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O.31, novel

악마는 길을 걷지 않는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아™
작품등록일 :
2017.08.25 00:43
최근연재일 :
2018.02.28 19:32
연재수 :
89 회
조회수 :
175,702
추천수 :
3,656
글자수 :
499,958

작성
18.02.11 23:30
조회
616
추천
11
글자
12쪽

18. 연회 (1)

DUMMY

**

오전, 황제 주관 국무회의. 각 부 장차관급은 물론, 군 주요 인사들까지 모인 회의였다. 또한 귀족회의 의장인 대공도 참석해야 했으나, 대장군 라데키와 대공 케니 레인은 자리에 보이지 않았다.

옥좌에 앉은 황제가 두 빈 자리를 힐끗 바라봤다.


“대장군과 대공은 어찌 보이지 않는 것이오?”


황제의 물음에 신하들은 대답 없이 눈치만 살폈다. 그때 말석에서 누군가 앞으로 한 걸음 나와 고개를 숙였다.


“대장군부 부장 아뢰옵니다. 대공은 현재 대장군부에서 조사를 받는 중이옵니다. 하옵고 대장군께서는··· 감찰청에서 조사를 받고 있나이다.”


대장군부 부장의 말에 황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황제가 감찰청 청장 티 스티만 자작을 바라봤다.


“청장. 내가 대장군의 재판을 윤허하기는 하였으나, 국무회의까지 불참시키고 조사를 진행한단 말이오?”


황제의 물음에 스티만 청장이 앞으로 한 걸음 나왔다.


“송구하오나···. 대장군은 전군을 통솔하는 자이옵니다.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는 지라···.”

“대장군에 대한 조사는 어느 정도 진행 됐소?”

“어느 정도 진행 되었으나 아직···.”

“허면 대장군을 풀어주고, 앞으로 필요할 때만 그때그때 불러 조사하도록 하시오.”

“···예. 폐하.”


황제의 단호한 말에 스티만 청장은 더 이상 토를 달 수 없었다. 이어 황제가 대장군부 부장을 바라봤다.


“대장군부도 방금 지시처럼 조사를 진행하도록 하시오.”

“예. 폐하.”


황제의 말에 대장군부 부장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곧 나라의 경사인데, 감찰청에서는 대장군을 잡아 가두고, 대장군부에서는 대공을 잡아 가두고. 어찌 이리 서로 못 잡아 먹어 안달이란 말이오!”


황제가 살짝 언성을 높이자, 신하들 모두 송구스러운 듯. 고개를 더욱 조아렸다.


“이제 곧 통일 기념일 연회인데, 준비는 어찌 되고 있소.”

“현재 저희 내무부에서 주관해 차질 없이 준비 중이옵니다.”


내무부 장관이 앞으로 나오며 대답하자, 황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신하들을 훑어봤다.

이제 통일기념일 연회까지 앞으로 열흘. 황제를 비롯해 회의장에 모인 자들 모두, 그날을 생각하며 서로 다른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

황궁 정문 앞. 그리엄은 근처 골목에 숨은 채 정문을 주시하고 있었다. 황궁 앞이라 군인들이 자주 지나다녔지만, 지붕에 올라가거나 하며 들키지 않고 있었다.

그때 경비병들이 밖으로 나와 문을 열었다.


“충성!”


경비병들의 경례소리와 함께 문에서 나온 것은 마차였다. 말 두 마리가 천천히 끄는 마차. 그리고 마차의 정면, 마부의 머리 위 쯤 되는 높이에 별 두 개가 박혀 있었다.

그리엄이 마부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그날 대공 케니 레인의 집으로 왔을 때. 마당에 보이던 귀족들이 마차들. 그때 봤던 마부의 얼굴 중 하나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분명히 그때 있었어.’


만약 황제 호위군 대장. 호닐 소장이 아니더라도, 그때 있었던 자라면 자신들을 알 것이었다.

