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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님의 서재입니다.

도금 (리얼 마케터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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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318
작품등록일 :
2016.10.25 19:10
최근연재일 :
2016.12.23 15:20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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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0
추천수 :
283
글자수 :
322,857

작성
16.10.2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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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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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9화 _ 사스

DUMMY

"난리가 나다니? 도대체 무슨 말이야?"


"아 이놈이 모르는 척 하는 거야 아님 진짜 모르는 거야?"


"좀 알아 듣게 말해봐. 무슨 일인데? 유학원에 무슨 일 생겼어?"


"유학원에 무슨 일 생겼지. 그보다 니가 더 위험한 거 아냐?"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말투다.

언제나 해맑은 후니형이 저러는걸 보면 분명 큰일이 있다.


"난 아무일 없어. 무슨 일인지 차근차근 말해봐"


"지금 중국에 '사스' 때문에 난리잖아"


"뭐? '사스'?"


"그래 '사스' 지금 사망자 엄청 나게 늘고 있고 전염 속도도 빠르다며?

너 진짜 괜찮은 거 맞아? 지금 그것 때문에 유학원에 부모님들 오셔서 난리야"


"지금 처음 들었어. 한동안 너무 밖을 안 돌아 다녔나?"

"일단 알아볼게. 그리고 유학원 통해서 온 애들 상태도"


"유학원 통해서 온 애들은 일단 안전한 듯 보여, 부모님이랑 대부분 통화 된 상태야"


순간 우리 부모님이 생각났다.

우리 부모님도 아마 날 엄청 걱정 하고 계실 것이다.


"알았어 무슨 일이든 빨리 해결할게"


중국에 온 뒤로 너무 부모님과 통화를 안 했다.

통화를 자주 했다면 미리 알았을 내용인데, 일단 부모님께 전화가 우선이다.


"여보세요"


"아 아버지 집에 계셨네요? 저예요 한이"


"한이? 설마 너 아직 안 죽은 거야?"


역시 우리 아버지시다. 좋은 말은 안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설마 살아있냐는 말이 나올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전혀 걱정 하지 않으셨다던 말투다. 다행이다.


"네. 아버지 기대완 다르게 아직은 살아있네요. 엄마 좀 바꿔주세요"


"됐어. 니 엄마 너 걱정된다고 며칠 동안 잠 한숨 잘 자더니 지금은 사우나 갔어.

엄마 오면 너 살아있다고 전해 줄게. 언제 올 거냐?"


"일단 정리되는 데로 바로 들어 갈게요"


일단 집은 통화가 됐다. 이제 유학원을 통해 들어온 아이들을 확인해야 한다.



한산하다 못해 스산한 거리.

숨쉬는 것조차 조심스런 긴장감.

길가에 쓰레기 조차 반가울 적막함.

어쩌다 보이는 사람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온몸을 보호한다.

학교로 가는 길이 오늘따라 너무 멀다.



"남쪽에 한 아파트는 공안에서 통제해서 못나오게 하고 건물 전체에 불을 질렀데"


"지금 중국에서 인구 줄이려고 일부러 '사스'를 퍼트린 거래"


"담배를 피면 ‘사스’에 걸리지 않는데"



학교에 도착하니 여기저기서 괴담이 귀로 흘러 들어왔다.

말 그대로 괴담이다.

진실이 아니다.



드디어 학생들이 보인다.



"다들 무사하니?"


"빨리 한국 가고 싶어요"


"엄마가 학비 환불 받으라는데요"


"엄마가 그냥 다 버리고 내일 당장 몸만 오래요"


"오늘이라도 한국 가고 싶은데 비행기 표는 어떻게 구하죠?"



아이들은 다들 무사했다.

하지만 이미 공포에 질릴 데로 질린 모습이다.

나보다 두세 살 어린 동생들 이지만, 나는 유학원의 대표이다.

두세 살 많은 형이 아니라 대표 다운 모습으로 아이들을 진정 시켜야 한다.


"학교랑 미팅 좀 하고 올 테니 다들 어디 가지 말고 잠시만 기다려봐"



학생들을 잠시 모아두고 학교와 상의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떴다.

