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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아비 님의 서재입니다.

방원아, 너의 자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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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아비
작품등록일 :
2024.03.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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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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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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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글자
12쪽

짓밟아버리겠습니다.

DUMMY

이제는 주원장에 의해 통일됐어야 할 홍건적.

방우가 큰아버지인 이원계를 직접 보내면서 분탕질을 쳐놨고 왜구들도 고려보다는 원의 남부가 더 꿀단지인 것을 알고 남부에서 노략질했다.

끊임없는 견제에 그렇지 않아도 다른 상대에 병력이 부족했던 주원장은 한림아와 진우량, 명옥진에게 대항하는 것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세력들도 홍건적의 통일보다 자신의 지역에서 왕 노릇을 하며 안주했다.


그런 남부의 상황에도 원의 상황은 좋지 못했다.

대도 근처까지 진출했던 홍건적들의 남은 세력도 남아있었고 원이 약해지자 복속했던 초원 세력들이 본격적으로 원을 견제하고 나섰다.

오이라트로 대표되는 북쪽의 초원 세력.

거기에 요서의 기사인테무르도 기황후의 인척임에도 대도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내부에 외부에서도 원을 견제하자 정권을 완전히 틀어잡은 기황후도 모든 것에 대처할 힘이 부족했다.


이런 대륙의 상황은 동북면에 시간을 벌어줬다.

그렇게 차근차근 동북면의 고려인과 여진족, 몽골족과의 통합을 이끌어가고 있을 때.


“도련님. 제화입니다. 들어가겠습니다.”


벌컥 열리는 방우의 방문.

벌써 11살이 되어 키가 자란 방우가 갑작스럽게 쳐들어온 이제화를 의아한 눈으로 쳐다봤다.

할아버지의 밀착 경호원인 이제화가 방우를 찾을 이유가 많지는 않았다.

더욱이 방우의 허락을 받지도 않은 채 문을 여는 경우는 급한 용무라는 뜻이었다.


“어르신께서 쓰러지셨습니다. 석의원이 재빨리 심장 압박을 해 정신을 차리시긴 하셨지만.”

“석의원이 뭐래?”


방우는 바로 방문을 나서며 이제화에게 물었다.


“노화에 의한 ······.”

“개뿔.”


이제화의 말은 방우의 욕설에 끊겼다.


‘노화는 무슨. 고려말에 평균 수명이 짧다고 해도 일반 평민의 이야기지. 할아버님은 내가 식단도 관리하고 있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는데 무슨 노화야. 돌팔이 같은 석의원같으니.’


이씨세가의 주치의인 석의원이 한순간에 돌팔이가 되어 버렸다.

방우에게 기본적인 응급치료법을 배우긴 했지만, 의학은 갈 길이 멀었다.

그렇다고 방우가 의학에 대해 아는 것이 응급치료가 다라 다른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할아버님은 정신 차리셨어?”

“네. 어르신께서 도련님을 찾으셔서 제가 직접 왔습니다.”


방우가 사는 이성계의 집에서 이자춘의 집까지 걸어서 10분 거리였지만 둘은 말에 올랐다.

이제화가 들어올 때부터 열려있던 대문을 통과해 이자춘의 집까지 단숨에 달려 말에서 뛰어내렸다.


“도련님. 안채에 계십니다.”


이씨세가의 본가 안채.

이원계를 낳은 이씨와 이성계를 낳은 최씨는 이미 죽은 이후였다.

지금은 셋째이자 방우와도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은 이화를 낳은 노비 김씨가 안방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자춘을 간병하던 김씨는 방우가 방에 들어오자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아버님.”

“나 아직 안 죽었다.”


북방의 호랑이라 불리는 이자춘의 목소리는 평소와는 달리 힘이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오장육부의 힘이 모두 떨어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방우는 석의원의 대답에 말을 잊었다.

응급조치로 심장을 다시 살려놓긴 했지만, 내장의 기능이 다해간다는 의미였다.

방우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였던 할아버지의 죽음이 바로 눈앞에 와있었다.


“여기서 꾸물거릴 시간이 있으냐. 조치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할아버님.”

“이씨세가를 최고의 가문으로 만들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네가 돌아올 때까지 눈을 뜨고 있을 테니 다녀와.”


이자춘은 숨을 헐떡이면서도 자신의 의지를 방우에게 전달했다.

