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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끝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완결

상재
작품등록일 :
2015.04.13 17:23
최근연재일 :
2015.05.14 13:32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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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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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2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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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9화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지명 및 단체, 등장인물은 허구이며 실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DUMMY

“그게 뭔데요?”


“우리가 이천 창고를 소탕하면 그는 틀림없이 저를 찾아올 겁니다.”

“당신을?”

“네! 그럴 겁니다.”

이때 가만히 지켜보던 광주서 수사과장 이제도 경정이 끼어들었다.

“어떻게 확신하지?”

“아직 대화를 끝내지 못했거든요.”

“대화라니?”

“그때 서로의 입장차만을 확인하였습니다. 제가 이번 일을 잘 마무리하면 그는 틀림없이 끝내지 못한 이야기를 하고자 할 겁니다.”

경기청 홍보계장 송 경정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떠올렸다.

“거 재밌는 놈일세. 난 김 형사가 하자는 데로 하고 싶은데? 완전 굴러들어온 먹잇감 아닌가?”

이제도 경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지.”

어느새 현장에 도착하여 이 과정을 지켜보던 경기경찰청 과장들은 이제도 경정에게 철저히 수사할 것을 당부하며 자리를 떴다.

직후에 이 경정은 수사본부를 크게 두 팀으로 나누었다.

피해자들의 신원을 조사하고 이영관 사장과의 관계를 쫓는 수사반과, 이천 창고 습격을 준비하는 형사반이 그것이었다.

수사본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속도전을 펼쳤다.

살인용의자의 이름은 그의 딸 남현미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현미가 머물렀던 성당의 신부를 만나게 되어 명백하게 드러났다.

남승헌.

나이 만 30세.

그리고 김형국 형사의 증언에 따라 강남서 박상엽 경위가 긴급 체포되었다.

그는 전 국민적이 관심과 수사본부의 규모에 압도당하여 별다른 저항 없이 진술하였다.

“그곳은 살인청부 회사였습니다. 저는 얼마간의 금전을 받고 그들이 저지른 사건을 처리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배후의 인물인 ‘회장님’에 대해서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정말 모릅니다. 그저 회장님이라는 것 밖에는...”

여하튼 이 모든 것은 수사본부가 꾸려진 당일에 즉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학살극이 벌어진 지 불과 하루 뒤인 12월 23일.

광주농업창고살인사건 특별수사본부 형사반 형사들은 경찰기동대를 대동하여 이천 농업창고를 급습했다.

경찰서의 급박한 움직임을 눈치 챈 기자들이 방송카메라를 들고 따라붙었음을 물론이었다.

인신매매 창고 현장은 카메라를 통해 전국 곳곳에 보도되었고, 기자들은 한 가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대체 광주 창고 학살극과 이천 창고 인신매매 일당들이 무슨 관계인 겁니까?”

“이천 인신매매 일당이 학살극의 범인입니까?”

“두 세력 간에 알력다툼이 있었던 건가요?”

홍보계장 송태구 경정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젠장 이걸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말해야 되는 거야?’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애초에 정해져 있었다.

“수사본부가 꾸려지자마자 믿을 만한 정보원에게서 급박한 제보가 있었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하여 수사팀 일부를 급파하게 되었습니다. 두 조직 사이의 관계는 현재 파악 중에 있습니다.”

이런 애매한 말로 기자들의 의문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기자들은 뒤이어 여러 가지 질문을 퍼부었지만 송 경정은 서둘러 기자실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안이 사안인 만큼 기자들의 집착도 만만치 않았다.

탐사보도로 잔뼈가 굵은 지상파 방송기자 몇 명이 서로 단합하여 경찰서 내부에서 흐르는 이야기 조각들을 긁어모은 끝에 마침내 진상을 알아내고야 말았다.

사실 본부 인원이 워낙 많아서 완벽한 정보의 통제는 애초에 불가능했다.

다만 본부는 그 시간을 늦추기 위해 입단속을 해 왔던 것인데, 기자들도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서 특종을 잡기위해 고군분투 했던 것.

때문에 정보는 경찰의 생각보다 빠르게 유출되어 전국에 알려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삼십 대 남성의 단독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천시의 인신매매 창고 역시 용의자의 목표 중 하나였던 곳으로, 경찰이 이 정보를 입수해 먼저 범죄소탕에 나선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보도가 나간 후 국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학살 용의자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이 일었던 것이다.