그리엄이 지붕 위를 통해 마차를 쫓아갔다. 마차는 그리 빠르지 않게 제1통일로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달려서 마차가 다다른 곳은 2거주구. 2구주구 초입의 집 앞에 마차가 멈춰 섰다. 곧 집문이 열리고, 마차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엄은 그 바로 옆 집 지붕으로 빠르게 올라갔다. 마차 주인집의 마당이 훤히 보였다.

마침 마차가 마당 한 쪽에 멈추는 중이었다.

마부가 내려 마차 문을 열어줬다. 밖으로 천천히 나오는 남자. 약간 둔해 보이는 큰 덩치에 익숙한 얼굴.

호닐 소장이었다. 호닐 소장이 마차 밖으로 나와 군복 상의를 풀어헤치며 하품을 했다.

집 현관문 쪽으로 향하던 호닐 소장이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집 대문 쪽을 바라봤다.


“어이! 경비병! 이리 와봐!”


호닐 소장의 우렁찬 목소리. 대문에서 경비를 서던 군인들이 허겁지겁 호닐 소장 쪽으로 달려왔다.

그리엄은 지붕에서 잽싸게 내려갔다. 담장 근처, 나무를 밟고. 빠르게 담을 넘어선 호닐 소장의 집 마당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빠르게 근처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다행히 본 사람은 없는 듯했다.


‘근처에 경비병이 더 있군.’


그리엄이 집 주위를 한 번 살피며 생각했다. 집 안팎으로 대략 삼사십 명 정도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때 호닐 소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약 대장군부에서 찾아오면, 나 아직 퇴근 안 했다 하고, 곧장 보고하도록. 알겠나?”

“예···? 하지만 대장군부면 대장군의···.”

-퍽!


군인의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엄이 살짝 나무 뒤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호닐 소장 앞에 차렷 자세로 서 있는 군인은 넷. 호닐 소장은 그 중 한 명의 가슴을 주먹으로 계속 치고 있었다. 군인은 밀려나거나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 차렷 자세를 유지했다.


“이 새끼야. 너 상관이 누구야. 어?”

“죄, 죄송합니다!”

“대장군 명령이라 해도! 일단! 직속! 상관인! 내게 보고하고, 내 지시를 기다리는 게 우선 아니냐고!”


호닐 소장이 계속해서 주먹으로 군인의 가슴팍을 때리며 말했다. 그리고 말이 끝나며 날린 마지막 한 방은, 군인의 명치에 꽂혔다.

군인이 고통스러운 듯 상체를 숙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게다가 우리는 황제 호위군 소속이야. 엄밀히 따지면 황제 폐하 직속이나 다름없다고. 알겠냐?”

“아, 알겠···습니다.”


군인이 대답하자, 호닐 소장이 쯧, 하고 혀를 찼다.


“다들 알겠나!”

“알겠습니다!”


군인들이 호닐 소장의 말에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어 호닐 소장이 손을 휙, 저었다. 군인들은 얼른 다친 동료를 부축해 원래 위치로 돌아갔다.

호닐 소장도 뒤로 돌아 자신의 집 현관으로 걸어갔다.

그리엄은 그런 호닐 소장을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

수도방위군 막사. 사령관실.

낮은 유리탁자를 마주보고, 수도방위군 사령관 하롤 중장의 앞에 앉은 사람. 그는 하첸이었다.

하첸은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 서있는 건장한 남자. 길게 기른 콧수염을 두 번 씩 묶고, 머리는 귀를 덮는 단발머리.

롱두였다.


“여기는 또 왜 온 겁니까. 그때···. 어험. 그 일로 우리 사이는 끝난 것 아니었습니까?”


하롤 중장이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첸은 그와 반대로 여유로운 얼굴이었다.

하첸이 찻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우리 사이가 어디 그렇게 끝날 사이인가.”


하첸의 말에 하롤 중장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지난 번, 수도를 떠들썩하게 만든 대장군 암살 미수사건. 그때 하롤 중장은 직접 폭탄을 방위군 막사 곳곳에 뒀었다. 수십 년 전, 자신의 뒤를 봐줬던 하첸과의 악연은 그것으로 끝이라 생각했던 그였다.