그런 이자춘의 의지를 본 방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제화를 보았다.


“내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직계와 석의원을 제외한 누구도 이 방에 출입하는 것을 막아.”

“알겠습니다.”

“티무르와 송익훈, 나성민을 모두 회의실로 들어오라고 해.”


방우는 눈이 벌게져 있으면서도 끝까지 눈물을 참으려 이를 악물고 지시를 내렸다.

방 밖에서 대기하던 호위병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자 방우는 이자춘을 향해 몸을 돌렸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믿는다.”


이자춘의 대답을 들은 방우는 안채를 나서 회의실로 향했다.




“할아버님이 쓰러지셨다.”


방우는 회의실에 앉자마자 세 사람에게 툭 던지듯 전달했다.

잠시 움찔거렸던 세 사람은 금세 눈빛을 추스르고 방우의 입에 집중했다.

이미 이자춘의 죽음에 대한 계획이 수립되어 있었다.

갖가지 변수에 대한 계획까지 몇 번을 점검한 사항이었다.


“분명 당숙에게도 그 소식이 전해졌겠지?”

“최대한 눈을 가린다고 가렸지만 분명 전해졌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이자춘의 조카이자 이씨세가의 가주였던 이자흥의 아들인 이천계.

가주를 이자춘이 가져왔다고 하지만 정통성에 있어서 절대 떨어지지 않은 만큼 알게모르게 이천계를 가주로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더욱이 방우가 추진하는 개혁에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씨세가의 방계나 다른 호족들은 공공연하게 이천계와 어울리고 다녔다.


“분명 당숙과 그 무리가 급하게 회동을 할 것이야. 남들의 눈을 피한다고 피하겠지만.”

“우리 정보부의 눈은 절대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 티무르만 믿겠어. 그리고 송학사.”

“네. 도련님.”

“큰 아버님은 지금 어디 계시지?”

“어제 들어온 화물선의 소식으로는 금릉 근처까지 진출했다가 적들이 반격에 나설 기미가 보여 다시 군도로 돌아오셨다는 연락이 있었습니다.”


주원장의 본거지가 훗날 남경이 되는 금릉이었다.

금릉 근처까지 진출했다는 말은 주원장이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피해를 주고 있다는 말과 같았다.


“큰 아버님께 바로 연락선을 보내서 모시고 와. 그쪽의 일은 기호시 족장에게 맡겨도 충분하겠지?”

“충분합니다. 바로 연락선을 보내겠습니다.”


홍건적과의 전쟁 이후 원 남부의 홍건적을 대적하기 위해 이원계가 직접 원으로 넘어가 사병들과 도이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이원계가 지휘를 맡고서부터 홍건적의 피해는 엄청났다.

피해가 누적되자 주원장도 바다 쪽으로는 가지 말라는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고 그 이후 원의 남부 해안은 도이와 왜구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이제는 그 이후를 논의해야 할 때였다.


“아버님은?”

“남도지휘사께서는 남부의 성들을 점검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아버님께도 연락드려. 바로 함흥으로 오실 수 있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북으로도 연락을 보내. 통두란의 병력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런데 과연 저들이 쉽게 움직이겠습니까?”

“움직이지 않으면 좋겠지만 움직일 거라면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겠지. 알아서 챙겨줄텐데 욕심만 많아서 말이야.”


3년 전부터 추진한 노비해방정책.

이씨세가의 노비는 모두 해방시켰지만 다른 호족이 소유하고 있는 노비들의 해방정책은 지지부진했다.

이런저런 강압으로 노비를 풀어주고 있긴 했지만, 병력으로 쓸 수 있는 젊은 남자 노비만은 단 하나도 풀어주지 않았다.

누가 보더라도 기회만 있으면 붙어보자고 말하는 듯한 움직임.

그 중심에는 이천계가 있었다.


“지금 함흥에 있는 가병이 총 몇 명이지?”

“작전에 나가 있는 인원을 제외하면 800명입니다.”

“800명이라. 당숙을 비롯한 호족들의 세력은?”

“가병과 노비들을 합하면 1200명은 동원할 수 있으리라 파악하고 있습니다.”

“정규가병과 노비들의 비율은?”

“정규가병이 900, 노비들이 300입니다. 단점이라면 그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지휘권을 하나로 모으기도 힘들 겁니다.”

