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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엘른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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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09.28 17:31
최근연재일 :
2009.09.2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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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1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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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엘른도전기 2부 자유기사전 제64화 황궁(2)

DUMMY

- 제64화 황궁(2)


잠시후 크리스티앙이 옷을 갈아입고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이들은 문을 열고 나오는 크리스티앙을 보고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방안에 비치되어 있던 머릿기름을 발라 뒤로 넘겨 깔끔하게 정리한 머리. 아무렇게나 덥수룩하게 자라고 있던 수염도 깔끔하게 다듬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가장 놀란것은 뭐니뭐니해도 그가 입고 있는 갑옷!

투구는 착용하지 않았으나 목 아래에서부터 발끝까지 이어지는 풀플레이트 아머. 게다가 속에는 붉은 레더아머까지 받쳐 입었다. 등 뒤에는 보라색 망토까지 둘렀다.

누가 뭐래도 제국 기사의 복장.

“네 이놈!”

옆에 있던 기사가 오른손을 검에 가져다 대며 한발을 내딪고 소리쳤다. 하지만 이내 부시종장의 제지에 막혀 다시 뒤로 물러섰다.

기사 또한 제국의 귀족. 이 기사의 눈에는 크리스티앙이 감히 주제도 모르고 귀족 흉내를 내는 건방진 평민이었다. 하지만 부시종장의 눈에는 달랐다.

“귀하가 어느 가문의 누구인지 알수 있겠습니까?”

부시종장은 일단 정중하게 물었다.

아머는 곳곳이 긁힌 자국이 즐비했고 뒤에 두른 망토는 얼핏 보아도 보통의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보라색은 감히 자신도 사용하지 못하는 색. 어쩌면 앞에 있는 이가 보통 인물이 아닐지도 몰랐다.

크리스티앙은 부시종장의 물음에 망토자락을 움켜쥐고 앞으로 끌어 들어 보였다.

삼각형 모양으로 뭉쳐 있는 세 개의 별. 과거 황제가 어니번의 성을 내리면서 만들어진 문장이었다.

“…설마?”

부시종장은 크리스티앙의 망토에 수놓아져 있는 문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처음엔 그도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다. 하긴 어니번 가문은 크리스티앙이 사용했던 이름인 베네딕트 한명 이었고, 그마저도 몇 년후 종적을 감추었다. 그게 벌써 100여년전 일이었다. 아무리 부시종장의 직책상 대륙의 대부분의 가문의 문장을 외우고 있더라도 사용되지 않은지 벌써 100여년이 지난 문장을 금방 기억해 내는 건 무리였다.

“내 이름은 크리스티앙 어니번. 제국이 어니번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 죄는 달게 받겠습니다.”

크리스티앙도 오랜만에 황궁에 들고 보니 서서히 예전의 예법들이 몸에서 베어 나오기 시작했다.

부시종장은 순간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어니번 가문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인 가문. 지금으로선 기억하는 이도 기사들 말고는 없었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니 어니번 가(家)가 제국 귀족법에서 지워지진 않았다. 당시 황제의 총애를 받았던 젊은 기사인 베네딕트 어니번. 그는 비록 모습을 감췄지만 그가 다시 돌아오길 바랬던 황제는 그를 귀족 명부에서 제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후로 백여년. 어차피 영지도 없는 일개 기사, 황제의 총애를 받았었다곤 하지만 이미 사라진 가문을 다른 귀족들이 신경쓸일은 없었다. 그들에겐 그것 말고도 신경써야 할 일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어니번 가문은 법으로 따지자면 여전히 제국의 기사이자 귀족이었던 것이다.

부시종장의 생각은 길었지만 결정은 순간이었다.

“제국의 기사, 어니번 가문이 다시 폐하의 품안에 들어왔군요! 제국의 복입니다. 그럼 지금부턴 황제 폐하를 알현할 때 지켜야할 예법을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

일단 결정을 내리자 교육이 시작되었다. 원래는 크리스티앙에게 평민의 예법대로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 지시한 거리에서 오체투지 한다음 ‘황공하옵니다 폐하’ 또는 ‘만세 만세 만만세’ 만을 외치다 나오는것을 연습해야 했지만 기사라면 달랐다.

