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O.31, novel

악마는 길을 걷지 않는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아™
작품등록일 :
2017.08.25 00:43
최근연재일 :
2018.02.28 19:32
연재수 :
89 회
조회수 :
175,704
추천수 :
3,656
글자수 :
499,958

작성
18.02.14 15:18
조회
924
추천
10
글자
12쪽

19. 총알 (2)

DUMMY

**

그리엄은 혼자 대기실에 남아, 머릿속으로 움직일 경로를 곱씹는 중이었다.

대기실에서 연회장은 멀지 않다. 중간에 다른 건물 같은 것도 딱히 없었다. 궁전 앞뜰 근처에 건물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애초 연회장, 대기실. 정문 경비초소 뿐이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도주였다. 일단 일이 벌어지면 병력이 집중될 터. 황제 호위군은 군내에서도 정예들이다. 과연 그들을 뚫고 황궁을 탈출할 수 있을지.

사실 그리엄 본인은 자신이 있었지만, 노딕과 팽의 안전은 장담할 수 없었다.


-펑! 펑!

-쾅!


그때 밖에서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건물이 흔들려 왔다.


“뭐야. 이거!”

“무슨 일 난 거 아니야?”


안에 있던 경호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리엄이 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경호원들이 우르르, 문으로 달려갔다.


“문 열어!”

“그냥 부숴!”

-쾅!


경호원들은 기어이 문을 부숴버리고, 우르르 밖으로 몰려나갔다. 그리엄 또한 그들 속에 섞여 밖으로 나왔다.

밖에 있던 군인들은 갑자기 나온 경호원들을 통제하느라 바빴다.


“다들 다시 들어가 주십시오!”


군인들이 소리를 쳤지만, 이미 동요한 경호원들을 통제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경호원들은 모두 연회장으로 가려하고 있었다. 각자 자신의 경호 대상이 그곳에 있을 것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탕! 탕!


난리통 속에, 강렬한 총성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단번에 정리했다.


“지금부터 모두 대기실로 돌아간다. 반항하면 사살한다.”


총성이 들린 곳에는 3호위단 단장. 콜투가 싸늘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경호원들은 수군거리면서도, 차마 그의 말을 거스르지 못했다. 하나 둘, 다시 대기실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쾅!

-퍼펑!


다시 한 차례 폭발이 일었다. 폭발 소리가 들린 곳은, 궁전의 본관. 황제의 집무실을 비롯해, 회의실, 침실 등이 있는 곳이었다. 즉, 황제의 공간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이었다.


“이런 썅! 병력 본관으로 보내!”

“알겠습니다!”


콜투가 근처에 있던 군인을 향해 소리쳤다.

그리고 그 틈에, 그리엄이 무리를 빠져 나왔다. 그리고 빠르게, 연회장을 향해 달려갔다.

그것을 발견한 군인 몇이 소리를 쳤지만, 그리엄은 멈추지 않았다.


“지금 경호원 한 명이 연회장으로 갔습니다!”

“미치겠군. 일단 경호원들 궁 밖으로 내보내도록. 나머지 병력은 나와 함께 연회장으로 간다!”

“예!”


콜투의 지시에 군인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

황궁 중앙 정원. 본관 뒤편의 넓은 정원으로 한 가운데 분수대는 물론, 황제의 동상까지 놓여 있어, 그냥 공원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 중앙 정원 주변으로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재무부, 내무부, 군부 등, 각 부처의 건물들이었다.


“저기다! 잡아!”


군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쫓고 있는 자들.


“이런 썅! 폭탄 남은 거 없어?”

“이제 두 개 남았는데···.”


노딕과 팽이었다.

팽이 주머니에서 돌 두 개를 꺼내 노딕 쪽으로 보여줬다.


“빨리 던져!”


노딕의 재촉에 팽이 돌에 마력을 주입한 뒤, 쫓아오는 군인들 쪽으로 던졌다. 돌은 바닥에 닿자마자 거대한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 쫓아오던 군인들의 몸이 충격으로 붕, 떴다.

노딕과 팽은 그 사이에 얼른 건물들 사이로 달아났다.


