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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 novel

악마는 길을 걷지 않는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아™
작품등록일 :
2017.08.25 00:43
최근연재일 :
2018.02.28 19:32
연재수 :
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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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699
추천수 :
3,656
글자수 :
499,958

작성
18.02.05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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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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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1쪽

17. 신호탄 (2)

DUMMY

**

다음날 아침이 밝자마자 대공, 케니 레인의 집으로 감찰청 청장, 티 스티만이 찾아왔다. 스티만이 정장 셔츠만 입은 채, 응접실로 들어왔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케니 레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


“청장. 일은 잘 됐소?”

“지금쯤 폐하께 보고가 올라갔을 겁니다.”


스티만 청장의 말에 케니 레인이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앉았다. 스티만 청장이 그 맞은편에 앉았다.


“결단을 내려줘서 고맙소.”

“가만히 앉아 있으면 저희 모두 위험하지 않습니까.”

“그래···. 증인은···.”

“이미 이야기를 잘 끝내놨습니다. 헌데···. 이걸로 라데키를 어찌 할 수 있을까요?”

“되면 좋고, 잘 안 되더라도··· 시간은 끌 수 있지 않겠소.”

“이미 암살 건이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었습니까?”


스티만 청장이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레 말했다.

케니 레인이 그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건 그거대로 진행하지만, 그것만 믿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소. 이대로 시간을 좀 끌고, 암살이 실패하더라도, 그 일을 수사하려면 또 시간이 걸릴 것이오.”

“그래도 계속 시간만 끌어서는···.”

“만약 암살이 실패할 시, 군에 책임을 물게 할 수는 있을 것이오.”

“예?”

“호위군은 물론이고, 수도 방위군. 나아가 군을 통솔하는 대장군까지. 이번 죄인 재산 취득에, 암살까지. 대장군이라고 책임을 피하기는 힘들 것이오. 라데키가 물러난다면, 지금 대장군부에서 수사 중인 사건들이야, 계속 진행시킬 수 있겠소?”


케니 레인의 말에 스티만 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케니 레인이 피곤한 듯 눈언저리를 만지며 등을 뒤로 기댔다.


“일단 그 보고서를 폐하께서 그냥 넘어가 주셔야 할 텐데···.”

“폐하께서도 감찰청 보고서를 이유도 없이 반려시키실 순 없을 겁니다.”


스티만 청장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

황궁 황제 집무실.


“당장 반려시키세요.”


금빛 의자에 앉은 황제가 자신의 책상 위에 올라와 있는 보고서 한 장을 흔들며 말했다.

굳은 표정으로 말하는 황제, 그 앞에 있는 것은 어쩔 줄 모르겠단 표정의 법부 장관 로우 베터였다.


“폐하···. 감찰청의 보고서를 사유도 없이 반려시키는 것은···.”

“지금 시점에 갑자기 이런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장관도 예상하고 있지 않습니까?”

“하오나···.”


황제의 얼굴에는 노기가 가득 서려 있었다. 황제가 보고서를 앞으로 내민 뒤, 돌아앉았다.

베터 장관은 시선을 아래로 내리깐 채, 손을 꼼지락거렸다.


“폐하···. 지금 세간에서는 대장군이 황제 폐하보다도 위에서 국정을 좌지우지한다 말합니다.”

“···그만 두시오. 대장군은 이 나라의 공신이며, 충신이오.”

“폐하께옵서 20년 전 즉위하실 때, 뭐라 하셨습니까. 선황의 폭정으로 떠난 민심을 수습하고, 땅에 떨어진 황실의 권위를 다시 살리겠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

“지금 이 보고서를 반려시킨다면, 폐하께서 대장군이 두려워 감찰청 보고서까지 반려시켰다 숙덕 댈 것입니다.”


베터 장관의 말에 황제가 긴 한숨을 뱉었다.

베터 장관은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얼른 그 자리에 엎드렸다. 그는 얼굴을 땅에 박고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폐하! 신은 국법에 따라 행하겠나이다. 이것이 황명을 거스르는 것이라면, 폐하께서는 국법에 따라 신을 죽이소서!”


베터 장관의 말에 황제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20년 전. 개벽의 밤 당시 반군을 몰아내고 수도를 되찾은 자. 그리고··· 자신을 황제의 자리에 올린 자. 그것이 라데키였다.

이대로 보고서에 서명한다면, 그것은 곧 라데키를 치겠다는 것이다. 과연 그것이 옳은가. 감찰청의 보고서는 황제라 할지라도 이유 없이 반려가 불가하다. 그러나 그것은 법전에 적힌 글자일 뿐.

황제가 마음만 먹는다면, 이까짓 보고서 한 장 쯤이야. 충분히 없던 일로 만들 수 있다.