크리스티앙도 자신을 스쿰필 이라고 소개한 기사가 기이한 눈초리로 바라보며 시범을 보이자 하나둘 예전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곤 금세 절도 있는 동작을 취해 부시종장으로 ‘역시 어니번 가(家)!’ 라는 과도한 칭찬을 받았다.

준비는 그리 길지 않았다. 크리스티앙도 금세 기억을 되살려 예법에 익숙한 모습을 보여줬고, 콘라드 대신관과 아브라함 주교는 신관임을 인정해 신관의 예로 황제를 알현하기로 했다.

잠시후 크리스티앙들은 부시종장과의 안내를 받아 황제가 있는 호른 궁(宮) 으로 향했다.


찰그락 찰그락 탁 탁

호른 궁으로 이어지는 길은 여전히 바닥에 요란한 소리를 내는 돌이 깔려 있었다. 잠시후 신호에 따라 반대쪽에 있던 병사들이 문을 열자 크리스티앙들의 눈에 호른 궁이 들어왔다.

울긋불긋한 낙엽이 흔들거리는 나무들과 아름다운 꽃들, 그리고 투명한 물이 솟는 분수. 그리고 그 길을 따라 돌계단을 오르면 보이는 하얀색의 궁전.

크리스티앙의 기억과는 약간 달랐다. 예전에는 이런 화원은 없었고 그저 판판한 마당이어서 당시에는 황제와 기사들이 이곳에서 서로 무용을 뽐내곤 했었다. 그때는 대수림과 쏘포르 산맥의 마물들이 종적을 감추면서 나라간에 국경을 바로 하고자 서로간에 전투가 끊이지 않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랬는지 몰라도 이미 국경이 안정된 지금에는 이렇듯 아름다운 정원으로 변해 있는 것이었다.

크리스티앙들은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높은 계단 위로 뾰족하게 솟은 호른 궁. 호른 궁의 이름은 이런 뾰족한 모습을 보고 뾰족하다는 뜻의 호른을 따와 지은 이름이었다.

나이가 있는 콘라드 대신관이 조금 힘에 겨워 하는 모습이었지만 옆에 있는 아브라함 주교의 부축을 받아 궁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 섰다.

부시종장이 문옆에 달린 작은 창으로 안에 뭐라 말하자 문 너머로 뭐라뭐라 하는 큰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후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긍 끼이익

문이 열리며 빛이 궁 안으로 스며 들었다.

평평한 석판이 깔린 궁 내부. 양쪽으론 병사들과 기사들이 시립해 있었고 가운데에는 붉은 카펫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카펫이 이어진 곳을 보니 다른곳보다 몇계단 높은 자리에 기형적으로 등받이가 높은 돌로 만든 황좌가 있었다. 그리고 거기엔 다름 아닌 노르드의 황제가 앉아서 크리스티앙 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붉은 카펫을 따라 안으로 들어간 크리스티앙과 두 신관은 연습했던데로 황제에 대한 예를 올렸다.

“황제 폐하 만만세!”

셋이 한 목소리로 외치자 황제는 손을 들어 화답하고는 옆에 있는 이에게 뭐라 말을 건넸다.

“황제폐하께서 이르기를 ‘콘라드 대신관은 무슨 일로 짐을 보길 청했는가’”

“존경하는 황제 폐하. 좋지 못한 소식을 전하게 되어 황망하옵니다.”

“황제폐하께서 이르기를 ‘어찌 그러한가?’”

“얼마전 각지에 있는 신전들을 공격한 무리가 있었습니다.”

“황제폐하께서 이르기를 ‘짐 또한 그 간악한 무리를 알고 있느니라.’”