“젠장. 후문으로 나가는 게 가능하긴 한 거야?”


노딕이 달리면서 팽 쪽으로 말했다. 팽은 그런 노딕을 쫓아가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헤엑, 네가, 헉, 네가 짠 경로잖아! 허억, 헉!”

“하···. 그냥 저 쪽 담 넘어가자.”

“황궁 담을? 넘어갈 수 있어?”

“얼음으로 디딜 곳 만들어서 넘으면 되지.”


노딕의 말에 팽은 숨이 차 고개만 끄덕였다.

얼마 달리지 않아, 앞으로 높은 황궁 담이 모습을 드러냈다. 둘은 그 황궁 담을 올려다보며 꿀꺽, 침을 삼켰다.


“이거···. 다 올라가기 전에 걸리면··· 총 맞아 죽는 거 아니야?”


팽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노딕이 길게 한숨을 내쉬고, 마력을 손에 모으는 순간.


“저기다!”

“움직이면 쏜다!”


뒤에서 군인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하···. 진짜 돌아버리겠네···.”

“그냥 원래 경로로 가자! 후문, 후문!”


팽이 소리치며 앞서 뛰기 시작했고, 노딕도 얼른 뒤 따라갔다.


**

연회장 안. 연달아 들려온 폭발음으로 인해,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호위 대장. 무슨 일인지 확인 됐는가?”


황제가 옆에 서있는 호닐 소장을 향해 물었다. 호닐 소장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소매로 문질렀다.


“지, 지금 파악 중이옵니다.”


호닐 소장이 말하는데, 옆으로 6호위단 단장, 피두킨이 다가왔다.


“대장님. 현재 폭발은 본관과 초소 화장실에서 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폭발범으로 추정되는 괴한 둘을 추격 중입니다.”

“괴한?”

“그렇습니다. 연회 참석자 경호원들 중 괴한들이 섞여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피두킨의 말에 호닐 소장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아래. 수군거리는 수많은 귀족들 중, 유일하게 침착한 모습을 한 대공이었다.

대공과 눈이 마주쳤고, 호닐은 멍하니 서있었다.


‘어쩌지···. 여기서 경비 강화 명령 안 하면··· 수상하겠지. 하···. 이 반란군 새끼는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그때 피두킨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폐하를 다른 곳으로···.”

“밖에 괴한들이 있다 하지 않았나! 나갔다가 무슨 변고가 생길 줄 알고. 일단 여기 있는다. 단, 병력들을 소집해, 연회장 경비를 강화하도록.”

“···알겠습니다.”


피두킨이 대답한 뒤, 계단을 내려갔다. 호닐이 길게 한숨을 쉬는데, 황제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오?”

“아, 아니옵니다. 지금 원인을 파악 중이라 하니, 심려치 마시옵소서.”


호닐의 말에 황제가 앉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호닐은 불안한 듯, 계속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호닐과 황제를, 대공 케니 레인이 주시하는 중이었다.

그런 케니 레인의 옆에 있던 재무부 장관 펠가룬이 발을 동동 굴렀다.


“폭발음이 들린 지 꽤 됐는데···. 너무 늦는 것 아닙니까?”

“기다리는 것 말고, 우리가 뭘 할 수 있겠나.”


케니 레인은 펠가룬의 걱정을 일축시킨 뒤, 태연하게 와인 잔을 잡았다.

천천히 술이나 마시는 그 모습을 귀족 몇이 불안한 듯 바라봤다.


**

연회장 근처. 문은 물론이고 건물 주위로 호위군 병력이 배치돼 있었다. 숫자는 백여 명. 거기에 앞뜰에 배치돼 있던 1호위단 병력 오십여 명까지 추가 배치돼, 총 백오십 정도였다.

그리엄은 그런 연회장 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중이었다. 몸을 숨길 생각 따위는 없어 보였다.


“어이. 뭐야.”


병사 하나가 다가오는 그리엄 쪽으로 총을 겨누며 말했다. 그러나 그리엄은 멈추지 않았다.

병사가 총을 장전했다.


“더 이상 다가오면 발포한다. 멈춰.”

