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46GIGA 님의 서재입니다.

수명 깎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새글

46GIGA
작품등록일 :
2024.04.15 04:12
최근연재일 :
2024.05.21 21:3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93
추천수 :
8
글자수 :
54,474

작성
24.04.30 18:00
조회
10
추천
1
글자
12쪽

수명을 바치다

DUMMY

7화 수명을 바치다(2)





저기에 있는 기사들이 내가 상대했던 주술사보다 강한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가치로 따지자면 그 주술사 쪽이 훨씬 훌륭한 전력일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상성.

이는 상성과 환경의 문제다.

마법사는 자신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마법사를 이기기 굉장히 어렵다.

이는 기사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기사와 마법사의 전투는 다르다.

준비되지 않은 마법사는 자신보다 한 단계 아래에 있는 기사에게 이기기 어렵다.


하지만 준비만 끝났다면 기사든 뭐든 이길 수 있는 것이 마법사지만, 나와 주술사 녀석의 관계는 그보다 더 복잡하다.


우선 나는 마법사에 한해 절대적인 승률을 자랑한다.

모든 마법을 봉쇄하고, 어지간한 마법사보다 마법 발동 속도도 빠르며, 임기응변 능력도 훨씬 뛰어나다.

녀석의 주특기마저 내가 창안한 것이니 말은 다 했다.


하지만 저 기사는 다르다.

마법이 완성되기 전에 파고들면 끝이다. 오러 사용자라면 방어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뭐냐. 여긴 어떻게 들어왔지?"


가급적이면 미리 대마법을 준비해 기습하여 한 번에 몰살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정면승부도 자신이 없지는 않다.


"대답해라. 너희는 누구냐."

"평범한 시민이라 하면 믿어주시렵니까?"

"아니."

"그러면서 뭘 자꾸 묻습니까."


나는 품속에서 나이세리아를 넣지 않은 연초 하나를 꺼내 피며 말했다.


"하아, 어차피 싸울 거면 예의 차릴 필요도 없겠지. 좆까고 주술사 녀석과 무슨 관계인지 털어놓으면 목숨은 살려주마."

"...? 허, 미친게냐?"

"어, 전부 처음에는 그렇게 말하더라고. 처맞기 전까진 말이야."


내가 손을 아래에서 위로 들어올리자 동굴 내부가 덜덜 떨려오기 시작했다.


"공명, 중첩, 발산."


동굴 내부의 공기가 순식간에 팽창하며 강한 압박감이 짓누른다.

하지만 고작 이런 것을 노린 마법은 아니었다.


"다시 한 번, 공명, 중첩, 압축, 발산. [오르는 염천(炎川)]“


달아오른 공기가 순식간에 스파크를 일으키며 불씨를 일으키고 불씨는 화염의 폭포가 되어 하늘을 거슬러 올라간다.


콰아아아앙!!!!


결국 화염의 팽창을 견디지 못한 동굴의 천장이 화산이 폭발하듯 솟구쳐 올랐다.


“넓은 곳에서 싸워 보자고.”


방금 전 공격도 상당히 강한 공격이긴 하나, 오러를 쓰는 격기사라면 흠집도 나지 않을 공격이다.

물론, 그 뒤에 있는 잡졸 정도는 모조리 죽일 수 있는 위력이지만.


“너···. 마법사였나.”

“대화의 기회는 스스로 차버렸을텐데?”


하늘 위로 솟구친 화염이 비의 형태로 다시 떨어져 내리고, 떨어진 불꽃은 지면을 잡아먹으며 크기를 키워간다.


불꽃에 저주를 담을 수는 있지만, 그래서는 화염 마법으로서의 장점을 잃게 된다.


끝 없이 장작을 집어삼키고, 위력과 범위가 커지는 화염 마법.

여기에 저주를 더하면 반영구적으로 타오르는 불꽃이나, 부식의 불꽃 등등 여러 공격이 가능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악수가 된다.


“공명, 중첩, 발산. [화해전연(火海全燃)].”


불바다가 된 환경, 주위의 열기와 불꽃을 끌어와 다시 마법의 재료로 사용한다.


이것이 ‘공명’과 ‘중첩’.

주위의 환경과 공명하며 마법을 사용할수록 위력은 강해진다.

마치 저주와도 같지 않은가?

실제로 내가 주술을 만들기 전에는 화염 마법을 주특기로 사용했었다.


여러 마법 중에도 화염 마법이 가장 강한 위력을 가졌음과 동시에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압!!”


쩌엉!!


화염의 파도를 모조리 베어내며 불길을 뚫고 나타난 기사의 오러를 공격으로 맞받아쳤다.


후웅!


