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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님의 서재입니다.

도금 (리얼 마케터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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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318
작품등록일 :
2016.10.25 19:10
최근연재일 :
2016.12.23 15:20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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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6.10.25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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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화 _ 엄마의 은혜

DUMMY

“한아 아무 걱정 하지 말고 있어. 바로 형 보낼게”




드디어 도착한 이 곳엔 수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입에서 연신 침을 흘리며 사람도 잡아 먹게 생긴 개를 끌고 다니는 군인들.


각종 장비와 무전기, 총으로 무장하고 사람들을 감시하는 공안들.


흙으로 지어진 듯 보이는 색이 바랜 황토색 벽.


빛이 바랬지만 줄지어 정렬된 타일.


초조하고 긴장된 나는 어느 한 곳에 시선을 집중 못하고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나는 뒤통수로 몰려오는 엄청난 고통을 느꼈다.




“김한···죽고 싶냐?“



지금 형을 마중 하기 위해 공항에 나와 있다.


형이 온 걸로 보아 나의 이야기가 엄마를 통해 전달이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형은 가지고 왔을 것이다.


내가 죽지 않을 수 있는 그 것.


어릴 적부터 너무나 자상하고 아들들에겐 자신의 심장이라도 주실 수 있는 사랑을 주셨던,


항상 아들들을 먼저 생각하셨던 엄마의




“형···혹시···가져왔어?”







아 이 인간 동생한테 말도 없이 또 때린다. 형만 아니었어도 진짜.


“가져왔어 기숙사로 가자 택시 잡아라”


이 인간이 형인 게 진짜 행복하다. 마음 속에 형에 대한 존경의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형은 가져왔던 것이다.


머나먼 중국으로 1시간 반이라는 엄청난 비행시간을 견디며 죽을지도 모를 동생을 위해


우리 두 형제만 바라보며 사시는 엄마의




비상금을



난 방황 비슷한 것을 하는 시기에 다음학기 학비까지 아낌없이 성실하게 다 썼다.


하지만 지금 엄마와 형의 비밀 작전에 의해 아버지께 맞아 죽을 위기를 넘긴 것이다.



어린 시절이라 그랬을까?


아니면 새로운 땅에서의 감각이 없었기 때문일까?


중국 돈 100위안은 당시 환율로 한국 돈 18000원.


한국에 있을 때는 만원 한 장 쓸 때도 손이 덜덜 거렸는데,


중국에서는 10위안 20위안씩 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백 위안, 이삼천 위안도 아주 쉽게 쓰게 됐다.



방황이란 이름 하에 이슬만 먹는 민족이 양주에 손을 대서 그런 듯 하기도 하고


아니면 위안화라는 숫자 싸움에 둔감해서 인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난 아버지께서 미리 주신 다음학기 등록금 까지도 아낌 없이 다 써서


아버지에게 맞아 죽을 일만 남은 상태로부터 기사회생하게 된 것이다.




“형 이제 도착했어, 여기가 바로 ‘영화 마지막황제’에 나왔던 자금성이야. 빨리 들어가자”


“이번엔 니네 둘이 갔다 와라. 난 저기 벤치에 앉아 있을게”



후배와 함께 나를 구원하러 온 형을 위해 북경 나들이 중이다.


하지만 시작이 안 좋았다.


만리장성으로 시작한 게 큰 실수였던 것 같다.


만리장성엔 케이블카가 있었지만, 사나이로 태어나 만리장성 한번 밟아 봐야 하지 않겠냐며,


우린 직접 걸어 올라가는 것을 택했었다.


좋았던 시간은 딱 10분 이었다.


가도가도 같은 성곽.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아무리 걸어도 항상 같아 보이는 그 곳.


이 곳은 흡사 평범한 우리가 사는 인생과 같다.




아무리 노력해도 크게 달라지는 것 없이 매일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열심히 달리지만,


돌아오는 것은 딱 먹고 살 수 있는 정도 일뿐.


주인이 이쁘면 맛있는 거 하나 더 주는 것처럼


수익이 좋아서 주주들이 기분이 좋으면 성과급 좀 더 주는


우리의 평범한 인생.


‘만리장성을 30대 40대에 걷는 다면 더 많은 것을 느끼지 않을까?’




“난 이제 포기다. 역시 만리장성은 책으로 봐야 하는 것이었어”



한국에서 이슬과의 전쟁을 치르느라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형은 더 이상 만리장성을 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시간을 보니 만리장성에서의 시간이 2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우린 일정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 자금성으로 향한 것이다.


중국은 정말 스케일이 크다.


이 곳 자금성 조차 끝이 보이지 않는 다 똑같이 생긴 건물들로 가득하다.


형 후배를 보여줄 목적으로 감상 없이 달리 듯 끝을 보고 뛰어 오는데 걸린 시간이 1시간.


몰론 나도 많이 힘들었지만,


내가 힘들면 이런 것을 보기 위해 중국에 온 형 후배는


그냥 술만 마시다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힘들다는 표현을 할 수가 없었다.


