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318 님의 서재입니다.

도금 (리얼 마케터 성장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드라마, 일반소설

완결

318
작품등록일 :
2016.10.25 19:10
최근연재일 :
2016.12.23 15:2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22,013
추천수 :
283
글자수 :
322,857

작성
16.10.25 19:14
조회
1,189
추천
15
글자
5쪽

프롤로그

DUMMY

여느 때와 다름 없이 한산한 이 곳 주말


퀘퀘한 냄새가 나고 미세먼지 농도를 잰다면 긴급재난문자가 날라 올 수치가 나올 것이다.


지금 이 곳 저 멀리서 한 여성이 걸어온다.


긴 생머리, 짙은 갈색의 눈동자, 이슬만 먹을 것 같은 여린 피부,


꾸민 듯 하지만 자연스레 헝클어진 옷 매무새


보는 것 만으로도 나를 취하게 만들 것 같은 여자.



맞다 학생이다. 불금을 즐기고 이슬이 덜 깬 상태로 나온 학생


이 곳 경력 1년 차,


이제 나도 학생과 디자이너, 아줌마 정도는 구분할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



“저 삼촌, 이번에 신상 디자인 한 개 잡을라고 하는데 샘플 좀 살께요.

이 원단 레드1야드 하고 저 원단 핑크 1야드, 그리고 저 쪽 원단은 새로 나온 건가요?

아이보리 1야드만 주세요”


입을 열자 새벽까지 이슬을 잔뜩 품고 있던 향기가 한평반 남짓한 이 곳을 점령한다.



“......”


이슬향기에 차마 입을 열고 싶지 않아 못들은 척으로 일관한다.



“저 삼촌 안 들리세요? 이 원단 저 원단 저 쪽 원단 1야드씩 달라고요”


이슬의 세례를 받은 입이라 그런지 점차 공격적인 말투로 변해간다.



“소매 안 해요”


더 이상 응대하기 귀찮아 대놓고 거부를 표시했다.



“저 디자이너 라니까요. 신상 잡을라고 나왔다고요”


취해서 일까? 저렇게 눈빛 하나 안 변하고 말하는 학생은 오랜만이다.



“어디에서 근무하세요?”



“XX패션 디자인 팀에서 나왔어요”


당돌하다. 요즘 학생들은 거짓말 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듯 하다.


이슬의 영향인지 자신감까지 충만하다.



‘진짠가?’


순간 어리둥절한 나의 표정을 보며 학생은 이미 승리의 기쁨을 만끽한 표정이다.


“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학생이다.


‘너 뭐냐?’ 하는 눈빛으로 날 쳐다본다. 이럴 땐 무언가 말을 해야 이 분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


“소매 안 해요”


그래 이제 저런 건 씨알도 안 먹힌다.


얼마 전 왔던 학생은 누구 것인지도 모를 명함까지 주고 갔다.




보통 토요일엔 매장 문은 열지만 사장님들은 나오지 않는다.


거래처들이 쉬기 때문에 나와야 만날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날 나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패션계열에 다니는 학생 아니면,


집에서 취미 생활을 하는 아줌마들이다.




사장님들이 나오지 않아 저런 소매를 하게 되면 대부분 매장 직원들이 용돈으로 갖는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곳 시장에 내려오는 아름다운 전통? 관습? 뭐 그렇다.


하지만 이 곳 시장 대부분은 소매를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귀찮다.


3천원 4천원 벌라고 그 무거운 원단 더미를 내려서 1야드 자르고 다시 그걸 제 자리에 올리는 일이 훨씬 귀찮기 때문이다.



퀘퀘한 냄새가 나고 미세먼지 농도를 잰다면 긴급재난문자가 날라 올 이 곳.


지독하리만치 사람냄새 풀풀 풀리는 이 곳은 바로 원단시장. 나의 직장이다.