칼끝이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간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목이 날아갈 극한의 외줄타기 속에서 나는 물러나기 보다 한 걸음 앞으로, 적의 공격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목을 노리는 검의 옆면에 폭발을 가해 궤도를 비틀어 아슬아슬하게 회피한 후, 다른 손으로 기사의 복부에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공명, 중첩, 압축, 회전, 관통, 발산. ’


모든 화력을 일점에 집중, 그리고 영거리에서 터트린다.


[축염붕권]


콰아아아앙!!!!


일직선으로 뿜어지는 강렬한 불의 기둥이 기사의 방어를 뚫으며 복부를 관통하며 멀리 날려 보냈다.


“컥, 쿨럭쿨럭. 좀 아플 거다.”


직접 맞닿은 대상의 내부를 불태우는 축염을 파동의 형태로 전환했다.

체술과 연계되는 마법 사용 자체는 전생에서도 즐겨쓰던 방법이긴 하나, 이 정도로 극단적이지는 않았다.

몸의 운신이 어렵다는 점 때문에 기껏 넓혀둔 장소를 활용하지 못하게 한다.


뭐, 그래도 좁은 동굴에서 기사와 싸우는 것보단 지금이 낫긴 하겠지만.


[크아아아악!!! 너,너너너는, 우우르스의, 위위협인가가?]


기이하게 울리는 목소리.

저 너머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고결한 기사의 것이 아닌, 생자를 대량으로 바친 흑마법에서나 느껴지는 기운이다.


“··· 대체 무슨 일을 벌인건지 모르겠군. 기사란 놈이 이딴 기술을 써?”


주위의 화염이 내게 모여들어 하나의 작은 구체를 형성했다.


“천체 극열 마법. 적색성계- 홍영”


천체 마법과 염열 마법이 융합된 고유 마법 적색성계 홍영(赤色星界- 紅英)


“[홍영열선-난무]”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열선이 풀어지며 온 세상에 붉은 실을 풀어놓았다.


이 나선을 이루는 작은 선 하나하나가 3,000°C를 넘어가는 극열.

불꽃인 동시에 닿는 모든 것을 절단하는 칼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열선 조차 오러로 잘라내는 기사가 묘한 움직임을 보이더니 불길한 기운이 연기의 형태로 흩뿌려진다.


“부식? 아니, 붕괴인가?”


연기에 닿는 모든 것이 먼지로 분해되어 사그라든다.

저주인가 싶지만 저주는 아니었다.

무감정, 어떠한 의지도 섞이지 않은 것이 저주일 리가 없다.


기사의 형태가 안개에 휩싸여 흐릿해지고, 인식조차 불안정해진다.

이 알 수 없는 일렁임은 지면, 허공을 가리지 않고 퍼져나가며 세상을 침식한다.


“마법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존재···. 이 이상 놔두면 곤란해지겠군.”


저 검은 연기는 모든 현상 그 자체를 붕괴하고 왜곡 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중간한 공격은 닿지도 않는가.”


위력와 범위가 클수록 무력화 속도가 느려진다.

그렇다면 강한 공격을 먹일수록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다는 것.


“··· 어쩔 수 없군. 조금 무리하는 수 밖에.”


이전, 주술사와 싸울 때는 주술사가 미리 바쳐둔 제물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 스스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


본디 대가를 지불할 때는 여러 과정이 필요하기 마련이지만 지금 내가 하려는 방식이라면 아무런 과정도 필요 없이, 최상의 결과만을 얻어올 수 있다.

다만 그 대가란···.


“··· 나의 수명을 바쳐 다음 일격에 한 해 전생의 마력 통제권을 회복한다.”


수명, 가장 간편하고, 마음만 먹으면 구하기도 쉬우면서 효율도 좋은 대가.

물론 나의 수명인 만큼 남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에 대가는 최소화 하고, 효율은 최대로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대가를 바쳐 가져오는 결과 그 자체에 일격에 한하는 제한과 오직 마력 통제권만을 가져오는 제약을 걸었다.


내가 바라는 대상을 명확하게 명시함으로서 다른 곳에 낭비되지 않게끔 한 것이다.


본래라면 정확하게 몇 년치의 수명을 깎을지 까지 정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이중 홍영- 나선]”


두 개의 홍영이 서로의 인력에 이끌려 빙빙 회전을 하더니 두 태양이 서로 공명을 하며 더욱 맹렬한 열기를 내뿜으며 거대한 불기둥으로 변한다.


“합일, 적색성계 극의 [개화홍영-만홍].”


천체 마법으로서 명명하자면 어나더 썬 정도가 되겠다.

홍영의 극의는 말 그대로 유사 태양을 지상에 구현하는 것, 물론 진짜와 비교하면 터무니 없게 약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해도 진짜 태양에 비할 바는 못 되겠지만.