그 후배는 이슬이 지겨워 백주를 마시려고 비싼 돈 들여 중국에 온 것은 아닐 것이니까.


사실 그게 목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자금성도 어마어마한 스케일로 나를 압도 하였다.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굳이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좀 심하게 많이 큰 경복궁.




높이 일이백 미터쯤 되어 보이는 산이라 하기엔 좀 애매한 언덕.


그 곳에 세상 모든 것을 감시하듯 하늘에 닿아 늠름하게 서 있는 궁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호수 위엔 몇 백 명이 탈 법한 엄청난 유람선이 떠 다니고 있다.



우린 마지막 코스인 ‘서태후’의 여름 별장 ‘이화원’에 도착 했다.


이화원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후 나는 이화원의 풍경이 아름답다는 생각 보다는


중국 대륙인들의 스케일에 압도 되어 겸허해 지고 있었다.



건설 중장비 같은 것이 없었던 시절 호수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땅을 팠고,


그 흙으로 산을 만든다음 산 위에 별장을 지은 것이라니.


저 바다와 같이 끝이 안 보이는 호수가 인공 호수 라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이화원’을 보는 사람이라면 아마 모두들 겸허해 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중국 관광지들은 관광지로서의 매력이 참 좋다.


모든 것들이 엄청난 스케일로 압도하며, 들어가는 순간 먼저 사람을 겸허하게 만든다.


이 겸허한 마음을 가지게 되면 공손해 지고 호감이 생기며,


호감이 생긴 대상은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인다.


이 강력한 첫인상의 힘을 엄청난 스케일로 지니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보고 싶게 하고 찾아오게 해야 되는 관광지로서 그 매력은 실로 엄청난 무기인 것이다.




“한아 다리가 너무 아파서 도저히 못 걷겠다. 우리 보트나 타자”



형이 이 말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형이 그럴지 알고 중국어로 보트를 공부해 왔다.


난 항상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미리 걱정을 하고


그 일이 일어났을 때의 사람의 반응을 생각해 본다.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모른다.


상대방도 사람이기 때문에. 알 수 없는 것은 항상 두렵다.


그 반응이 두려워 항상 조심하게 되고 겉으로 두렵지 않은 척 애쓴다.



형이 보트를 타자고 했을 때, 내가 보트를 중국말로 몰라 못 탄다고 하면


형의 반응을 정확하게알수는 없지만, 결코 좋은 반응은 아닐 것이다.


형이 내가 동생이라는 게 같이 온 후배에게 부끄러울 수도 있고.


하지만 난 ‘보트’를 중국어로 공부해 왔고, 지금은 문제 없이 해낼 자신도 있다.



“알았어, 호숫가 따라 가다 보면 대여소 나오겠지”



‘호수를 따라 가다 보면 보트를 대여하는 곳이 나오겠지’ 라는 생각으로 호숫가를 걸었다.


드디어 보트 라고 써있는 표지판을 발견했다.


보트라는 말만 공부해 왔기 때문에 다른 많은 글들이 있었지만, 당연히 읽지 못했다.


난 말만 할 줄 아는 사람이니까.



보트를 발견 했다고 해서 바로 대여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분명 조금 만 더 가면 더 싼 곳이 있을 수 있다.


보자마자 가격 비교도 없이 보이는 데로 하는 사람은 하수이다.


역시 나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20여미터 남짓 떨어진 곳에 보트 라고 써있는 곳이 또 있었다.


아까 집은 1시간에 30위안, 이 집은 20위안.



역시 고수는 가격비교를 통해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한다.


발 품을 판다는 것 노력은 언제나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 라고 어릴 적 배웠지만,


성인 된 나는 중국 땅에서 성인이 다시 알아야 할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노력을 많이 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


노력은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히 제대로 아는 것이라는걸.



우리가 처음 본 30위안 보트는 모터보트였고,


나중에 찾은 20위안은 한강에 가면 연인들이 많이 차는 오리배.


바로 페달로 밟는 보트였던 것이다.


보트와 가격 밖에 보지 못했던 나는 조건을 모르는 엄청난 실수로


10위안과는 비교가 안 되는 육체적 고통을 겪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형은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페달은 모두 나 혼자 밟았으니까.




살다 보면 평범한 직장인들의 고통과 어려움은


기득권층에선 관심 밖의 대상일 때가 많고


알게 되더라도 수정해 주지 않을 때가 많다.


돈을 들고 있던 기득권층인 형에게 열악한 노동자인 내가


보트를 발로 밟던 모터로 가던 본인은 가만이 앉아 배를 타고 유람했다는 결과가 같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득권층에겐 원가가 절감 되어 더 환영 받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 일로 인해 불가항력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꽃들이 만개한 듯 퍼지는 상쾌하고 달콤한 향기,


파리가 앉을 자리 좀 만들어 달라며 아우성칠 정도로 윤기 나고 깨끗한 가구들.


