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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 novel

악마는 길을 걷지 않는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아™
작품등록일 :
2017.08.25 00:43
최근연재일 :
2018.02.28 19:32
연재수 :
89 회
조회수 :
175,701
추천수 :
3,656
글자수 :
499,958

작성
18.02.07 20:52
조회
1,047
추천
9
글자
12쪽

17. 신호탄 (3)

DUMMY

**

총소리와 함께 창문이 깨졌다. 카디반이 먼저 아래로 뛰어내리고, 이어 그리엄이 헤나를 안고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둘이 밖으로 나오자, 근처에 있던 대장군부 병력이 권총을 꺼내들었다.


“우, 움직이지 마!”

“그냥 발포해!”


명령이 떨어지자, 병력들이 권총을 발포. 주변에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그리엄은 실드로 탄환들을 막고, 곧장 카디반과 함께 담장으로 뛰어갔다. 이어 다시 창문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노딕과 팽이 뛰어내렸다.


“빙벽.”


노딕이 팔을 뻗자 얼음벽이 양쪽에서 솟아올랐다. 대장군부 직원들은 얼음벽에 가로 막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둘은 얼음벽 가운데 난 길로 담장을 넘어갔다.

그리엄과 카디반은 케니 레인의 집 담장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둘이 넘어오자 빠르게 움직였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우리 좆 된 거 맞지?”

“일단 시내로 나가지.”


카디반은 노딕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고, 그리엄 쪽으로 말했다. 그리엄은 실드로 모두를 보호하며 뒤따랐다.


**

오후 4시 30분 경. 대장군부 지하 복도.

대장군부 지하는 조사실들이 늘어서 있었다. 붉은색 벽돌이 그대로 드러난 벽이 더욱 차가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대장군 라데키가 계단을 내려오자 의자에 앉아 있던 대장군부 병사가 얼른 일어났다.


“충성.”

“그래. 대공은?”

“1번 조사실에 있습니다.”

“조사는 시작했나?”

“아직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병사의 말에 라데키가 고개를 끄덕인 뒤, 계단 바로 옆 1번 조사실 문을 열었다.

라데키가 안으로 들어오자 보인 것은 취조용 테이블이었다. 테이블 위 은은하게 등불이 밝혀져 있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넓은 조사실을 다 밝힐 수 없었기에, 안은 약간 어두웠다.

의자에 앉아 있던 케니 레인은 안으로 들어온 라데키를 보고, 피식 웃었다.


“대장군. 귀족회의 수장인 대공의 집을 그렇게 마음대로 뒤져도 되는 거요? 게다가 나한테 수사 협조를 위해 출두하라니. 내 체면은 생각 안 하는 것인가?”

“이번 사건 조사를 위해 불가피했습니다.”


라데키가 케니 레인의 맞은편 빈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케니 레인은 그런 라데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혹시 이번 통일 기념일 연회 참석자 명단에 포함되지 못해서, 그걸로 앙심을 품고 이러는 거요?”


통일 기념일 연회 참석자는 150여 명. 귀족회의 의원, 장차관, 주요 기관장들로 작위가 있는 귀족들만 선정됐었다. 라데키는 작위가 없었기 때문에 그 명단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케니 레인의 말에도 라데키의 얼굴에는 동요가 없었다.


“대공 각하께서는 제가 그런 사사로운 이유로 움직일 사람 같습니까?”

“물론 그럴 리 없다고 생각은 하오만. 혹시 모르지 않소. 사람 마음이라던가, 앞으로 일이라는게.”


케니 레인이 등받이에 편하게 기대앉았다.

라데키는 그런 케니 레인을 똑바로 노려봤다. 현재 조사실 안에 있는 것은 라데키와 케니 레인. 그리고 라데키를 수행해 온 대장군부 부장, 로딘 소령. 넷뿐이었다.


“흑상어 담배 회사에서 총 1억 2천만 르벵 받은 적 있습니까?”

“없소.”

“헤드 지방 서쪽에 농지를 다른 사람에게 시켜 구매하도록 한 일 있습니까?”

“없소.”

“그 토지에서 소작농들에게 지대를 받은 적 없습니까?”

“그런 땅은 산 적이 없다고 하지 않소.”

“해당 두 건은 이미 조사가 상당부분 진행 됐고, 증거도 확보된 상태입니다.”

“그러면 굳이 내게 물을 것 없이, 감찰청으로 조사 결과 넘기고, 재판 여시오.”


케니 레인이 옆으로 돌아앉으며 살짝 화가 난 듯 말했다.

라데키는 그런 케니 레인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틀 전, 댁으로 들어온 마차는 어디서, 무엇을 싣고 온 것입니까.”

“남쪽 바다에서 절인 톤켄을 몇 마리 들여왔소.”


남쪽 카이론주 일부 해안가에서만 잡힌다는 생선 톤켄. 사람 만한 크기의 큰 물고기로 쉽게 상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수도까지는 워낙 멀어 생으로 가져오기는 불가능했으며, 잡히는 양도 많지 않아 가격이 상당했다. 수도 안에서는 사실상 보기 힘든 생선이었기에 부유한 자들이나 들여와 먹을 수 있었다.