그러나 그 부탁을 들어준 것으로 인해, 하롤 중장은 오히려 약점이 하나 더 생겼다.


“이번에는··· 뭡니까.”


하롤 중장이 모든 것을 체념하고 물었다. 하첸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열흘 뒤에··· 통일 기념일 연회가 있지. 그 날 큰 사건이 하나 터질 것이네.”

“예?”


큰 사건이라는 말에 하롤 중장이 움찔했다.

이번에는 대체 무엇을 꾸미는 것인지, 하롤 중장은 추측조차 할 수 없었다.


“그 날 사건이 터지면, 수도 인근 부대들을 모두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고, 방위군 전 병력을 헤드 주(州) 바딘성으로 이동시키게.”

“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무슨 일이 일어나기에···.”


하롤 중장이 물었지만, 하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하롤 중장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무슨 일인지 말해주지 않으면, 그대로 못 하겠습니다.”

“호오···. 그렇다면 그날 라데키 암살 때, 자네가 한 일이 밝혀져도 상관 없다는 것인가?”


하첸의 말에 하롤 중장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 빌어먹을 노친네···.”

“허허. 이왕 해야 할 일인데, 기쁜 마음으로 해주시게.”


하첸의 능청에 하롤 중장은 더욱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결국 하롤 중장은 참지 못하고,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철컥


하롤 중장이 꺼내든 것은 권총이었다. 하첸의 머리를 겨눈 권총, 그 간격은 불과 1미터 정도였다.


“해야 할 일? 여기서 널 죽이면, 아무 것도 할 필요 없겠지!”


하롤 중장의 엄포에도, 하첸은 전혀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하롤 중장이 일그러진 얼굴로, 방아쇠에 힘을 주려는 순간. 갑자기 그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방 안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살기.


“거, 선생. 그 쯤 하시오. 더 나대며는 영감님이 뭐라든 죽이갔소.”


줄 곧 하첸의 뒤에 서있던 롱두였다.

총을 쥔 하롤 중장의 손이 덜덜 떨려왔다. 그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결국 하롤 중장이 총을 거두었다.


“역시. 사령관은 좋은 군인이오.”


하첸이 빙긋 웃어보였다.


**

밤이 깊을 동안, 그리엄은 나무 위에 숨어 있었다.


‘교대자가 이미 왔을 테니. 날 찾겠군.’


그리엄이 나뭇가지에 누운 채로 생각했다.

이번에 그리엄과 교대할 자는 노딕. 그리엄이 없어졌으니, 지금쯤 난리가 났을 것이었다.

그리엄이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리고 호닐 소장의 집을 바라봤다.

일단 1층에서는 많은 기척들이 느껴졌다. 아마 경비병들일 것이다. 그러나 2층에서 느껴지는 기척은 몇 되지 않았다.

그리엄이 주위를 살핀 뒤, 나무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벽에 파인 문양 홈을 밟고, 위로 뛰어 올랐다. 중간에 한 번 더 도움닫기를 하고, 2층 창문 난간에 올라섰다. 불 꺼진 방은 아무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덜컹


창문을 밀어봤지만, 열리지 않았다.

그리엄이 창틀에 앉아 잠시 고민하다 결심한 듯 창문과 창문 사이, 틈에 손을 댔다.


‘섬세한 컨트롤은 해본 적이 없는데.’


그리엄이 생각하며, 손에 마력을 모았다.


-씨이잉


좁은 틈으로 바람이 들어가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콰직. 팅


잠금장치가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창문이 열리고, 그리엄이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온 그리엄은 창문을 닫으며, 떨어진 잠금장치를 바라봤다.


‘잠금장치를 열려고 한 건데···. 이 정도로 세세한 건 역시 힘들군.’


그리엄이 잠금장치를 주워 창틀에 올려놓은 뒤, 문으로 다가갔다.

