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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스 한입 하실래예

삼류배우가 마법천재 황자님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이기준
그림/삽화
연근조림
작품등록일 :
2023.05.19 06:32
최근연재일 :
2023.08.10 08:57
연재수 :
64 회
조회수 :
164,006
추천수 :
8,549
글자수 :
329,698

작성
23.07.04 21:00
조회
1,913
추천
111
글자
11쪽

배달의 민족 (11)

DUMMY

**



"와, 완벽하세요···."


느베타가 내게 수줍게 엄지를 들어주었다.


"그래?"


나는 사무실 구석에 놓인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춰보았다. 왼쪽으로 한 번, 오른쪽으로 한 번, 턱을 치켜들면서 한 번.

잘생기기로 유명한 한국의 모 배우가 자기 외모를 두고 늘 새롭고 짜릿하다는 말을 했었다는데, 그게 어떤 심정에서 나온 말인지 알 것 같다. 잘생김에는 질린다는 개념이 있을 수가 없어. 언제 어느 때나 날 행복하게 만들어준다고.


흠······.


이렇게 나르시스트가 되어가는 건가.


"얼마나 많이들 오고 있지?"

"초, 초대장을 받으신 분들은 대부분 차, 참석하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더 많이 오실 거에요."

"숫자로 말해 봐."

"우선 처, 천오백 분이······."


많다.


유셉이 건네준 명단이 너무 많았다. 그들 대부분이 빠짐없이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 그래서 별궁의 안 쓰는 방들을 개방하고, 마당에도 테이블을 늘어놓고, 심지어는 임시로 차려둔 사무실까지 밀어버렸는데, 그래도 공간이 모자랄 것 같다.


파티 시작까지는 앞으로 한 시간.


이미 첫 번째 손님이 정문 문턱을 넘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아직 나는 나갈 수 없다. 주인공이 등장하는 건 언제나 마지막이어야 하니까.


"음식은 어떻지?"

"조, 조금 부족할지도 모르지만······타렉 님이 열심히 재료를 사들이고 계세요···."


경비대장이 발로 뛰어야할만큼 상황이 급박하다는 의미다.


"절대 차질이 있어서는 안 돼. 요리가 메인이니."

"네."


가장 지출이 컸던 분야가 신선하고 값진 재료를 사들이는 것이었다. 돈으로도 구하기 힘든 재료를, 느베타와 내가 머리를 맞대서 최고의 메뉴를 도출해냈다. 오늘 파티의 목적은 대체 어디서 이런 진미를 구했냐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끔 만드는 것이다.


"다른 것들은?"

"자, 장식 쪽에 미흡한 게···."

"그래, 마지막까지 고생해다오."


느베타가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나는 발코니에 서서 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파티의 중심이 될 홀은 천장이 없는 복층구조였다. 샛노랗고 매끈한 바닥 위로, 화사하게 차려입은 귀족들이 드문드문 걸어 들어왔다. 그럴 때마다 하인들의 우렁찬 외침이 들려왔다. 어느 가문의 누구누구씨가 입장했다고.


"긴장되십니까?"


라나가 곁에 다가서며 물었다.


"차라리 라시드 형님의 땅굴을 한 번 더 들어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피식 웃었다.


"황자님답지 않으시군요. 더한 것도 해내셨잖습니까."


긴장은 나답지 않다라. 나란 사람의 평판이 여기까지 올라왔구나.


"라시드 형님 쪽은? 움직임이 있나?"


라시드를 털어버린지 며칠이 지났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간밤에 수도 외곽에서 용병끼리 싸움이 벌어졌다는군요. 라시드 전하의 사병이 중간에 개입해서 상황을 정리했다고 합니다. 명목은 치안 안정이었지만, 실제로는 증거인멸을 목적으로 한 작전이 수행되었다고 여겨집니다."


살벌하네. 서로가 서로를 배신자로 인식했던 모양인데, 대화보다는 칼이 먼저 나갔던 것 같다.


"콰이 대공은?"

"아직 답신이 없습니다."


내 원래 계획은 사레디의 협조 없이 사업을 론칭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강변 부지를 매입하면서 욕심이 생겨버렸다.

만약 사레디의 협조를 받아서 원거리에서 수도로 들어오는 모든 물류를 장악할 수 있게 된다면, 세력을 단숨에 키울 수 있지 않을까하는 욕심이다.


