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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님의 서재입니다.

도금 (리얼 마케터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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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318
작품등록일 :
2016.10.25 19:10
최근연재일 :
2016.12.23 15:20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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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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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글자수 :
322,857

작성
16.10.25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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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화 _ 교수의 음모

DUMMY

반대편 창문에서 엄마 손을 잡은 아기 귀신이


나를 보고 있는 듯한 스산함,


치지직···.치익············칙칙칙칙·········..


적막 속에 속삭이듯 방안에 울리는 아날로그 TV의 미방송 채널 화면 조정소리.


시골 밭 한가운데 서 있는듯한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냄새와


불결하게 뒤섞인 고귀한 이슬의 향기.


너저분한 옷가지와 과자봉지, 술병이 서로를 감싸 안고 19금무비를 연출하고 있다.



똑똑똑

똑똑똑



방안에서 아무런 인기척이 나지 않았지만, 이내 방문이 열렸다.



“소진 농구하러 가자”


“소진 농구하러 가자고”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흔들어 깨운다.


귀로는 들리지만 나의 머리는 그것을 듣지 말라고 속삭인다.


하지만 흔들어 깨우는데 어쩔 수가 없다.



“나 아직 자는 중이잖아.”


“점심이니깐 밥먹고 농구하고 나 수업 들어가면 다시 자라”



물론 나도 수업이 있지만, 잘 들어가지는 않는다.


이 학교에 오고 나서 몇 가지 이야기를 들은 후 나는 좀 혼란에 빠졌다.



교수의 음모......


라는 건 사실 없다. 어찌 보면 교수는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중국5대 경제 대학에 입학 시켜 주겠다.’



여기 와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중국엔 경제 대학이 5개 있다.


분명히 탑5의 경제대학 이란 말은 거짓은 아니다.


5개 밖에 없는데 10대 대학이란 말은 말이 안되니.


거짓은 아니지만 또 다시 의문의 1패다.



‘성적이 좋은 학생을 모집 중이다.’



성적이 좋은 학생을 모집한다고 했지만


반드시 성적이 좋아야만 갈 수 있다고 한 건 아니었으니 이것도 거짓이 아니다.


여기 와서 보니 내가 성적표를 번역할 때


고등학교 3년 동안 ‘우’가 3개 있다는 게 부끄러웠던 일과는 달리


‘우’가 3개나 있다는 걸 자랑스러워 하고 있는 학생들이 참 많이 있었다.



공민대학 교수라는 말에 확인 한번 없이


내 미래의 시발점 과도 같은 대학을 이런 곳으로 왔다는 사실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고


지금 내 상황은 흡사 개그에피소드의 한 파트 마냥 웃기다.


난 그 일로 소위 말하는 방황 이란 걸 하는 중이었고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변 의식 없이 그냥 그대로 망가졌던 시기였던 것 같다.



처음이자 마지막의 의미는


난 피에로처럼 사는데 익숙해 있다. 슬픔을 느끼지만, 보여주지 않고 웃는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내가 항상 즐겁고 유쾌한 사람으로 아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난 나의 슬픔을 다른 사람이 알게 되었을 때


나를 보는 시선 조차 지레짐작하고 두려워 하는


엄청 소심하고 상처를 잘 받는 사람이다.


모든 사람이 항상 웃고 살 수 없는데,


‘나의 슬픔이라도 감추면 내 주변 사람들이 그만큼 한번쯤은 더 웃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며, 웃는 피에로.




하지만 그 당시 중국에서의 허탈감은 어린 내가 감당 하기 힘든 사실이었던 것이다.


매일 같이 술을 마시고 학교는 농땡이 치고.


뭐 생각해 보니 평범한 대학 자취생의 일상이네.




요즘 나의 생활은 이렇다. 방금 전 저 친구가 나를 깨우면 침대에서 일어난다.


방금 저 친구?


중국친구다.


이 곳에서 친구가 된 유일한 친구.


수업이 싫어서 농구를 하다가 알게 된 친구.


왠지 모르지만 이상하게 나를 좋아하고 나를 따라 다닌다.


아니다. 왠지 알 것 같다. 매일 같이 내가 양꼬치를 쏘기 때문인 것 같다.


내기 농구를 하자고 해서 내가 지면 졌으니까 사라고 하고 내가 이기면 기쁘니까 사라고 한다.


양꼬치 정도는 나에게 부담이 되진 않는다.


양꼬치가 나에게 부담이 되진 않지만 내가 느끼기에 저놈은 확실히 이상한 놈은 맞다.


수업도 안가고 맨날 노는 놈을 양꼬치 좀 사준다고 좋아하다니.


저 친구 덕분에 수업을 열심히 듣지는 않았지만, 난 중국어의 반은 한다.


반 정도는 나름 꽤 괜찮게 한다.


