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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님의 서재입니다.

도금 (리얼 마케터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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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318
작품등록일 :
2016.10.25 19:10
최근연재일 :
2016.12.23 15:2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22,042
추천수 :
283
글자수 :
322,857

작성
16.10.26 11:55
조회
422
추천
4
글자
10쪽

10화 _ 신체검사의 비밀

DUMMY

“네 제가 김한이 맞는데요. 누구시죠?”

긴장이 스며든 말투로 대답을 했다.


“병무청입니다. 신체검사 때문에 연락 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나는 유학을 가면서 이미 5년이 연기 되어 있다.

갑자기 신체검사 라니 무슨 말이지?


“행정상 착오가 있는 것 같은데요. 저는 5년이 연기 되어 있습니다”


“이번에 귀국하실 때 공항에서 ‘완전귀국’ 체크하셨죠?”


‘사스’때문에 언제 들어갈지 몰라 완전 귀국을 체크 하기는 했던 것 같다.

정확히는 솔직히 기억이 안 난다. 별로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충 한 것 같다.


“네 그런 것 같기는 한데요? 그거랑 상관이 있나요?”


“완전 귀국을 체크 하시면 연기가 바로 종료 되고 한달 내로 신체검사가 진행되며 결과에 따라 입영 통지서가 나가게 됩니다.”


순간 정신이 몽롱하다.

군대를 가기 싫어했던 건 아니지만 갑자기 군대를 가게 될지는 몰랐다.

대한민국 건장한 남자라면 20대 초반 대부분 깊은 고민을 한번쯤은 한다.

흡사 조선시대 왕이 오랜 가뭄에 ‘기우제’ 지낼 날이라도 잡는 듯 신중하게 고민하고 날을 잡는다.

2년 동안 삽질만 하다가 와야 하는데 어찌 대충 날을 잡아 갈 수 있으랴.


하지만 나는 대충 강제적으로 날이 잡히고 말았다.


수많은 군중. 모두 남자들이다. 족히 천명은 되어 보인다.

마치 여자아이돌 콘서트 입장을 기다리는 남자들처럼 한 사람씩 차례로 줄지어 입장 하고 있다.


1층···2층···3층 계단을 올라가며 검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엣취”


이 적막한 건물 속에서 나도 모르게 큰 재채기가 나왔다.

순간 싸늘한 쇠붙이가 내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윽고 서늘한 음성이 내 귀를 스치며 소름이 돋는다.


“164센티미터, 65키로그램 이요”

소름이 돋는다. 신체검사에서 키를 재는데 있어 목덜미 키를 재다니.

그런데 검사관이 그걸 키로 인정해 주다니.


“저 방금 재채기 하느라 머리가 아니라 목을 쟀는데요? 다시 하나요?”


“아니요. 어차피 1급 이세요. 상관없으니 다음 검사로 가세요”


우리나라의 정교한 군대 신체검사에 소름이 돋지 않을 수가 없다.


소름 돋는 신체검사가 끝나니 기분이 오묘하다.

나는 곧 군대에 갈 것이다.

유학생 중에 완전귀국을 체크한 학생들은 나라의 배려로 정말 빠르게 군대에 간다고 한다.

뭐라도 해야 하는데 뭐하나 할 것이 없다.

갑자기 가는 군대에 마냥 멍하기만 하다.


집으로 돌아가 무심코 채팅 사이트에 들어가봤다.



띵동.

‘족파는여자’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이 누나는 이런 날 참 잘 만난다. 운명인가?


- 어 누나 오랜만이야. 한국이라면서 한국에서도 채팅 하네?

- 아니 간만에 쉬면서 집에서 낮술 하는 날이라 들어와 봤어.

이상하게 내가 낮술 하는 날에는 니가 있더라고

- 누나 나도 한국이야.

