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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GIGA 님의 서재입니다.

수명 깎는 흑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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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GIGA
작품등록일 :
2024.04.15 04:12
최근연재일 :
2024.05.12 18:52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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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수 :
48,871

작성
24.04.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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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살고자 하면 살 것이다

DUMMY

4화 살고자 하면 살 것이다 (2)





“어디의 누구에게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법이구나. 원래는 영원토록 고문해 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이라면 널 제자로 받아주마.”

“제자라?”

“네겐 소질이 있다. 내 밑에서 조금만 배우며 분명 강한 흑마법사가 될 수 있겠지.”


웃기지도 않는군. 주술의 기초도 제대로 다지지 못 한 주제에.

나는 속으로 조소하며 저주 하나를 지면에 흘려 보냈다.


“저주의 꽃은 득은 나에게로, 실은 타인에게 떠넘기는 것이지.”

“뭐?”


순간, 몸을 감싸고 있던 검은 언령들이 물에 쓸려나가듯 사라지며, 모든 구속에서 풀려났다.


“어떻게?!”


녀석이 몇 번이고 다시 저주를 날려대나, 무엇 하나 내 몸에 닿는 일은 없었다.


저주가 안 통하는 것을 확인한 녀석은 즉시 마법을 사방에 흩뿌렸다.

나는 모든 마법을 한 끝 차이로 회피하며 말했다.


“마법사들은 항상 최고 효율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지.”


적을 죽이기 위한 최소의 자원, 최대의 화력을 내기에 범위와 위력이 항상 비슷하다.

때문에 공격을 예측하기도 쉬운 것이며, 침투하기도 쉽다.


“저주의 근간은 침투하고, 잠식하는 것. ‘타인’에게 ‘나’를 억지로 끼워 넣어 불균형을 일으키는 행위이다.”

“··· 네놈, 뭐 하는 녀석이냐.”

“그리고 그 저주는 이런 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지.”


이제 막 마력이 형태를 잡아갈 무렵, 미리 보내둔 저주가 발동하기 시작한다.

저주가 술식에 파고들어 혼란을 일으키고, 이내 폭주하기 시작한다.


콰아아아앙!!!


“크아아아악!!”


자신의 마법에 큰 상처를 입은 녀석은 다리를 절며 등을 보였다.

녀석의 모습이 흐릿해지고, 형체를 잃어가려는 순간, 언령을 내뱉었다.


[움직이지 마라.]


나의 언령에 녀석은 꼼짝도 못하고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주술사는 열심히 언령을 풀어보려 노력하나, 아무래도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흐음···. 애매하네. 정말 애매해. 재능은 있는데 말이야.”


꼼짝도 못하고 눈만 굴리는 녀석의 복부에 손을 대고, 마력을 흘려보냈다.


“끄으으으으으!!!!”


입도 벌리지 못하고 신음 소리만 흘리는 녀석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흐음··· 널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죽여···!”

“죽이긴 할 거다만. 그냥은 못 해주겠군.”


나는 다리를 걷어차 주술사를 쓰러뜨리고, 그를 내려다봤다.


“뭔가 숨기는 게 있으면 빨리 해라. 내 인내심은 그리 길지 않아.”

“···흐 너는 엘린이 아니구나.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애초에 납치를 당하는 일도 없었겠지. 내 부하들이 무언가 트리거를 건든 건가?”

“글쎄.”

“이름 모를 주술사여. 내가 저지른 무례를 사과하겠다. 부디 자비를 배풀어주시오. 동지끼리 싸워야 할 이유는 없잖나!”

“흐음··· 더 할 말 없나?”

“크으···흐흐··· 하나 있지.”


쿠웅!


지면이 흔들리며 둔탁한 소리가 울린 직후, 지면에서 푸른 빛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오호··· 이건···.”

“흐하하하하! 걸렸구나!! 본래 이런 곳에서 쓸 힘이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좋다!”


전생에 내가 사용했던 천체 마법을 응용한 마법이다.

제물 그 자체를 자신의 힘으로 전환하여 막대한 마력을 끌어온 것이다.


“느껴지나?! 이 마력의 파동, 대마법사를 초월한 이 힘이!”

“비약이 심하군. 진짜 대마법사를 본 적은 있고?”


과거의 내가 3만 개의 별을 끌어온 것에 비하면 하찮을 따름이다.


“그리고 술식도 그렇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보여주지.”

“···에?”


지면이 흔들리더니, 큐브 조각이 움직이듯 마법진이 세겨진 지면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간의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력량에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치를 넘기면 육체가 분해되어 버리지. 그래서 마력을 통제하는 정신과, 이를 붙잡을 그릇, 그 그릇에 걸맞는 마력. 세 가지의 균형을 절묘하게 맞춰야만 하는 것이지.”


그래, 이는 지금 나의 상태와도 같다.

정신은 대마법사, 기량은 그 이상 어딘가를 바라보는데, 육신은 범인 이하이다.

그러니 마법을 쓸 때마다 육신이 분자 단위로 분해되는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만한 마력은 본신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다. 외부 회로를 이용해 원격으로 다루는 것이지. 바로 이렇게.”


