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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끝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완결

상재
작품등록일 :
2015.04.13 17:23
최근연재일 :
2015.05.14 13:32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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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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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2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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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화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지명 및 단체, 등장인물은 허구이며 실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DUMMY

도치는 싸늘한 웃음을 떠올렸다.

“나는 그들이 이해돼.”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그러한 행위들이 반복되다 보면 다들 어떤 의미에서 신이 되어가는 거야. 형사는 어떻게든 범인을 만들어내고, 검사는 매너리즘에 빠져 현장을 모른 채 책상머리에 앉아 경찰의 농간질에 놀아나고, 재판부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피해자를 공감하는 능력을 스스로 절단 내어 버리지.”

도치는 다시 한 번 침을 삼켰다.

“재판부는 심판자라기보다는 법리를 해석하는 학자들에 불과해. 온갖 연기를 하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제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감정을 끊어내고 마는 거다. 미쳐간다고들 하잖아? 싸이코패스가 되어버리는 거야. 그런 엄청난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버리고 마는 거다!”

장하나는 도치의 눈빛에서 알 수 없는 종류의 불안감이 엄습하여 우려를 표했다.

“실제 그렇다 한들 일부에 지나지 않을까?”

도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어쨌든. 일부에 지나지 않다고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은 아닐 거야. 마치 내 살인이 용서받을 수 없는 것처럼...”

장하나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너... 스스로 용서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냐?”

“그게 아니면 무어겠어...!”

“하지만 그들은 누구나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누가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건, 내 마음이 그렇지 않은데...”

“그렇다면 너는 어째서 살인을 계속하려는 거지?”

“그저 분노... 그러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어. 내 억울함과 분노를 잠재워야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아.”

장하나는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그, 그게 무슨 뜻이야?”

도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장하나는 그에게서 느껴지는 불안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죽음의 냄새.

살생과 가까이 지내며 피를 뿌려대는 사내다.

그의 말로는 어쩌면 너무나 뻔한 것 아닐까?

장하나의 우려를 아는지 모르는지 도치는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어쨌든 저들은 대부분 풀려날 거야.”

장하나는 황당한 표정이 되었다.

“뭔 개풀 뜯어먹는 소리야? 풀려나다니? 증거가 명백하고 세상이 다 아는데 어째서 그런 지랄 같은 말을?”

“이영관 사장이 그러길 원하니까. 일부 머리들만 중형을 때려도 사람들은 내막을 모르고 잘했다고 박수를 치겠지. 그리고 나머지는 풀어줘야 다시금 일을 시작할 수 있잖아?”

“말 같지 않은 소리!”

“두고 보면 알 테지.”

“저들을 죽이고 싶은 거냐?”

“아무도 내 복수를 해주지 않으니, 내가 할 수밖에.”

대화는 자꾸만 초점에서 벗어나 허공을 맴돌고 있었다.

장하나는 무언가 어긋나고 있음을 느꼈지만 딱 잡아낼 수 없어 갑갑해졌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내었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었다.

어찌됐건 장하나 스스로도 도치를 말리려고 하는지 응원하려는지 헷갈렸던 것이다.

이때 도치가 주소 하나가 적힌 쪽지를 건네었다.

“강남에 좀 다녀와 줘.”

“여기가 어딘데?”

“흥신소. 전영준 소장이라고 있어.”

도치는 전 소장에서 맡겨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장하나는 그저 눈만 끔뻑이며 듣고 있었다.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눈이 쌓이고 녹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2014년 1월 22일.

광주 학살극이 일어난 지 정확히 한 달이 되는 시점이었다.

광주서 특별수사본부는 살인 용의자 수사에 박차를 가했지만 증발해버린 용의자를 찾지 못해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김형국 형사는 점점 초조해지고 있었다.

“정말 나를 찾아올까?”

수사본부에 큰 소리를 쳤지만 정말 그가 찾아올지 확신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게다가 기운 빠지는 소식도 속속 들려오고 있었다.

“젠장, 또 증거불충분이래. 대체 판사 놈은 우리더러 뭘 어쩌라고 하는 거야!”

“매번 그렇지 뭐. 그치들이 뻔히 창고에서 있으면서 한통속일게 뻔한데, 단지 정황뿐이라니?”

형사들은 울화통이 터지는지 목소리에 짜증이 가득 묻어나왔다.

몇몇 일당들이 단지 현장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꼭 인신매매에 가담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이유로 인신매매 혐의에서 벗어났던 것.