- 어 정말? 누나 보고 싶어서 따라 들어온거냐? ㅋㅋㅋ

- 아니 ‘사스’땜에 유학원 쫄딱 말아 먹고 쉬러 왔는데 갑자기 나라에서 군대 가라네 ㅋㅋㅋ

- 정말? 아 망하기 전에 소고기 한번 얻어 먹었어야 했는데 ㅋㅋㅋ

- 아 갑자기 군대 가라니까 뭘 해야 될지 모르겠네

- 지금 나와 나 오늘 쉬는 날이야. 이 누나가 군대 가는 동생 안구 호강 한번 시켜줄게~

- 내 뇌에 누나 맘대로 호강이라는 단어를 인지 시키지 말아줘 ㅋㅋㅋ

- 야 누나 진짜 겁나 이뻐 ㅋㅋ 너 나보면 군대 안 간다 할까 무섭다 ㅋㅋ

- 아 맞아~ 그러니까 군대에서 휴가 나옴 연락할게~

휴가 나왔을 땐 웬만하면 다 이뻐 보인다고 하더라 ㅋㅋㅋ

- 야 간만에 회사 쉬는 날 혼자 낮술 하기도 심심한데 한번 만나주라 ㅋㅋ

- 요즘 맨날 쉬는데 오늘은 격렬하게 더 쉬고 싶어서 안돼 ㅋㅋㅋ



항상 채팅을 하면 자기가 대놓고 이쁘다고 하는 저 ‘족파는여자’.

채팅에서 자신이 못생겼다 하는 여자는 없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자신이 말한 미모에 도달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자들은 남자들이 만나자고 해도 만나지 않고 채팅만 즐긴다.

그런데 ‘족파는여자’는 항상 자기가 먼저 만나자고 한다.

‘정말 이뻐서 자신이 있어서 그러는 건가?’

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 나는 속지 않는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낸 지 한 달이 넘은 것 같다.

그 사이 후니형을 만나 두세 번 고기를 얻어먹은걸 제외 하면 집 앞 슈퍼 이상 산책을 해본 기억이 없다.

간만에 기분이라도 내보려는 심산으로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복도를 걷는다.

어디선가 차가운 기운이 복도를 휘감고 스산한 기운이 감돈다.

영화 속 ‘주온’의 그 아이가 갑자기 튀어 나올 듯 불길한 예감이 온몸을 감싸는 순간.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 냄새와 같은 누런색의 종이가 우편함으로 내 몸을 이끈다.

내 눈이 그곳에 정지한 순간, 어둠의 글자가 들어온다.


입 영 통 지 서

1 0 2 보 충 대


‘102보충대?’

뭔가 크게 잘못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102보충대 라면 ‘소위 지뢰밭에서 축구 하는 칠성부대가 평타라는 그 곳?’

이건 말이 안 된다.

사실 우리 집에는 외가 친척 중에 육군본부에 있는 높으신 조카님이 있다.

외가 쪽 촌수가 높아서 대부분의 50대는 다 내 조카님들이다.

그리고 분명 내가 군대를 간다고 했을 때 아버지께서 내 조카님과 통화를 한다고 하셨다.

그런 나에게 ‘1 0 2 보 충 대’가 왠 말인가?


자세한 속사정을 알기 위해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도 매우 놀란 표정으로 우리 조카님에게 전화를 거셨다.

엄마는 통화 내내 더욱 놀란 표정을 지으셨다.


“엄마 도대체 무슨 일이야? 잘못된 거래? 통지서 다시 보내준대?”


“아니 잘 된거래......”

"......”


사정을 들어보니 요즘 군대에 아무리 높은 사람을 알아도 쉽게 ‘편한 곳’, ‘좋은 곳’ 으로는 보내 주기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 원하면 쉽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전방으로 보내주는 것이다.

전방은 대부분 기피하는 지역이라 자원하면 한달 만에도 갈수 있는 시스템이 이미 존재한다고 한다.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신 것도 맞고 우리 조카님이 부탁을 들어준 것도 모두 사실이다.

아들이 혹시나 후방에 배치 되어 편안한 군생활 할 것이 걱정 되었던 아버지는 조카님에게 전화를 걸어 최전방에 갈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말씀 하신 것이다.


보통 군대를 갈 사람들은 자신이 어디로 배치 될 지에도 관심이 많다.

2년 동안 삽질을 해야 되는 곳인데 궁금한 건 당연한 것이다.

좋은 곳에 배치 될 거라는 설레임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미 그런 것이 없다.

내가 배치 될 만한 부대들은 대부분 비슷한 부대이기 때문이다.