왜 반이냐고?


저 친구랑 대화하며 말로 배웠기 때문에 말은 좀 하지만, 읽거나 쓰지를 못한다.


그래도 말은 꽤 잘하는 편이다.




한가지 예로 들면


보통 중국어를 배운 학생이 시장에서 바나나를 사려고 할 때 이렇게 말한다.


“香蕉 多少钱?”

( 바나나 얼마예요? )


하지만 나 같이 말을 쫌 하는 학생은 중국인들처럼 묻는다

“芝麻蕉 怎么卖呀?

( 참깨 어떻게 팔아요? )



여기서 말하는 참깨란 중국인들이 바나나에 검은 점이 많다고 해서 부르는 표현법이다.


중국 현지인 수준이 아니라면 절대 모르는 표현이다.


출처 없는 근자감이다.


의문의 1승에는 조금 모자란 감이 있다.


그래도 난 하나뿐인 중국인 친구 덕에 중국에서 말은 건졌다.




하나, 둘···열 정도 될까?


서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는 점점 과열 양상을 띄우며 머리가 하얗게 흴 정도로 열기를 더해 간다.


똑···똑···머리 위에 떨어지는 저것은? 성수?


성수의 은혜를 받은 아이들은 더 경쟁적으로 하얗게 불태운다.


하늘에선 풀이 내리고,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리곤 성수를 뿌리던 성스런 자들은 그들의 운명을 겸허히 받아 드린다.


이제 이 세상과 작별을 고하고,


저 영원한 어둠의 블랙홀 속으로 들어갈 시간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이다.




“소리 이제 먹자”


경건하고 해맑은 미소로 친구에게 권한다.



“소진 넌 언제 봐도 양꼬치를 참 좋아하는 것 같아”


지금은 성스러운 양꼬치를 먹는 중이다.


진하게 녹이 슨 양철통에 수북이 담겨 불타는 숯들.


여기는 저 고귀한 양철통을 1인당 1개씩 준다.


바로 요즘 유행하는 프라이빗 철판의 원조인 것이다.




가격도 무려 1위안에 2꼬치.


소중한 우리말인 1타2피를 중국의 저 아저씨가 몸소 실행하고 계신 중이다.


한국 돈 만원이면 양꼬치 100개와 맥주, 콜라를 마음껏 먹을 수 있어 내가 숭배하는 곳이다.



‘소진’과 ‘소리’는 중국에서 친한 사이에 쓰는 흔한 표현이다.


‘소’자 뒤에 ‘성’을 붙이면 되는 간단한 표현이다. 우리나라 말로 하면



“야 김가야, 이가야” 정도?


왜 맥주가 아니라 콜라랑 맥주냐고?


이제 난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근데 방이 왜 그렇게 술병이 많고 더럽냐고?


나 역시 평범한 대학생이기 때문에 평범하게 치우지 않은 것뿐이다.


내가 술을 안 마시게 된 사연을 말하자면




지름이 3미터는 되어 보이는 넓은 원탁.


구수한 향과 함께 자신의 모든 것을 가지라는 듯


팔다리를 모두 벌리고 아름답게 누워 있는 닭.


정성스레 다져진 야채와 환상의 앙상블을 이루며 볶아진 돼지고지.


손이라도 베일 듯 종이처럼 얇게 썰려 구워진 소고기.


100미터를 8초에 주파할 듯 늠름함을 뽑내며 윤기가 흐르는 양다리와 수많은 음식.


누가 봐도 지구상의 발 달린 짐승은 모두 요리 되어 있는.


지하에서 징기스칸이 보고 군침을 흘릴 만한 요리가 가득한 상.


딱 봐도 견적 좀 나가는 황금잔 위에 모든 요리의 느끼함을 씻어줄


청량의 정수가 활활 불타고 있다.




중국에 와서 말로만 들어보고 직접 눈으로는 처음 보는 화주다.


오늘 나에게 간택 받은 놈은 바로 너 닭다리다.


의문의 미소가 얼굴을 가득 채운다.


육즙을 가득 담고 식감과 향이 절묘하게 절정에 달한 닭다리는


나의 입을 거쳐 식도로 향하고 있었다.


곧이어 내 몸에서 달리기 시합이라도 하는 듯 뜨겁고 시원함이 공존하는 그것이


빠르게 닭다리를 추격하는 느낌이 왔다.


아름다운 것은 독이 있어서 일까?


아니면 이슬에게 순결을 바치며, 평생을 너만 사랑하겠다고 한 맹세를 저버린 벌일까?



“앗 뜨거”



처음으로 화주를 접했던 나는 불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일까?


화주잔을 입으로 마신 게 아니라 입을 향해 던졌던 것이다.


던져진 잔에서 불똥 한 개가 얼굴로 튀었다.


