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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님의 서재입니다.

도금 (리얼 마케터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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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318
작품등록일 :
2016.10.25 19:10
최근연재일 :
2016.12.23 15:20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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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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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2,857

작성
16.10.2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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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3화 _ 수상한 여자

DUMMY

“영업?”

“네 영업이 하고 싶어요”

“시장 영업 말하는 거야?”


사장님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다.

이미 사장님은 표정으로 부정의 의미를 표출하셨다.


“안돼. 우리는 시장 영업을 하지 않아”


단호한 한마디, 협상의 여지가 없다.

저렇게 단박에 자르면 강력한 거부인 것이다.

최소한 하고 싶은 이유를 물어본다던가 안 되는 이유를 말해 준다 던가 하는 행동이나 말이 동반 되야 협상의 틈이 생기는 것이다.

지금 사장님에겐 그 틈이 없다.


군대에서 2년 동안 삽질만 해서일까?

머리가 굳은 느낌이다.

중국에서 학교와 협상할 땐 상대방의 말에서 힌트를 얻어 만족할 만한 답변을 했었다.

지금 사장님과의 대화에선 힌트라는 것을 잡아 낼 수가 없다.


그렇다. 대화. 내가 간과한 대화가 있다.


‘우리가 브랜드랑 거래를 하면 다음달 말일 브랜드 정산 일에 판매대금이 다 입금되거든, 그런데 시장은 그렇지가 않아. 매달 아주 조금씩 일부분만 입금을 해. 판매량의 30퍼센트 정도?’


사장님은 이미 말씀 하셨던 것이다. 결재 조건 때문에 브랜드만 하신다는 것을.


“잔거래 없는 영업만 해보겠습니다.”


사장님의 침묵 속에서 마음이 보인다.

사람의 눈은 대부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사장님의 오랜 경험 상으로 잔거래 없이 기존 거래처를 누르고 들어 간다는 것은 시장에서 상상 할 수 없는 것이다.

해도 안될 것이라는걸 표현해 주고 계시다.


“그렇게 정 하고 싶으면 해봐, 대신 잔거래는 안돼.

그리고 우린 원래 시장거래를 하지 않는 업체이기 때문에 시장 영업에 대한 지원도 없다.”


시장영업에 대한 지원이 없다는 건 정말 큰일이다.

시장 영업을 하려면 차가 없는 나로서는 택시비가 필요하고 음료수 한잔도 내 돈으로 사야 한다.

내 월급은 120만원, 형에게 60만원을 주고 엄마에게 30만원을 드린다.

30만원···밥값이야 매장에서 먹으면 그만이다.

지하철이며 교통비를 따져도 10만원이면 넉넉하다.

20만원을 가지고 나는 저축을 했었다.


‘20만원 있다고 부자 되고 20만원 없다고 거지가 되지도 않겠지’

나의 20만원을 영업에 대한 투자라고 결심했다.

사실 무슨 일을 하는데 있어 20만원이란 돈은 투자금이라 하기에 민망한 돈이다.


주말에 친구들 만날 돈?

난 친구를 만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어려운 일이 있을 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항상 혼자 했다. 그 위기를 벗어날 때까지.

지금 상황에서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 2~3만원 쓰는 게 사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친구들을 만나지 않는다.


가방 쪽 도매시장에 거래처가 많은 형을 통해서 사입 가방을 한 개 샀다.

원단 시장에 있으면 의류나 신발 가방 같은 건 정말 싸게 구입할 수 있다.

해당 매장을 거래 하는 형들을 통하면 원가가 아니라 그냥 받는 경우도 많다.

뭐 우리도 샘플 만든다고 하면 2~3야드 정도는 그냥 주니까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사입 가방의 용도는 ‘스와치’다.

원단 시장에서 ‘스와치’ 라고 부르는 이 것은 자기집에서 파는 원단을 종류별 색상 별로 잘라 만든 샘플을 말한다.

의류를 하는 사람들은 그 ‘스와치’를 보고 몇 번 컬러 몇 야드를 달라는 식으로 주문한다.

가방에 ‘스와치’를 잔뜩 넣고 시장으로 향했다.


처음으로 나간 시장. 아름답다.

