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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님의 서재입니다.

도금 (리얼 마케터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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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318
작품등록일 :
2016.10.25 19:10
최근연재일 :
2016.12.23 15:2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22,041
추천수 :
283
글자수 :
322,857

작성
16.10.26 11:55
조회
390
추천
6
글자
9쪽

11화 _ 인생의 2막

DUMMY

“한아 아버지께서 쓰러지셨다. 자세한 얘기는 나와서 하자”


집으로 가는 길 내내 엄청 신경이 쓰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행가서 벽난로 땔감 사는게 아깝다고 톱을 사다 직접 나무를 해오실 정도로 정정하셨던 분이 쓰러지셨다니.


집안에 들어섰다.

숨막힐 정도로 무거운 분위기.


엄마는 안 계시고 형만 집에 있었다.

내가 오랜만에 휴가를 나왔는데 엄마가 안 계시다는게 참 이상했다.


“한아 이걸로 뭐 사먹고 있어. 형 과외 갔다가 2시간 정도 후에 올 거야. 저녁은 맛있는 거 먹자”

형이 주머니에 달랑 한 장 있던 만원을 나에게 주는데 애써 억지로 웃는 느낌이다.


학교에서 수업 받고 있을 형은 집에 있다가 과외를 하러 간다 하고, 반갑게 나를 맞이하며 맛있는 점심을 차려줄 엄마는 집에 안 계시고 너무나 이상한 분위기다.


2시간 뒤 형이 돌아왔고, 형으로부터 현재 집에 대한 사정을 듣게 되었다.


군대를 가기 전 아버지께서 30년을 운영하셨던 출판사가 점점 어려워 지고 있었다.

출판계 자체가 어려워 지고 있는 상황에 다행히도 아버지께서는 그 동안 출판하셨던 자격증 수험서적들을 온라인 강의로 바꾸며 위기를 극복 하고 계셨던 때였다.


이 부분은 나도 아는 이야기이다.

나도 많이 도와드렸던 일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동영상 강의를 시작하시며 집이 어느 정도 안정 되었던 시기에 내가 군대를 갔으니 말이다.

형의 말을 들으니 그 후 아버지께서 인터넷을 잘 모르시는 것을 이용한 직원들에 의해 손해를 많이 보셨다고 한다.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께서 거래하시던 PG사가 부도가 났고,

후정산을 받으시던 아버지께서는 4개월의 판매대금을 정산 받지 못하면서 위기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셨던 것이다.

연세도 있으셨던 아버지는 고혈압으로 쓰러 지셨다고 한다.

엄마는 아버지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버시려고 식당에 나가신다고 했다.

형도 차마 공부가 되지 않아 과외를 5개나 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고 한다.


형이 휴가 때 기죽지 말고 쓰라고 30만원을 챙겨줬다.

눈물이 왈칵 쏟아져 도저히 저 돈을 받을 수가 없었다.

30만원이면 분명 형의 한달 차비와 밥값일 것이다.

하지만 돈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 돈을 받지 않는다면 형은 더 슬플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 돈은 내가 제대할 때 까지 쓰지 않고 들고 있었다.


슬픔을 감추려 애썼지만,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집은 곧 경매로 넘어가고 경기도 쪽으로 이사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곧 엄마가 오신다. 엄마 앞에서 아들로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저녁이 되었고,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김치두루치기’를 해주신다고 파스를 붕대처럼 감은 손으로 돼지고기를 사들고 오셨다.


또 다시 눈물이 흐르려 했지만 마음으로 흘렸다.

엄마 앞에서는 절대 눈물을 보일 수가 없다.


그날 난 엄마가 해주신 ‘김치두루치기’를 눈물로 삼키고 부대에 조기 복귀했다.

그리고 제대할 때까지 한번도 휴가를 나가지 않았다.

우리부대에서 난 유일하게 상병 이후 휴가 한번 나가지 않고, 가족 면회 한번 없었던 부대원으로 기록 되었다.


부대로 돌아가는 시간. 버스 맨 뒤 자리에 앉아, 커튼 뒤로 얼굴을 숨기고 펑펑 울었다.

어려울 땐 확실히 사람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아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잘 보이게 된다.


부대에서 선임병들은 휴가를 다녀오면 자기 분대원들에게 PX에서 회식을 시켜 주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다.

휴가 복귀 후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 관례를 지키지 않았다.

내가 가진 30만원은 이런 사치스런 관례엔 쓸 수 없는 형의 눈물이었기 때문이다.

관례를 지키지 않았던 나에게 후임병들의 뒷담화는 당연시 되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날 이후 야간 근무 후 항상 먹던 봉지 라면 조차 끊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후임병들이 비도 오는 날 근무를 서게 돼서 추위에도 떨고 고생하는 것 같아 모아 두었던 월급으로 라면 한번 사주고 싶었다.

근무를 나가기 전 후임병들에게 간만에 라면 한번 살 테니 먹고 싶은 것을 말하고 했다.

후임병들은 피곤해서 그냥 자고 싶다고 했고, 난 그냥 그런 것인지 알았다.

근무에서 다녀 온 후 화장실에서 후임병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김상병 그 자식 왜 갑자기 라면을 먹자고 난리야. 거지새끼랑 라면 먹음 라면 맛 다 떨어지는데.

