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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1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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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1
작품등록일 :
2023.05.10 21:49
최근연재일 :
2023.06.29 20:00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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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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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글자수 :
266,624

작성
23.05.11 23:50
조회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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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4쪽

2화

DUMMY

나는 우선, 방금 전까지 내게 있었던 모든 상황을 이들에게 털어 놓았다.

내 이야기가 끝나자, 저승사자가 감을 잡았다는 듯이 큰 한숨을 내쉬었다.


“아아,,, 아무래도 백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다는 그 일이 내 구역에서 발생한 것 같은데?”


백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하는 일이라니?

분명 나에게 엄청난 일이 생겼음이 틀림없다.


“저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설명은 차근차근 해줄게. 일단, 확인이 필요하니 네가 누워 있던 병실부터 가보자고.”

“저기, 복도 끝 315호 병실 입니다.”


내 대답에 저승사자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한탄했다.


“그렇겠지,,, 복도 끝 병실이겠지. 아, 병실로 사용되기 전에 저승의 문을 다른 곳으로 옮겨 놨어야 했는데!”


저승의 문을 옮겨?

설마, 그때 그 빛나던 문을 말하는 건가?


“아,,, 어떻게 그 잠깐 사이에 무의식의 공간에서 저승의 문으로 들어가냐고,,,”


응? 무의식의 공간?

이건 또 무슨 말이지?


저승사자는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앞장서 315호 병실 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저승사자를 뒤따라 들어온 병실 안.

마침 병실에는 간호사누나가 환자들의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들어와 있었다.

아직 큰 소란이 없는 걸 보니,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것 같다.

나는 간호사 누나를 뒤로하고 내가 누워 있던 곳으로 향했다.


아, 확실히 엎드려 있다.

이건 내 진짜 모습이 확실하다.

어? 그런데,,,

자세히 보니 좀 이상하다.

숨을 쉬고 있는 것 같은데!?


함께 병실 안으로 들어온 환자복 입은 소녀가 내 육체를 보고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뭐예요, 얘? 살아있는 거예요? 이렇게 평범하게 살아있는 사람의 영혼이 보이는 게 가능한 거였어요?”


환자복 소녀의 질문을 무시한 채, 저승사자는 내 육체를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음, 호흡도 일정하고,,, 이거 내가 생각했던 그 일이 일어난 게 확실한 것 같네?”

“지금 제가 확실히 숨을 쉬고 있는 것 같은데, 역시 전 죽은 게 아닌 건가요?”

“그래,,, 넌 죽지 않았어. 애석하게도!”


응? 죽지 않았으면 다행이라고 해줘야지, 애석하다니!


“아니 그럼, 죽지도 않은 저에게 지금 저승사자님과 소녀들이 보이는 건 대체,,,”

“아, 그 얘기는 다음에 하자! 지금 모든 걸 말해주기엔 시간이 부족하니까!”

“네? 시간이 부족하다니요?”

“일단, 내가 너에게 꼭 당부해야 할 것이 있어!”

“당부라뇨? 어떤걸요?”

“지금 너에게 벌어진 이 일들을 절대로 다른 누군가에게 말해선 안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응? 이 사람이,,,

아니, 이 저승사자가 지금 장난치나?


“지금 사람들이 저를 보질 못하는데, 어떻게 말을 해요?”

“분명히 말하지만, 다시 날 만날 때까지 절대 누구에게도 말해선 안돼!”


다급한 듯 같은 말을 몇 번이나 계속 반복하는 저승사자.

나는 영문을 모른 채로 일단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잠시 뒤, 간호사누나가 엎드려 누워있는 내 육체로 다가왔다.


“강찬 학생! 아침이야. 아침! 일어나서 밥 먹어야지!”


내 몸을 흔드는 간호사누나.

순간, 분리 되어 있던 내 영혼이 육체와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눈이 떠졌다.


“헉!”


엎드린 상태에서 놀라며 일어나는 날 보고는 간호사누나가 웃었다.


“호호호! 뭐야, 무슨 악몽이라도 꾼 거야?”


악몽이라고?

이건 악몽 정도가 아니라 거의 임사체험 수준인데?


“좀 더 오래 있고 싶다고 할 땐 언제고, 병원 생활이 잘 안 맞나 봐?”


방금 있었던 일들은 분명 꿈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날 깨우던 간호사누나와 병실 안의 모든 상황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달라진 것은 저승사자와 소녀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방금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모르겠지만, 저승사자가 강조했던 대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하긴, 말한다고 해도 쉽게 믿어 주지 않겠지만,,,



* * *



친구들이 저녁시간에 맞춰 병문안을 왔다.

이 녀석들은 어릴 때 같은 아파트에 살아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 녀석들이다.


우선, 은찬영.

찬영이는 나와 비슷한 낙천적인 성격이지만, 금수저 집안의 막내 아들답게 나보다 더 철도 없고 개념도 없는 녀석이다.

아, 정확히 말하면 부모님의 사업성공으로 금수저가 된 집안의 아들이다.