라데키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압수품 목록’ 문서를 들쳐봤다.


“집을 수색한 결과 톤켄은 없었습니다.”

“다 먹었소.”

“그리 적은 양을 들여왔습니까?”

“몇몇 귀족들을 불러 저녁을 대접하는데 다 썼소.”

“그런데 왜 직접 확인서까지 써주며 성문 경비병들이 검문을 못하게 한 겁니까?”

“나는 그냥 내가 시켰다는 확인서를 써줬을 뿐이지, 그것 때문에 검문을 하지 않은 줄은 몰랐소.”


케니 레인의 표정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라데키는 문서들을 잠시 더 살폈다. 잠시 정적 속에, 종잇장 넘기는 소리만 들렸다.

라데키가 문서들을 다 살피고 난 뒤에야, 정적이 깨졌다.


“집에 있던 괴한들은 누굽니까.”

“모르겠소. 나도 총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소.”


라데키의 물음에 케니 레인은 좀 전처럼 담담하게 대답했다.

라데키가 몸을 앞으로 살짝 숙였다.


“그럼 대공 각하께서도 모르는 자들이, 집에 몰래 숨어 들어왔었다는 겁니까?”

“그렇소. 반군 놈들인지, 아니면 다른 놈들인지 모르겠으나. 나를 죽이려고 몰래 침입한 것 아니겠소?”


케니 레인의 대답을 듣고는 라데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옆에 서있는 대장군부 부장을 바라봤다.


“괴한들은 어떻게 됐나.”

“지금 성문의 경비를 강화했으며, 대장군부는 물론, 수도 방위군 병력까지 동원해 찾고 있습니다.”

“얼굴은?”

“제대로 보지 못한 모양입니다.”

“알겠네. 반드시 찾아내도록.”

“알겠습니다!”


라데키의 명령에 대장군부 대장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때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로딘 소령이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 문으로 다가가는 순간. 조사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그리고 들어온 것은 정장 차림의 남자 세 명이었다.

로딘 소령이 놀란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당신들 뭐야.”


세 명은 로딘 소령을 무시하고 라데키 쪽으로 허리 숙여 인사했다.


“조사 중에 죄송합니다. 감찰청에서 나왔습니다.”

“감찰청?”


라데키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 쪽으로 다가갔다. 그들 중 가장 상급자로 보이는 자가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라데키 쪽으로 보여줬다.

그것은 라데키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겠다는 보고서였고, 법부 장관, 황제의 서명이 돼 있었다.


“죄송하지만 저희와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

“이 새끼들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감찰청 직원들의 말에 흥분한 것은 대장군부 부장이었다. 대장군부 부장이 권총을 꺼내 들려는데, 라데키가 그를 막았다.


“부장. 그만 두게.”

“하지만···.”


부장이 분한 듯 주먹을 꽉 쥐었다.

라데키는 뒤에 앉아 있는 케니 레인 쪽을 힐끗, 한 번 바라봤다.


“누가 장난을 친 모양인데. 황명을 거스를 수는 없지 않겠나.”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내 마차를 타고 가겠네.”

“···알겠습니다.”


라데키의 말에 감찰청 직원들이 옆으로 비켜섰다. 조사실 밖으로 나가던 라데키가 멈춰서 부장 쪽을 바라봤다.


“내가 없는 동안, 자네가 수사를 총지휘하게.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절대 수사를 멈추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부장이 차렷 자세로 대답했다.

라데키는 케니 레인을 한 번 더 노려본 뒤, 조사실을 나갔다.


**

제2통일로 인근 골목.

그리엄과 카디반, 노딕, 팽. 네 사람이 숨을 죽인 채 숨어 있었다. 거리 곳곳에 군인들이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검문, 수색 중이었다.


“이거 어쩌지. 일이 꼬인 모양인데.”


카디반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노딕이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담배에 불을 붙인 뒤, 노딕이 연기를 뱉었다.


“방법은 두 가지 아니야? 이대로 철수하던가. 숨어 다니다가 기회를 봐서 대공이나 그, 음침한 노인네, 아니면 그날 응접실에 있던 귀족들 중 아무하고나 접촉하던가.”

“···.”


카디반은 이번에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노딕이 답답하다는 듯 쭈그려 앉았다.


“또 한세월 걸리겠네. 연회 시작하기 전까지는 좀 결정을 내려 주쇼.”

“야. 입 닥치고 있어.”


노딕의 말에 카디반이 화를 내며 말했다. 노딕은 일부러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카디반이 그런 노딕의 반응에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때 골목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수도 방위군 소속 군인 두 명.


“어이, 거기 뭐야!”


군인 둘이 소리를 치며 달려오자, 네 사람은 의논할 것도 없이 골목 밖으로 뛰었다. 큰 길에 있던 군인들까지 그들을 쫓기 시작했다.


“미치겠네. 일단 흩어져서 따돌리고, 5거주구 쓰레기장에서 만나자고!”

“알겠습니다.”

“오케이!”


카디반의 말에 네 사람 모두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엄 역시 헤나를 안은 채, 근처 상점 지붕 위로 뛰어 올랐다.


