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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 novel

악마는 길을 걷지 않는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아™
작품등록일 :
2017.08.25 00:43
최근연재일 :
2018.02.28 19:3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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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9,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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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1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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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 연회 (2)

DUMMY

**

수도방위군 사령관 하롤 중장의 집.

하롤 중장이 자신의 서재에 앉아 깊은 생각 중이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여보. 안자요?”


하롤 중장의 아내가 안을 살짝 들여다보며 물었다. 하롤 중장은 잠시 아내를 바라봤다. 아내와 딸 코린. 둘을 떠올리던 하롤 중장이 힘겹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 자야지. 코린은?”

“벌써 자죠.”

“어···. 당신도 얼른 자. 나 조금만 더 있다가 갈게.”

“일찍 자요. 피곤할 텐데.”

“알았어.”


아내가 문을 닫고 나가자, 하롤의 표정이 다시 굳었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자네도 라데키처럼 만들어주지. 군인이라면 대장군까지 올라야지.


하첸이 오늘 낮. 자신의 집무실을 나가며 했던 말이었다.


‘그게 무슨 뜻일까···. 라데키처럼···.’


하롤이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그 말을 곱씹어봤다.

하첸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말해주지 않았다. 단서라면, 저 말과···. 통일 기념일 연회. 그리고··· 수도방위군을 모두 바딘성으로 이동시키라는 것.


‘라데키, 연회, 바딘성···.’


눈을 감고, 가만히 생각하던 하롤이 무엇인가 떠오른 듯 눈을 번쩍 떴다.


‘체인드 왕자!’


미치광이라는 말까지 돌았던 선황의 유일한 아들. 체인드 왕자. 그가 현재 감금돼 있는 곳이 바딘성이었다.


‘라데키가 분명···.’


라데키가 대장군에 오른 결정적인 계기. 20년 전 개벽의 밤 때, 지방에 있던 라데키가 군을 모아 수도 쿠에르라를 다시 수복. 지금 황제를 옹립한 것이었다.


‘라데키처럼··· 되라고···.’


하롤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책상 앞에서 빙빙 돌기 시작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대충, 어렴풋이··· 어떤 계획인지 느낌은 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이 정말 도와도 될 것인가.

그의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대장군···. 내가···.’


군에 들어온 지 어언 40년 가까운 세월. 소위에서 중장까지. 얼마나 노력 했었던가.

높은 사람들 따라 다니며 비위 맞추고, 반군 접경 지역으로 가라 하면 가고, 오지로 가라하면 가고, 한 자리 하고 있는 자들 마누라 생일까지 챙겼었다.

그렇게 해서 여기까지 온 그였다. 그리고 이제 어느덧 나이 육십.


‘어떡해야 하나···.’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대장군은 그가 아니었다.

보병군단, 기병군단, 수병군단. 세 명의 군단사령관이 일단 그의 상급자였고, 각 군단 참모부에도 선임들이 몇몇 있었다.

거기다··· 보통 대장군부 부장을 거쳐, 보병이나 기병군단 참모부. 이후 기병군단 사령관, 대장군으로 가는 것이 정석적인 코스였다. 라데키 또한 개벽의 밤 이후, 15년 동안 대장군부 부장, 보병군단 참모, 보병군단 참모장, 기병군단 참모장, 기병군단 사령관을 거쳐 대장군에 올랐었다.

하지만 하롤은 대장군부 부임은커녕, 군단 참모부로 간 적 또한 단 한 번도 없다.


‘대장군···. 삼군 원수···.’


군인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 대장군. 전군을 통솔하는 이 나라 유일무이의 별 다섯 개.


“좋아···. 까짓 꺼···.”

-짝!

“대장부로 태어나서, 목숨 한 번 거는 거야.”

-짝!

“그래···. 나 하롤이야! 대장군, 해보자! 까짓 거 나라고 왜 못해!”

-짝! 짝! 짝!


하롤 중장이 자신의 뺨을 연거푸 때리며 소리쳤다.