문을 열고 밖을 보니,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그리엄이 밖으로 나와 소리 나지 않게, 조용히 복도 안쪽으로 걸어갔다. 지나가며 보이는 방문들 앞에 서서, 안에 몇 명이나 있는지 기척을 느끼며.


“이 새끼야! 그날 호위 병력 배치는 내가 직접 짠다고 했지! 네가 뭔데 이걸 짜 와!”


복도 가장 끝에서 들린 성난 목소리. 분명 호닐 소장의 목소리였다. 그리엄이 빠르게 그 방 앞으로 다가갔다. 안에서는 두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이주 전에 제게 짜서 보고하라 말씀하신 게···.”

“내가 언제! 언제 이 자식아! 당장 꺼져. 꼴도 보기 싫어!”

“알겠습니다!”


그리엄이 얼른 그 바로 앞. 아무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방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발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지고, 기척까지 2층에서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그리엄은 다시 복도로 나갔다.

그리고 아까 그 방문을 천천히 열었다. 들어가 보니 안은 서재였다. 온갖 책들이 벽에 꽂혀 있었으며, 큰 책상이 하나 놓여 있었다.

호닐 소장이 책상 뒤, 창문 쪽으로 서서 담배를 피우는 중이었다.


“뭐야. 또···.”


호닐 소장이 문 열리는 소리에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그리엄을 확인하는 순간. 화들짝 놀라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드디어 만났군요.”


그리엄이 문을 닫고, 호닐 소장 쪽으로 걸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악마는 길을 걷지 않는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9 악마는 길을 걷지 않는다. 후기 +23 18.02.28 1,003 12 4쪽
88 22. 악마의 길, 그 끝에서 (5) - 完 +8 18.02.28 709 17 13쪽
87 22. 악마의 길, 그 끝에서 (4) +1 18.02.28 531 13 11쪽
86 22. 악마의 길, 그 끝에서 (3) +11 18.02.27 818 10 12쪽
85 22. 악마의 길, 그 끝에서 (2) +4 18.02.27 741 9 12쪽
84 22. 악마의 길, 그 끝에서 (1) +3 18.02.27 529 9 11쪽
83 21. 친구 (6) ~ 오랜 벗을 떠올리며 +4 18.02.27 537 8 12쪽
82 21. 친구 (5) ~ 오랜 벗을 떠올리며 +8 18.02.26 527 10 12쪽
81 21. 친구 (4) +4 18.02.25 801 9 12쪽
80 21. 친구 (3) +4 18.02.23 562 12 13쪽
79 21. 친구 (2) +4 18.02.23 537 11 12쪽
78 21. 친구 (1) +7 18.02.22 910 10 12쪽
77 20. 붕어(崩御) (3) +5 18.02.21 555 9 11쪽
76 20. 붕어(崩御) (2) +8 18.02.20 550 12 12쪽
75 20. 붕어(崩御) (1) +7 18.02.19 555 10 12쪽
74 19. 총알 (3) +6 18.02.17 582 10 12쪽
73 19. 총알 (2) +4 18.02.14 924 10 12쪽
72 19. 총알 (1) +4 18.02.13 607 10 12쪽
71 18. 연회 (3) +4 18.02.13 677 9 12쪽
70 18. 연회 (2) +3 18.02.12 575 8 12쪽
» 18. 연회 (1) +2 18.02.11 617 11 12쪽
68 17. 신호탄 (5) +3 18.02.09 623 8 11쪽
67 17. 신호탄 (4) +4 18.02.08 597 11 13쪽
66 17. 신호탄 (3) +4 18.02.07 1,048 9 12쪽
65 17. 신호탄 (2) +4 18.02.05 1,082 12 11쪽
64 17. 신호탄 (1) +6 18.02.04 1,065 9 11쪽
63 16. 국가 (4) +4 18.01.06 954 12 11쪽
62 16. 국가 (3) +5 18.01.02 856 14 13쪽
61 16. 국가 (2) +6 17.12.23 871 16 12쪽
60 16. 국가 (1) +2 17.12.19 1,113 1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