“당숙이 계시는데 확언할 수는 없지. 가병이 800밖에 남지 않았다라.”


지난 홍건적의 전쟁에서 함흥에만 3천이 넘는 가병이 있었다.

그 3천 중 1500명은 큰 아버지인 이원계를 따라 원 남부의 홍건적을 견제하며 신나게 약탈을 진행 중이었다.

500명은 고려에서 동북면으로 넘어오는 길목을 지켰고 300명은 해삼위에 새로 건조되고 있는 선거를 지켰다.

그렇게 본거지인 함흥에는 가병이 800명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시간은 우리 편이야. 그건 저들도 알테고. 반드시 큰아버님이나 아버님이 오시기 전에 우리를 치려고 할거야.”

“그래도 아직 어르신께서 살아계시는데 함부로 움직이겠습니까? 어르신께서 살아계신 상황에서 일을 벌이면 함흥은 물론이고 동북면의 지지를 얻지 못할텐데요.”

“그건 알 수 없는 일이야. 힘의 논리가 성립되는 동북면이니 순식간에 분위기가 당숙에게 넘어갈 수 있어. 어차피 똑같은 이씨니까.”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겠습니다.”


티무르는 방우의 지시를 적은 종이를 들고 밖으로 나섰다.

정보부의 수장으로 할 일이 많았기에 방을 나서는 티무르를 잡지 않았다.


“그나저나 도련님.”

“무슨 일 있어?”


10살이 넘어가자 방우는 세가의 일보다는 자신을 단련하는데 더 시간을 쏟고 있었다.

이자춘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긴 했지만, 본인의 실력이 되지 않으면 인정받을 수 없었다.

동북면의 특성상 인정이라는 것은 결국 무력이었고 반복적인 훈련으로 몸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방우가 추진하고 있던 일은 송익훈과 나성민이 많이 처리했다.


“벌써 3년째 맞춤법을 손보고 있는데 이제 겨우 단어들은 통일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래? 천천히 학교에 보급해서 통일시켜나가. 저번에 알려준 마침표와 느낌표, 물음표들도 보급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도련님 이것도 한번 봐주십시오.”


송익훈에게 맞춤법에 대한 지시를 내리자 나성민이 보자기에서 책 한 권을 꺼내 방우에게 넘겼다.


“드디어 완성된건가?”

“아직 초안이긴 합니다만 유생들과 고승들이 도련님께서 말씀해주신 홍익인간의 뜻을 최대한 살려 만들었습니다.”


나성민이 꺼낸 책에는 도덕이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3년 전 동북면에 있는 고려의 고승들과 유학자, 여진과 몽골족의 주술사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일명 골방에 그들을 한 번에 집어넣었다.

동북면의 고려인, 여진족, 몽고족까지 통합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하기 위한 기본적인 규율을 만들기 위한 초석이었다.

처음에는 서로의 교리와 관습법이 진리인 마냥 싸웠지만 한 방에 집어넣은 지 1년 만에 건설적인 토론이 시작될 수 있었다.

그때부터 서로의 교리와 사상을 토의하며 만들어 낸 결과물이었다.


“우선 놓고 나중에 살펴보지. 골방은 그대로 유지해. 그래야 불교도 다른 종교와 비교하며 자신들의 타락을 느낄 수 있겠지. 유학도 사서삼경이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닳을 것이고. 도덕책을 바탕으로 율법서도 만들어야 하니까.”

“국교를 세울 생각은 없으신 겁니까?”

“종교는 종교로 남아야 해. 국가와 종교가 하나가 되어봐야 좋을 것이 없어. 어차피 종교는 인간에 의해서 타락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럼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송학사와 나학사도 학교의 인원들을 추슬러. 만약 전투가 벌어지더라도 절대 피해를 보면 안 되는 곳이니까.”


방우는 두 학사에게 학교를 부탁했다.

동북면의 미래가 길러지는 곳이자 이씨세가에 복속한 여진족들의 후예가 있는 곳이었다.

당숙도 여진족이라는 변수를 생각해 학교를 먼저 공격할 수 있었다.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학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야했다.


“알겠습니다.”


송익훈과 나성민이 회의실을 나가자 이천계의 집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가만히 계십시오. 가만히 계시면 알아서 챙겨드리겠지만 반발한다면 짓밟아버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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