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른도전기 2부 자유기사전 제78화 그들의 사정
- 제78화 그들의 사정
오랜 세월동안 본의 아니게 마호 섬에 갇혀 마물들과 생존을 걸고 투쟁해온 라담의 신관들. 그들의 죄라면 아마 그들의 부모로부터 태어났다는 것 말고는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황량하고 좁은 마호섬을 벗어나 그들의 조상이 살았던 광활하고 푸른 엘른 대륙으로 돌아가길 원했다.
그리고 마침내 라담의 신관들은 마호섬을 둘러싼 결계를 뚫을 방법을 찾게 되었고 그들이 마법으로 만들어낸 호문클루스로 하여금 대륙의 정세를 알아오게 하였다. 그러나 마침내 그들에게 돌아온 소식은 그들 자신과 조상들 즉, 처음 엘른 대륙을 떠나 마호섬의 봉인을 지키기 위해 희생했던 신관들의 희생은 커녕 존재하였던 사실 마저 지워지고 없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들에겐 더 이상 미래는 없었다. 더 이상 후손들은 태어나지 않았고 운 좋게 아이를 가졌다 하더라도 결국 빛을 보지 못했다.
꿈. 희망. 그리고 좌절.
이것들은 마침내 증오와 분노로 바뀌었고 대륙에 봉인되어 있던 마도시대의 대마도사인 수에둠을 부활시키기로 마음 먹었다.
수에둠은 과거 마도 문명이 극에 달했던 마도시대 당시 13명의 대마도사들중 가장 강력한 힘을 가졌던 마법사였다. 그는 자신의 힘을 맹신한 나머지 그 힘에 빠져 스스로를 지상계의 신 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길은 자신의 특기였던 마물 소환 마법으로 이계의 왕인 마왕(魔王) 나파파를 소환해 그의 마력을 흡수함으로서 인간에서 신으로 탈바꿈 하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었다.
그리고 그의 계획은 성공하는듯 보였다. 비록 마왕 나파파의 진체가 아닌 아바타를 소환했을 뿐이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다행이었다. 마왕은 너무나도 강력해 그의 아바타 만으로도 수에둠 혼자서 흡수하기에는 어려웠던 것이다. 결국 흡수가 아닌 융합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돌린 수에둠은 자신의 본거지인 쏘포르 산맥의 모처에서 신이 되기 위한 마지막 한 발을 내딛게 된다.
하지만 그의 꿈은 결국 이뤄지지 못하고 그를 제외한 나머지 12명의 대마도사들에 의해 다섯으로 분리되어 대륙 곳곳에 봉인되고 말았다.
라담의 신관들은 바로 마왕 나파파의 아바타와 융합하려 했던 대마도사 수에둠의 다섯가지 봉인중 두가지를 부활시키게 되었다. 그 두가지 봉인은 바로 육체와 심장. 이들이 다섯가지 봉인중 두가지만 부활시킨 이유가 있었다.
봉인은 모두 이성, 본능, 마법 즉 지혜 그리고 육신과 심장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 모두를 부활시키는것은 신관들들도 바라지 않는 일이었다. 과거 신이 되려다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대륙에 이계와 연결된 게이트를 열어 수많은 마물들을 불러내었던 수에둠 이었다. 그들 자신도 그 때문에 이와 같은 일을 격게 되지 않았던가.
때문에 수에둠의 이성은 제외되었다. 물론 그의 본능 또한 비슷한 이유로 제외되었다. 수에둠이 꿈꾸던 것은 신(神). 무의식과 본능에 신이 되고자 하는 욕구가 없을 리가 만무하였다. 때문에 봉인을 깨고 부활시킨 것은 수에둠의 거대한 육신과 끝없이 대지에서 마력을 흡수해 육신에 강력한 힘을 불어 넣어주는 심장 두가지 였다. 나머지 하나인 수에둠의 마법은 라담의 신관들 역시 찾지 못하였다.