황제의 고민이 길어졌다. 그리고 황제는 내밀었던 보고서를 다시 자신의 앞으로 끌어왔다.


“나가 보시오.”

“폐하···. 성심을 굳건히 하소서.”


베터 장관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뒷걸음질로 물러났다.

문이 닫히고, 집무실 안으로 정적이 흘렀다.


**

대장군부 회의실. 라데키가 상석에 앉아 부하들의 보고를 듣는 중이었다.

현재 진행 중인 귀족 비리 사건에 대한 보고들. 아직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일부 귀족들에 대한 감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 케니 레인 대공의 집으로 들어간 마차에 대해서는 어제 하루 종일 여기저기 확인을 해봤지만, 정체를 알 수 없었습니다.”


대장군부 직원이 일어나서 보고를 마친 뒤 자리에 앉았다.

순간 라데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라데키가 입에 문 담배로 성냥불을 가져갔다.


“그래서···. 이틀 전에 정체불명의 마차가 대공의 편지 한 장만 들이밀고 수도로, 대공의 집으로 왔는데···. 어디서, 무슨 용무로, 무엇을 싣고 왔는지도 모른다.”


라데키의 낮은 음성. 회의실에 모인 자들은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키거나, 다리를 덜덜 떨었다.


“보초들은 왜 검문을 안 한 건가.”

“그게···. 원래 고관대작의 확인서가 있는 마차는 검문하지 않는 것이 관례인지라···.”

“관례가 국법보다 위라는 건가!”


부하의 대답에 라데키가 일갈을 뱉었다. 회의실 안은 조용히, 담배 연기만 차올랐다.

재떨이에 재를 한 번 털고는, 라데키가 일어났다.


“대공 또한 이번 사건 수사 대상 중 하나다.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는 만큼,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대공 집으로 들어간 마차가 무엇인지, 내일까지 확인하도록.”

“예? 대장군 그 말씀은···.”

“조사하도록.”

“아, 예!”


라데키의 말에 부하들은 우렁차게 대답한 뒤,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

대공 케니 레인의 집.

케니 레인은 귀족 몇과 모여 차를 마시는 중이었다. 오후 1시에 있을 국무회의까지 두 시간 정도가 남아 있었다.

그때 응접실 안으로 하인 하나가 다급하게 들어왔다.


“대공 각하. 지금 저···. 대장군부에서 사람들이 나왔습니다.”


하인의 말에 케니 레인의 표정이 굳었다. 함께 있던 귀족들도 모두 놀라서 움찔했다.


“대, 대공 이게 무슨···.”

“아무리 대장군부라도 대공의 댁을···.”


귀족들이 놀라서 말하는데, 검은 군복을 입은 자 다섯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 앞에 선 자가 하인을 밀치고는 종이 한 장을 품에서 꺼냈다.


“대공 케니 레인 공작은 뇌물 수수, 불법 토지 매매가 의심되므로 자택 내 증거물들의 압수와 수색을 명한다. 대장군 라데키.”


군인이 종이에 적힌 것을 다 읽자, 귀족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놈들!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아무리 대장군이라도 대공께 이럴 수는 없습니다!”


귀족들이 한 마디 씩 늘어놓는데, 군인이 뚜벅뚜벅, 케니 레인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품에서 다른 종이 한 장을 꺼내 케니 레인 쪽으로 내밀었다.


“대장군부 조사 협조문입니다.”


군인의 말에 귀족들은 모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 종이를 받아드는 케니 레인의 손도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케니 레인이 받아든 종이를 펼쳐 읽어봤다.


[뇌물 수수, 불법 토지 매매 혐의의 대면 조사가 필요하니, 금일 17시까지 대장군부로 출두하여 조사에 협조하기를 바람. -조사 대상 : 케니 레인 공작,]


그것을 읽던 케니 레인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아래, 선명히 찍힌 대장군 라데키의 직인.

그때 케니 레인의 옆에 있던 감찰청 청장 티 스티만이 서있던 하인 쪽을 바라봤다.


“이봐! 당장 감찰청으로 가서 직원들 불러와!”

“아, 예···.”


하인이 대답한 뒤 문으로 다가가는데, 군인 둘이 앞을 막아섰다.


“지금부터 이 집에서는 아무도 못 나갑니다.”


아까 문서를 읽었던 군인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에 스티만 청장이 다가가 그의 가슴을 손으로 툭툭 쳤다.


“야, 나 감찰청 청장이야!”

“귀족 분들은 한 시간 반 뒤에, 국무회의 참석을 위해서만 나가실 수 있습니다. 그 외 나머지 인물들은 아무도 나가지 못합니다.”

“이 자식이 진짜···. 대공 각하!”


스티만 청장이 케니 레인 쪽으로 돌아봤다.

