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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끝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완결

상재
작품등록일 :
2015.04.13 17:23
최근연재일 :
2015.05.1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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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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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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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화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지명 및 단체, 등장인물은 허구이며 실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DUMMY

1.


2013년 12월 12일.

서울 강남 삼성역 부근 어느 지하 술집.

붉은 색 카펫과 은은하게 실내를 밝히는 전구색 조명이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곳에는 삼사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한눈에도 비싸 보이는 정장이나 드레스를 입은 중년의 남녀들이었다.

그들은 준비된 다과와 와인을 마시면서 무언가 기대에 찬 표정으로 잔뜩 들떠 있었다.

곧, 공간 중앙에 마련된 작은 원형의 무대로 턱시도를 차려입은 노인이 올라섰다.

키가 훤칠하고 눈매가가 부리부리하면서 입도 커서 아주 시원시원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노인은 만면에 미소를 띠고 무대에 올라서서 주위를 한 차례 둘러보았다.

그러자 이곳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조용히 그의 입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문득 노인의 시선이 구석에 있는 어떤 사내에게 닿았다.

검은 티셔츠에 검은 자켓,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차림새였다.

길거리에서 보았다면 개성 없는 평범한 외모로 그저 흔한 사람들 중 하나일 뿐 시선이 가는 얼굴은 아니었다.

그러나 온통 고급 정장과 드레스 투성이인 이곳에서만큼은 청바지 청년이 유독 눈에 띠는 것이었다.

나이도 장내에 있는 사람들에 비하면 많이 어려 보였는데, 기껏 해봐야 서른이나 됐을까 싶었다.

차림새로 보나 나이로 보나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 자였다.

노인의 입가에 싸늘한 웃음이 잠깐 스쳤다.


‘저 어린 나이에 수십억을 벌었을 리는 없을 테고, 분명 부모 잘 만난 종자겠지. 여기 입장료만 일억인데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이런 곳에 관심을 갖고 돈을 펑펑 써대니, 저 집안 앞날이 훤하구나.’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곧 사람들을 향해 팔을 벌리며 나직한 목소리로 환영의 인사를 하였다.


“모두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곳에 온 분들은 다들 규칙을 알 터이니 긴 말 않겠습니다.”


노인이 어딘가로 손짓하자, 속옷 차림의 여성 세 명이 손을 뒤로 묶인 채 건장한 사내들에게 이끌려 나오고 있었다.

눈에 초점이 없는 모양새가 약에 중독되어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여성들을 보며 저마다 평가를 하는 듯, 잠시 장내에 수군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이윽고 여인들이 원형의 단 위로 올라서자, 노인이 특유의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십억부터 시작합니다. 번호판을 드십시오.”


수군거림이 이젠 웅성거릴 정도의 소리로 커졌다.


“아주 예쁘지?”

“몸은 좀 약해 보이는데?”

“약을 먹였으니 그렇지. 그런데 시작가가 십억은 좀 너무하지 않나?”


십억이라는 금액이 생각보다 컸는지, 누구도 섣불리 번호판을 들지 않고 이것저것 따지기 바빴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자들이 돈이 궁할 자들은 아니었다.


“없으면 이만 접겠습니다.”


단호한 노인의 음성에 고민하던 중년 남성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번호판을 들기 시작했다.

장내는 곧 경매 열기로 뜨거워지며, 여인들의 몸값은 금세 삼십억까지 올랐다.

금액이 올라가면서 입찰을 포기하는 자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후보가 셋 정도로 가려졌다.


“그럼 삼십 일억 가겠습니다. 삼십 일억, 있습니까? 13번, 17번. 34번은 포기하시는 건가요? 네, 그럼 두 분 남았습니다.”


경매에 어울리지 않는 노인의 느릿하고 나직한 목소리가, 오히려 사람들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삼십 이억 가겠습니다. 삼십 이억?”


두 중년의 남성이 서로 눈치를 보면서 계속해서 번호판을 들고 있던 터였다.

갑자기 문이 열리며 한 노신사가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내 셋을 달고 나타났다.

경매를 진행하던 노인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갑작스런 인물의 등장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노신사를 향했다.