“발포!”

-탕! 탕탕! 탕!


군인들은 그런 그리엄에게 총을 쏴댔지만, 맞을 리 없었다.


**

5거주구 쓰레기장.

그리엄과 노딕, 팽. 헤나까지 네 사람은 쓰레기장 입구에서 다시 만났다. 이제 남은 것은 카디반.


“카디반 씨!”


팽이 소리를 치며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엄과 노딕도 얼른 팽을 쫓아갔다.

그들이 달려간 곳에는 카디반이 있었다. 어깨에 피를 흘리며, 비틀비틀 다가오는 카디반이.


“하···. 눈 먼 총알에 맞아서···.”


카디반이 고통스러운 듯, 인상을 쓰며 말했다.

팽이 얼른 그런 카디반을 부축했다. 그들은 일단 쓰레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쓰레기더미들 위에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온 빈민들이 몇몇 보였다.

그들은 쓰레기 산들 사이로 들어가 일단 카디반을 눕혔다.


“이제 어쩌지···.”

“여기 하루 종일 있을 수는 없잖아. 어디 숙소라도 잡자고.”


걱정스럽게 말하는 팽 쪽으로 노딕이 말했다. 식은땀을 흘리며 누워 있던 카디반이 상체를 일으켰다.


“그건 안 돼···. 지금 수도 안에 대장군부와 수도 방위군 녀석들이 쫙 깔렸어.”


카디반의 말에 노딕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뭐 어쩌자고. 연회까지 보름이나 남았는데. 그때까지 여기서 죽치고 있자고?”


노딕의 말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때 말없이 주위를 경계하던 그리엄이 총을 빼들었다.


“누가 있습니다.”

“뭐?”


그리엄의 말에 노딕이 주위를 둘러봤다. 주위에 보이는 것은 쓰레기를 줍고 있는 빈민들 뿐이었다.


“저 사람들 말하는 거야?”

“아닙니다.”


그리엄이 근처 쓰레기산 쪽으로 빠르게 총을 겨눴다.


-탕!


그리엄이 총을 쏘는 순간.


-탕! 탕탕탕! 타탕!


주위에서 총알들이 빗발쳤다. 그리엄이 서둘러 실드를 친 덕에 모두 무사할 수 있었지만, 한 두 사람이 쏘는 게 아니었다.

한 차례 탄환 세례가 멈추고, 쓰레기더미들 사이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고. 이거 시내에서 보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 그리엄이었구만.”

“코크에서 건 현상금 5억2천에, 나라에서 건 1억까지. 6억2천이라.”


각자 다른 옷, 다른 무기를 든 자들. 숫자는 약 서른 명 정도. 헌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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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22. 악마의 길, 그 끝에서 (5) - 完 +8 18.02.28 709 17 13쪽
87 22. 악마의 길, 그 끝에서 (4) +1 18.02.28 531 13 11쪽
86 22. 악마의 길, 그 끝에서 (3) +11 18.02.27 818 10 12쪽
85 22. 악마의 길, 그 끝에서 (2) +4 18.02.27 741 9 12쪽
84 22. 악마의 길, 그 끝에서 (1) +3 18.02.27 529 9 11쪽
83 21. 친구 (6) ~ 오랜 벗을 떠올리며 +4 18.02.27 537 8 12쪽
82 21. 친구 (5) ~ 오랜 벗을 떠올리며 +8 18.02.26 527 10 12쪽
81 21. 친구 (4) +4 18.02.25 801 9 12쪽
80 21. 친구 (3) +4 18.02.23 562 12 13쪽
79 21. 친구 (2) +4 18.02.23 537 11 12쪽
78 21. 친구 (1) +7 18.02.22 910 10 12쪽
77 20. 붕어(崩御) (3) +5 18.02.21 555 9 11쪽
76 20. 붕어(崩御) (2) +8 18.02.20 550 12 12쪽
75 20. 붕어(崩御) (1) +7 18.02.19 555 10 12쪽
74 19. 총알 (3) +6 18.02.17 582 10 12쪽
73 19. 총알 (2) +4 18.02.14 924 10 12쪽
72 19. 총알 (1) +4 18.02.13 607 10 12쪽
71 18. 연회 (3) +4 18.02.13 677 9 12쪽
70 18. 연회 (2) +3 18.02.12 575 8 12쪽
69 18. 연회 (1) +2 18.02.11 616 11 12쪽
68 17. 신호탄 (5) +3 18.02.09 623 8 11쪽
67 17. 신호탄 (4) +4 18.02.08 597 11 13쪽
» 17. 신호탄 (3) +4 18.02.07 1,048 9 12쪽
65 17. 신호탄 (2) +4 18.02.05 1,082 12 11쪽
64 17. 신호탄 (1) +6 18.02.04 1,065 9 11쪽
63 16. 국가 (4) +4 18.01.06 954 12 11쪽
62 16. 국가 (3) +5 18.01.02 856 14 13쪽
61 16. 국가 (2) +6 17.12.23 871 16 12쪽
60 16. 국가 (1) +2 17.12.19 1,113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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