현란한 네온사인은 아니지만, 다닥 다닥 줄지어 태양 처럼 노란 빛을 발하는 수백 개의 전구들,

고속버스터미널 보다 더 많은 버스에는 전국의 모든 도시가 다 표시 되어 지역별로 주차되어 있다.

큰 가방 하나씩 메고 이리 저리 뛰어 다니는 사람들.

의사가 환자를 살리기 위한 골든 타임을 놓치기 않기 위해 땀을 흘리는 모습처럼,

지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최신유행 스타일을 전달 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밤을 낮처럼 밝히고 낮에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기 위해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새벽 3시다.

새벽 3시가 되면 다시 지방의 도시명 명찰을 단 버스들은 자기의 고향으로 돌아간다.


이때부터가 원단 영업을 하는 사람들에겐 골든 타임이다.

원단 영업 골든 타임은 시장을 나가고 3일 정도 됐을 때부터 감이 오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진상실업입니다’ 원단 퀄리티 좋고 핏 잘 나옵니다. 보시고 연락 주세요”


매일 같이 인사를 하고 ‘스와치’를 뿌린다.

사람 냄새 많이 나는 시장에서 유독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사람들도 있다.


휙 툭

바람을 가르며 가차 없이 버려지는 소리


‘나의 스와치다’


내가 채 지나가기도 전에 정성스럽게 준비해 온 ‘스와치’를 바닥에 던져 버리는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사람도 많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시장에서 엄청 부끄럽기도 하고 민망하다.

그럴 땐 더더욱 철판을 깔아야 한다.

지금 나에겐 수치심 조차 사치다. 그리고 진정한 수치는 일을 못해 밥 굶는 것이다.


“삼촌 스와치 떨어트리셨어요.”

철판을 깔고 다시 주워 준다.


영업을 나오기 전 시장에서 오래된 부장님한테 예전 영업하던 방식을 배웠다.

무조건 인사하고 짐도 같이 들고, 힘들어 보이면 먼저 나가서 음료수 사오고.

흡사 노예와 같은 생활이다.

이런 경험들이 내공이 되어 쌓이고 쌓여 저런 빌딩들을 사셨나 보다.

그 생활을 2주 정도 했지만, 여전히 달라 지는 건 없다.

노예처럼 살아 준다고 해도 노예로 조차 들어갈 구멍이 없다.


오늘도 허탕을 치고 사우나로 향하는 길이었다.

집으로 돌아갈 택시비 8천원 보다 사우나 4천원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밤이라도 뚜렷이 보이는 하얀 피부,

하얀 피부를 더 돋보이게 하는 연분홍 입술과 새까만 눈동자.

어둠에 잠식 된 이 곳에서도 빛이 나는 미모.

누가 봐도 첫눈에 반할 듯한 여자.

산신령이 여배우를 데리고 와서

이 여자가 니 여자냐? 해도 저 여자가 내 여자라고 할 것 같은 그런 여자.


사우나로 돌아가는 길은 동대문 시장에서도 가장 허름한 신발 상가를 지나쳐야 한다.

이상하게 며칠 전부터 저 여자가 이 거리를 서성인다.

내가 영업을 시작하고 사우나 생활을 한 뒤부터 거의 매일 보는 듯 하다.


특이한 점은 이 어둡고 칙칙한 길에서도 가로등만 피해 다닌다는 것이다.

항상 바닥에 엎드려 있고.


이 모든 정황을 고려해 봤을 때 귀신 같다.


“아”


어둠이라 그런지 선명하고 날카롭게 들려온다.


‘아 목소리 조차 이쁘네’


소리가 난 곳을 보았다.

앉아서 다리를 주무르고 있는 것이 넘어져서 심하게 다친 모양이다.

주변은 쓰레기로 너저분하다.


‘도와주러 가야 하나?’


영화에서 보면 이럴 때 가면 꼭 귀신한테 죽는다.

갑자기 내가 공포 영화에서 가장 먼저 죽는 엑스트라가 된 기분이다.

하지만 뭔가 어려운 일에 처한 사람이 바로 옆에 있다면

그냥 지나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 사람이 이쁜 여자라면 불가능한 일로 승격된다.


‘그래 하늘의 뜻을 거스르면 안 되는 거야’


“저기요, 혹시 무슨 일 있으세요?”