노신사는 겸연쩍은 듯 시선들을 피하며 말을 꺼냈다.


“의도치 않게 방해를 한 꼴이라... 죄송하게 됐습니다. 이런 좋은 자리를 미처 알지 못해서 급하게 오느라 시간이 늦어졌어요. 저 신경 쓰지 말고 하던 거 계속 하십시다.”


그러자 노인의 짜증스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회장, 자네 나이가 칠십이 넘었는데 아직도 이런 데 관심을 가지시나. 이곳은 젊은 사람들에게 양보하시게.”


곧 사람들 사이에서 노신사의 정체를 알리는 속삭임이 오고 갔다.


“저사람, 십성그룹 회장님 아냐?”

“에이 설마, 거기 회장님이 구태여 이런 곳까지 친히 행차하실 리가. 원한다면 집 안에 앉아서 이런 여자애들 수십 명은 부를 수 있을 텐데.”

“누가 아니래. 그런데 진짜 맞는 것 같은데?”


그런 의문을 해소해 주기라도 하는 듯, 유 회장이라 불린 노신사가 말했다.


“이보게 도 사장, 자네가 준비한 애들이 상품도 좋고 뒤탈도 없단 말일세. 그런데 자네가 나를 찾아오지 않은 지 벌써 십 년도 훌쩍 넘었네.”


도 사장이라고 불린 노인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야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알아서 잘 챙기고 있었겠지.”

“신소리는 접어두고……, 그래서 지금 호가가 얼마인가.”


도 노인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삼십 이억일세.”


유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여인들에게 다가갔다. 가까이에서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나직이 말했다.


“오십억으로 하지.”


그러자 장내에 탄성이 터지고, 마지막까지 접전을 벌였던 중년의 남성 둘은 입맛을 다시며 포기 의사를 밝혔다.


유 회장은 여인들의 몸을 세심히 살피고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훌륭해. 돈이 아깝지 않아.”


도 노인은 보일 듯 말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자네가 왔는데 누가 돈으로 이길 수 있겠어? 그렇게 하지.”


노인은 곧 장내에 경매 종료를 알렸다.

유 회장 뒤를 지키던 사내가 하드케이스 재질로 된 검은 서류가방 하나를 노인에게 건넬 즈음이었다.

도 노인이 흠칫 고개를 돌렸다.

지금껏 구석에서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던 청년, 청바지에 운동화차림의 그가 어느새 노인의 바로 옆까지 다가와 있었던 것이다.

그가 노인의 목을 향해 반원형으로 생긴 기이한 모양의 칼을 휘두르고 다시 품 안에 갈무리하기까지는 실로 눈 깜짝할 사이의 일이었다.

도 노인이 목에 뭔가 따끔한 통증을 느끼고 청년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본 순간, 목에서 천천히 붉은 혈선이 스멀스멀 생겨나더니 곧 피분수가 터져 나왔다.


“꺄-악”

“뭐, 뭐야!”


너무 순식간의 일이라 장내의 사람들이 미처 눈치 채기도 전의 일이었다.

즉시 방안에는 혼란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허겁지겁 밖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더러는 너무 놀라 다리에 힘이 빠져 그대로 주저앉은 사람들도 있었다.

거칠게 살아온 사람들도 살인을 목도하면 눈이 휘둥그레질 판인데, 부귀를 누리며 세상 사람들을 눈 아래 깔고 호화롭게 살아왔던 자들이야 오죽할까.

그러나 이 와중에도 유 회장은 담담히 청년을 쳐다보고 있었다.

청년의 싸늘한 눈빛이 유 회장을 스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 회장은 편안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대단하네. 정말 순식간이구먼. 빤히 보면서도 어떻게 그리 됐는지 잘 보지도 못했어.”


유 회장이 뒤에 서있던 사내들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청년을 주시하고 있었다.

청년은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말했다.


“이 돈은 잘 받아 가지요.”


원래대로라면 도 노인이 받았어야 할 돈 가방.

청년이 돈 가방에 든 오십억 원을 확인하고 서둘러 자리를 뜨려하였다.

그러자 유 회장이 그를 불러 세웠다.


“목격자가 많은데, 모두 죽일 셈인가?”