지뢰밭에서 축구 하다 실수하면 발목 날아가는 부대

달에서 보면 만리장성이랑 우리 부대원이 보인다며 일년 내내 걷는 부대

입구가 두 개라 아무리 두들겨 패도 도망도 못 간다는 부대

눈이 오면 막사 문이 안 열려 식당까지 길 뚫는데 3시간 걸린다는 부대

겨울에 근무 설 때 영하 20도만 되도 덜 추울 거라는 부대


이런 부대 중에 어딜 간들 설레이겠는가···

시간이 되면 친자확인을 반드시 해야 된다는 생각 뿐이다.



“야이 새끼들아 빨리 안뛰어”


이제야 내가 입대를 한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부모님과 함께 춘천에 와서 헤어짐을 뒤로 하는 순간까지도 이 곳 군인들은 환영한다며 웃음을 보이고 부모님들께 더 강한 아들로 돌아갈 거라고 따듯한 위로를 한다.

그때 까지는 여기가 군대인지 사회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부모님과 헤어지고 입대병 집합 장소인 강당으로 향하는 건물 코너를 돌자마자 바로 실감이 난다.


“니들 아직도 대학생 같애? 지금 여기 엠티 왔어? 건물이 문화재야? 군대 보니 신기해?

니들 지금 산책 나왔어? 빨리 안 뛰어 들어갈래?”


지금 생각해 보면 교육대나 자대에 들어가면 그렇게 욕설을 하지도 않고 무섭게 분위기 조성을 하지도 않는다.

아마 빨리 사회인의 마음을 버리고 군인이 되라는 뜻에서 더 강하게 채찍질을 했던 것 같다.

저 강한 억양과 욕설은 우리로 하여금 군인이 됐다는 걸 바로 체감 할 수 있게 해준다.


나는 군인 체질 이었던 것 같다.

그날의 메뉴를 보며 종교를 선택한다.

종교적 신념 보단 햄버거가 우선이다.

부모님께 전화를 걸게 해준다는 미션엔 몸이 반응하지 않았지만, ‘초코파이’가 경품으로 걸린 사격에선 20발이 모두 명중했다.


그렇게 자대에 가게 되고 열심히 1년간 삽질을 한 보상으로

난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먹는 대신 블랙커피와 우유를 뽑아 섞어 먹을 수 있는 상병이 되었다.

블랙커피와 우유의 만남.

마셔본 사람만 안다는 자판기 커피계 최고봉이다.

상병이 되면 여러 가지 특권이 주어진다.

휴가를 나갈 때 옷에 칼각을 잡을 수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휴가복에 날이 선 정도에 따라 군인들 만이 서로를 감탄하고 의식했던 것 같다.

일반인이 보기엔 그냥 군인일 뿐이고 군복일 뿐이다.

또 한가지는 담배를 필 때 불똥을 손가락으로 팅길 수 있다.

역시나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있어 보이고 자랑스런 사람들.

바로 자랑스런 이 나라 대한민국 육군 상병이다.


“엄마 나 다음주에 휴가 나가요”

주말을 맞이해 집에 휴가를 통보한다.

평상시는 전화를 잘 안 해도 휴가가 잡히면 반드시 전화한다.

우리부대원 중 한 명이 휴가를 나갔는데 집이 이사 가서 곤욕을 치른 후 생긴 지혜로운 전통이다.


“......”

엄마가 대답이 없는 게 너무 이상하다.

원래 전화로 휴가 간다고 하면 뭐 먹고싶냐 부터 물어보시며, 터미널에 마중 나온다고 시간 알려달라고 하시는 분이다.


“엄마 나 휴가 나간다니까”

“......”

집에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


“엄마 집에 무슨 일 있지?”

“한아.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휴가 나온다니 어쩔 수 없네”

“무슨 일인지 말해 봐봐”

“......한아 사실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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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3 go******..
    작성일
    16.11.21 15:28
    No. 1

    우와 작가님 센스넘치신다 필요없는 내용들은 순식간에 넘기시기 멋져요, 스크롤 한번에 상병이라니 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 318
    작성일
    16.11.21 18:01
    No. 2

    ㅋㅋㅋ 병장까지 가져다 간신히 참았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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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화 _ 인생의 2막 +2 16.10.26 391 6 9쪽
» 10화 _ 신체검사의 비밀 +2 16.10.26 423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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