그런 건 마법의 신이 와도 못한다.


“타죽어라.”


어쩌면 과분한 공격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중 홍영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마법이라 불려 마땅한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태양이 사그라들자 그곳에는 무엇도 남아있지 않았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죽은 것이다.


“당분간 또 고생 좀 하겠군.”


마력 통제권을 회복하여 마법을 사용할 때 육체에 걸리는 부담을 최소화 했다고는 해도 이중 홍영은 대마법 중에서도 극의에 해당하는 마법이다.


전생의 나도 3개 이상의 홍영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제물에게 피해를 전가하며 사용해야만 했다.


그래도 기량을 회복시켰던 덕에 오히려 평소에 마법을 쓸 때보다 피해가 적다.


저걸 힘을 아껴서 잡겠답시고 장기전을 가거나, 다른 마법을 썼다면 오히려 피해가 컸을지도 모른다.


“하아··· 이제 나와도 좋다.”


내가 만든 결계 속에서 테오가 슬금슬금 기어 나왔다. 어째 비슷한 모습을 봤던 것 같은 느낌인데.


“마법진은?”

“그것이··· 전투의 충격으로 망가져 버린 것 같습니다···.”

“뭐, 어쩔 수 없지. 정체도, 능력도 모르는 놈을 적당히 상대할 수는 없으니.”


내가 생각해도 이중 홍영은 조금 과하게 강했다.

수명도 최소 5년은 깎였을 것이다.


“어쩔 수 없지. 내가 고쳐보겠다.”

“텔레포트는 마탑의 주인이나 가능한 고위 마법이라 들었습니다만···.”

“마탑? 난 그런 거 모르겠고, 일단 해봐야지.”


너무 크게 망가졌다면 나라도 손쓸 도리가 없다.

하지만 술식이 약간 틀어진 정도라면 어떻게든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어휴··· 뭔 놈의 팔자가···. 쉽게 가는 일이 없군.”


혼자 궁시렁 거리며 마법진을 만지고 있으니 간혹가다 처음 보는 형식의 구조를 찾아볼 수 있었다.


“재밌군. 이런 방식으로도 가동하는 건가.”


내가 술식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동안 테오는 멍하니 나를 지켜봤다.

뭐 근심이라도 있는 표정인데.

이걸 들어줘 말아.


“··· 할 말 있으면 해라.”

“그냥··· 문득 제가 정말 엘린님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그런 걸 고민하는데?”

“그야··· 엘린님은 막, 기사와도 싸우고, 마법 실력도 뛰어난데···.”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네게 능력적으로 기대하고 있지 않아.”

“··· 그렇군요.”

“그건 네가 아니라 누구라도 마찬가지다. 세상 누구를 가져다 놔도 나와 비교하면 초라해질 수 밖에. 그 주술사가 그랬고, 우르스의 기사가 그랬다.”


설령 나보다 뛰어난 자가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런 자를 왜 내 아래에 두겠나?

그런 놈들은 뛰어넘어야 할 적이다.

오히려 아이온 같은 자가 내 아래로 들어오면 좀 없어 보이지 않나?


“난 네게 길을 강요한 적은 없다. 살고 싶다면 살라고 했고, 따라오고 싶다면 그리하라 했다.”


“뭘 하든 마음대로 해라. 난 여전히 널 필요로 하고 있고, 너는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거다.”


“뭐, 정 찔린다 싶으면 검이라도 배워 보던가? 마법은 몰라도 검은 쓸 수 있잖나?”

“검이요?”

“뭐, 대부분의 병사는 마나조차 다룰 줄 모르는 일반인이니까. 그 정도만 되어도 나보단 낫지.”


내가 아무 생각도 없이 뱉은 그 한마디가 무슨 도움이 됐는지 뭔가 다짐을 한 것 같은 눈빛을 한다.


‘···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한창 싸우고 난 뒤라 그런지 그냥 다 귀찮다. 나도 뭔 생각으로 저런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고.


“피곤하다.”


‘자고 싶다.’


아, 자고 싶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수명 깎는 흑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리지에 NEW 16시간 전 0 0 11쪽
9 리지에 24.05.19 3 0 13쪽
8 리지에 24.05.11 5 0 11쪽
» 수명을 바치다 24.04.30 11 1 12쪽
6 수명을 바치다 24.04.27 19 2 11쪽
5 살고자 하면 살 것이다 24.04.22 20 1 12쪽
4 살고자 하면 살 것이다 24.04.20 22 1 12쪽
3 살고자 하면 살 것이다 24.04.15 34 1 12쪽
2 새로운 삶 24.04.15 37 1 11쪽
1 서막- 악당은 악당답게 24.04.15 43 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