니들 다 라면 사놨지? 김상병 자면 그때 나와서 먹자”


그날따라 지금 내 처지를 부끄러워 하는 내 모습에 더 서럽고 화가 났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제대할 시기가 다가 왔다.


이번엔 휴가를 나가야 한다.

흔히 말년 휴가라고 해서 군인 때를 벗기고 사회에 적응하는 휴가라고 한다.

하지만 나에겐 취업준비 휴가였다.


군대에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사스’는 끝났지만 지금 내가 엄마가 식당에서 번 돈으로 중국에 돌아가는 건 사치다.

우리나라 최고 대학에 다니는 형이 수업도 내팽개치고 과외를 하며 생활비를 버는 것도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번 유학원 때처럼 내가 나서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달동네를 연상케 하는 높은 구릉

거미줄처럼 좁게 미로 진 동네길 사이로 형이 보인다.

경기도로 갈 거라는 계획과 달리 엄마 식당도 나가기 쉽고 형 학교도 버스로 갈 수 있는 서울 외곽 동네.

이 곳이 새로운 우리의 보금자리였다.

방이 두 개 딸린 반지하 전세

다행이 해는 잘 들어오는 곳이었다.


아버지께서는 퇴원 후 금새 힘을 내시고 출판사 시절 단골이셨던 한정식 집에 부탁을 하여 주차 관리를 하신다고 했다.

그 말에 또 한번 울컥 했다.

라면 하나 때문에 후임병들에게 무시 당했던 것도 부끄럽고 서러운데 본인이 다니던 식당에서 대리 주차하며 주차관리를 하시는 아버지는 얼마나 부끄러우 실까?

가장이라는 이름 하에 너무 무거운 짐을 밝게 짊어 지신 아버지가 안쓰럽기도 하고 너무나 존경스러웠다.


우리나라 최고 대학 공과대 학생이 있는 우리 집엔 그 흔한 PC가 없었다.

나는 일을 알아보고자 PC방으로 향했다.


구인공고를 빠른 속도로 읽어 내려 갔다.


대졸 이상

대졸 이상

대졸 이상

대졸 이상


아무리 찾아도 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없다.

정답만을 원하는 세상.

이력서라는 답안지에 대학졸업이라는 정답을 적을 수 없는 이상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없다.


“여보세요, 진상실업입니다”


“안녕하세요 알바 공고 보고 전화 드렸는데요. 혹시 직원은 안 뽑으시나요?”


오늘은 내가 2년간의 삽질을 끝내고 전역하는 날이다.

다들 제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럴까?

나는 오늘 엄청 기쁘다.

이번 말년 휴가 때도 역시나 PX회식은 없었다.

예상처럼 후임병 중 단 한명도 나의 제대하는 길을 마중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난 우울하지 않았다.

정말로 기뻤다.


나에겐 다시 한번 드라마처럼 멋지게 일을 하며 성공하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가난하다고 꿈이 가난할 필욘 없다.

더 멋지게 더 드라마틱하게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꿈이라고 부르고 희망이라 말하는 것이다.


그 날 저녁 우리 식구는 최고의 외식을 하고 있었다.

동네의 명물인 9900원 육해공 모듬부페.

사실 '육'이라야 삼겹살, '공'은 닭갈비, '해'라고 해봤자 오징어만 있는 곳이었다.

형은 더 맛있는 걸 먹자고 했지만, 나에겐 우리 네 식구가 함께 모인 지금이 최고의 저녁이다.

그리고 사실 군대에서 제대하면 사회의 모든 음식은 다 맛있다.

오늘이 최고의 저녁이 된 가장 큰 이유는 형이 학교에 복학을 하기로 한 것이다.

제대한 뒤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형 학비 보태기 였는데 시작부터 출발이 너무 좋다.


식구들과 즐거운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난 서둘러 잠을 청했다.

출근 첫날부터 지각 할 순 없기 때문이다.

나는 제대한 다음날부터 출근을 하기로 했다.

말년휴가 구직 프로젝트를 대 성공으로 이끈 것이다.


‘형 고마워. 형이 준 30만원 덕분에 새 옷 입고 첫 출근 하게 됐네. 월급 타는 날까지 아껴서 잘 쓸게. 정말 고마워’


나의 쑥스런 마음이 전달된 것일까?

5살 이후 처음으로 같은 방을 쓰게 된 형이 다 큰 나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어깨를 토닥인다.


짹짹짹짹


역시 서울이다.

참새의 울음 소리부터 짬밥을 먹고 자라는 부대의 참새와 다르게 맑게 울려 퍼진다.

웃통 벗고 뛰는 아저씨들 대신 이쁘게 차려 입은 직장 여성들이 같은 지하철 공간 아래 있다.

이 모든 행복한 아침이 나의 첫 출근을 축하 하는 듯 하다.


이제 꿈을 향한 내 인생의 2막이 시작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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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3 go******..
    작성일
    16.11.21 15:34
    No. 1

    어짜피 군대때 알던 후임 선임 얼마 못가죠.. 잘해줘도 3-4년이면 연락끊겨요 이제 밑바닥부터 슬슬 올라갈 준비가 된건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 318
    작성일
    16.11.21 18:01
    No. 2

    올라가려면 일단은 바닥부터 가봐야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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