전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한 이 곳


기숙사 내 방안에서 나는 지금 오로지 TV만을 집중하고 있다.




사람의 버릇은 하루 아침에 고쳐지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인 것 같다.


형이 돌아간 후 청소도 하고 마음 가짐도 다시 가다듬고 했지만,


여전히 모범생 같은 생활 까지는 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복제의 천국이라고 했던가?


이 곳에는 DVD를 파는 곳이 있는데 최신 영화나 드라마도 대부분 한국 돈 천원이다.


그리고 종영된 한국 드라마는 완결에 한국 돈 5천원 정도한다.


한국에 있을 때 보지 못했던 드라마를 사다가 보는 취미를 들였다.


물론 술을 마시는 것 보다는 훨씬 좋은 취미라는 자기 세뇌를 하면서 말이다.


당시는 방에서 영화, 드라마 보는 것과 밤이 되면


유행하던 ‘말해클럽’ 이라는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사람들과 대화 하는 것이 유일한 일과이자 취미였다.


지금은 몇 년 전 유행했지만, 보지 못했던 ‘미스터구’ 라는 드라마에 심취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나 드라마, 소설 같은 것을 볼 때 나는 성공기를 많이 봤다.


내가 주인공이 된 듯 느끼며, 어려움이 있으면 같이 고민하고,


한 회 한 회를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었던 추억이 많다.


지금도 그 드라마에 심취해 있다.


주인공처럼 내가 무언가를 하면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드라마에서 라면을 먹는 장면이 나오면 밤12시에도 라면을 끓여 드셔야 하고


‘허준’이 재미있다고 아들을 중국에 보낸 아버지의 피를 물려 받아서 일까?


지금 이 순간 일이···너무 미치도록 하고 싶다.


그리고 성공하고 싶다.





띵동.


‘족파는여자’님이 입장하셨습니다.



-누나 오늘은 늦었네


- 어 오늘은 일이 좀 많아서


- 내가 오늘 드라마를 하나 봤는데··· 아무래도 나 일을 해야 할 것 같아


- 어···술이나 마셔··· 술 끊으면 가끔 그런 사람들 있다고 하더라


- 아니 나 쫌 진지하게 고민 중이야


- 어···진지하게 술 마셔



역시 질문을 할 사람에게 질문을 해야지.


‘족파는여자’


요즘 내가 ‘말해클럽’에서 자주 대화 하는 사람이다.


아이디부터가 엽기인 이 사람은 본인은 신발을 디자인 하는 여자이고


나보다 3살이나 많다고 초반부터 반말을 했다.


그런데 이 누나라는 사람 상당히 웃기다. 사실 누나인지 형인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요즘 매일 같이 ‘말해클럽’ 에서 대화 중이다.



다시 생각해 봐도 너무 뜬금이 없기는 하다. 드라마 보다가 갑자기 일이 하고 싶어 지다니.


중국에 와서 이 짓하고 있는 나를 돌아보니 화가 나고 어이가 없다.



‘공민대학의 교수만 아니었어도 한국에서 창업도 하고 그랬을 텐데......


공민대학 교수의 말만 아니었어도......’



공민대학 교수의 말?



유레카



바로 그것이다.




“공민대학 교수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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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 _ 입사시험(2) 16.10.27 314 4 13쪽
19 18화 _ 입사시험(1) 16.10.27 371 6 15쪽
18 17화 _ 나만의 무기 16.10.27 380 5 14쪽
17 16화 _ 족파는 여자와 드디어? +2 16.10.26 435 6 12쪽
16 15화 _ 장남의 무게 16.10.26 527 7 15쪽
15 14화 _ 수상한 여자의 비밀 +4 16.10.26 505 4 13쪽
14 13화 _ 수상한 여자 +2 16.10.26 647 4 13쪽
13 12화 _ 원단시장 +2 16.10.26 387 5 14쪽
12 11화 _ 인생의 2막 +2 16.10.26 390 6 9쪽
11 10화 _ 신체검사의 비밀 +2 16.10.26 422 4 10쪽
10 9화 _ 사스 +2 16.10.26 440 5 11쪽
9 8화 _ 서당개 3년 +2 16.10.26 377 4 13쪽
8 7화 _ 핵심은 이미 주변에 있다 16.10.25 500 5 14쪽
7 6화 _ 무시험 전형 16.10.25 472 4 13쪽
6 5화 _ 잘하는 일 > 하고 싶은 일 +2 16.10.25 511 5 12쪽
» 4화 _ 엄마의 은혜 +2 16.10.25 583 10 12쪽
4 3화 _ 교수의 음모 +2 16.10.25 751 11 12쪽
3 2화 _ 꿈의 대륙 +4 16.10.25 854 12 6쪽
2 1화 _ 1등급과 아이들 16.10.25 1,069 15 6쪽
1 프롤로그 +6 16.10.25 1,191 15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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