그저 부러운 놈.

요즘은 아이돌에 빠져 있는지 항상 원치 않는 루머들을 나에게 알려주곤 한다.

이 자식은 언제 나이 값 하려나?


그에 반해, 구준우.

준우는 흔히 말하는 천재이다.

공부뿐만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래밍에도 재능이 있는데,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능력이 있어도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랄까?

아마 어렸을 때부터 알던 사이가 아니었다면, 친구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진짜 특이한 놈.


혹시 준우에게 오늘 새벽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면 믿어 줄려나, 라고 잠시 생각해봤지만 그만뒀다.


“맨홀에 빠진 거 실화냐? 아니, 어떻게 다니면 맨홀에 빠질 수가 있냐? 보나마나 지나가는 여자한테 한 눈 팔렸겠지?”


후,,, 은찬영.

역시 이놈은 날 너무 잘 알고 있다.

이유를 자세히 밝히지 않으려고 했지만, 찬영이가 거의 맞췄다.

정확히는 육교계단 위를 걷고 있는 스커트 입은 소녀에게 정신을 팔렸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맨홀 뚜껑이 없었던 게 문제였다고!


“지나가던 노인이 맨홀에 빠질 뻔한걸 구해드리고 내가 대신 빠진 건데?”

“오! 니가 선행을 했다고? 이제 대격변의 시대가 도래하는 건가?”


거짓말로 둘러댄 것이긴 하지만 대격변도 진짜 일어났다.

이놈,,, 정말 점쟁이 인 거 아냐?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다. 아직 수능까지는 200일도 넘게 남았으니까.”


아,,, 그랬지.

난 재수생이었지.


준우가 한 위로(?)의 말에 대답하려는데, 찬영이가 끼어 들었다.


“얘는 200일이 남던, 300일이 남던 전혀 상관이 없어. 그냥 노답이라니까?”


후,,, 나의 유일한 천적.

원래 이런 놈이라는걸 알지만, 끓는다, 끓어!



* * *



잠들기 전, 나는 오늘 새벽에 있었던 일을 다시 돌이켜 보았다.


너무 현실 같아서 아무 의심 없이 상황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새벽의 그 일들은 정말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 맞는 걸까?

혹시 검사하면서 쓰인 약물 중에 마약 성분이 있던 약물이 있어서 부작용으로 인해 발생한 환각 같은 것은 아닐까?

그래, 분명 난 약에 취했던 거야.

저승사자라니, 다시 생각해보니까 너무 터무니없는 일이다.


나는 그렇게 새벽의 일을 정리하며 눈을 감았다.

그런데, 잠시 후.


어? 이거 그 느낌인데?


새벽에 있었던 그 이상한 느낌이 다시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저절로 눈이 떠졌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뒤를 돌아 보니, 역시나 엎드려 누워있는 내 육체가 보인다.


후,,, 환각으로 인해 같은 현상이 두 번 일어날 수도 있는 걸까?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저승사자가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이거,,,

실화인 것 같은데?


나는 다가오는 저승사자를 그저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어, 보이냐? 이거 생각보다 빨리 다시 만나게 됐네?”


환각상태에서 스토리가 이어질 리는 없다.

아무래도 어제 새벽과 지금 일어난 이 현상은 환각이 아닌 것 같다.

그래, 이건,,,

실화다.


“너 혹시 가위를 잘 눌리거나 자각몽을 자유자제로 꿀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거냐?”

”네? 자각몽을 자유자제로 라는 건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가위는 어렸을 때부터 꽤 자주 눌리는 타입이긴 한데요.”

”음,,, 그래?”


나의 대답에 저승사자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을 하더니, 곧 말을 이어갔다.


“우선, 지금 너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설명해줘야 될 것 같군.”


그래,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설명을 듣고 나면 지금 이 상황이 납득이 될 지도 모르겠다.


“일단 너는 가위눌림이라는 현상을 통해서 무의식의 공간으로 진입하게 된 것 같아.”


무의식의 공간?

새벽에 저승사자의 입에서 나왔던 단어인 것 같은데?


“원래 무의식의 공간은 명상이라는 정신 집중의 수행을 통해 해탈의 경지에 이른 자만이 진입할 수 있는 공간인데, 가위눌림 상태에서 집중하는 것도 명상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이기 때문에 무의식의 공간으로 진입하는 것도 가능해. 차이가 있다면 의도적으로 수행 하느냐 아니냐 정도 일려나?”


명상이라,,,

명상의 시간 할 때 그 명상을 말하는 건가?


“어쨌든, 네가 무의식의 공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즉, 너는 이미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거고, 너도 모르게 명상을 하고 있다는 뜻이야!”


응? 내가 해탈에 경지에 이르렀다고?

나는 불교인이었던 것인가?