일단 시급한 것은 아이들의 귀국 문제지만,

나에게 시급한 것은 귀국 시 학비 문제와 향후 재입학 문제였다.


"지금 '사스' 때문에 한국에서 학생들의 귀국을 원하고 있습니다."


학교와의 미팅은 비교적 빨리 마무리 되었다.

'사스'는 중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두려워하고 있는 전염병이다.

내가 뒤늦게 알았더라도 이미 유학생들에게 필요한 학교측의 조치는 마무리된 상태였다.

내 생각보다 상황이 훨씬 좋지 않다.


학교에서 정한 내용을 보니 일단 학비와 기숙사비 등은 환불 불가이다.

대신 증서를 하나 만들어주고 향후 '사스'가 마무리 된 후

학생들이 돌아오면 연결해서 인정을 해준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만들어진 학교의 규칙을 바꿀 수는 없다.

나의 완벽한 실수이자 패배였다.

일을 처음 해보는 나로서는 일이 잘되게 하기 위한 생각 밖에 없었다.


그 시절 나는 일에 있어 성공이란 단어 밖에 몰랐다.

자만심에 앞만 보고 달려 갔던 ‘타이타닉’ 처럼

나의 성공에 대한 자만심은 ‘실패’란 단어를 배제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일은 성공도 중요하지만 실패도 중요하다.

그 말인즉 실패 했을 때나 돌발상황이 발생 했을 때를 대비한

대처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당연히 유학 프로그램을 만들 때도 학교와 학생을 설득해 일이 성공할 것만 염두 해두었지 문제가 발생 했을 때 대응 방안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지금이야 문제가 발생하면 대응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도 즉흥적으로 판단하고 대응 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 갖추어 졌지만 그 시절 나는 강한 바람을 만난 갈대처럼 그저 흔들리는 것 이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또 다시 고민을 했다.


'이 사태를 해결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선택은 비교적 간단했다.

정답만을 강요하는 이 사회에서 학교를 벗어난 이후에 정답이라고 정해진 것은 없다.

학교를 벗어나면 정답을 벗어나 선택의 세계를 접하게 된다.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최선의 선택이 정답에 가까운 선택인 것이다.

이번 선택은 주어진 예시가 별로 없기 때문에 간단하다.


공허한 방안

방 중앙 작은 화로에는 불이 타오르고 있다.

중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정리파티를 하기 위해 마트에서 미니 화로대를 사왔다.

미니 화로대에서는 분노를 머금은 불꽃이 무섭게 피어 오르며 삼겹살을 휘감고 있었다.


나의 선택은 이렇게 비교적 간단했던 것이다.

'공수래공수거'

나의 이익금으로 학생들에게 학비를 전액 환불해 줬다.

그리고 후니형에게 양해를 구해 형의 이익금으로 학생들에게 비행기 티켓을 끊어 주었다.


지금 방안에서 삼겹살을 분노의 불꽃으로 휘감고 있는 바로 저것은 최고급 참나무숯보다도 훨씬 비싼 3억 원짜리 종이 증서다.

위 학생은 학비와 기숙사비를 지불 했다는 내용의 증명서

'사스'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일이고, 끝이 날지 안 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저것이 가장 보람되게 쓰일 방법은 나의 마지막 중국파티를 빛나게 해줄 삼겹살을 익히는 일인 것이다.


나는 항상 말한다.


"세상엔 더 맛있는 고기가 있을 뿐 맛없는 고기는 없다."


그날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삼겹살이 맛없다고 느낀 유일한 날로 기억된다.


그래도 난 그날 이후 특급 아이템을 장착하게 되었다.


성공해 본 사람은 또 성공 할 수 있다는 성공인자.


'공수래공수거'


내가 일로서 경험하면 정말 가슴 아픈 말이다.

이렇게 중국에서의 일은 일장춘몽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하루 종일 뒹굴 거리고 있었다.

일단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듯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

굳이 나만의 시간이 필요 했다기 보다는 진정 격렬하게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첫날은 24시간 상영 극장에 가서 당시 하고 있던 모든 영화를 봤다.