**

황제 호위군 대장, 호닐 소장의 서재.


“그래서 계획은 중단이 아니라는 거군요.”


그리엄이 말하며 호닐 소장 쪽으로 다가갔다. 호닐 소장은 여전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

책상을 사이에 두고, 그리엄이 호닐을 바라봤다.


“대공이 그렇게 됐는데, 저희는 어떻게 황궁 안으로 들어갑니까?”

“안 그래도 자네들을 계속 찾고 있었네. 대장군부 새끼들이 수도 사방에 퍼져 있어서··· 여의치 않기는 했지만···. 하여튼 그 부분은 걱정 말게. 어차피 연회 때는 풀려날 예정이었고, 황제 폐하께서 당장 대공 각하를 풀어주라 명령하셨으니까.”


호닐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엄이 무표정하게 호닐 쪽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면 저희는 다시 대공 댁으로 가면 되는 겁니까?”

“아니. 그건 좀 위험해. 일단 지금 지내는 곳에 계속 머물다가 연회 시작하는 날, 대공 댁 근처에 대기하게. 대공께서 황궁으로 출발하시면, 그 행렬에 끼는 거야.”

“대공께서 직접 그리 하라 한 겁니까?”

“그렇네.”


호닐의 말에 그리엄이 고개를 끄덕였다.


“검문은 걱정 안 해도 되는 겁니까?”

“걱정 마. 그날 내가 연회 참석자 일행은 검문하지 말라 일러뒀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믿겠습니다.”


그리엄이 말한 뒤, 다시 돌아섰다. 그리엄이 문 쪽으로 걸어나가는데, 호닐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맞다. 여기.”


호닐이 그리엄에게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돈뭉치가 들려 있었다.


“20만 르벵이네. 열흘 동안 이걸로 일단 생활하게.”


그리엄은 호닐이 건넨 돈뭉치를 말없이 받았다. 그리엄이 돈을 주머니에 넣고, 다시 나가려 문고리를 잡았다. 그때 호닐이 다시 말을 걸어왔다.


“경비병들이 있는데···. 나갈 수 있겠나? 내가 같이···.”

“왔던 길로 가겠습니다.”


그리엄은 딱딱하게 대답한 뒤,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갔다.


**

그리엄이 5거주구 거처로 돌아왔더니, 남아 있던 팽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다.


“어디 갔었어! 노딕이 교대하러 갔다가 갑자기 다시 와서, 너 없어졌다고 난리였어!”

“호닐 소장을 만나고 왔습니다.”

“말이라도 해주지···. 노딕이 도망쳤네, 뭐네···. 그래서. 이야기는 잘 했어?”


팽의 말에 그리엄은 대답대신 주머니 속 돈뭉치를 꺼내 내려놓았다.


“일단 대기하다가, 작전 당일 대공 행렬에 합류하라고 합니다.”

“말은 간단하네.”


그리엄의 말에 팽이 콧방귀를 뀌었다.

대기하다가 당일, 대공의 집 앞으로 가 몰래 행렬에 합류하라. 지금 대장군부는 물론이고 수도 방위군 병력들까지. 그리엄 일행을 잡으려 수도를 뒤지는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안 들키고 여기 열흘 동안 숨어만 있어도 용할 것이다.


“일단 시키는 대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겠지. 뭐 딱히 다른 방법도 없고.”


팽이 씁쓸한 표정을 짓는데, 천으로 가려진 입구를 걷어내고 누군가 들어왔다.


“아오. 이 새끼 토낀 것 같은데. 우리 그냥 철수하자.”


노딕이었다.

투덜거리며 들어온 노딕은 그리엄을 발견하자마자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곧장 그리엄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이 자식. 어디 갔다가 여기로 기어 들어왔어!”

“호닐 소장을 만나고 왔습니다.”

“호닐?”


그리엄은 아까 팽에게 해준 말을, 그대로 다시 말해줬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노딕이 쯧, 하고 혀를 찼다.