나중에 중국 사람들에게 들으니 화주를 마시다 얼굴에 불이 튀면 고개만 들면 알코올이 날라가며 금방 불이 꺼진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는 그걸 몰랐던 때였다.


그리고 설사 알았다 한들 어느 누가 얼굴에 불이 튀었는데


마치 청량음료 ‘포칼라스웨터’의 광고 처럼 고개를 들며 상쾌할 수 있겠는가?



나는 평범한 인간이기에 자연스레 고개가 숙여졌고 손으로 얼굴을 비볐다.


길가에 버려진 담배 꽁초를 발로 짓이기 듯 손으로 얼굴에 마구 비빈 순간···


얼굴 전체로 불이 번졌다.


결과는 얼굴 화상···얼굴의 반이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사람이 무조건 죽으란 법은 없는 게 사실인가 보다.


나는 조금 잘생긴 꽃 미남이다.


스스로 말하는 건 아니고 고모부께서 말씀하셨다.


그래 난 고모부께 인정받은 꽃 미남 이다.


확실한 건 대만 사람들에겐 통하는 얼굴인 것 같다.


고모부께 받은 인정 때문인지 아버지께서 늘 강조하시던 말씀 때문인지 모르지만,


난 이 사건 같은 사고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지금 니 주변에 있는 사람 중에 누군가는


반드시 너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될 것이다.


니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항상 미소를 잃지 말고 친절하게 대해라.


너의 주변인을 향한 친절과 웃음은


니가 살아가는 동안 널 많이 도와 줄 것이다’



“소진이 많이 다쳤대”


“넌 빨리 집에 전화해서 약부터 보내라고 해”


“아 니가 전화해, 난 먼저 가볼게”



우리 기숙사에는 대만에서 유학 온 두 사촌자매가 있다.


대만 고위급 간부의 자녀들이라는데 입고 다니는 옷이며 먹고 다니는 것들을 보면 그렇긴 한 것 같기도 하다.


지금도 역시 동대문엔가봤니 잠옷을 입고 내 방으로 뛰쳐 들어오는 중이다.




쾅!



“소진 많이 다쳤어?”


“소진 어디 봐봐”


“소진 얼마나 다친 거야?”



‘아···나 말 못하는데···’


얼굴의 정확히 반.


그러니까 입도 반이나 화상을 입어 말을 하면 살이 찢어지는 고통이 온다.


사실 살도 찢어질 것 같기는 하다. 화주에 의한 화상이 생각보다 가볍지 않았던 것이다.


손가락으로 화상 난 쪽 입을 가리키면서 X자 표시를 해줬다.



‘나 말 못한다고.’



자매들이 둘이서 무어라 엄청 말하더니


갑자기 들어와서 갑자기 나가는 어리둥절 한 상황을 연출해 줬다.


내가 아무리 중국말을 좀 한다고 해도 저렇게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대만 말을 정확히 알아 들을 수 있는 경지는 아니다.


그 자매 들은 둘 다 나를 좋아한다.


사실 그렇게 말한 적은 없지만 내 느낌엔 그런 것 같다.


저 자매들이 대단하긴 한가보다.


대만에서 화상 흉터를 없애고 새살을 돋게 한다는 명약을 파는 중의원이 있다고 한다.


그 곳에서 조제된 특급연고가 3일만에 내 방으로 도착한 것을 보면 말이다.


그 덕에 난 흡사 어려운 일을 겪는 과정에서 환골탈태하여


최고의 무림고수가 되는 무협영화 속 주인공처럼 전보다 더 뽀얀 피부를 얻었다.


정말 대만에서 엄청 유명한집의 약이 맞았나 보다.


더 뽀얀 피부를 얻는 축복 속에 사고는 마무리 되었지만,


그 사건 같은 사고 이후 나는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는다.




이제 이런 생활도 얼마 남지 않았다.


며칠 후면 난 죽을지도 모른다.


전화를 해야겠다.


어차피 이렇게 죽을 바엔 전화라도 해서 엄마 목소리 라도 들어야겠다.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아···얼마 만에 들어보는 엄마 목소리인가?


지금 상황도 그렇지만 엄마 목소리를 듣자 마자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정말 서러웠다.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니···



“엄···엄마...···”


나의 목소리는 설움에 북받쳐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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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_ 수상한 여자 +2 16.10.26 648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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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화 _ 인생의 2막 +2 16.10.26 391 6 9쪽
11 10화 _ 신체검사의 비밀 +2 16.10.26 423 4 10쪽
10 9화 _ 사스 +2 16.10.26 441 5 11쪽
9 8화 _ 서당개 3년 +2 16.10.26 377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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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화 _ 잘하는 일 > 하고 싶은 일 +2 16.10.25 512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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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화 _ 꿈의 대륙 +4 16.10.25 854 12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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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6 16.10.25 1,191 15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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