물론 극악무도한 살인마에 대한 두려움이나 이를 처리하지 못하는 경찰에 대한 질책이 있었지만, 대체로는 이런 식이었다.

“어차피 죽었어야 할 놈들이었다.”

“경찰이 일을 안 하니 대신 나서준 것 아니냐. 경찰은 그를 잡을 것이 아니라 표창을 해야 한다.”

“이천 인신매매 일당도 그가 아니었다면 잡히지 않았을 거다. 덕분에 많은 사람을 구했다.”

“인신매매 범들도 죽었어야 한다. 왜 아까운 세금으로 그들을 먹여야 하지?”

“인간 이하의 것들을 위해서라도 사형제도 부활시키자!”

이러한 여론이 일자 방송사들은 급하게 토론방송을 기획하였다.

주제는 정의와 심판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번 사건은 빗나간 영웅심리가 빚어낸 참극입니다. 우리나라의 법체계 내에서 살인은 결코 정의가 될 수는 없습니다. 용납할 수도 없고, 용납 되어서도 안됩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의 살인을 두렵게 여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기고 있지요. 마땅히 처벌받았어야 할 사람들 아닙니까?”

“체제가 무너지면 사회는 혼란이 올 수밖에 없어요. 너도나도 영웅이 되겠다고 살인을 벌이는 사회를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끔찍하겠습니까?”

“다른 이야기를 해 보지요. 만약 경찰이 일을 열심히 하였다면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이는 지금 우리 사회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그가 국민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것에는 정부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아니, 여기서 정부 이야기가 왜 나옵니까?”

“정부가 똑바로 일을 못하니까 저런 살인마가 튀어 나오는 것 아닙니까!”

“지금 그가 살인마라는 데에 동의하신 겁니까?”

심각한 이야기가 오갈 것 같았던 토론회는 감정싸움으로 난장판이 되어갔지만, 사람들의 뇌리에는 학살용의자라는 말 보다는 다른 단어가 깊이 각인되어 가고 있었다.

영웅(英雄).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가득했던 사회는 그를 영웅이라 부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


“좀 어때?”

2014년 새 해가 밝았다.

갑오년(甲午年).

도치는 장하나가 마련한 집에서 상처 회복에 전념하고 있었다.

함박눈은 이곳에 머무는 핏빛 사내를 지워버리려는 듯, 맹렬한 기세로 펑펑 내리 닥치며 한적한 여주의 농가를 온통 눈부신 하얀 색으로 그득 채웠다.

“덕분에 좋아졌어.”

“항생제 빼먹지 말고.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아서 감염되면 위험해.”

“알았어. 어깨에 연고나 좀 발라줘.”

어느새 많이 가까워진 듯 장하나는 도치에게 말을 놓고 있었다.

나이로 따져도 장하나가 몇 살 형이었다.

그간 두 사내는 서로에 대해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어쩐 일인지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말투와 태도 따위의 것으로도 그 사람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법.

두 사내가 서로를 대하는 것들로부터 조금씩 마음이 풀어지고, 불과 며칠 안 되어 편안한 사이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뉴스에서는 연일 광주 창고의 일로 떠들썩하였다.

“뉴스거리가 그렇게도 없나? 지겨워 죽것다.”

“워낙 큰일이잖아.”

“얼씨구, 꼭 남의 일 같다?”

도치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을 빤히 보던 장하나는 불쑥, 내내 궁금하던 것을 물어보았다.

“그런데 어느 쪽이야?”

“뭐가?”

“티비에서 하는 말들 중 어느 쪽이냐고. 그러니까 살인, 영웅, 정의 뭐 요딴 것들...”

“난 그런 거 몰라.”

“저 자식들이 개잡놈인건 알고 있었던 거지?”

도치가 고개를 끄덕이자 장하나가 질문을 던졌다.

“개잡놈이 아니었어도 죽였을까?”

“내 딸을 죽인 놈들을 쫓아왔는데, 개잡놈이건 아니건 무슨 상관이야?”

“하긴...”

장하나는 곧 은근한 표정이 되어 슬며시 물어보았다.

“그래서 어느 쪽일까?”

“뭐가?”

“너는 스스로를 영웅이라고 생각하나?”

“무슨 쓸데없는 소릴....”