“바람 투창.”


그리엄은 멈추지 않고, 손을 앞으로 휘저었다.

그와 동시에 나타난 소용돌이 다섯 개가, 뱀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비상!”

-탕! 탕탕!


병사들이 총을 쏴대기도 하고, 소리도 쳐봤지만. 바람은 멈추지 않았다.

사람을 갈가리 찢어발기는 소용돌이들. 거기에 그리엄이 팔을 저어 칼바람까지 일으키자, 주위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연회장 주변에 배치돼 있던 병사들이 모두 문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전열을 갖춰라! 놈을 연회장 안으로 들이면 안 된다!”


장교로 보이는 자가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병사들은 최대한 전열을 갖춘 채, 그리엄 쪽으로 총을 겨눴다.


“발사!”


장교의 명령과 함께 병사들이 일제히 총을 쐈다. 그러나 그리엄은 실드를 이용해 총알을 가볍게 막고, 손을 내밀었다.


“돌개. 중형.”


그리엄의 앞에, 거대한 소용돌이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아까의 바람 투창과는 비교도 안 되는 크기. 포 젝타스의 집, 5거주구 쓰레기장에서 썼던 것보다는 작았지만.

그것은 강풍을 일으켜, 병사들이 눈도 제대로 뜰 수 없게 만들었다.

소용돌이는 천천히 움직이며, 증원되는 병력들의 길을 막았다. 그사이 그리엄은 연회장 문으로 다가갔다.


“다, 다가오지 마!”


아직 멀쩡한 병사 둘이 그리엄의 앞을 막아섰다. 그리엄은 천천히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권총을 꺼내, 병사들 쪽으로.


-탕! 탕!


발사했다.


**

연회장 안.


“밖에 대체 무슨 소리인가. 총 소리 아닌가.”


황제가 바깥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호닐 소장을 바라봤다. 호닐은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한 채, 어버버 거렸다. 그러자 황제가 답답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래 군부 장관 있는가!”

“예, 예! 폐하! 하명하옵소서.”


황제의 부름에 군부 장관이 얼른 앞으로 뛰어와 허리를 숙였다.


“바깥에 무슨 일이 있는지, 그대가 직접 가서 알아보고 오시오.”

“예, 예?”

“나가서 바깥에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오란 말이오.”

“아···. 그게···. 음···.”


군부 장관은 바깥에서 들리는 폭발음, 총소리까지. 무슨 일인지는 모르나 괜히 나갔다가 잘 못 될까 두려워 우물쭈물했다.

황제가 그런 군부 장관을 보고 답답한 듯 돌아섰다.


“호위 대장.”

“예! 폐하!”

“무슨 일인지, 아직도 파악이 안 된 것이오?”

“그게···. 곧 소식이 올 것이옵니다. 잠시만 여기서 기다리소서. 경비도 강화시켰으니··· 이곳이 가장 안전하옵니다.”

“하···.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아, 당장 대장군부로 사람을 보내, 대장군을 입궁시키시오.”

“예···?”


황제의 갑작스러운 명령에 호닐은 또 다시 당황했다.

지금 상황에서 라데키라니. 그리엄이 오지 않는 것도 불안한데, 라데키가 만약 먼저 도착한다면. 일이 꼬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호닐을 향해 황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무엇 하시오. 대장군을 부르시오.”

“예···. 어이. 네가 대장군부로 가서 대장군께 입궁하라 전해라. 황명이다.”


호닐이 옆에 서있던 중위 하나에게 명령했다. 이에 중위가 얼른 계단을 내려갔고, 연회장 문고리를 잡았다.

그 중위가 문고리를 돌리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문이 열렸다.


“어?”

-탕!


중위는 문을 연 사람 얼굴도 확인하지 못한 채, 쓰러졌다. 쓰러진 중위의 이마에 뚫린 총알 구멍에선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으악! 뭐야!”

“자, 자객이다! 자객이다!”

“호위병! 호위병!”


안에 있던 귀족들이 난리를 피우기 시작했다.

그런 소란 속에, 중위의 시신을 넘어 연회장 안으로 들어온 남자.

