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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아비 님의 서재입니다.

방원아, 너의 자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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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아비
작품등록일 :
2024.03.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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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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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태조 이성계를 처음으로 만나게 됐다.

DUMMY

방우는 이자춘의 허락을 얻고 다음 날 세 부족장을 데리고 화주로 이동했다.

부족의 물자를 구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부족장이 함흥을 비우는 것을 거부했지만 보상을 눈으로 보여주겠다는 말과 물자는 이자춘이 책임진다는 말에 따라나섰다.

반나절만에 말을 몰아 화주에 도착한 방우는 큰아버지인 이원계에게 인사하고 바로 해변으로 이동했다.


한 번에 두 척을 건조하는 대역사.

배를 댈 수 있는 접안시설공사까지 이루어지고 있었기에 화주해변은 시장통같이 번잡했다.


“이 새끼들이. 야. 거기. 작업할 때는 주변을 살피면서 작업하라고 했지. 옆에 사람이 있는데 그 큰 통나무를 그냥 휘두르는 놈이 어디 있어.”

“죄송합니다. 바로 주의를 시키겠습니다.”


방우가 처음 계획을 세우고 기초를 다질 때부터 가장 강조한 부분이 안전이었다.

세 부족장에게 줄 보상을 자랑하고자 했는데 자신이 강조한 안전은 뒷전이었기에 방우의 눈이 돌아갔다.

그렇게 한참 작업장의 안전을 점검하고 나서야 세 부족장이 있음을 기억났다.


“흠. 기다리게 했군.”

“아닙니다. 그런데 뭐 하는 곳입니까?”

“보면 알잖아. 너희에게 줄 보상.”

“이곳을 저희에게 주신다는 말씀입니까?”

‘이 새끼가 미쳤나?’


방우는 헛소리를 늘여놓는 부족장을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자신이 벌이는 첫 번째 역사(役事).

장인들이 소중한 경험을 쌓고 계속 발전시켜야 할 곳을 보상이라고 생각한다는 자체가 어이없었다.


“지금 저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보여?”


세 부족장은 방우가 나무막대로 가리키는 곳으로 눈이 돌아갔다.

방우가 있을 때 겨우 완성된 두 개의 선거.

그곳에서 동시에 두 개의 배가 만들어지는 중이었다.

물론 아직 용골에 뼈대를 붙이는 작업 중이었지만 세 부족장이 상상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저게 무엇입니까?”

“배.”

“네?”

“배라고. 너희들이 탈 배.”

“저기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배라는 말씀입니까?”


부족장은 자신의 부족이 가진 배를 생각하다 만들어지고 있는 곳을 쳐다봤다.

아무리 봐도 배라고 생각할 수 없는 물건.

아직 형태도 보이지 않았지만, 선거의 크기로 봐서는 엄청난 물건이 예상됐다.


“아직 만드는 중이지만 너희가 바다를 조사하고 나면 너희에게 빌려줄 배야.”

“보상인데 빌려준다니요?”

“잠시 이리로 와봐.”


방우는 아직 영문을 모르는 세 부족장을 자신이 화주해변에서 지내던 집으로 데려갔다.

화주해변에 3개월이나 있어야 했기에 급하게 지은 집이지만 이씨세가의 명성답게 주변에서 가장 좋은 집이었다.


‘이대로 비워두기보다는 이곳의 관리자에게 선물로 줘도 되겠군.’


집으로 들어서며 방우가 잠시 딴생각을 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회의실로 들어갔다.

3개월 동안 방우와 장인들이 치열하게 논의했던 곳.

그 흔적들이 구석구석에서 보였다.

불과 며칠 전의 일이지만 설계책임자로 실무자들과 회의했던 기억도 나면서 가장 좋았던 추억의 장소였다.

워낙 좋았던 기억이었기에 방우는 그 흔적들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런 방우의 행동에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입구에 서 있던 부족장들.


“다들 앉아. 뭐하고 멍하니 서 있어?”


방우의 말이 떨어지자 순서대로 의자에 앉았다.


“이게 우리가 만들고 있는 배의 모습이야. 만지지는 마.”


부족장들은 중앙에 있는 배 모형에 손을 뻗으려 하다 우의 호통에 황급히 거둬들였다.

그리고 천천히 눈으로 살피다 의문점이 생겼다.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물어봐.”

“노가 없습니다. 어떻게 앞으로 나가는 것인지요?”

“이건 노가 없이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배야. 범선이라고 하지. 이렇게 돛을 펼쳐서 바람을 타고 앞으로 나가는 거지.”


방우는 호위병의 도움으로 탁상 위에 올라가 모형의 돛을 펼치고 뒤에서 바람이 부는 것처럼 입바람을 불었다.


