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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아비 님의 서재입니다.

방원아, 너의 자리는 없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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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아비
작품등록일 :
2024.03.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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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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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프롤로그

DUMMY

“이 이사, 또 멍하니 한국이 있는 쪽만 보는 거야? 이제 포기할 때도 됐잖아.”

“선박 수리부도 아니고 설계부가 왜 이 출장을 나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니까요.”

“귀에 딱지 앉겠네. 이제 포기할 때도 되지 않았어? 수에즈만 통과하면 진짜 금방이라니까.”


한국 최대 조선사인 한국조선해양.

환경에 대한 문제가 대두된 후 많은 연구를 통해 LPG선을 개발해냈다.

그런 LPG선의 문제점은 일정 속도가 오르기 전까지는 힘이 약하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번 이준선 이사의 팀에서 개발한 선박은 그 단점을 보완시킨 첫 시제품이었다.

최초에다 우회 특허를 전부 틀어막았기에, 그 비싼 LPG선을 1.5배는 더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최초로 그 선박을 주문한 프랑스 베링사에서 이번 운송에 베테랑 선장은 물론이고 즉시 기관을 수리할 수 있는 기술자, 설계를 책임진 이준선 이사까지 동행을 요구했다.

회사는 선주 측의 요구를 승낙하고, 이 이사를 비롯한 최고의 전문가를 팀으로 꾸려 프랑스로 보내는 화물선에 승선시켰다.


‘짠돌이 회사 같으니. 그냥 비행기로 보내주면 되잖아. 왜 배를 태워 보내냐고.’


선박설계 전문가인 이준선은 배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지, 항해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배로 장거리 항해를 하는 것이 처음이었다.

옆에 있는 학교 선배 최 선장은 아니겠지만.




“이 이사님. 해양대 출신이었어요?”

“네. 최 선장님도 해양대 출신이시죠?”

“하하. 내 나이 때의 선장들이라면 거의 해양대 출신이라고 보면 되죠.”


첫 만남 때 인사한 두 사람은 바로 학번을 댔다.

한 달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배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서 지내야 하기에 배의 모든 책임을 지는 선장과 친분을 쌓는 건 나쁜 일은 아니었다.


“배를 만들고 싶어서 고민하다가 해양대 조선과를 선택했다고?”

“당시에는 어렸으니까요. 선생님들과 부모님은 의대나 갈 것이지, 왜 배를 만드는 곳을 가려 하냐고 구박했다니까요.”

“그러니까 그냥 의대나 갈 것이지.”

“배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내 손으로 배를 설계하고 싶어서 도망쳤죠.”


한때는 해양대학교가 서울 명문대에 버금가는 경쟁률을 보였다.

물론 그건 1960년대. 그 후 꾸준히 하락해서 지금은 그냥 지잡대였다.

물론 마도로스를 꿈꾸는 항해사나 기관사가 되려는 사람들은 아직도 명문으로 쳤지만, 설계 쪽은 아니었다.

해양대가 아니라 서울대에도 선박설계를 위한 학과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어려서 몰랐다.

그리고 그 서울대 카르텔이 얼마나 강한지도 몰랐다.

이사 직함을 단 지금도 실력으로는 최고의 대접을 받고 있었지만, 설계부 외에는 실권이 전혀 없었다.


학교에 다녔을 때도 현실을 알게 된 후론 재수할까 고민했지만, 새로운 취미에 빠지게 됐다.

해양대학교에 매년 찾아오는 범선에 푹 빠져버린 것이다.

그때부터 범선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다가 해양대 범선 동아리까지 가입했다.

범선의 설계작업을 시작한 것도 그 시기였다.

현대의 배도 매력 있었지만, 범선은 더욱 매력이 있었다.

더구나 동아리 지원금과 선배들의 지원금으로 1/4 축척으로 실제 배까지 직접 제작했었다.

당시 취미가 지금까지 이어져 지금 준선의 집에는 직접 제작한 각종 배들이 있었고, 그 배들이 TV에 소개되면서 양주에 가면 가봐야 할 곳으로 손꼽혔다.


“완성해야 할 배를 완성 못 시켜서 계속 그쪽을 바라본단 소리잖아.”

“전열함이라니까요. 이번에 제작하고 있던 거. 5년치 연봉을 모두 쏟아부었어요. 마지막 작업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곤 바로 취직했다.