“돈이라도 몇 푼 쥐어주는 걸 보니, 그래도 어느 정도 양심은 있나 보네.”


노딕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바닥에 떨어진 돈뭉치를 주워들었다. 그 것을 보고는 팽이 피식 웃었다.


“우리 자금인데, 그리엄이 가지고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 지금 지휘관이잖아.”


그 말에 노딕이 힐끗, 그리엄 쪽을 바라봤다. 그리엄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표정 없이 앉아 있었다.

노딕이 그리엄에게 향했던 시선을 거두었다.


“또 언제 없어질 줄 알고. 이건 내가 관리하겠어.”


노딕이 집어든 돈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그리엄은 그런 노딕은 신경 쓰지 않고, 팽을 바라봤다.


“처음에 챙겨왔던 폭탄. 다 대공 집에 있습니까?”

“그렇지···. 그래도 가방에 몇 개 담아 오긴 했어.”

“그럼 이미 다 대장군부에서 압수했겠군요. 대공이 그것 때문에 더 곤란해질 수도 있겠어요.”

“그건 걱정하지 마. 기존 폭탄이 아니니까.”


팽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이어 노딕이 의기양양하게 입을 열었다.


“팽이 괜히 폭탄 전문가인 줄 아나.”

“어떤 물건이든 시간만 있으면 내 마력을 이용해서, 폭탄으로 만들 수 있지.”


팽이 씩 웃으며 노딕의 말에 부연설명을 해줬다.

그러나 그리엄은 전혀 놀라는 눈치가 아니었다.


“폭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얼마나 필요하죠?”

“한···. 삼 일은 필요하지. 삼일 동안 마력을 계속 주입시켜서 길들여야 되거든. 그렇게 해서 마력을 잘 머금고 있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야, 폭발 시킬 수 있어. 안 그러면 그냥 마력이 폭발하기 전에 밖으로 흘러 나가버려.”

“좋습니다. 팽 씨는 열흘 동안 폭탄을 제조하는 데 몰두 하십시오. 들키지 않을 물건으로, 너무 많지 않게 적당한 수량으로요.”

“오케이. 알겠어.”


팽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있게 대답했다. 이어 그리엄은 노딕을 바라봤다.


“여기. 궁전 지도입니다. 나중에 팽 씨와 함께 밖으로 나와서 어디에 폭탄을 설치하고, 어떤 경로로 움직일지, 미리 정해놓으십시오.”

“그러면 너는 뭐 하게.”


노딕이 그리엄에게서 지도를 받아들며 대꾸했다. 그리엄은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황제와 라데키. 둘을 어떻게 죽일지. 생각해놓겠습니다.”

“라데키···라고? 우리 목표에 라데키는 없었잖아.”

“우리의 목표는 황제를 암살하고, 수도를 점령하는 것 아닙니까?”


그리엄이 오히려 노딕에게 반문했다. 노딕이 아무 말 못하자, 그리엄이 대신 입을 열었다.


“라데키를 그냥 둔다면, 수도는 점령할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그리엄의 말에 노딕과 팽. 모두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

다음날 아침. 대장군부 앞.

까만 군복차림의 남자 열댓 명이, 대장군부 정문 앞에 일렬로 서있었다. 그때 멀리서 까만 마차 한 대가 다가왔고, 그들 앞에 멈춰섰다.


“대장군 각하께 경례!”

“충! 성!”


대장군부 부장의 구령에 맞춰 일렬로 서있던 군인들이 일제히 거수했다. 그와 동시에 마차 문이 열리고, 라데키가 밖으로 나왔다.


“뭔가.”

“대장군 각하. 고생이 심하셨습니다.”


군인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는 라데키 쪽으로, 대장군부 부장이 다가와 말했다.

라데키는 그런 대장군부 부장을 노려봤다.


“겨우 감찰청 조사 한 번 받고 온 걸로 유난 떨 여유가 있나? 대공 집에 있던 괴한들은 어떻게 됐나.”

