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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에 울려퍼지는 소나타

그로스(grow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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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월소나타
작품등록일 :
2024.01.05 16:04
최근연재일 :
2024.04.08 19:0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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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181,998

작성
24.01.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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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 노스피아 원정대 (3)

DUMMY

그날 밤, 나래 누나 집에 있는 내 방의 침대에 누워서 나는 곰곰히 엿들었던 대화를 생각해보았다.

'내가 사냥에 두려움이 생겨서 더 이상 파티를 맺고 도시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라....'

솔직히 말하자면, 절반 정도는 맞는 사실이었다. 비기너스 헌팅에서 나는 죽을 뻔한 고비를 당한 적이 있었다. 지금도 가끔씩 그 때 마주친 사나운 몬스터를 떠올린다면 소름이 돋으면서 식은 땀을 삐질 흘리곤 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나래 누나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진심으로 나래 누나를 소중하게 생각했다.

비록 온라인 상에서 만난 가벼운 인연이라고 해도 거의 실제만큼이나 치열하고 생생한 이 세상에서 남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또한 2주일 동안 나래 누나와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과는 정말로 무척이나 즐거웠다. 몸과 머리는 다소 피곤하고 지칠 때도 있었지만 도중에 쉬는 시간마다 누나가 나에게 해주는 재미난 이야기나 지식들은 충분히 피로를 날려버릴 만큼이나 흥미로웠고 활력을 불어넣어주었다.

아쉬웠다. 사냥을 나간다면 더 이상 누나와 같이 일을 하거나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것은 하기 힘들 것이다.

물론 돌아온다면 잠은 여전히 나래 누나네 집에서 자기 때문에 밤 늦게 어쩌다 잠을 자지 않는 누나와 마주칠 수는 있겠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언제까지나 이 근처 필드에서 무작정 사냥만 할 수는 없는 노릇. 레벨을 좀 더 쌓아서 더 멀리 필드로 진출하게 되면 당연히 거처지인 도시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사냥의 길을 택한 순간, 처음으로 이곳에서 방황하던 내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주고 소중한 추억을 쌓았던 나래 누나와 나중에 영영 헤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나를 망설이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세인? 지금 뭘 그렇게 멍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니?"

"아아... 네넷. 죄송합니다."

나래 누나의 목소리에 회상에서 깨어난 나는 뒷머리를 매만지며 시선을 마주했다. 누나가 호기심을 담고 뚫어져라 쳐다보자 살짝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노스피아에 가고 싶어?"

"아, 그건...."

솔직히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다. 노스피아가 경관 하나만큼은 끝내주게 멋있다는 것을 나래 누나에게 귀가 닳도록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그만큼 상당히 위험한 지역이라는 것도 누나가 일러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섣불리 답을 못하고 우물쭈물거리고 있으려니 누나가 해맑은 미소를 띄며 부드럽게 얘기했다.

"내일 아침까지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고민이 된다면 나중에 결정해도 돼."

"어... 음... 그렇게 할게요."

어설프게 대답하고 나서 나는 마지막 남은 토스트 한조각을 베어물었다.

***

"으이차! 신나는 잠잘 시간이닷!"

늦은 밤, 잘 시간이 되자 에세리아가 개구쟁이처럼 침대를 폴짝 뛰어다녔다. 이럴 때보면 주인님은 영락없이 그저 철없는 꼬마였다. 나는 지끈거리는 이마에 손을 대며 한숨을 쉬었다.

"주인님... 늦었는데 들어가 주무셔야죠."

"흐흥, 재밌잖아! 신나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를 하는 에세리아를 보며 나는 체념하듯 침대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주인님, 있잖아요."

"응? 왜애?"

에세리아의 귀엽게 묻는 듯한 목소리에 다시 말이 끊어질 뻔했지만 간신히 위기를 넘기고 나는 이어서 말했다.

"제가 노스피아에 가는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노스피아? 거긴 왜?"

"... 그냥 구경하러요."

원정대에 간다고 말하려다 왠지 하루종일 그것이 뭔지 설명해줘야 할 것 같아서 대충 얼버무리고 말았다.

갑자기 에세리아에게서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나는 천천히 옆을 돌아보았다. 에세리아가 어느새 옆자리에 누워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 너무 가까워...'

콩!

"아얏! 주인님! 왜 때려요!"

주인님의 앙증맞은 꿀밤이 그리 아프지는 않았지만 괜히 부끄러운 마음을 떨쳐내려고 쏘아붙였다.

"내가 그런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지?"

역시나... 뻔한 거짓말이었는지 금방 들키고 말았다.

"노스피아라면 나도 알고 있어. 여기서 수백키로미터나 떨어진 곳인데 단지 구경하러 간다고 하면 내가 믿을 것 같니..."

"윽... 사실은 도서관에서 관장님이 저보고 노스피아 원정대에 참여하라고 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노스피아 원정대에 대해 나래누나에게 들은 것을 말해주었다. 주인님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헛기침을 한번 했다.

"에헴... 그러면 하는 수 없군. 세인의 보호를 위해 나도 따라갈 수 밖에."

"네. 그럼 뭐 가는 걸로 할... 응?"

