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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에 울려퍼지는 소나타

그로스(growth)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적월소나타
작품등록일 :
2024.01.05 16:04
최근연재일 :
2024.04.08 19: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497
추천수 :
0
글자수 :
181,998

작성
24.01.22 19:00
조회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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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2. 노스피아 원정대 (1)

DUMMY

"얘야, 안 탈거니?"

"... 앗!"

난데없이 부르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바로 앞에 버스가 한 대 서 있었다. 몇시간마다 한 번씩 오는 레인즈시티로 가는 유일한 버스였다. 나는 허겁지겁 올라타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안을 쭉 둘러보니 늦은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어린 아이들보다는 주로 대부분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많았다.

중간자리에 앉은 나는 손바닥에 턱을 받치고 창가를 바라보았다. 비는 가늘지만 그칠줄 모르고 끊임없이 내리고 있었다. 여름이지만 약간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셰리...."

1년 전 그날 이후로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소녀의 이름을 나지막히 불러보았다. 밝게 웃으며 '응, 그래?' 하고 대답하는 셰리의 환청이 들릴 것만 같았다.

레인즈시티에 가까워질수록 비는 점점 거칠게 내렸고 어느새 하늘은 밤처럼 어두워졌다. 그런 날씨의 변화를 멍하니 바라보며 나의 눈은 스르륵 천천히 감겼다.

"김...세인님 맞으시죠?"

"네, 맞아요."

"확인되었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라그나로크라 불리는 빌딩에서 안내데스크 직원 누나의 확인이 끝나고 나는 옛날에 탔던 그 대형 엘리베이터를 타고 198층까지 올라갔다.

1년 전에는 베타 테스터의 자격으로 왔지만 지금은 기간 특별회원의 자격으로 온 것이었다. 나는 품안에서 은색으로 빛나는 카드를 꺼내서 앞면을 바라보았다. 셰리가 마지막으로 내게 준 선물이었다.

정작 이곳에 있었을 때는 전혀 몰랐는데 집에 돌아와서 자기 전에 옷을 갈아입고 보니 웬 이상한 영어가 적힌 카드가 들어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그로스 VIP 티켓'이라고 써진 것을 알아냈다. 날짜에 202x년 xx월 xx일이라고 적혀있는 걸 보니 대략 6개월 정도 남은 것 같았다.

나는 이것을 본 순간 마음 속으로 굳게 마음을 먹었다.

'이건 셰리, 너와 한 마지막 약속으로 생각할게. 반드시 너의 몫까지 플레이해서 최고의 게이머가 될게.'

너가 돌아올 때까지...

순간 울컥하는 마음을 뒤로 하고, 나는 198층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

[무한한 성장의 세계, 그로스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잠깐 어두워졌다가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빛이 쏟아졌다. 1년 전과 다름없는 똑같은 광경이었지만 겪을 때마다 도저히 익숙해지지가 않는 게 신기할 뿐이었다.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고 있는데... 갑자기 짝 소리와 함께 얼굴에 뭔가가 강하게 내리치는 것을 느꼈다.

"야, 언제까지 자고만 있을 거야? 일어나."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 굳이 수식어를 더 정확히 붙이자면 건방진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였다.

"하암...."

졸린 눈을 비비고 천천히 상체를 일으킨 나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그 여자아이를 보았다.

순백의 머리를 한 순진한 얼굴의 여자아이. 비록 나와 같은 또래거나 살짝 어리게 보였지만 나는 그 외모의 실체가 뭔지 알고 있었다.

그로스 게임에서는 대략 두가지의 길드 시스템이 있었다. 첫번째는 말 그대로 길드. 즉, 길드마스터에 의해 세워진 대규모 인원들을 거느리는 집단이 존재한다.

꼭 길드라고 해서 대규모인 것만은 아니지만 어쨌든 길드는 최대 수천명까지도 영입이 가능하다. 따라서 매우 유명한 길드는 국가라는 거대한 세력 마저도 굴복시킬 정도로 강대한 힘을 갖고 있는 곳도 있었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까다로운 조건이 없고 부담이 덜한 길드에 가입하려고 하고, 실제로도 그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반면에 페이스(Faith)라고 하는 특수 길드 시스템도 존재했다. 뜻을 그대로 말하자면 신념. 즉, 신앙에 가까운 길드 단체라고 보면 된다.

특수한 신이나 천사, 그리고 악마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페이스는 오직 특수한 조건을 만족해야 영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굉장히 그 수가 적고 제한적이었다.