“그게··· 아직···.”

“다들 해산하고, 업무에 집중하도록.”

“예, 옛!”


부장이 얼른 대답했고, 라데키는 유유히 대장군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

대공 케니 레인의 집. 응접실.


“어휴. 대공 각하께서 그런 고초를 겪으시다니···. 다 저희가 모자라서 그런 겁니다.”


재무부 장관 펠가룬이 울먹거리는 목소리에, 눈언저리까지 손으로 쓸며 말했다.

펠가룬 외에 다른 귀족 대여섯 명 정도가 와 있었는데, 그들도 모두 케니 레인에게 걱정의 말을 늘어놓았다.

케니 레인은 그런 귀족들의 말은 제대로 듣지 않았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9일 뒤로 다가온 연회.


“‘총알’들은 어찌 됐는지, 아는 사람 있소?”


케니 레인의 물음에 펠가룬이 헛기침을 몇 번 했다. 그리고는 케니 레인 쪽으로 더욱 바짝 붙어 앉았다.


“호닐 소장이 접촉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각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일러 뒀다고 합니다.”


펠가룬이 작게 소곤거렸다. 케니 레인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테이블 위, 찻잔을 들어 후, 후 몇 번 불었다. 차 한 모금을 입에 머금었다가 삼킨 뒤, 케니 레인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9일이라. 오랜만에 시간이 더디게 느껴지는 군. 허허.”


케니 레인이 웃어 보이자, 그곳에 모여 있던 귀족들 모두 주변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는 너나 할 것 없이, 케니 레인을 따라 웃기 시작했다.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기다리기 지루합니다. 이거! 하하!”


갑자기 웃음꽃이 핀 응접실. 그런 귀족들을 바라보며, 케니 레인은 다시 찻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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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22. 악마의 길, 그 끝에서 (5) - 完 +8 18.02.28 710 17 13쪽
87 22. 악마의 길, 그 끝에서 (4) +1 18.02.28 531 13 11쪽
86 22. 악마의 길, 그 끝에서 (3) +11 18.02.27 818 10 12쪽
85 22. 악마의 길, 그 끝에서 (2) +4 18.02.27 741 9 12쪽
84 22. 악마의 길, 그 끝에서 (1) +3 18.02.27 529 9 11쪽
83 21. 친구 (6) ~ 오랜 벗을 떠올리며 +4 18.02.27 537 8 12쪽
82 21. 친구 (5) ~ 오랜 벗을 떠올리며 +8 18.02.26 527 10 12쪽
81 21. 친구 (4) +4 18.02.25 801 9 12쪽
80 21. 친구 (3) +4 18.02.23 562 12 13쪽
79 21. 친구 (2) +4 18.02.23 537 11 12쪽
78 21. 친구 (1) +7 18.02.22 910 10 12쪽
77 20. 붕어(崩御) (3) +5 18.02.21 555 9 11쪽
76 20. 붕어(崩御) (2) +8 18.02.20 550 12 12쪽
75 20. 붕어(崩御) (1) +7 18.02.19 555 10 12쪽
74 19. 총알 (3) +6 18.02.17 582 10 12쪽
73 19. 총알 (2) +4 18.02.14 925 10 12쪽
72 19. 총알 (1) +4 18.02.13 607 10 12쪽
71 18. 연회 (3) +4 18.02.13 677 9 12쪽
» 18. 연회 (2) +3 18.02.12 576 8 12쪽
69 18. 연회 (1) +2 18.02.11 617 11 12쪽
68 17. 신호탄 (5) +3 18.02.09 623 8 11쪽
67 17. 신호탄 (4) +4 18.02.08 597 11 13쪽
66 17. 신호탄 (3) +4 18.02.07 1,048 9 12쪽
65 17. 신호탄 (2) +4 18.02.05 1,082 12 11쪽
64 17. 신호탄 (1) +6 18.02.04 1,065 9 11쪽
63 16. 국가 (4) +4 18.01.06 954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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