그들도 오래된 기록에 적혀 있던 대로 그의 마법이 봉인되어 있다던 장소를 찾아가 보았었다. 강력한 육신과 끝없는 마력에 수에둠의 마법이 더해진다면 감히 대적할 적이 없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찾아낸 것은 기초적인 마법서 몇권뿐 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마법을 배우라고 남겨두었던 것처럼 기초적인 마법 입문서였던 것이다. 그나마도 대륙의 인간들이 쓸어간후 숨겨져 있던 몇권을 찾아내었을 뿐이었다.
라담의 신관들이 생각하기로는 봉인된 마법은 고작 마법서가 아니었다. 그랬다면 차라리 마법서를 불살라 버렸지 번거롭고 위험하게 봉인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생각대로 훗날 부활하게된 마왕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도대체 무슨 방법을 사용했는지 결국엔 몇권의 입문 마법서를 가지고 마호섬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문제될 것은 없었다. 대륙은 이미 긴 세월 마법이란 존재를 모르고 살았고 최근 200년 사이에 마법을 복원시키고자 왕성한 연구를 하고 있다곤 하지만 자신들에 비하면 발톱의 때만큼도 못한 실력들 이었다.
결국 수에둠의 육신과 심장 만으로도 충분히 엘른 대륙에 대한 징벌이 가능하리라 생각한 라담의 신관들은 잉크 사막에 봉인되어 있던 수에둠의 심장과 바이스 지하에 봉인되어 있던 육신을 합쳐 부활시키는데 성공하였다.
부활한 수에둠 즉, 마왕은 움직이지 않았다. 몸은 깨어났으나 그 몸을 조종할 머리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충분히 생각했던 일이고 해결책을 마련해 두었다.
융합.
다시한번 수에둠의 육체와 누군가가 융합을 하여 그가 마왕의 육체를 조종한다는게 그들의 계획이었다. 지원자도 있었다.
이실뷰. 그녀는 계속된 난산과 사산으로 인해 육체적으로 쇠약해져 있었다. 게다가 사산의 충격으로 정신마저 멀쩡하지 않은 시간도 많았다. 마침내 이실뷰는 마왕과 융합함으로서 새로운 육체를 얻었고 라담의 신관들은 마왕을 자신들의 뜻대로 조종할수 있게 되었다. 이로서 모든 준비가 끝마쳐진 것이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였다. 처음 마왕과 융합한 이실뷰는 그들의 계획대로 바이스를 파괴하고 남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얼마지 않아 이실뷰가 이상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거나 순간순간 그들의 의사와는 관계없는 행동을 하는것도 부지기수였다. 그리고 그런 현상은 점차 주기가 빨라지더니 바이스를 둘러싼 높고 긴 산맥을 넘어 얼마 안있어서 부터는 하루에 두시간도 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들은 과거 대마도사들중 일인자였던 수에둠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이성과 본능이 분리되어 다른곳에 봉인되어 있다 한들 일개 개인이 조종할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은 실책이었다.
빛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자신의 자식들에 대한 사랑과 안쓰러움 슬픔등을 절망과 분노로 승화시킨 이실뷰는 마왕과 융합한 후, 스믈스믈 다가오는 검은 무엇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조금씩 조금씩 그녀에게 다가왔다. 이실뷰는 소름끼치고 역겨워 보이는 그 검은 존재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지만 사방에서 다가오는 그것을 피할곳은 없었다.
공포, 그리고 공포. 이실뷰의 머릿속에는 온통 두려움으로 가득차 있었다. 저 검은 것들이 자신을 침식해 자신을 잊을것 같았다. 이실뷰는 그 공포에 담아 두었던 비명을 내질렀다.
“끼이야에에엑!”
하지만 결국 이실뷰는 검은 것들에게 휩싸여 버렸다.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보네.”
“점점 이실뷰가 정신을 차리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어. 이대로 가다간….”
“스베, 폰더. 난 두렵네. 그 어둠은 분명 이계의 마왕 나파파가 아니면 수에둠일 것이네, 아니면 그 둘 다 일지도 모르지. 그것들은 결국 이실뷰를 집어 삼키고 저 수에둠의 육신에서 다시 태어날 것이네. 그렇게 된다면 더 이상 우리 뜻대로 따르지 않을 걸세.”