과거 내가 행했던 의식이 이 자리에서 다시금 실현된다.

비록 규모가 작아 한 줄기의 선만이 만들어졌을 뿐이나, 사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한 힘이다.


“···음! 외부 회로 기법이라. 조금 더 가공해 볼 가치가 있겠군.”

“마··· 말도 안 돼···.”

“그게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들어본 말이다.”


빛의 실을 조금 풀어낸다.


‘공간 장악, 마력 통제’


손에 생겨난 작은 구체를 하늘 위로 띄우자, 구체가 점점 커지더니 반경 500m를 덮는 영역이 생성되었다.


그리고는 장악한 마나를 조작해, 반격을 위해 전개하던 녀석의 술식의 해체, 분석, 역산, 침투의 과정을 거쳐 마법을 취소시킨다.


“내 앞에서 그딴 허접한 마법질은 안 통한다. 0.5초 안에 발동시키거나, 내가 역산하지 못할 정도로 복잡한 술식을 써보도록.”

“무슨··· 마법의 신이라도 되는 거냐?”


물론 그건 아니겠지만, 아마 그에 가장 근접한 인간 중 하나이지 않을까.


“뭐, 됐다. 재미는 다 봤으니 슬슬 죽여주마.”


나는 천천히 녀석에게 다가갔다.


“흐··· 흐흐 빌어먹을 부하놈들···. 대체 뭘 잡아 온 것이냐···.”


녀석은 포기했다는 듯, 무방비하게 나를 맞이했다.

이런 녀석이라면 생에 대한 갈망도 강할 줄 아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 아! 맞아. 전혼술. 몸을 갈아탈 수 있는 주술도 만들었었지.”

“···!”

“그걸 믿고 설친 거냐?”


여태까지와는 다르게 진심으로 경악하는 듯한 표정을 짓자 그제야 뿌듯함이 밀려온다.

아무렴, 흑마법의 종사에게 존경하는 마음 정도는 가져야지.


“당신은 대체 누구십니까?”

“나? 아직도 모르겠나?”

“···.”

“나는 카르멘 아스테시아다.”

“진짜··· 진짜 당신이 그 카르멘이요? 정말로?”

“내가 아니면 누가 이런 짓을 할 수 있겠나.”

“여··· 역시···. 살아있었던 것인가!”


역시는 무슨. 나도 내가 왜 살아 있는지 모르겠는데.


“선배, 어차피 전혼술이 있으면 저는 죽지 않습니다. 서로 협력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나는 피식 웃으며 오른손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네놈이 술식 하나만 믿고 설치니 미리 말해주마. 정신을 완전히 무너뜨리면 살아도 산 게 아니지 않겠느냐.”

“···! 기왕 후배를 거두는 건 어떻습니까?”

“싫다.”


단호히 거절을 하자마자 녀석이 자신의 체내에 마력을 응축시키는 것을 감지했다. 아마 자살을 시도하려는 셈이겠으나 이미 이 공간은 나의 영역이다.


따악!


손가락을 튕기자, 마력이 흩어져버린다. 당황하던 녀석은 다시 내게 매달려 빌었다.


“도움이 될 겁니다! 이래뵈도 저는-”

“잔말이 많구나.”


무릎으로 명치를 짓누른 체 오른손으로 녀석의 얼굴을 감싸자 녀석이 발버둥치며 외쳤다.


“끄으으으!! 부ㄷ- 이이름으을!!!”

“안 돼.”


콰지지지지직!!!!


오른손에 피어나는 새하얀 뇌전이 주술사의 뇌를 지진다.

이는 엄연한 저주의 성질을 가진 뇌전, 그냥 맞으면 잠시 정신이 어지럽거나, 머리가 아픈 수준이나, 지속적으로 접촉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끄아아아아아아아!!!”


죽일 듯, 죽이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영혼을 태우는 것이 포인트다.


“끅, 끄르르르륵. 끄어아아”


점차 발버둥이 멎고, 피거품을 물기 시작한다.

이 뇌전에 직접적으로 감전시키는 효과는 적다. 단지 이 뇌전의 효과로 고통이 몇십 배로 증폭되고, 강한 공격을 받고 있다 착각한 몸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자기 보호 기제로 마력이 날뛰며 스스로 죽어갈 뿐이다.


“으··· 아···아아······.”


쌓아온 업이 많을수록 위력도 커지는 기술인 만큼 몸을 갈아타며 오랜 세월을 살아온 녀석에겐 제격이었을 것이다.


“뭐, 다시 만나면 그때는 생각해 보마.”


나 같은 놈은 나도 싫다.

뭔 생각을 하는지 생각을 해야 하는 게 보통 골치 아픈 일이 아니니까.


“이제 나와도 좋다.”


지하 감옥에서 슬금슬금 기어 올라오는 포로들이 난장판이 된 주변을 둘러본다.


“가자, 마차가 있는 곳은 남겨뒀으니.”

“이걸··· 전부 혼자 하신 건가요?”

“쿨럭쿨럭,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나.”