“노르드에 폐하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으니 어찌 모르시겠나이까. 신전에서는 얼마전 옆에 있는 어니번 경의 도움으로 그들의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대신관이 말을 멈추자 황제는 손을 들어 계속 하라고 했다.

“그들은 과거 잊혀졌던 라담 신의 신관들로 자신들이 대륙으로부터 버림받았다 생각하고 평화로운 엘른 대륙을 파괴할 흉악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황제폐하께서 이르기를 ‘그것은 오래전 가이아를 따르던 신관들이 저지른 일이 아닌가?’”

콘라드 대신관과 아브라함 주교의 얼굴이 놀람으로 물들었다. 황제는 이미 라담이란 신과 신관들 그리고 마도시대가 끝나고 가이아 신전에서 행했던 일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두 신관이 놀라는 사이 아무말이 없자 다시 한번 황제의 입이 열렸다.

“황제폐하께서 이르기를 ‘놀랄것 없다. 내 땅에서 일어나는 일, 내가 모르는 것은 없느니라.’”

그동안 신관들이 고민하던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미 황제는 적의 실체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크리스티앙도 잠깐 놀랐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바이스인들도 몰래 비밀서고를 만들어 크리스티앙으로 하여금 진실을 알게 하였다. 그렇다면 노르드나 그 외 여러 나라에서도 비밀리에 진실을 계승하고 있었을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실제로 황가에는 일반인들이 몰랐던 비밀이 전해내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은 노르드의 황가에도 대륙에 이러한 숨겨진 진실이 있었음을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300여년전 영웅 테스들의 활약이 널리 알려지면서 잊혀진 진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선조들이 숨겨 놓은 비밀을 찾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공표하진 않았다. 대륙은 이미 평화로웠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를 과거의 진실은 대대로 황제에게만 전해진 것이다.

두 신관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원래는 대륙에 공동의 적이 생겼음을 알리고 다 함께 힘을 합쳐 적을 몰아내야 한다고 말하려 했었다. 하지만 먼저 황제가 신전에 책임을 전가해 버리니 두 신관이 꿀먹은 벙어리가 되버린 것이다.

하지만 신전의 힘만으론 이 사태를 어찌할 단계는 지나 버렸다. 아니 애초에 그들에겐 그럴 힘이 없었다.

크리스티앙은 두 신관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자 직접 나섰다.

“폐하, 신이 한말씀 올리겠습니다.”

“황제폐하께서 이르기를 ‘경은 누구인가?’”

“저는 크리스티앙 어니번 이고 조부는 베네딕트 어니번입니다. 조부께선 당시 공을 세우고 황제폐하께 성을 하사받으셨습니다.”

“황제폐하께서 이르기를 ‘알았으니 말하라.’”

아마 황제도 크리스티앙이 누군지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부시종장이 그냥 넘겼을리는 없을 터이니 말이다.

하지만 황제는 크리스티앙에게 별다른 말은 건네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를 부정하지도 않았다. 이것은 크리스티앙이 어니번의 성을 가지는건 인정하지만 황제의 신하로는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수 있었다. 그의 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성과 문장을 사용한 크리스티앙을 크게 벌했을 것이고, 그의 신하로 인정했다면 그의 풀네임을 부르며 적당한 미사 여구를 붙여 말했을 것이다.

이로서 크리스티앙은 제국의 귀족은 맞으나 황제의 신하는 아님을 공식적으로 기록될 것이다. 로드(군주)가 없는 기사, 바로 자유기사인 것이다.

-----------

안녕하세요 갈랑입니다.

2부 부제가 왜 자유기사전 인지 나왔습니다. 에...기사가문이니 기사는 기산데 무슨 섬기는 주군도 없고 직책도 없으니 그냥 떠돌이 자유기사인 겁니다;; 별로 대단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ㅜㅜ

그건 그렇고 요며칠 c9 라던가 허스키 익스프레스 와 같은 신작 게임들이 오베를 시작했습니다. 저도 허익을 좀 했는데 재미있더군요; ㅋ 연재에 차질이 없었으면 합니다만 글쎄요...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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