“그럼 살인마라고 생각하는 거냐?”

도치는 장하나의 눈을 피했다.

“그런 생각할 여유 없어.”

“그럼 뭐가 중요하지?”

도치는 허벅지의 상처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지금 궁금한 것은 대체 누가 나를 청부했을까 하는 것...?”

장하나는 지난 날 광주의 눈 덮인 농로에서 도치를 습격했던 여덟 명의 살수들을 떠올렸다.

“그자들, 상당히 훈련되어 있는 거였지?”

도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잡으려고 꽤 연습을 한 것 같으니.”

“어떻게 알어?”

“장비를 철저히 준비했어. 나로서는 살아남은 게 천운이었던 거지.”

그때 뉴스에서 인신매매 일당들에 대한 소식이 전해졌다.

그들이 체포되자마자 검찰이 달라붙어 순식간에 재판이 진행된 것이었다.

담당검사는 성매매 및 성적 착취, 장기적출 등을 목적으로 사람을 납치하고 매매한 혐의로 형법 제289조에 의거해 법정 최고형인 15년을 구형했다.

또한 일부 일당들은 상해 및 살인 혐의로 형법 제290조와 291조가 추가 적용되어 법정 최고형인 25년형과 무기징역이 각각 구형됐다.

이들에 대한 처리속도는 가히 전광석화(電光石火)!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검찰에서도 필사적이었던 것이다.

장하나는 슬쩍 도치의 눈치를 보면서 흡사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저 정도면 죗값을 제대로 치르는 거겠지?”

그러자 도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결과가 나와 봐야지. 검찰에서야 여론에 민감하다지만 재판부는 그딴 거 신경 안 써.”

“결과가 달라질까?”

“증거불충분, 변호사의 활약, 기업의 후원 등등 판사는 여러 가지 이유로 그럴 듯한 감형 사유를 구구절절 읊어대겠지.”

그러한 말을 하는 도치의 얼굴은 오히려 기대에 찬 미소가 떠올랐다.

장하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러길 바라는 거야?”

“결국 내 손으로 복수하게 될 거야.”

“사법부를 믿지 못하는 구나.”

도치는 씩 웃으며 말했다.

“사법부를 믿는 거라고 하면 이상한가?”

“사법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신뢰한다는 거야? 아휴, 무슨 말이 이리 복잡해?”

장하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알을 이리저리 굴려보다가 이내 머리를 감싸 쥐며 말했다.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그저 네가 저치들을 엄청 싫어하는 것 같다.”

도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닌데?”

“그럼 뭔데?”

“나는 오년 동안이나 청부살인을 하면서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고 실행해왔어.”

도치는 어두운 표정으로 과거를 회상하였다.

“많은 수사와 재판을 지켜봤지. 재판과정에서 온갖 증거들이 무수히 만들어지고 여러 가지 이유로 증거가 폐기되지. 가해자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피해자는 분노한다. 현장과 사람을 모르는 재판부는 오로지 서류에 의존해 나름대로 증거만을 보며 객관성을 유지하려 하지만... 그들도 결국 사람! 재판에서 더 그럴듯한 연기를 하는 자들을 저도 모르게 신뢰하게 되고, 어떤 면에서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중형 선고를 꺼리게 되지. 증거, 증거, 증거를 가져와! 검사를 닦달하고, 형사를 닦달하고, 형사는 범인이 확실하다는 생각에 증거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들통 나 인정되지 않고,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도치는 싸늘한 웃음을 떠올렸다.

“나는 그들이 이해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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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반격. 15.05.12 889 11 15쪽
33 33화, 파멸. 15.05.11 838 10 16쪽
32 32화, 포획 +1 15.05.10 932 11 17쪽
31 31화, 추적. 15.05.09 901 9 15쪽
30 30화, 비극. 15.05.08 941 9 17쪽
29 29화, 함정. 15.05.07 955 12 16쪽
28 28화, 탐색. 15.05.06 909 9 15쪽
27 27화, 탈옥 15.05.05 964 13 15쪽
26 26화, 단서. 15.05.04 983 11 16쪽
25 25화, 표류. 15.05.04 953 1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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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아귀. 15.05.01 969 12 17쪽
21 21화, 표적. 15.04.30 983 1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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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2 15.04.25 828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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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1 15.04.17 1,162 14 11쪽
9 9화 15.04.16 1,013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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