내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상대방도 놀란 듯하다.

하지만 넘어진 고통이 큰 것 때문일까? 이내 체념한 듯 힘없이 말한다.


“저 좀 도와 주실래요?”


난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육군을 만기 전역한 남자다.

위험에 처한 이쁜 여자를 돕지 않을 수 없다.


“무슨 일 이세요?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


“제가 넘어지면서 다리를 다쳤는지 걷기가 힘들어서 그런데요, 이 박스 좀 들어주시면 안될까요?”


가까이 다가가 보니 주변에 너저분하게 있던 것들은 박스 들이었다.

이 시간에 가로등 빛이 없는 곳만 돌아 다니며 박스를 줍는걸 보니

박스를 주워다 파는데 사람들 보기엔 부끄러웠나 보다.


‘젊은 사람도 이런 일을 하는군’


참 상황이 나 같다는 생각에 그래도 열심히 산다고 생각하며 박스를 들어 주었다.


“어디로 옮기면 되죠?”


“죄송해요. 저쪽인데 따라 오시겠어요”


점점 더 후미진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공포감이 몰려 오고 주변엔 수많은 형광 빛을 발하는 것들이 나를 쫓아오며 노려본다.

이런 가로등 하나 없는 골목 안에선 고양이가 참 무섭다.

점점 후미진 곳으로 들어가는 걸 보니 이 여자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어 측은하다.


“다 왔어요, 감사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옮길게요”


“아니에요. 제가 안에 까지 옮겨 드릴게요”


찌든 곰팡이 냄새와 코가 아플 정도로 찌릿한 본드 냄새.

상당히 너저분한 이 곳에 구석에서 불빛이 보인다.


“잠시만요. 바닥 조심하세요. 제가 불 킬게요”


불이 켜졌다.

불이 켜진 방안을 보니 아까 보이던 구석에 불빛은 모니터 였고, 바닥은 상당히 너저분하다.

빈 박스와 신발들이 예전 중국기숙사의 술병과 안주의 오케스트라 쓰레기 보다 더 심하다.

이 곳은 신발 인터넷 쇼핑몰 같았다.


“물이라도 한잔 드시고 가세요.”


“괜찮아요, 다리 많이 다치신 것 같은데 쉬세요”


간만에 나보다 더 우울한 사람을 도와준 것 같아서 기분이 뿌듯했다,


열흘 정도 시간이 더 흐른 것 같다.

그 사이 시장 영업은 역시나 별 진전이 없었다.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면,


지금처럼 가로등 불빛만 피해 다니며 박스를 줍는 저 여자.

그 날 이후 해맑은 미소를 보내며 매일 같이 대놓고 도와달라고 한다.

아 그래도 저 웃는 모습을 보면 안도와 줄 수가 없다.

하루 종일 원단 메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시장 영업한다고 동대문 시장 전체를 걸어 다니며 쌓인 피로가 한번에 풀리는 미소다.


“오늘은 양이 좀 많네요”


“저기 시간 괜찮으시면 식사라도 하실래요? 매일 도와주시는 거 감사하기도 하고

오늘은 저도 저녁을 안 먹어서 그런지 엄청 배고프네요. 제가 살 테니 같이 가시죠”


‘지금 나한테 데이트 신청을 하는 것인가?’


사치스러워 친구도 안 만나는 상황에 나에게 그런 것은 큰 사치다.

옛날 같았으면 저 여자 말이 끝남과 동시에 쫓아 갔을 텐데.


“네”


하지만 밥을 사준다니 얻어먹기로 했다.

진짜 배가 고파서 그렇다. 나도 모르게 1초만에 나온 대답이다.


동대문엔 새벽에 하는 식당이 엄청 많다.

겉으로는 허름해 보여도 전통의 맛집들도 상당 수 있다.


식당 간판이 아까 보였지만 어두컴컴한 복도가 계속 나온다.

허름해 보여도 정말이지 엄청 허름한 식당이다.

복도가 긴데 불도 안 켜져 있다.


‘이 여자는 기본적으로 시커먼걸 좋아하는구나’


드디어 불이 밝았고 식당에 들어왔다.

고기 냄새가 진동하는걸 보니 고깃집인 것 같다.