취직한 이후에 연애도 해봤지만, 범선 제작만큼 재미있지는 않았다.

결국, 50이 가까운 나이까지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범선과 함께 살았다.

그런 인생의 역작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전열함의 완성이 눈앞에 있었다.

회사의 명령에 그 모든 작업을 뒤로 하고 한 달이 넘는 출장을 오게 됐으니, 입이 댓 발 나와 있는 것이 당연했다.


“전열함이라. 전열함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화포인데 말이야.”

“선장님도 전열함에 대해 아시는군요.”

“해양대 출신, 아니 배 타는 사람치고 그 시대의 로망을 모르겠어? 나도 범선을 몰아본 적이 있다고.”

“실제로 범선을 몰아보셨다고요?”

“현대식으로 만들어진 범선이었지만 동력이 없어서 바람만으로 움직이던 배였으니 범선이 맞긴 하지.”

“범선을 몰아보고 싶었는데 뱃멀미 때문에 도저히 힘들던데.”

“하하. 배 설계하는 사람이 뱃멀미라니. 그럴 수 있지.”


준선은 배를 좋아했지만 뱃멀미가 심했다.

처음 만들었던 범선을 타고 바다에 나가본 후론 자신이 제작한 범선을 직접 바다에 띄운다는 생각을 포기했다.

그 대신 대학 시절 범선 동아리 후배들을 불러 대신 시승을 시켰다.

제작만 할 줄 알았지, 배를 모는 것도 이론만 알았다.


“화포까지 전부 만든 거야?”

“당연하죠. 힘을 좀 쓰긴 했지만 만들었죠.”


준선이 하는 일이 설계이다 보니 선박의 재질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엔진만 해도 폭발력을 버티기 위해 어떤 합금을 써야 하는지 어떤 두께를 가져야 하는지 알아야 했다.

그래야 기본적인 선박의 크기나 규모를 정할 수 있었다.

이 기본적인 것을 다 알고 난 후에 시작되는 함선의 설계.

각 부분의 세부 설계자들이 설계하지만, 그 책임자가 준선이라 최종적으로 확인을 해야 하는 위치였다.

그렇기에 제철회사와도 커넥션이 있었고, 준선이 원하는 주철이나 강철을 뒤로 구할 수 있었다.

물론 그걸 가지고 화포를 만드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긴 했지만, 돈만 있으면 충분히 만들 수 있었다.


“화포는 문제가 되지 않았어?”

“화약만 만들지 않으면 허가를 해주더라고요.”

“화약이 중요하지 않아? 만들기도 쉽고.”

“쉽긴 하죠. 간단한 작업만 거치면 되니까.”


범선시대에 쓰이는 화약은 흑색화약이었다.

초석과 목탄, 황을 조합해서 만들고 코닝까지 한다고 해도 혼자서 쉽게 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

재료들도 모두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다만 대한민국의 법이 있었기에 몇 번 만들어보고 조용히 폐기해서 화약은 만들고 있지는 않았다.


“화포에 화약을 넣고 직접 터트려보고 싶었는데.”

“그 시절로 가지 않고서는 못 하죠.”

“가끔 그 시절로 가서 해적이 되는 꿈도 꿔봤어.”

“내 동료가 돼라. 그러면서요?”

“하하! 그런 낭만도 있지만 그건 범죄잖아. 잡히면 바로 뎅강. 그래도 원 없이 바다를 모험할 수 있었겠지.”

“그래도 안전하게 마도로스의 삶을 누리고 계시잖아요.”


최 선장은 버릇처럼 앞주머니에서 담배 파이프를 꺼냈다.

선장으로 취임한 지 15주년을 기념해 만든 마도로스의 상징인 담배 파이프.

흡연자는 아니었지만, 항상 앞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자신의 보물 1호라며 자랑했었다.

얼마나 꺼내봤는지 장미뿌리로 만든 담배 파이프가 손기름으로 반질반질 코팅이 되어 있을 정도였다.


“너무 안전해서 그렇지. 2등 항해사로 2년, 1등 항해사로 5년을 지낸 다음에 처음으로 선장을 했으니 졸업하고 배를 탄 지도 31년이 지났네.”

“그동안 안 가본 곳이 없으시겠어요.”


처음 배를 인도할 때부터 가장 베테랑 선장을 원했으니 경력도 길었던 최 선장이 선택됐다,

특히 항해사들의 실력이 압도적으로 높은 대한민국에서도 최 선장은 최고라고 꼽혔다.