무심코 대답을 하려다 에세리아에게서 전혀 뜻밖의 대답이 나와 당황한 목소리로 다시 내가 물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에요? 따라가겠다니. 그런게 될 리가 없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낯선 곳에 주인님을 데리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알 수 없었기에 너무 위험했다.

게다가 최악의 경우 나는 죽는다 쳐도 다시 살아난다지만 주인님은...

"에잇! 너가 아무리 뭐라 그래도 나는 갈 거야. 몰래 변장해서 숨은 한이 있더라도 같이 따라 갈 거야."

"..."

주인님이 쓸데없이 고집을 부리며 볼을 부풀리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쯤되면 차라리 관장님을 잘 설득해서 원정대에 빠지는 게 더 나을지도.

'그냥... 나도 가지 않는 게 좋겠어. 나래 누나에겐 미안하지만 정중하게 사과하고 잘 말해봐야지.'

나는 멍하니 천장으로 시선을 향한 채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

"미안해요, 나래 누나. 아무래도 저 갈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다음 날에 나는 휴게실에서 나래 누나에게 깍듯이 고개를 숙이며 거절의 의사를 전달했다. 나래 누나는 내 말에 별로 놀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럴 줄 알았다는 것처럼 아쉬운 듯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구나.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내가 갈 수 있게 도서관장님께 잘 말해볼게."

"잠깐만!"

누군가가 갑자기 끼어들며 소리치는 바람에 나와 나래 누나의 시선이 동시에 그곳으로 쏠렸다. 백색의 망토처럼 생긴 옷을 걸친 꼬마 소녀가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나는 불안한 예감이 들어 몸을 살짝 떨었다.

"그럼 나래 언니가 가는 거야?"

"그... 그렇게 되겠네요."

에세리아의 의도를 몰라서 그랬는지 나래 누나가 약간 꺼림직한 말투로 말을 더듬었다. 나도 다소 불편한 눈빛으로 에세리아를 노려보았다.

'주인님이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꺼내려고 저러는거지?'

에세리아는 밝게 웃으면서 쪼르르 달려가 나래 누나의 품에 달라붙더니 누나의 소매를 당기며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그럼 언니가 날 데려가 줘! 나 노스피아에 너무나도 가고 싶어!"

크큭... 주인님 바보. 나래 누나가 데려갈 리가 없잖아요. 나는 속으로 비웃으며 여유만만한 눈빛으로 가만히 상황을 지켜봤다.

나래 누나는 처음에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짓다가 갑자기 뭔가를 깨달은듯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네, 제가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와, 정말? 신난다! 언니 정말 최고야!"

어? 이게 아닌데? 흔쾌히 나래 누나가 승낙을 해버리자 팔짝팔짝 뛰면서 기뻐하는 에세리아를 보고 나의 얼굴이 급격하게 굳어졌다. 상황이 의도와는 정 반대로 흘러가는 것을 느끼자 다급해진 쪽은 오히려 내가 되고 만 것이다.

"히히, 세인은 도서관장 할망구 말이나 잘 들으면서 집에나 있어라."

에세리아가 평소와는 다른 말투로 장난스럽게 웃자, 속이 펄펄 끓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 화를 낸다면 분명 역효과만 날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나는 속마음을 꾹꾹 눌러 닫은 채 나래 누나에게 절박하게 부탁했다.

"나래 누나, 미안해요. 다시 생각해보니까 갈 수 있을 것 같네요. 아하하하, 그땐 제가 어떻게 됐나 봐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착각이나 하고."

나래 누나는 문득 나와 에세리아를 번갈아 한 번씩 쳐다보더니 여전히 오묘한 미소를 지우지 않은 상태로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할래?"

"네... 네엣!"

나래 누나가 쉽게 마음을 돌려주는 바람에 나는 마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쁜 마음으로 대답을 했다.

"그 대신... 주인님은 같이 데,리,고 가야 한다?"

나래 누나가 강조하듯이 덧붙이는 말에 의구심이 들어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그제서야 진의를 알아차린 나는 힐끗 에세리아를 째려보았다.

아... 그런 거였어? 한 마디로 말하자면 처음부터 에세리아는 이럴 작정으로 나래 누나에게 말을 꺼낸 셈이었다. 나래 누나는 그걸 눈치채고 흔쾌히 허락을 해준 것이고.

"네에."

나는 씁쓸한 목소리를 담아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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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2. 노스피아 원정대 (5) 24.01.31 7 0 12쪽
12 2. 노스피아 원정대 (4) 24.01.29 9 0 14쪽
» 2. 노스피아 원정대 (3) 24.01.26 9 0 9쪽
10 2. 노스피아 원정대 (2) 24.01.24 11 0 8쪽
9 2. 노스피아 원정대 (1) 24.01.22 16 0 8쪽
8 1. 추억 (7) 24.01.19 14 0 9쪽
7 1. 추억 (6) 24.01.17 13 0 12쪽
6 1. 추억 (5) 24.01.15 13 0 13쪽
5 1. 추억 (4) 24.01.12 13 0 9쪽
4 1. 추억 (3) 24.01.10 19 0 14쪽
3 1. 추억(2) 24.01.08 17 0 11쪽
2 1. 추억 (1) 24.01.07 84 0 14쪽
1 0. 이상한 꿈 24.01.05 87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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