케니 레인은 자리에 앉은 채, 어이가 없다는 듯 웃고 있었다.


“그래. 다 뒤지게. 이 집을 다 뒤지고, 증거가 된다 싶으면 가져 가. 천하의 대장군부에서 그리 하겠다는데, 내가 어쩌겠나.”


케니 레인의 말에 귀족들 모두 축 늘어져, 다시 자리로 힘없이 앉았다.

아까 그 군인은 그런 케니 레인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케니 레인 쪽으로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대공 각하. 그런데···. 이틀 전에 들어온 마차는, 어디서 온 겁니까?”


그의 말에 케니 레인의 표정이 굳었다. 다른 귀족들 중, 그 날 있었던 자들 또한 옆에서 식은땀을 흘렸다.


**

카디반과 그리엄은 방 안에서 숨죽이고 있었다.

카디반이 가끔 문으로 다가가 밖의 소리를 엿들었지만, 어찌 할 방법은 없었다.


-이틀 전에 왔던 마차. 그거 어디서 온 건지 알아?

-남쪽에서 물건을 싣고 온 거라 알고 있는데···.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밖에서 대장군부 사람과 하인의 대화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저희를 찾는 것 같습니다.”


그리엄의 말에 카디반이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이틀 전 왔던 마차. 그것이라면 분명 그리엄 일행이었다. 만약 걸린다면, 황제 암살은 시도도 해보지 못한다.


“돌파할까요?”


그리엄이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춤의 권총을 꺼내들며 말했다. 침대에 앉아 있던 헤나도 얼른 그리엄의 옆으로 가 섰다.

카디반은 침대에 앉은 채, 고민 중이었다. 옆방에 있는 노딕, 팽과 함께 달아난다면···. 분명 대공 케니 레인은 이에 대한 추궁을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황제 암살은 가능할까.

카디반이 생각하는데, 그리엄이 창문으로 다가갔다.


“뚫고 갈 게 아니라면, 숨어 있기라도 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리엄이 창문 밖을 살폈다.

이곳은 2층. 충분히 뛰어 내려서 도망갈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아무도 도망 못 가게 확실히 지켜! 안에 있는 사람들 다 한 군데로 모아서 신원 확인하고!”

“예!”


대장군부 직원들이 건물 뒤편까지 감시 중이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이대로 달아나면, 황제 암살 계획에도 차질이 있지 않을까.”


카디반의 말에 그리엄이 총을 다시 허리에 찼다.


“우리가 여기서 잡히면, 어차피 끝입니다.”

“···.”


그리엄의 말에 카디반은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 밖에서 거칠게 문고리를 돌려댔다.


“여기 뭐야! 안에 누구 있나. 안 열면 부순다!”


밖에서 대장군부 군인이 문을 거칠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결국 카디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지.”

“옆방에는 어떻게 알릴까요.”


그리엄의 물음에 카디반이 총 쏘는 시늉을 했다. 그리엄이 다시 총을 꺼내 들었다.


“제가 엄호하겠습니다.”


그리엄이 창문으로 총을 겨눴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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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22. 악마의 길, 그 끝에서 (5) - 完 +8 18.02.28 709 17 13쪽
87 22. 악마의 길, 그 끝에서 (4) +1 18.02.28 531 13 11쪽
86 22. 악마의 길, 그 끝에서 (3) +11 18.02.27 818 10 12쪽
85 22. 악마의 길, 그 끝에서 (2) +4 18.02.27 741 9 12쪽
84 22. 악마의 길, 그 끝에서 (1) +3 18.02.27 529 9 11쪽
83 21. 친구 (6) ~ 오랜 벗을 떠올리며 +4 18.02.27 537 8 12쪽
82 21. 친구 (5) ~ 오랜 벗을 떠올리며 +8 18.02.26 527 10 12쪽
81 21. 친구 (4) +4 18.02.25 801 9 12쪽
80 21. 친구 (3) +4 18.02.23 562 12 13쪽
79 21. 친구 (2) +4 18.02.23 537 11 12쪽
78 21. 친구 (1) +7 18.02.22 910 10 12쪽
77 20. 붕어(崩御) (3) +5 18.02.21 555 9 11쪽
76 20. 붕어(崩御) (2) +8 18.02.20 550 12 12쪽
75 20. 붕어(崩御) (1) +7 18.02.19 555 10 12쪽
74 19. 총알 (3) +6 18.02.17 582 10 12쪽
73 19. 총알 (2) +4 18.02.14 924 10 12쪽
72 19. 총알 (1) +4 18.02.13 607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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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17. 신호탄 (3) +4 18.02.07 1,047 9 12쪽
» 17. 신호탄 (2) +4 18.02.05 1,082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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