“바람이 언제나 뒤에서 불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돛의 방향을 움직여서 바람을 탈 수 있게 만드는 거지.”


이미 장인들에게 설명했던 개념이었지만 이들은 실제로 배를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다시 설명했다.


“배가 상당히 높은데 어떻게 타고 내리게 됩니까?”

“그러니까 새로운 접안시설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지. 그리고 접안시설이 없을 때는 배에 있는 단정을 내려서 상륙할 수 있고.”

“한 번에 많은 수가 내릴 수 없는 거 아닙니까?”

“단정의 수는 총 6개가 배치될 거야. 단정마다 15명의 사람이나 사람 6명에 말 6마리가 탈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만들 거고.”

“배에 말도 실을 수 있는 겁니까?”

“전투병만 탄다면 150명 정도. 말까지 타야 한다면 60명의 전투병과 60마리의 말을 실을 수 있어. 물론 예상이라서 직접 시험을 해봐야겠지만.”


부족장들은 방우의 말에 입을 벌렸다.

해적질하기 위해 몇 개의 부족이 힘을 합쳐 최대한 많은 수의 배를 끌고 갔다.

그래 봐야 전투 인원은 100여 명.

말도 많이 실지 못해 기동력이 떨어져 욕심을 부리다가 지원 오는 수비병들에게 토벌되는 때도 있었다.

그러나 말도 실을 수 있고 전투 인원도 충분히 실을 수 있다면 한 번의 항해로 더 많은 물품을 약탈해 올 수 있었다.


“왜? 욕심이 생겨?”


우는 부족장들의 반응을 보며 혀를 내밀어 입술에 침을 발랐다.

상대가 조급할수록 얻는 이득은 더 많았다.


“이 배를 보상으로 주실 겁니까?”

“분명 보상으로 빌려준다고 했을 텐데.”

“······.”

“물론 줄 수도 있지. 그만한 대가를 치르면 말이야.”


부족장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방우가 말한 대가에 대해 눈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눈치 보지마. 어차피 가격을 정하는 건 나니까. 내가 알려주고 싶은 건 너희들이 조사해야 하는 모든 것들이 이 배를 안전하게 운항하기 위해 조사하는 거야.”

“그런 겁니까?”

“처음부터 말씀하셨으면 저희가 더 결정하기 쉬웠을 텐데 말이죠.”


부족장들은 방우의 말에 서로 자신의 충심을 나타냈다.

다른 부족보다 먼저 저 배를 받아 해적질에 나서면 부족의 힘이 더 커질 수 있었다.

지금이야 우지에부의 자그마한 부족이지만 세력이 커지면 우지에부를 통합할 수 있었다.

우지에부를 통합하면 이자춘의 동북면에서도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부족장들의 욕심에 목줄을 채워야 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철저하게 조사하면서 배 운항에 필요한 기술을 익힐 사람을 선정해. 배가 완성되면 시험운항을 하면서 배를 어떻게 움직이는지 배워야 할테니까.”

“알겠습니다.”

“해삼위에 접안시설도 필요할 거야. 이곳의 접안시설을 다 만들고 나면 기술자들을 보낼 테니까 기술자들이 거주할 곳을 만들어놔. 접안시설의 위치는 기술자들이 가서 보고 가장 적당한 위치에 만들테니까.”

“저희 부족 옆에 접안시설을 만들 곳이 있습니다. 최적의 장소죠.”

“저희 부족도 있습니다. 수심도 깊어 쉽게 접안시설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저희 부족이 가장 안쪽에 있습니다. 바람을 막아주는 천혜의 지형입니다.”


세 부족장은 방우의 말이 끝나자 자신의 부족 옆에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접안시설이 가까운 마을이 더 번창해지리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았다.


“조용. 들어와.”


방우는 시끄러운 세 부족장을 조용히 시키고 밖에서 자신을 부르는 호위병에게 소리쳤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온 호위병의 손에는 삶은 오징어가 든 접시가 들려있었다.


“도련님이 오셨다는 소리를 듣고 인근 주민이 보내온 겁니다.”

“잠깐 있다가 갈 건데 뭘 이런걸. 그냥 보내지는 않았지?”

“오면서 잡은 노루고기를 넉넉하게 나눠줬습니다.”

“잘했어. 뭘 받더라도 절대 공짜로 받아서는 안 돼. 밖에도 먹을 거 있지?”

“네. 넉넉하게 보내와서 충분히 있습니다.”

“그건 너희들이 나눠 먹고 나가봐.”


우는 호위병이 접시를 두고 나가자 세 부족장에게 젓가락을 나눠주었다.


“다들 먹어. 우리 먹으라고 자신들이 먹을 걸 내줬는데 먹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지.”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작은 걸 받더라도 그냥 보내지 않는다. 그럼 대가는 확실하게 치른다는 소리잖아.’