그리엄이었다.


“웬 놈이야!”


연회장 안에 있던 호위군 병사들이 각자 총과 칼을 꺼내 들었다. 숫자는 약 열댓 명. 그들이 그리엄을 에워쌌고,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러나 그리엄은 그 병사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엄이 연회장 안을 잠시 훑어봤다. 모여서 덜덜 떨고 있는 귀족들. 공연이 펼쳐졌던 무대. 음식과 술이 올려져 있는 식탁들. 화려한 장식의 창문, 벽. 그것들을 지나. 그리엄의 시선이 천천히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폐, 폐하를 보호하라!”


가장 먼저 눈에 띈 익숙한 얼굴. 호닐 소장이었다. 호닐 소장은 황제의 옆에 서서 병사들을 지휘하는 중이었다.


‘저기인가.’


그리엄의 시선이 그 쪽에 고정됐다. 황제의 바로 옆을 지키는 자는 호닐 소장과 장교 넷.

그 장교 넷은 팔뚝의 헤버실드를 작동시킨 채, 황제의 앞에 서있었다.

그리엄은 그곳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네 장교들. 그들의 실드 너머로 약간이지만 보이는, 남자.

본 적이 없는 모자. 관을 쓴, 깨끗하고 하얀 얼굴. 이 나라, 제국의 황제.

그리엄은 황제를 확인한 뒤, 시선을 거두었다. 자신을 포위한 병사들 쪽으로.


-철컥


그리엄이 권총 탄창을 간 뒤, 앞으로 발을 디뎠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악마는 길을 걷지 않는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9 악마는 길을 걷지 않는다. 후기 +23 18.02.28 1,003 12 4쪽
88 22. 악마의 길, 그 끝에서 (5) - 完 +8 18.02.28 710 17 13쪽
87 22. 악마의 길, 그 끝에서 (4) +1 18.02.28 531 13 11쪽
86 22. 악마의 길, 그 끝에서 (3) +11 18.02.27 818 10 12쪽
85 22. 악마의 길, 그 끝에서 (2) +4 18.02.27 741 9 12쪽
84 22. 악마의 길, 그 끝에서 (1) +3 18.02.27 529 9 11쪽
83 21. 친구 (6) ~ 오랜 벗을 떠올리며 +4 18.02.27 537 8 12쪽
82 21. 친구 (5) ~ 오랜 벗을 떠올리며 +8 18.02.26 527 10 12쪽
81 21. 친구 (4) +4 18.02.25 801 9 12쪽
80 21. 친구 (3) +4 18.02.23 562 12 13쪽
79 21. 친구 (2) +4 18.02.23 537 11 12쪽
78 21. 친구 (1) +7 18.02.22 910 10 12쪽
77 20. 붕어(崩御) (3) +5 18.02.21 555 9 11쪽
76 20. 붕어(崩御) (2) +8 18.02.20 550 12 12쪽
75 20. 붕어(崩御) (1) +7 18.02.19 555 10 12쪽
74 19. 총알 (3) +6 18.02.17 582 10 12쪽
» 19. 총알 (2) +4 18.02.14 925 10 12쪽
72 19. 총알 (1) +4 18.02.13 607 10 12쪽
71 18. 연회 (3) +4 18.02.13 677 9 12쪽
70 18. 연회 (2) +3 18.02.12 575 8 12쪽
69 18. 연회 (1) +2 18.02.11 617 11 12쪽
68 17. 신호탄 (5) +3 18.02.09 623 8 11쪽
67 17. 신호탄 (4) +4 18.02.08 597 11 13쪽
66 17. 신호탄 (3) +4 18.02.07 1,048 9 12쪽
65 17. 신호탄 (2) +4 18.02.05 1,082 12 11쪽
64 17. 신호탄 (1) +6 18.02.04 1,065 9 11쪽
63 16. 국가 (4) +4 18.01.06 954 12 11쪽
62 16. 국가 (3) +5 18.01.02 856 14 13쪽
61 16. 국가 (2) +6 17.12.23 871 16 12쪽
60 16. 국가 (1) +2 17.12.19 1,113 1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