딸을 돌려받은지 며칠이 지났지만, 콰이 대공은 아직 답장을 보내오지 않았다. 그가 딸을 돌려받고도 입을 닦을 만큼 저열한 위인은 아닐 것이다. 다만 입장을 정리하고 딸을 숨기는 데에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저 자가 여기를 왔군요."


갑자기 라나가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발코니 아래, 막 정문을 넘어서는 사람을 쳐다보았다. 머리를 포마드로 깔끔하게 넘긴 중년의 남성이 기품있는 여성과 함께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중이었다.

그의 등장이 예상밖이었던 모양인지,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라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로 속닥이거나, 손가락질을 하거나.


"누구길래 저러지?"

"코우리 후작입니다. 라시드 전하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자입니다."

"코우리면 그 코우리인가?"

"예."


새벽의 극단을 엉망진창으로 이끌었던 칼라일의 성이 코우리였던 걸로 기억한다. 만약 저 자가 칼라일의 아버지라면, 나한테 감정이 좋지 않을 것이다.


"분명 명단에는 우리쪽 사람들만 넣었을 텐데."

"명단에 있는 사람만 참석하라고 하진 않으셨으니까요."


생각해보니 나는 라시드의 파티를 엉망으로 만든 원죄가 있다. 그 업보가 오늘 여기서 돌아온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일이 아니다.

지금쯤 라시드는 자히라를 날려먹은 일 때문에 정신이 없을 테지만, 모르지, 그 분노를 내게 쏟아낼 작정일지도.


"우선 하인들을 붙여서 감시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마뜩잖은 투로 말했다.


"이만 내려가보셔야겠습니다. 황비 전하께서 오셨습니다."



**



이샤는 내빈들에게 둘러싸인 채 환대를 받고 있었다. 그녀는 원래도 아름다웠지만, 오늘은 후광이 비쳐보이는 착각이 들 정도로 미모가 빛을 발했다. 그녀는 계단을 내려오는 날 발견하더니, 옷자락이 구겨지는 건 아랑곳않으며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샤말, 어찌된 게 너는 하루가 다르게 늠름해지는구나."


그녀가 내 손을 맞잡으며 눈을 반짝였다.


"어머니도 하루가 다르게 아름다워지십니다."

"요즘처럼 네가 다 자랐다는 걸 실감할 때가 없다. 사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놀랐는데, 이렇게 멋진 파티를 열 줄이야."

"놀라기엔 아직 이르십니다."


나는 그녀를 디너테이블로 이끌었다. 파티의 목적이 먹고 마시는 것이니만큼, 어디를 가나 상다리가 부러질듯한 성찬이 차려져있었고, 수많은 하인들이 분주하게 음식을 나르는 중이었다.


이샤는 손뼉을 치며 감탄하더니, 허리를 숙여 음식을 하나하나 관찰하기 시작했다.


"나조차도 쉽게 접하지 못할 별미들이 잔뜩 있구나. 이런 귀한 것들을 집까지 가져다 주는 게 네 목표라고 했더냐."

"그렇습니다.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신선함으로요."

"그렇다면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내가 네 첫 번째 고객이 되어주마."

"어머니께선 이미 제게 충분한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따 VVIP 회원권을 발급해드리죠. 평생 무료이용이 가능한 등급입니다."


이샤는 더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걸 못내 아쉬워했다. 나는 그녀와 환담을 더 나눈 뒤 홀 중앙으로 돌아왔다. 본격적으로 손님들이 밀어닥치고 있었다. 이미 아래로 내려와버린 마당이라, 주인으로서 자리를 지켜줘야 할 듯했다.


"샤말 전하."


목소리는 뒤에서 들려왔다. 금발머리의 깐깐하게 생긴 청년이 서류를 옆구리에 낀 채 멀거니 서있었다.


"보고할 거라도 있나, 트라이드?"


트라이드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속삭였다.


"창고 1동의 건축이 끝났습니다. 초도물량은 소화 가능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만······뭡니까. 수도 귀족 절반을 불러들이시다니요."

"나도 이렇게 잘 풀릴줄은 몰랐다."

"최대한 빠른 속도로 2동을 짓는 중입니다. 하지만 보름 안에 두 동을 더 올리지 않으면 난리가 나겠군요. 저는 현장으로 가볼 테니,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 주십시오."

"널 믿으마."


트라이드가 잰걸음으로 퇴장했다. 그와 교대를 하듯 라나가 다시 등장했다.


"코우리 후작 쪽은 아직까진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음식을 먹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더군요."

"이젠 다른 데 가지 말고 옆에 딱 붙어있어. 네가 누가 누구인지 소개를 해야 대응이 될 거 아니냐."