이 저승사자,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나는 분명히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저승사자는 눈치 채지 못했는지 하던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그럼, ‘무의식의 공간’ 이 대체 뭐냐, 이 공간은 현실세계에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에 실체가 없는 정신의 세계가 겹쳐지면서 만들어진 공간이야. 그리고 이 공간은 다른 사람과 공유되는 공간이 아닌 개인만의 공간이며, 육체를 중심으로 크기가 제한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


응?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또한, 이 공간에서는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공간의 형태를 바꾼다든지, 어떠한 상황이나 상태 등을 만들어 낼 수도 있어. 해탈의 경지에 이른 자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우주는 우리 안에 있다.’ 라는 말이 있잖아? 사실은 다 이곳에서 자신이 상상한 우주의 모습을 보고 그렇게 믿게 된 거야.”


아,,, 지금 난 철학 수업을 듣고 있는 건가?

머리가 아프다.

이쯤에서 저승사자에게 사실대로 이야기 하는 게 좋겠다.


“저기,,, 지금 무슨 말씀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특히, 무의식의 공간에 대한 설명부터는,,,”


내 말을 듣고 화를 낼 줄 알았던 저승사자가 의외로 친절하게 다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럼 너의 상황을 예로 들어줄게. 네가 처음 무의식의 공간에 들어 갔을 때 315호 병실이 펼쳐져 있었을 거야. 바로, 현실의 315호 병실에 실체가 없는 정신의 세계가 겹쳐지면서 너의 무의식의 공간이 펼쳐지게 된 거지!”


아, 병원이 배경이었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구나.

대충은 알 것도 같은데,,,

확실히 이해하고 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죄송하지만 조금 더 쉽게 설명해 주실 수 없나요?”

“아,,, 이 정도 설명하면 대충 감이 와야 하는 거 아니냐?”


큭!


“아, 그래. 그럼 쉽게 게임으로 설명해 주지! 하우징 시스템이 뭔지 알지?”

“게임 안에 있는 자기만의 집 같은 거 아닌가요?”

“그래, 하우징 안에서는 너의 마음대로 어떤 것을 꾸미거나 배치 할 수 있잖아? 무의식의 공간은 한마디로 외부와 단절되어 있는 상태의 하우징 시스템과 비슷하다고 보면 돼!”


아, 진작에 게임으로 설명해 주지!

게임으로 설명하니, 확실히 이해가 된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점이 있다.

저승사자의 설명대로라면 이건 말이 좀 안 되는데?


“저기 그런데, 방금 설명에서 모순적인 점이 한가지 있는데요?”

“응? 뭔데?”

“제가 처음 이 무의식의 공간에 들어 갔을 때, 제 육체는 똑바로 뉘어져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거든요?”

“어, 근데?”

“그래서 저는 분명 엎드려 자고 있었기에 저 모습은 진짜 내가 아니며 이곳은 현실의 공간이 아닌 저의 상상으로 이루어진 꿈 속이라고 판단을 했고요.”

“그래, 무의식의 공간에서는 실존하는 나의 육체는 보이지 않으니까. 그런데 그게 왜?”

“그렇다면 오늘 새벽에 저승사자님과 같이 확인 했던 숨을 쉬고 있던 제 모습과, 지금도 여기 누워있는 제 모습이 지금 저의 무의식의 공간에서 저의 상상으로 이루어진 모습이란 말인가요? 이건 좀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요?”

“아, 지금 병실에 누워있는 너의 모습은 진짜 너야. 너의 무의식의 공간은 이제 현실세계, 즉, 이승이니까!”

“네? 현실세계라니요?”


아니, 대체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그걸 설명하기 전에 우선, 이 사건이 일어나게 된 근본적인 원인부터 말해보자면 방금 설명했던 무의식의 공간 안에서는 저승의 문이 보인다는 점이야.”

“아, 그 빛나는 문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래, 저승의 문은 나와 같은 저승의 심부름 꾼들이 이승과 저승을 오고 갈 때 사용하는 통로인데, 문을 열고 닫았을 때 잠시 동안 문이 유지되다가 곧 사라져. 그래서 무의식의 공간에 진입한 자가 저승의 문을 볼 확률은 희박하지.”

“후,,, 그렇다면 문을 보게 된 것이 저에게 이런 결과를 불러 오게 되었다는 건가요?”

“아니, 저승의 문을 보기만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아.”

“네? 그럼요?”

“네가 그곳을 오고 갔기 때문에 문제가 된 거야.”


아아,,, 그랬구나!

그 문을 오고 갔던 것이 문제였던 거였어!


“음,,, 저기 그런데, 혹시 제가 그 문에 들어간 다음에 되돌아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는 거죠?”

“당연히, 그대로 저승행이지 뭐.”


허,,, 객기부리다가 골로 갈 뻔 했구나!

나 정말로 죽을 뻔 했잖아?


“아, 근데 너, 어떻게 그 문 안으로 들어 갈 생각을 한 거야? 그 문에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죽음직전에나 느낄 수 있는 공포가 느껴졌을 텐데, 혹시 자살이라도 생각한 건가?”


아아,,, 나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판단에 의해 이것은 그저 꿈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간 것이었는데!


“제가 보기보단 좀 용감하거든요. 아하하하!”


나는 민망함에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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