재판부는 그들을 불구속수사로 전환시키면서 검사에게 다른 죄목으로 다시 구형할 것을 명했다.

그리고 자존심 강한 검사는 머리를 싸매며 형사들에게 증거를 찾아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던 것이다.

“대체 무슨 증거가 더 나올 수 있을까?”

“현장을 덮쳐도 안 되는데 더 이상 무슨 증거가 필요해?”

형사들의 볼멘소리도 공허하게 맴돌 뿐.

특별수사본부는 눈에 띄게 풀이 죽어 있었다.

그럴수록 김 형사의 마음은 더욱 초조해져 갔다.

‘벌써 한 달... 그는 무얼 하고 있지?’

벌써 며칠을 집에 가지 못했다.

언론에서는 살인범을 잡지 못하는 경찰의 무능을 탓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살인범이 잡히지 않기를 바라면서 경찰의 무능을 탓하고 있었다.

게다가 인신매매 일당 몇몇이 혐의 없음으로 풀려나고 불구속 수사로 전환되자 검찰에 대한 공격도 한층 더 거세어졌다.

또한 인터넷에서는 애초에 무능했던 경찰을 지적하며 살인범의 영웅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김 형사의 마음도 점차 혼란스러워졌다.

‘법은 무어고 정의는 무엇일까. 내가 지금 제대로 방향을 잡은 걸까?’

그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신을 호출한 이제도 경정의 사무실을 찾았다.

이 경정은 김 형사를 보자마자 한 소리 했다.

“그렇게 사무실에서 밤낮 앉아 있어봐야 뭐가 달라지나? 자네 꼬락서니 좀 보게. 몸이 흐트러지면 정신도 흐리멍덩해질 뿐. 집에 가서 하루 이틀 쉬었다 나와.”

김 형사는 반발심이 생겼으나, 그것이 이 경정의 말 때문인지 현 상황에 대한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는 뭐라 말을 하려다가 결국 한 마디도 내뱉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네.”

짧게 대답한 그는 추적추적 걸으며 경찰서를 빠져 나와 집으로 향했다.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위치한 허름한 원룸.

원래부터 원룸으로 지어진 건물은 아니어서 오래된 가정집을 그저 원룸처럼 꾸며놓은, 월세 25만원에 별다른 옵션도 없는 방.

김 형사는 중고 냉장고와 세탁기, 가스레인지만을 사다 놓고 변변한 옷장 하나 없이 지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찰 시험에 합격하여 순경이 되었던 그 순간부터 범법자들을 잡는 것에 인생을 바치지 않았던가.

강산이 변할 시간 동안 경험이 쌓이고 신념 같은 것이 생겼다.

뭐라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스스로의 인생에 자부심을 갖게 해 주는 어떤 무엇이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한 사내를 만나 정신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남승헌...”

김 형사는 도치의 이름을 되뇌었다.

“젠장...!”

그는 모든 생각을 떨쳐버리려는 듯 크게 머리를 흔들고는, 마지못해 욕실로 들어가 뜨끈한 물로 샤워를 하였다.

뒤이어 목욕을 끝낸 후 욕실 문을 나섰을 때,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뒷걸음쳤다.

당장이라도 방바닥에 흥건한 핏물을 떨궈낼 것 같은 사내...

도치가 눈앞에 있었다.

“다, 당신...!!”

“뭘 그리 놀래? 언젠가 됐건 한 번은 만날 거였잖아?”

마음의 준비도 되기 전, 그것도 가장 마음 편한 공간에서 막 샤워를 마치고 몸도 마음도 무방비 상태였던 김 형사.

그가 크게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도치가 아닌 좀도둑이라 하더라도 놀랄만한 상황이었던 것.

하물며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자신의 방 안에서 지옥의 아수라를 목격하고도 놀라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김 형사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경찰서로 오는 것 아니었나?”

도치의 얼굴에 얼음처럼 서늘한 미소가 스쳤다.

“네가 그만한 업적을 이루었다고 생각해?”

“인신매매 일당을 잡아들였어!”

“이영관 사장은?”

김 형사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아무리 조사해도 그와의 연관성은 없었어.”

“뉴스에서 하는 소리가 틀리지 않네. 무능력한 형사들!”

“우리를 탓하는 건가?”

도치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탓하기는? 그냥 좀 실망했어. 당신이라면 내 복수를 대신 해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네 복수 따위를 해주려고 이 지랄인 줄 아나?”