"알겠습니다."


오늘 참석할 사람들 중에서 내가 반드시 알아둬야할 이름들에 대한 숙지는 마쳤다. 그러나 이름을 안다고 해서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샤말 전하,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야말로 와서 고맙다."


끊임없는 인사들, 웃음들.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한 마디라도 더 나눠보려고 애를 쓰는 중이다. 라나는 중요하지 않은 자들은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저기 보이십니까?"


그녀가 혼자 문으로 걸어들어오는 사람을 가리켰다. 잎사귀를 형상화한 듯한 독특한 디자인의 옷을 걸친 남자였다.


"제국 7현의 일인인 '녹림의 우샤흐'입니다."


제국 7현이란 제국에서 황제 다음의 입지를 가지는 대마법사들을 일컫는다. 그들은 지닌 힘이 워낙 초월적인 탓에 일반적으로는 정치적 중립을 선언하곤 했지만, 우샤흐는 특이하게도 유셉 황태자의 편을 들고 있다.

그는 사막의 녹지화에 커다란 기여를 하는 자이기도 했다. 아직 가문을 이루지 않고 있기에, 그가 죽으면 사막의 나무가 씨가 마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고.


"먼저 다가가십시오. 기회가 닿으면 VVIP 회원권을 찔러주시구요."


다가가라고 하니 다가가본다. 가까이서 관찰해보니, 우샤흐의 옷은 진짜 잎사귀를 붙여서 만든 것이었다. 그는 심지어 수염과 눈썹이 있어야할 자리에도 풀을 매달아놓았다. 전반적으로 고유마법을 창안한 마법사다운 광기가 느껴졌다.


"샤말 전하, 이렇게 직접 맞아주시다니."


그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제국 7현의 일석을 접대할 수 있다니, 영광이다."

"그런데 풀이 너무 없군요, 전하."


응?


"다음에는 풀과 나무를 조금 더 부탁드립니다."


우샤흐가 시무룩하게 말하며 멀어져갔다. 나는 이 인간 때문에 만법의 홀에 풀과 나무가 그득했던 게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다녀왔다, 차인 것 같지만."


라나는 전혀 실망한 눈치가 아니었다.


"원래 다루기 까다로운 인물입니다. 하지만 제국 7현 중에는 그나마 정상적인 축에 드는 자이니, 천천히 공략해나가시면 됩니다."


저게 정상이라고.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한없이 얇아지는군.


"중요한 인물이 또 등장했군요. 유말입니다. 명성이 아주 높은 모험가죠."


라나가 기골이 장대한, 중무장한 남자를 가리켰다. 그는 이곳이 파티장이라는 자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무기를 들고 있지 않다는 점을 빼놓고는, 당장 경비병으로 기용해도 좋을 만큼 중무장을 갖춘 채였다.


"명단에서 모험가라는 자들을 몇 명 봤는데, 모험가가 대체 뭐하는 직업이냐?"

"문자 그대로 모험을 합니다."

"뭘?"


라나가 나를 '너무 많은 걸 잊으신 게 아닙니까'라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215년 전, 제국이 사막이 되기 전에 만들어진 유적들을요."


나는 그녀가 해준 말의 의미를 곱씹어보았다. 당연히 이 땅이 원래부터 사막은 아니었겠지. 그런데 전국토의 사막화가 이루어진 게 고작 215년 전이라면······.


"황자님, 코우리 후작입니다."


라나가 경고했다. 포마드의 신사가 굳은 표정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는 부인으로 추정되는 여인과 함께였는데, 여자 쪽도 표정이 굳어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작가의말

모래바다님, 추천 감사합니다. 부족한 부분은 잘 참고해서 반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제 소설이 재밌습니다. 모래바다님이 그러셨듯이, 저도 이 글이 제 전작보다 더 나은 글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저만 재미있어하는 글이 아닐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집필에 전념하는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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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두 번째 주연 (3) +12 23.07.09 1,728 108 12쪽
40 두 번째 주연 (2) +9 23.07.08 1,848 107 13쪽
39 두 번째 주연 (1) +5 23.07.07 1,907 114 11쪽
38 배달의 민족 (12) +3 23.07.05 1,894 105 11쪽
» 배달의 민족 (11) +10 23.07.04 1,914 111 11쪽
36 배달의 민족 (10) +10 23.07.03 1,918 124 13쪽
35 배달의 민족 (9) +10 23.07.02 1,955 1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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