중간 기항할 때마다 해당 항에서도 따로 도선사를 승선시키지 않고 최 선장이 직접 입출항을 진행했을 정도였다.


“안가본 곳은 없는데 GPS만 따라가니까 재미가 없잖아.”

“이제 은퇴할 나이시면서 너무 위험한 곳만 좋아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범선의 조타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잖아. 설계하는 것도 실전에서 직접 배를 몰아보면 완전히 달라진다고.”


준선도 최 선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설계 당시에는 쓸모없어 보였던 부분들과 장식들이 실제 운항에서는 꼭 필요한 것도 많았다.

그렇게 보름이 지났을 무렵, 이제 인도양을 지나 홍해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 수에즈만 통과하면 금방이야.”

“이제 곧 끝나겠네요. 지겨웠는데.”


거의 보름 동안 해온 범선의 이야기는 이제 아는 지식을 모두 털어낼 정도에 다다랐다.

홍해를 지나고 수에즈를 지나면 최종 목적지인 마르세유까지는 기항지 없이 바로 가게 되는 일정이었다.

마르세유에 도착해 거래처 전문가들과 선박을 점검하고 인수증을 받으면 이 지겨운 항해도 끝나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너무 긴장을 놓지 마. 바다는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




그 말이 씨가 됐는지 그날 저녁에 바로 사이클론 예보가 나왔다.


“선장님, 사이클론입니다!”

“어디서 발생하는데?”


최 선장은 육안으로도 보이는 심상치 않은 구름을 보며 위성사진을 분석 결과를 물었다.


“발생 시점은 모레입니다. 아덴만 끝 소코트라 우측 120Km에서 생성될 예정입니다.”

“모레면 우리가 아덴만에 들어서고 나서이긴 한데······.”

“그 전부터 바람이 거세질 겁니다. 3시간 정도는 30Km/s의 바람 속을 운항해야 합니다.”

“3시간이라······. 속도를 올리면?”

“아덴만에 워낙 선박의 숫자가 많아 속도를 올릴 수도 없습니다.”


지중해에서 인도양으로 빠져나오는 수에즈 운하와 홍해, 아덴만의 특성상 수십 척의 배가 몰려 있는 곳이었다.

거리를 잘 유지한다고 해도 올릴 수 있는 속도에는 한계가 있었다.


“어쩔 수 없지. 강풍경보 내리고 손님들은 절대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해.”


최 선장의 노련함에 아직 인도계약서도 작성하지 못한 선박은 안전하게 사이클론 권역을 벗어났다.

반나절 가까이 좁은 선실에 갇혀 있었던 준선은 밖에 나와도 된다는 소리에 바로 갑판으로 나왔다.

컨테이너를 싣지 않았기에 400미터가 넘는 길이와 63미터의 폭을 가진 선박 갑판의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그런 준선에게 최선장이 다가왔다.


“저기 저쪽에 군함 보여?”

“장보고 함인가요? 진수되고 처음 보네요.”


대한민국 해군 소속 군함인 장보고 함.

준선이 설계로 참여했던 군함이라 한눈에 알아봤다.

무기와 관계된 부분은 비밀인가증이 있는 사람만 참여가 가능했기에 그 부분은 보지 못했지만, 엔진부터 프로펠러까지 모두가 준선의 설계 아래 제작된 군함이었다.


“요즘 소말리아 해적들이 얌전해진 이유이기도 하지.”

“한국에 있었을 때는 몰랐는데 군함들까지 나서서 경계하고 있으니 여기가 해적 출몰지역이라는 것이 실감 나네요.”

“그러니까 홍해에 들어설 때까지는 얌전히 선실에 있으라고.”

“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비 와서 미끄러우니까 조심하고.”


최 선장이 손을 흔들며 선실로 향하는 준선에게 경고한 그 순간, 준선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헉! 미끄러진 건가? 무지 쪽팔리는데.’


준선은 자신의 몸이 뜬 것을 자각하며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길게 가지 못했다.

갑판 구석에 있던 컨테이너를 고정하는 트위스트 락에 그대로 머리를 찧고 만 것이다.


“이 이사! 준선아!”


최 선장이 급하게 뛰어왔지만, 이미 준선의 머리에서는 피가 철철 흘렀다.

두 눈은 감긴 후였다.


작가의말

새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당분간은 매일 연재를 할 예정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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