‘우리가 조사를 잘하면 접안시설이라는 것도 우리 부족 근처에 세워줄 거야.’

‘시늉만 하면 안 되겠군. 확실한 성과를 내야 해.’


세 부족은 젓가락으로 빠르게 오징어회를 먹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래. 머리 터지게 충성을 하라고.’


대기업 이사에 올랐던 방우.

거기까지 올라가는 동안 치열한 내부정치가 있었기에 가능한 자리였다.

위에 있는 사람들의 눈치도 봐야 하지만 내부평가를 위해 아랫사람들을 다독여야 가능했다.

묵묵히 젓가락질하다 보니 접시가 비었고 우는 호위병에게 접시를 치우게 했다.


“자. 다시 말하지만, 저 배가 다닐 길을 조사하는 일이야. 조사를 잘하는 부족이 배를 더 잘 몰 수 있겠지?”

“그렇습니다.”

“당연하죠.”

“조사를 잘하는 두 부족에게 배를 한 척씩 빌려줄 거야. 물론 배를 모는 법은 세 부족에게 모두 알려줄 거고.”


배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으니 다음 배는 더 빠르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실전에서의 시험이었다.

처음 만들어보는 함선.

시험운항 때는 발견하지 못하는 단점들이 있을 터였다.

실전에서 그걸 확인하고 보완하고 나서야 다음 배를 착수할 예정이었다.


“그럼 빌리는 대가는 어떻게 치르는 겁니까?”

“대가는 나중에 배에 익숙해지고 나서 다시 협상을 해보지. 저 배를 어떻게 쓸 것인가도 생각해 봐야 하고.”


우는 세 부족이 해적선으로 쓸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의뭉스럽게 대답했다.


“그럼 배를 받지 못하는 한 부족은 새 배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그건 너희들이 알아서 해야지.”

“알아서 어떻게.”

“그걸 어떻게 ······.”


우는 탁상을 나무막대로 쳐 조용히 시키고 호위병의 도움을 받아 탁상에서 내려왔다.


‘빨리 크든가 해야지. 탁상에 올라가는 것도 일이네.’


아직도 서로를 견제하는 눈빛을 보내는 세 부족장을 보며 우는 혀를 찼다.


“잘 생각해. 지금이야 너희가 배를 가지고 있지만 곧이어 예허부와 오도리부의 부족도 다음에 완성되는 배를 가지게 될 거야.”

“바다는 저희가 잘 압니다.”

“모르는 건 가르치면 돼. 너희 아이들도 함흥에서 공부하고 있잖아.”


세 부족장은 또다시 서로의 눈을 마주쳤다.

처음 함흥에 데려온 아이들.

순전히 인질로 생각하며 버려도 되는 자식과 노예의 자식 중 하나를 데려왔다.

그러나 우의 말대로 진정으로 교육을 하려고 부른 것이면 달리 생각해야 했다.

이런 정보는 빠를수록 좋은 법.


“도련님. 저희 아들들이 매우 똑똑합니다.”

“바로 전령을 보내 아이들을 데려올 수 있습니다.”


세력이 가장 큰 기호시 부족의 족장은 가만히 있었지만, 판시와 푸아부족의 족장은 바로 앞으로 나섰다.

세 부족이 우지에부로 묶여있다고 하지만 세력이 큰 기호시부족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교육을 통해 고려의 문물을 받아들인다면 기호시부족을 넘어설 수 있는 세력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1차 모집은 끝났어. 2년 후에나 2차 모집을 할 것이니 그때 보내.”

“알겠습니다.”


판시와 푸아는 자신들의 성급했음을 알고 바로 고개를 숙였다.

함흥에서 교육한다고 했지만 이제 시작이었다.

결과를 보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는 일이었는데 기호시를 넘어서는 것만 생각하며 너무 서둘렀다.


“그럼. 다들 조사하기로 한 거지?”

“그렇습니다.”

“좋아. 조사하면서 쓸 나침반과 모래시계, 밧줄의 사용법은 함흥에 가서 다시 알려주지.”

“도련님. 큰 서방님이 오셨습니다.”

“큰아버지가? 어서 모셔라.”


우의 말이 끝나자 호위병이 우를 불렀다.

잠시 후 문이 열리자 사병들을 거닐고 온 이원계가 방으로 들어왔다.


“이야기는 다 끝났느냐?”

“네. 방금 다 마쳤습니다.”

“성계가 함흥으로 오고 있다고 하는구나. 아버님께서 너도 오라고 했으니 같이 가자.”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우의 몸에 들어와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생물학적 아버지인 이성계.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를 처음으로 만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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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시선을 놓쳐서는 안 돼. +8 24.04.14 3,146 8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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