모든 영화를 봤다는 표현 보다는 모든 영화의 상영관에 들어갔다는 표현이 적당해 보인다.

처음 한두 편의 영화를 제외 하고는 거의 자다가 나왔으니.


둘째 날은 동네 뒷산에 올라갔다.

중국에서 얼마나 운동을 안 했는지 해발 100미터도 안 되는 산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저 뒷산에 오르는 게 너무 숨이 차서 정상에 도착하는데 1시간이 넘게 걸렸다.


한국에 온 셋째 날. 바로 이 날부터가 시작이었다.

격렬하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뒹굴 거린게.



"사장님 전화 왔습니다. 사장님 전화 왔습니다."


지금 이 소리가 벨소리 라는 걸 단번에 알아 냈다면 당신은 이미 아저씨 아니면 아줌마다.

기억 조차 오래되어 화석이 돼버린 추억의 '애니콜'에서 흘러 나오는 32비트의 벨소리를 알고 있으니 확실하다.


내 전화 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후니형 뿐이다.

이 전화는 후니형일 것이다.


"여보세요"


"한아 푹 쉬었냐? 한 3일 쉬었으면 이제 나와라"


"더 쉴래. 진짜 격렬하게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


"나중에 쉬고 나와라. '차둘리'가 너 들어왔다고 선물 준비 했단다."


"선물? 무슨 선물?"


"오늘 밤 나이트에서 여자 100명 부킹 시켜 준데. 후딱 준비하고 나와라"


"아 이인간아 아직도 나이트 다니냐?"


후니형은 계속 나한테 미안해 한다.

환불은 같이 부담해야 하지 않았냐고 하는 이유인데 내가 돈을 쓸데가 없어서 이익금이 그대로 있었고,

학생 신분에 큰 돈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더군다나 나 도와준다고 집 팔아서 투자한 형에게 손해를 주기가 싫었고, 유학원으로 어느 정도 이익을 낸 후 아버지에게 인정 받은 후니형의 행복을 지켜 주고 싶었다.

덕분에 후니형이란 사람을 완전한 내 사람으로 만들게 되었고, 지금 이렇게 괴롭힘 당하고 있다.


"진짜 미안한데 나 여자 만나고 싶지도 않고, 이젠 나이트 가면 음악 소리 시끄러워서 머리만 아파. 내 몫까지 형이 재밌게 놀길 바래"


"룸에만 있을 건데 머리 아플게 뭐가 있어. 마이 팅겼다 아이가 고마 나와라"

나름 웃길라고 패러디 까지 동원해서 말하는 것 같다.


"설마 그거 '친구' 따라 한 거 아니지? 중국에서 온 나도 안 하는 그거?

그리고 형도 이제 철 좀 들어라 여자가 무슨 한정식 일식집 코스 요리도 아니고,

가만이 방에 앉아 들어오는 데로 받아 먹는 음식이냐? 나이트 좀 끊어"


"한아 너 말이 좀 심하다. 알았다 그만 통화하자"

후니형이 기분이 상한 건지 애매한 말투로 이야기 한다.


"형 화났어? 농담이고 피곤해서 그래"


"됐고 기분이 좀 안 좋으니 하루 동안 통화 금지다. 끊는다"


굉장히 통쾌하다는 듯이 승리의 미소를 머금고 전화를 끊는다.

우리가 무슨 애인 사이냐?

하루 동안 통화 금지라는걸 자기 딴에 벌이라고 생각하고 끊다니.

아직 까지도 적응이 안 된다.



5분이나 지났을까?


"사장님 전화 왔습니다." "사장님 전화 왔습니다."


"아 진짜. 하루 동안 통화 하지 말자며, 계속 쉰다는데 귀찮게 할래?"

나도 모르게 조금은 짜증이 섞인 말투로 전화를 받았다.


"김한씨 핸드폰 맞습니까?"

낮게 깔린 중저음, 예의를 갖춘 듯 하면서도 상대를 누르는 억양.


'누구지?'

순간 머리 속이 복잡해 졌다.


분명 내 번호는 후니형 밖에 모를 텐데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나에게 전화를 한 걸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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