“더 이상의 살인을 막겠다면서?”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선? 무엇을 위한 최선이지?”

김 형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뜻이지?”

도치는 살짝 장난스런 웃음을 떠올렸다.

“인신매매 일당을 소탕한 이유가 나로부터 그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순수하게 범죄를 소탕하려 함인가? 그도 아니면 나를 잡기 위해서일까?”

그제야 도치의 의도를 알아챈 김 형사는 크게 고개를 저었다.

“범죄자이기에 잡아들였을 뿐이다. 그리고 흉악한 범죄자인 당신을 체포하기 위해서!”

“정말 그것 때문이라고 자신할 수 있나?”

“그게 아니면?”

도치는 피식 웃었다.

“저 일당 중 풀려난 자들은 범죄자가 아닌가?”

김 형사는 발악하듯 외쳤다.

“우리 탓이 아니다. 그건...”

“누구 탓을 하려는 거지? 검사 탓? 판사 탓? 사람들이 경찰 탓을 하는 것과 뭐가 달라?”

“...”

둘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도치는 김 형사에게 어떤 기대감을 품었던 만큼 필연적으로 반작용을 맞이하여, 마찬가지로 어떤 실망감을 가지게 되었다.

법과 정의를 보여주겠다던 김 형사의 말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말았으며, 도치의 생각이 옳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을 뿐이었다.

이미 알고 있었다.

법과 정의라는 것은 갈대처럼 바람결에 이리저리 휘청거리고 흔들리고 나부끼는 존재라는 것을.

결국 사람이 하는 일, 욕심과 목적을 따라 정의는 흘러간다.

도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어차피 모조리 죽이려고 했던 터.

자신의 분노를 잠재우려면 살인을 떠올린 최초의 사내, 즉 배후를 잡아야만 한다.

바로, 이영관 사장!

그의 뇌수를 갉아먹기 전에는 끝나지 않을 살인이 아니었던가, 그렇게 결심하지 않았던가!

도치는 침묵을 깨뜨리며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나는 당신을 탓하거나 놀리려고 온 것이 아니다. 네가 패배감을 느끼는 이유는 다만 신념이 흔들렸기 때문일 뿐.”

“그렇다면 왜...?”

“나는 지금부터 다시 인신매매 일당들을 쫓을 거다. 지금쯤 어쩌면 승리감을 맛보고 있을 이영관 사장...! 그의 똥줄에 다시금 불을 붙일 생각이지. 즉, 그가 수를 써서 풀려난 일당들을 모조리 죽이겠다는 말이다.”

김 형사는 또 한 번 발악하듯 외쳤다.

“정말 영웅행세라도 하겠다는 거야?”

도치는 고개를 저었다.

“세상이 날 영웅이라고 부르든 살인마라고 부르든 상관없어. 이영관 사장과 관련된 것들을 모조리 죽여 버릴 거다.”

어떤 말로도 도치를 설득할 수도 말릴 수도 없음을 깨달은 김 형사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심정이 되어 허탈한 음성으로 말했다.

“당신의 복수... 그 끝에 뭐가 있을까.”

도치는 혼이 나가버린 듯 메마른 웃음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 끝에 무언가 있다면... 지옥이겠지.”

그는 회한 가득한 한숨을 내뱉고는 다시 김 형사를 또렷이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나는 인신매매 일당들을 모조리 베고 나서 분당으로 간다. 그곳에서는 부디 너의 신념이 지켜지기를 바랄게.”

“분당에는 뭐가 있지? 도박, 인신매매, 이보다 더한 것이 또 있을까?”

“있지.”

김 형사 또한 공허한 웃음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게 뭐지?”

“그곳에 아귀들이 있어.”

“아귀...??”

도치는 아귀라는 단어를 되뇌는 김 형사를 뒤로 한 채, 허름한 원룸을 빠져나와 으슥한 골목 사이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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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반격. 15.05.12 889 11 15쪽
33 33화, 파멸. 15.05.11 838 10 16쪽
32 32화, 포획 +1 15.05.10 932 11 17쪽
31 31화, 추적. 15.05.09 901 9 15쪽
30 30화, 비극. 15.05.08 941 9 17쪽
29 29화, 함정. 15.05.07 955 1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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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단서. 15.05.04 983 1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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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표적. 15.04.30 983 1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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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15.04.25 867 16 12쪽
15 15화 +2 15.04.25 828 17 12쪽
14 14화 15.04.20 658 18 12쪽
13 13화 +1 15.04.20 1,066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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