줄 착각하거든? 갚아야 할 빚도 있고 그러면 일 년 계약직이라도 벌벌 기면서 제발 한 번만 써달라고 찾아오는 법이거든.”

그는 번들거리는 얼굴로 침을 꼴까닥 삼키며 말을 이었다.

“윷가락 판이 선수도 별로 없고 재능 있는 사람 찾기도 아주 고약할 정도로 어려워. 오죽 했으면 뒷방에 있어야 할 늙은이가 아직까지 현장에서 뛰고 있겠나!”

도치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 어쨌든. 그렇게까지 친절하게 설명 안 해도 돼. 다만 여기 대장을 꼭 만나야 했는데, 다행이군.”

보스의 얼굴에 의혹의 빛이 떠올랐다.

“나를? 왜?”

“이영관 사장 알지?”

그 순간 진행자의 동공이 커지며 심하게 흔들렸다.

도치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잘 아시는 것 같네. 물어볼 말이 좀 있는데.”

“무슨...?”

“혹시 희수라고 아나? 열 살 쯤 된 여자아인데.”

“희수? 여자아이?”

보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뭐 어찌됐든. 몰라도 상관없겠지.”

“대체 뭘 하려고 온 거지?”

“뭘 하려고 온 것 같은데?”

보스는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생각을 떠올렸지만 도치가 그들을 모조리 죽이기 위해 왔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를 수밖에 없었다.

어떤 간 큰 인간이 악귀가 득실거리는 복마전에 단신으로 뛰어 들어와 담대하게 칼을 꺼내들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런데 우습게도 그 악귀들의 대장이라는 사내는 도치의 말 하나하나에 열심히 반응하고 친절히 응대했던 것인데, 그의 심중에는 도치처럼 대범한 사내를 자기 밑에 두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가 보기에 도치는 무장한 스물 몇 명의 사내들 앞에서도 전혀 꿇리지 않고 차분하기가 한 겨울의 계곡물보다도 고요했다.

지하 세계에서는 저만한 인재가 없었던 것으로, 그는 처음부터 야망으로 똘똘 뭉쳐 하늘 위로 올라가기 위해 끝없이 인재를 탐하는 자였다.

때문에 장하나처럼 재주가 좋은 사내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끌어 모아 기어코 자신의 수하로 만들어 꿀꺽 삼켜버리는 흡사 악어 같은 자였다.

도치는 눈알을 굴리는 저치의 모습에 뱃속 깊숙한 곳으로부터 구토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잡담은 그만 하고, 시작해 보지.”

도치가 대뜸 말을 꺼내자 머리를 굴리던 보스는 뜬금없는 눈으로 도치를 보았다.

“뭘 시작해?”

도치가 한 줄기 메마른 웃음을 지었다.

“일억씩 이억, 줄 거야 말거야?”

“그걸 왜 줘야 하지?”

“그러니까 내말이. 난 받아야겠고 너는 안 줄 테니 남은 것은 하나밖에.”

도치는 검은 색 등산점퍼로 가려진 품 안에서 한 쌍의 반륜을 꺼내들었다.

사내들은 심상치 않게 생긴 무기에 바짝 긴장하여 손에 쥔 파이프를 더욱 힘껏 쥐었다.

보스가 덤덤하게 말했다.

“일단 여기 꿇려 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내들이 무기를 치켜들며 도치를 향해 달려들었다.

도치는 한 두 걸음 물러나며 가장 먼저 달려와 파이프를 내려치는 사내의 목덜미를 반륜으로 훑었다.

스윽.

달려오던 사내는 순간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며 파이프를 내려치지 못하고 몇 걸음 더 뛰어가다가 곧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뒤이어 달려오던 사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허업!”

“주, 죽었어?”

“저거 진짜야?”

자신들이 이토록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할 거라 상상이나 했을까.

그저 무서운 인상과 험악한 말투로 사람들에게 위협이나 가하며 주먹질이나 하던 그들이었다.

몰려다니며 싸움질이나 할 줄 알았지 사람에 대고 칼질을 서슴없이 하는 인간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해봤던 것이다.

간혹 회칼을 들고 설쳐대는 경우가 있어도 그 짧은 칼로는 기다란 각목조차 어찌할 수가 없다.

실제 사람을 죽고 죽이는 일은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

그런데 싸움으로는 어디가도 빠지지 않는 일당백의 동료가 용감하게 선두로 달려 나가다가 일순간에 목이 베인 채 정말 죽어버린 것이다.

사내들은 눈앞에서 동료의 목숨 줄이 허무하게 끊어지는 것을 보고 불알까지 쪼그라드는 기분을 느끼고야 말았다.

그 당황한 모습에 도치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쫄았어?”

“이 새끼가!”

도치는 다시금 메마른 웃음을 떠올렸다.

“살수 놈들 상대하다가 동네 양아치들이랑 놀아주려니 김빠지네.”

그는 재미없다는 듯 고개를 젓더니 이내 어금니를 꽉 깨물며 송곳 같은 눈빛으로 전방을 바라보았다.