“저들이 나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이 자리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할 거요.”


유 회장이 껄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럴 배짱도 없는 자식들이지. 으하하하.”

“그런데.”


청년이 나가려다 말고, 유 회장에게 물었다.


“대체 왜 얼굴을 팔면서까지 여기 와서 그의 죽음을 직접 봐야겠다고 한 거요?”


유 회장은 다시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그게 말이야. 사실 지금 나이가 되고 남부러울 것도 하나 없다 보니 도통 세상만사 재밌는 것이 없었네. 이건 좀 재밌구먼.”


청년은 얘기를 다 듣기도 전에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여전히 잔뜩 굳은 얼굴을 한 채였다.





* * *


“어제 새벽 1시 반 경, 강남의 한 고급 술집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74세 도모씨가 숨지고, 소방서 추산...”


다음 날 정오.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한낮인데도 벌써 해가 지는 듯 어두컴컴한 날씨였다.

서울시 서초구 염곡동.

유 회장의 저택은 가히 성이라고 표현할 만한 대저택이었다.

집만 오층 규모에 정원과 별채까지 딸려 있으니, 그 둘레만도 성인 남성의 걸음으로 한 시간은 걸릴 정도였다.

또 정원사와 가사도우미만 스물에 달했고 경호원의 수는 삼십 명에 이르렀으니, 집안에 항시 상주하는 인원만 총 오십여 명이나 되었다.

특히 유 회장은 보안에 각별한 신경을 쓰는 지라,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있었으며 경호원들은 철통같이 집 주변을 지키고 있었다.

심지어 보안요원 전용 사무실에서는 실시간으로 CCTV를 확인하는 인원이 다섯 명이나 배치되어 잠시도 감시를 소홀하지 않았다.


“곧 묻힐 일이다.”


유 회장의 말에 집사가 대답했다.


“예, 잘 처리해 놨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잘 타일러 놨습니다. 도치 녀석의 말대로 다들 몸을 사리는 눈치였습니다. 거기에 회장님과 도치 그놈의 얼굴을 봤으니 섣불리 나서지는 않을 겁니다.”


유 회장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집사가 말을 이었다.


“도치 녀석은 우리 애들을 붙여 놓았는데, 도중에 행적을 놓쳤답니다. 워낙 움직임이 재빨라서 꼭 귀신같더랍니다.”

“어디까지 따라갔다든가?”

“그게... 삼성역을 벗어나지도 못한 것 같습니다.”


말을 꺼내기 어려웠는지, 집사는 조금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유 회장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쉽게 미행을 당할 놈이었다면 진즉 잡혀 들어갔겠지. 어찌됐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자네가 알아서 하게.”

“다음 건은 어떻게 할까요?”

“도치에게 시키지. 그만한 사람이 또 어디 있나?”

“그런데 그것이...”


유 회장이 의아한 눈으로 집사를 보았다.


“녀석이 전문 업자 주제에 좀 특이한 구석이 있습니다.”

“뭔가?”

“그러니까, 사회를 좀먹는 썩어빠진 인간들에 대해서만 의뢰를 받는다더군요. 청부살인업자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별안간 유 회장이 엄하게 꾸짖었다.


“말조심 하게.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 법. 청부살인이라니, 가당치도 않지!”

“죄, 죄송합니다.”


유 회장은 다시금 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어쨌든, 웃기는 놈이군.”

“저번 봉황그룹 노 회장 건도, 그가 그리될 만큼 지은 죄가 없다고 거절했던 겁니다.”


유 회장은 고개를 갸우뚱 했다.


“사람이 그리 되어도 되는 기준이라는 게 대체 뭐지?




.,




.,


작가의말

이 소설은 일종의 현대판 무협으로,


영화

<분닥 세인트 (The Boondock Saints)>(미국.캐나다, 1999), 

<회사원(A Company Man)>(한국, 2012) 

등에서 착상을 얻었습니다.


이외에도
<맨 온 파이어(Man On fire)>(미국, 2004),
<아저씨(The Man From Nowhere)>(한국, 2010)
등의 영화 이미지를 떠올리며 썼습니다 ^^.

관심 있게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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