피 섞인 가래침을 뱉으며 손을 휘젓자 난장판이 된 잔해들이 순식간에 양 옆으로 밀려났다.

이거로 빛의 실의 마력은 모두 사용했다. 내가 생각해도 완벽한 계산이었다.


그로부터 조금 걸어가자, 이 난장판 속에서도 멀쩡하게 남아있는 마굿간이 나타났다.

숨어있는 적 같은 건 없었다.

애초에 나를 잡는다고 모조리 끌고 왔다가 몰살당했을 테니까.


“마차 몰아본 사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사실 기대도 안 했다. 당연히 길도 모르겠지.

나는 마력을 허공에 최대한 넓게 퍼뜨렸다. 마차가 오간 흔적을 따라가면 사람 사는 곳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곳도 도적 소굴이면 잡아 죽이면 그만이고.


“으음···.”


감지 자체는 몸에 큰 무리가 가지 않았다. 오히려 이 막대한 양의 마력을 몸에 쌓아두는 편이 훨씬 무리가 갈 것이다.

다만 문제라 하면 마법으로 주변을 날려버린 탓에 흔적이 너무 옅다.


“하아··· 이거 진짜 싫은데.”


나는 오만상을 지으며 손으로 말의 눈을 가리고, 나도 눈을 감아 집중했다.

상대의 기억을 읽는 행위는 나라고 해도 상당히 어렵다.

물론, 말 같은 미물의 정신 방어를 뚫는 것은 간단한 일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더욱 싫다.


기억을 직접 읽으려면 나의 정신을 상대의 심층 세계로 보내야 한다.

즉, 이는 상대방의 정신과 자신의 정신이 맞닿는 것이며, 내가 상대방과 동화(同化)한다는 것과도 마찬가지다.


빌어먹을, 내가 이딴 놈들이 오늘 뭘 처먹었고, 언제 변을 봤는지를 왜 알아야 하는데.

이러고 있으면 나까지 말대가리가 되는 기분이라 더더욱 불쾌하다.


“으··· 진짜 시발···.”


불쾌한 기억을 모조리 지나치고, 내가 바라는 기억을 찾아냈다.

길을 아는 ‘사람’은 없지만, 여러 번 이곳을 오갔을 말들은 남아있으니까.


나는 말들에게 최면을 걸어 저항감을 최대한 낮춘 후, 내가 정해둔 길을 따라가도록 했다.

내친김에 예속의 저주까지 걸어 필요하면 수동으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다.


“후우··· 좀 피곤하군. 빨리 타라.”


비틀거리며 힘겹게 마차에 오르는 이들을 끙끙대며 끌어 올려주는 테오.

나는 그녀를 바라본 후, 하늘을 올려보려다, 그냥 눈을 감았다.


“테오, 너는 마차를 이끌어라. 못 해도 배워 놔.”

“제가 말입니까?”


본래라면 반영구적으로 유지가 가능하나, 이런 몸인 만큼 생각해야 할 변수가 많다.

뭣보다 배워둬서 나쁠 것도 없지 않나?


“저항감은 최소한으로 해줬으니 뭘 해도 네 말을 들을 거다. 천천히 고삐를 잡으며 감을 익혀보도록. 할 수 있나?”

“알겠습니다. 해보겠습니다.”


사실 애초에 거부권은 없었다.

일단은 내 권속으로 계약이 되어 있으니, 강제로 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하아··· 나는 눈 좀 붙이고 있지.”


몸을 억지로 움직인 탓인지, 아니면 과하게 마법을 사용한 탓인지, 온몸이 근육통으로 비명을 지르고, 호흡이 불안정하다.

아니, 호흡 뿐만은 아니었다.

심박, 체온, 시각, 청각, 후각, 아마도 미각도 맛탱이가 가버렸을 것이다.


썩 좋은 징조는 아니다.

본디 질병이란 연쇄적으로 찾아온다.

병과 증상이 중첩되며 육체가 약해지고, 육체는 저항력이 낮아진다.

육체는 점점 약해지는데, 병은 계속해서 강해지니, 결국 죽음에 이른다.

이는 저주와도 일맥상통하는 이론이다.


“··· 하아, 방법을 찾아야겠군.”


일단 최소한 진통제를 놔야 머리가 굴러갈 것 같다.

마력을 차단하고 있을 때는 몰랐지만, 마법을 사용하며 악순환의 기폭이 시작되자 확실하게 느껴진다.


잠이 오지는 않지만 주술을 이용해 억지로라도 잠에 든다.

별일도 없는데, 이런 고통을 감내하는 것 자체가 고문이나 다름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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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 리지에 24.05.12 3 0 12쪽
8 리지에 24.05.11 4 0 11쪽
7 수명을 바치다 24.04.30 9 1 12쪽
6 수명을 바치다 24.04.27 18 2 11쪽
5 살고자 하면 살 것이다 24.04.22 19 1 12쪽
» 살고자 하면 살 것이다 24.04.20 21 1 12쪽
3 살고자 하면 살 것이다 24.04.15 30 1 12쪽
2 새로운 삶 24.04.15 32 1 11쪽
1 서막- 악당은 악당답게 24.04.15 40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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