“이번에 똥팔이형 결혼할 때 거기 사장님이 집이랑 차랑 다 사주셨대”


“거기 쭌이형은 저녁에 시장 다니기 힘들다고 오토바이 한대만 사달라고 했다가

거기 사장님이 위험하다고 차 사줬단다”


“우리 부장 형은 이번에 샘플 만든다고 일본에서 자켓이랑 천만 원 어치 사왔는데,

사장님이 원단 샘플 만들 때 주머니만 조금 있음 된다고 그냥 다 입으라 하시더라”


흙수저들만 모여 있는 이 곳에도 흙수저를 도금해서 새롭게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


물론 지독하리만치 사람냄새가 나는 이 곳에서


도금을 하는 방법은 소위 말하는 고시패스, 또또당첨, 창업이 아니다.


성실히 일하면서 좋은 사장님을 만나고 사람냄새를 넘어 가족냄새를 풍기면 인정을 받게 되고


그 인정은 결국 흙에 금칠을 하게 만들어준다.


이 곳의 사장님들 대부분이 등짐부터 지고 올라와서 사람이 걸릴 수 있는 모든 근육의 근육통을 다 경험해보고 자수성가 하신 분들이라 성실함을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시기 때문이다.


이런 원단시장에 나는 1년이라는 사람냄새를 풍기기엔 조금은 빠른 시간에 나름 흙에 금칠 할 만한 차례에 도달했다.


하지만, 그 일 때문에 기회가 사라지고 말았다.


며칠 전 그 사건으로 인해서.




- 본문 중 -




지금부터 흙에 금칠 할 뻔한··· 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도금 (리얼 마케터 성장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1 50화 _ 건강을 팔아라(4) 16.12.23 234 6 9쪽
50 49화 _ 건강을 팔아라(3) +2 16.12.21 247 3 16쪽
49 48화 _ 건강을 팔아라(2) 16.12.19 234 3 15쪽
48 47화 _ 건강을 팔아라(1) +2 16.12.16 299 3 14쪽
47 46화 _ 데이트 16.12.14 360 3 15쪽
46 45화 _ 맞춤컨설턴트 16.12.12 248 3 17쪽
45 44화 _ 방향성 16.12.09 231 3 16쪽
44 43화 _ 더 나은 삶에 대한 욕망 +2 16.12.07 341 4 16쪽
43 42화 _ 소비패턴 16.12.05 256 3 16쪽
42 41화 _ 또 다른 시작 16.12.02 338 5 16쪽
41 40화 _ 食판 16.11.30 335 4 17쪽
40 39화 _ 위기 +2 16.11.28 374 4 16쪽
39 38화 _ 결승전 +1 16.11.25 421 5 16쪽
38 37화 _ 자기 밥그릇은 자기가 +2 16.11.23 392 6 14쪽
37 36화 _ 자장면 +2 16.11.21 280 4 17쪽
36 35화 _ 수퍼먹방K +4 16.11.18 284 8 17쪽
35 34화 _ 모자람은 무언가를 채우기 위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 +2 16.11.16 479 7 15쪽
34 33화 _ 변수는 변수일 뿐 16.11.14 320 4 17쪽
33 32화 _ 먹트리오 +2 16.11.11 292 8 17쪽
32 31화 _ 식욕을 팔아라 +2 16.11.09 366 5 14쪽
31 30화 _ 미션임파서블 +2 16.11.07 386 4 18쪽
30 29화 _ '희망'이라는 이름의 가치 +2 16.11.04 568 4 17쪽
29 28화 _ 같지만 다른 제품 16.11.02 498 4 17쪽
28 27화 _ 공유가치창출 16.10.31 363 9 15쪽
27 26화 _ 법률 확인? 16.10.31 409 5 15쪽
26 25화 _ 광고? 홍보? 16.10.28 341 5 15쪽
25 24화 _ 하태인데 하태아닌 하태같은 16.10.28 442 4 15쪽
24 23화 _ 정주나 + 박날라 + 王자 = ? 16.10.28 505 7 16쪽
23 22화 _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보다 무서운 놈 16.10.28 376 5 14쪽
22 21화 _ 입사시험(4) 16.10.28 333 5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