“허업!”

순간 사내들은 눈빛에 얼굴이 꿰뚫리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흡사 짐승의 눈빛!

공포(恐怖)!

무장을 한 이십 여명의 장한들이 고작 한 명의 사내에게 다리가 벌벌 떨릴 정도의 공포감을 맛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을 향해 도치는, 그들에게는 마지막이 될 한 마디를 나직이 읊조렸다.

“도망치지 마라.”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달려 나가는 도치.

그의 양 손에서 빛나는 칼날은 가차 없이 사내들을 향해 떨어졌고, 그 때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사내들의 목에 혈선이 그어졌다.

가히 악마의 강림이라 할 만한 몸부림에 창고 안에 남아있는 자들은 감히 대적하지 못하고 목석처럼 굳어서 죽을 차례만 기다리고 있었다.

불과 삼 분여.

도치가 이십 여명의 조폭들을 죽이는 데에는 고작 그 정도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보스는 미처 도망가지도 못하고 혼이 나가버린 듯한 얼굴로 멍하니 도치를 바라보았다.

그 와중에도 그의 눈알은 진동이라도 오는 듯 무수하게 떨리고 있었으니, 체면도 잊고 바지를 적시며 발밑에 생겨난 작은 물웅덩이가 그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도치, 그가 마침내 보스의 앞에 도착했던 것!

“이제 상황파악이 좀 되실까?”

인간의 육체가 고기처럼 썰려 나간 참극의 현장에서 감히 입 밖에 소리를 낼 수 있는 자가 있을까.

도치와의 첫 대면에서 한껏 여유를 부리던 보스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것조차 저주하고 있었다.

압도적인 공포.

평생 사람에게서 느껴본 적 없는 두려움에 숨이 막혀 질식할 것만 같은 고통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지독한 생존의 욕구.

도치는 그의 눈을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

“아무리 재물이 좋다지만, 어린 아이까지 죽여야만 했는지 궁금했다.”

이후 도치는 침을 삼켰다.

잠시간의 침묵 속에서 보스는 간신히 혀를 놀려 소리를 내었다.

“모, 모르는 일이다!”

“모를 수도 있지. 문제는...”

도치는 다시금 보스의 눈을 마주쳐갔다.

“네놈이 그의 수하이자 이러한 악독한 사업에 발을 담고 있다는 것이지!”

“그, 그건...”

“그건 그냥 사업일 뿐이라고 말할 거라면 네놈의 혀부터 잘라주마.”

“우, 읍!”

일순간에 말이 터져 나오던 보스는 급히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도치는 냉소를 지으며 양 팔을 휘저었다.

그리고 떨어지는 두 개의 손목!

“으, 으아악...!”

결국 보스는 피를 흘리며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던 것인데...

의외의 목소리가 도치의 신경을 건드렸다.

“죽일 작정이라면 곱게 보내 주시게. 하늘 아래 몹쓸 우리들이지만 그래도 마지막은 고통 받고 싶지 않으니...”

윷가락을 던지던 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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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미완. 15.05.13 884 11 16쪽
34 34화, 반격. 15.05.12 889 11 15쪽
33 33화, 파멸. 15.05.11 838 10 16쪽
32 32화, 포획 +1 15.05.10 932 11 17쪽
31 31화, 추적. 15.05.09 901 9 15쪽
30 30화, 비극. 15.05.08 941 9 17쪽
29 29화, 함정. 15.05.07 955 12 16쪽
28 28화, 탐색. 15.05.06 909 9 15쪽
27 27화, 탈옥 15.05.05 963 13 15쪽
26 26화, 단서. 15.05.04 983 11 16쪽
25 25화, 표류. 15.05.04 953 11 18쪽
24 24화, 혼돈. +3 15.05.03 682 13 15쪽
23 23화, 미궁. +3 15.05.02 984 11 16쪽
22 22화, 아귀. 15.05.01 969 12 17쪽
21 21화, 표적. 15.04.30 983 15 18쪽
20 20화 +1 15.04.29 880 15 12쪽
19 19화 +2 15.04.28 989 15 11쪽
18 18화 15.04.25 964 14 11쪽
17 17화 +1 15.04.25 868 16 12쪽
16 16화 15.04.25 867 16 12쪽
15 15화 +2 15.04.25 828 17 12쪽
» 14화 15.04.20 657 18 12쪽
13 13화 +1 15.04.20 1,066 15 11쪽
12 12화 15.04.18 932 17 12쪽
11 11화 +1 15.04.17 872 17 11쪽
10 10화 +1 15.04.17 1,161 14 11쪽
9 9화 15.04.16 1,013 17 12쪽
8 8화 15.04.15 818 18 11쪽
7 7화 +1 15.04.15 824 22 12쪽
6 6화 +1 15.04.14 841 19 12쪽
5 5화 15.04.14 856 24 12쪽
4 4화 +2 15.04.14 972 22 11쪽
3 3화 15.04.14 1,145 2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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