“휠그네…, 늦었네. 우린 이미 돌이키지 못할 길을 왔네. 여기서 멈춘다 하더라도 ‘저것’을 어찌할 방법이 없어. 이실뷰가 말한 그 검은 존재를 우린 알지 못하고 융합한 육체와 심장을 다시 분리해 봉인할 방법도 없네.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하지만은 없네. 우린 벌써 한발을 내딛었고 다시 한발을 내딛었네. 그리고 뒤로 돌아갈수 있는 길은 없지.”
“하지만 자네들도 알지 않은가! 그들의 선택은 어쩔수 없는 일이었어! 마법은 잊혀져야만 했고 우리의 존재는 가장큰 걸림돌이었네. 그들로서는 그 방법 외에는 없었던 거라 생각할수 없는가?”
“그래 알지. 그 쓰디쓴 과오를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선 애초에 마법이란 것이 사라지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그, 그럼?”
“하지만 그랬다면 왜 마법서를 남겨 두었지? 그것도 마법을 접해본적 없는 이도 배울수 있도록 기초 마법서를 말야! 우리의 조상들이 대륙을 떠나올때 대륙에 남은 마법사들은 마도문명을 모조리 지웠다고 했네. 하지만 뭔가! 형편없긴 하지만 이미 대륙엔 마법사들이 생겨났어. 먼 훗날에 또 다시 우리와 같은 일을 겪지 않을 거라 장담할수 있겠나? 우린 뭘 위해 그 고통뿐인 삶을 이어가며 마물들과 싸워야 했는가? 이건 우리를 농락한거란 말이야!”
“폰더의 말이 맞네 휠그네. 그들이 돌이킬수 없는 일을 저질렀듯이 우리 또한 돌아갈수 없네. 이미 우리가 지나온 길 위에 있던 마을들을 모두 파괴하지 않았나? 수많은 목숨이 날아갔네. 그리고 얼마전에는 군대를 전멸시키기도 했네. 아마 우리 앞에도 많은 목숨이 모여 있겠지. 불을 향해 날아오는 나방처럼 말이야. 자, 너무 열내지들 말게. 모든 것은 그분의 뜻대로 될 것이네.”
라담의 대신관중 한명인 휠그네는 나머지 두명이 대신관인 스베와 폰더를 설득하고자 그간 노력했지만 이것은 마주칠일 없는 평행선 이었다. 게다가 애초에 이 일을 막지 못했던 휠그네는 자신 또한 이일에 동참했다는 사실을 자책하며 좀더 적극적으로 그들을 막아서지 못했다. 그것은 어쩔수 없이 그 자신의 마음 한편엔 이들의 생각에 동의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
스베와 폰더 그리고 휠그네는 다시 이실뷰가 정신을 차릴때까지 기다리기 위해 자리를 골랐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고 있는 십여명의 다른 신관들 또한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군대가 모였음을 알고는 있지만 그들이 먼저 자신들을 습격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한데 모여 실낱 같은 목숨을 서로 기대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물론 그들이 먼저 공격한다 할지라도 무섭지 않았다. 그들의 주특기는 원래 전투와 마법, 긴 세월 마물들과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마법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엘른 대륙의 마법사들이 상대할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신관들이 막 자리를 잡으려 할 때였다. 언덕 위쪽에서 갑자기 함성소리가 울려 퍼졌다.
"와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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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갈랑입니다. ㅎㅎ
이번편은 라담의 신관들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히 줄여서 썼습니다. 물론 이들의 이야기도 좀더 길게 하면 좋겠지만 그동안에도 몇번 등장했었고 또 사실 주인공이 안나오면 별로 재미 없잖습니까 ㅎㅎ
그나저나 다음 화는 전투씬 이네요. 5만 대 십수명이라..;;;그냥 밟고가도 끝나지 않을까 라고 쓰면 혼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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