“드시고 싶으신 거 시키세요”


밝게 웃으며 메뉴판을 권해서 메뉴판을 봤다.


* * *


꽃등심 150g 30000원

갈비살 150g 23000원

안심 150g 25000원


* * *


메뉴판을 보자 그냥 어리둥절 해졌다.


‘박스 주워서 밥 먹고 사는 여자가 올 집이 아닌데? 잘못 들어왔나?’


“가끔 고기 생각나고 술 생각 날 때 오는 집이에요. 이 집 고기 좋아요. 드시고 싶은 거 시키세요”


제대로 알고 들어온 게 맞는 것 같다.

차마 가격에 논란 가슴이 진정이 되지 않아 전국민의 모범답안인


“다 잘 먹어요” 라며 주문을 피했다.


이 여자 최소한 아버지주량이다.

고기가 나오기 전 밑반찬이 나오자마자 소주의 시작은 김치라며 바로 술을 따르기 시작한다.


“전 술을 못해요”


“하하 예전에 제가 알던 동생이랑 비슷하네요”


‘너무 뻔한 스토리가 아닌가?’ 예전에 알던 사람이랑 비슷해요.

우리나라 인구가 5천만인데 그 중에 절반은 술을 안 좋아하거나 못 마시는 사람일 것이다.


“중국에 있을 때 알던 동생인데 그 녀석도 술을 못 마셨거든요”


‘나도 중국에 있었는데 이 여자도 중국에 있었구나’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나이는 나보다 3살이 많은 것 같다.

대뜸 나이만 물어보고 바로 누나라고 부르라고 했다.


나는 군대를 제대하고 바로 시장에 나와서 원단 쪽 일을 하고 있다고 간단한 소개만 하고 주로 이야기를 계속 들어 주었다.


“중국에 신발 만들러 갔을 때는 낮술도 자주 했는데”


중국 애기를 많이 한다.

통하는 게 많은 사람이다. 잘 통하면 관심이 생기고 대화가 즐거워 진다.

그렇게 즐겁게 대화를 이어 가고 있었다.


중국에서 신발을 만들다가 한국으로 돌아와서 인터넷 판매 업체에서 일하다가

얼마 전 직접 해보려고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나보다 3살이 많다고 한다.

예전에 호감 있던 동생이 있었지만 군대에 간 후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에이 아닐 거야’


그건 정말 말이 안 되는 일이다.

무슨 영화나 드라마도 아니고, 전생에 억울하게 헤어진 부부도 아니고.

그냥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저··· 누나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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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_ 입사시험(3) 16.10.27 340 3 15쪽
20 19화 _ 입사시험(2) 16.10.27 316 4 13쪽
19 18화 _ 입사시험(1) 16.10.27 371 6 15쪽
18 17화 _ 나만의 무기 16.10.27 380 5 14쪽
17 16화 _ 족파는 여자와 드디어? +2 16.10.26 435 6 12쪽
16 15화 _ 장남의 무게 16.10.26 527 7 15쪽
15 14화 _ 수상한 여자의 비밀 +4 16.10.26 506 4 13쪽
» 13화 _ 수상한 여자 +2 16.10.26 648 4 13쪽
13 12화 _ 원단시장 +2 16.10.26 389 5 14쪽
12 11화 _ 인생의 2막 +2 16.10.26 391 6 9쪽
11 10화 _ 신체검사의 비밀 +2 16.10.26 423 4 10쪽
10 9화 _ 사스 +2 16.10.26 441 5 11쪽
9 8화 _ 서당개 3년 +2 16.10.26 377 4 13쪽
8 7화 _ 핵심은 이미 주변에 있다 16.10.25 501 5 14쪽
7 6화 _ 무시험 전형 16.10.25 472 4 13쪽
6 5화 _ 잘하는 일 > 하고 싶은 일 +2 16.10.25 512 5 12쪽
5 4화 _ 엄마의 은혜 +2 16.10.25 584 10 12쪽
4 3화 _ 교수의 음모 +2 16.10.25 751 11 12쪽
3 2화 _ 꿈의 대륙 +4 16.10.25 854 12 6쪽
2 1화 _ 1등급과 아이들 16.10.25 1,070 15 6쪽
1 프롤로그 +6 16.10.25 1,191 15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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