물론, 내가 이끌려서 가입하게 된 것은 페이스였지만 말이다. 그것도 구성원이라곤 나 밖에 없는 단체라고 말 할 수도 없을 법한 그런 페이스에....

그것도... 순백의 악마라는 수상하기 짝이 없는 페이스의 주인님을 모시게 된 것이었다.

"에세리아님... 미안해요."

"흥, 알았으면 됐어. 점심 기다리고 있으니까 빨리 와서 먹어."

거의 쏘아붙이듯 내뱉은 에세리아는 총총 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나는 쓴 미소와 함께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처음에 출발은 산뜻했다. 아르바이트와 갖가지 심부름 퀘스트들로 돈을 모았고 그걸로 괜찮은 무기와 옷을 샀다. 첫 사냥 때 좋은 동료들도 모였었다.

그런데... 어쩌다 이 꼴이 됐을까?

"야! 빨리 갈아입고 안내려올래? 네 것까지 다 뺏어먹는다?"

"으아악!"

그제서야 나는 정신을 차리고 허겁지겁 전투용 복장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이곳의 절대권력자는 에세리아니까 그녀의 말과 행동이 곧 법이나 다름없었다.

겉옷의 단추를 채 잠그지도 않고 계단을 부리나케 뛰어내려온 나는 바로 맛있는 토스트 냄새가 나는 식탁으로 곧장 달려갔다.

"후후, 오늘도 기운이 넘치네..."

나의 눈에 장난스러운 웃음을 짓는 한 소녀가 들어왔다. 마치 사금처럼 아름답게 반짝이는 금발의 긴 머릿결이 사다리가 움직인 반동으로 출렁이고 있었다. 은은한 푸른 광택을 띄는 두 눈은 늘어뜨린 채로 자애로운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도톰하고 촉촉한 연분홍빛 입술과 적당히 들어가고 나온 몸매가 유혹하듯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말하자면... 음, 청순하면서도 매혹적인 느낌? 어쨌든 보통의 남자들이라면 너도 나도 반해버릴 만한 그런 외모였다.

"나래 누나... 늦어서 미안해요!"

나는 식탁에 앉자마자 덥석 한손으로는 토스트를 집고 우걱우걱 입안에 집어넣었다.

"으이구... 천천히 먹어. 체하겠다."

나래 누나는 못마땅한 눈길로 바라보며 슬쩍 물이 든 컵을 앞으로 건네 주었다.

"세인아, 한가지 부탁할 게 있는데...."

겨우 목구멍에 가득 찬 음식물을 넘기고 물을 마시고 있을 때 나래 누나가 갑자기 나에게 질문을 걸어왔다. 나는 가볍게 놀라며 누나를 바라보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소에도 누나랑 대화를 좀 하는 편이었지만 장난스러운 농담이나 혹은 재밌는 이야기를 할 때가 대부분이었다. 이상하게도 오늘은 약간 진지한 표정으로 뭔가를 망설이는 것이 수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나래 누나는 의아해하는 나의 눈빛을 읽었는지 시선을 피하다가 마침내 겨우 털어놓았다.

"사실은... 내일 노스피아 원정대 지원이 있는데. 도서관장님이 너를 보내는 게 어떻냐고 말씀하시더라구."

"... 네?"

나는 짐짓 놀란 척을 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속으로는 그리 당황하지 않았으니까.


어제 저녁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다 오늘 읽으려고 빌려 둔 책을 깜빡 두고 오는 바람에 나는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갔었다.

문을 열려다가 문득 도서관장님과 나래 누나의 심각한 대화가 들려서 섣불리 엄두를 못내고 가만히 듣고만 있었던 것이다.


작가의말

너무 한 소제목이 길어지는 것 같아서 미리 소제목을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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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2. 노스피아 원정대 (5) 24.01.31 7 0 12쪽
12 2. 노스피아 원정대 (4) 24.01.29 9 0 14쪽
11 2. 노스피아 원정대 (3) 24.01.26 8 0 9쪽
10 2. 노스피아 원정대 (2) 24.01.24 11 0 8쪽
» 2. 노스피아 원정대 (1) 24.01.22 16 0 8쪽
8 1. 추억 (7) 24.01.19 14 0 9쪽
7 1. 추억 (6) 24.01.17 13 0 12쪽
6 1. 추억 (5) 24.01.15 13 0 13쪽
5 1. 추억 (4) 24.01.12 13 0 9쪽
4 1. 추억 (3) 24.01.10 19 0 14쪽
3 1. 추억(2) 24.01.08 17 0 11쪽
2 1. 추억 (1) 24.01.07 84 0 14쪽
1 0. 이상한 꿈 24.01.05 87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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