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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 novel

악마는 길을 걷지 않는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아™
작품등록일 :
2017.08.25 00:43
최근연재일 :
2018.02.28 19:32
연재수 :
89 회
조회수 :
175,700
추천수 :
3,656
글자수 :
499,958

작성
18.01.06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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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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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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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6. 국가 (4)

DUMMY

**

며칠 뒤, 궁전, 국무회의.

각 부 장차관들을 비롯해 주요 부처 관료들이 모여 있었다. 방 안 한 가운데를 가로지른, 황제가 지나다니는 붉은 카펫을 중심으로 양 쪽에 포진한 신하들.

높은 자리에 앉은 황제가 그런 신하들을 내려 보고 있었다.


“이번에 렐키 주에 홍수가 심하게 나 곡식이 썩고, 백성들이 살 곳을 잃었다는데. 어찌 대처하고 있소?”


황제의 물음에 내무부 장관이 앞으로 나섰다.


“현재 구휼청에서 구휼미를 렐키 지방에 집중적으로 지급 중입니다. 또한 홍수로 허물어진 집들도 군인들을 동원해 보수할 예정입니다.”


이어 나선 것은 농공부 장관과 재무부 장관이었다.


“이번 수해로 농작물들이 크게 상해, 다른 지방에서 종자들을 급히 구하는 중이옵니다. 다음 농사 때 지장이 없도록 하겠사옵니다.”

“재무부에서도 이에 따른 예산을 추가로 책정하는 중입니다. 하온데....”


펠가룬이 말끝을 흐렸다. 이에 황제가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문제가 있는가?”

“현재 대장군부에서 저희 재무부의 관리들을 잡아가 조사하고, 자료들까지 모두 압수해가는 터라.... 업무에 지장이 있나이다.”

“음....”


펠가룬의 말에 황제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

펠가룬의 말을 시작으로 각 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를 토했다. 그 말들을 차분히 듣는 황제. 귀로는 신하들의 말을 듣고 있었지만, 황제의 시선이 꽂힌 곳은 신하들 중 하나.

대장군 라데키 쪽이었다.

라데키 또한 신하들의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폐하. 이번 홍수로 인한 피해를 수습할 때까지 수사는 잠시 미루는 것이....”


펠가룬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황제는 잠시 생각한 후, 입을 열었다.


“이주 뒤 있을 황후의 생일 축하연, 그리고 두 달 뒤 있을 초대 황제 폐하의 기일은 행사의 규모를 최소화하여 행하시오. 예산이 모자라다면 황실의 자금을 끌어다 쓰는 것도 윤허하겠소.”


황제의 명에 신하들은 잠시 눈치를 봤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대장군 라데키가 대답하자, 다른 신하들도 얼른 후창했다.

그때 내무부 장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허면 다음 달에 있을 통일 기념식도 간소화하올까요?”


내무부 장관의 말에 황제가 다시 한 번 생각에 잠겼다.

통일 기념일은 현재 제국의 기념일들 중 ‘신년 행사’와 함께 가장 큰 행사였다. 거기다 귀족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


“예식에 쓰일 장식을 최소화하고, 음식과 술은 모자라지 않게 준비하도록 하시오. 관리들은 물론, 수도 인근의 백작 이상 귀족들은 모두 참석하도록 하시오.”

“현재 대장군부에서 조사 중인 자들은 어찌할까요?”


내무부 장관의 물음에 황제가 라데키 쪽을 바라봤다.


“대장군. 그 날 하루만은 어찌 안 되겠소?”


황제의 말에 라데키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 날 하루는 조사 일정을 비워 놓겠습니다.”


라데키의 대답이 끝나자 황제는 다시 한 번 신하들에게 똑같은 내용의 명을 내렸다.

신하들이 그 명을 받들겠다 대답한 뒤, 회의가 종료. 모두 물러났다.


**

회의가 끝나자 재무부 장관을 비롯한 네 명 정도의 귀족들이 곧장 향한 곳은, 대공 케니 레인의 집이었다.

이미 케니 레인의 집 정원에는 몇 대나 되는 마차가 서있었다.

그들이 응접실로 들어와 보니, 먼저 온 귀족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케니 레인도 그들 가운데 앉아 차를 마시는 중이었다.


“대공. 회의가 끝났습니다.”

“특별한 일이 있었습니까?”

“렐키 주의 홍수로 인해 농작물의 피해가 극심하니, 당분간 국가 행사를 최소화 하라는 명이 있었습니다.”


재무부 장관 펠가룬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이 말을 듣는 순간, 케니 레인의 표정이 굳었다.


“설마 통일기념일 행사도....”

“다행히 통일기념일 행사는 정상적으로 시행하라 명령하셨습니다. 현재 대장군부에서 심문 중인 귀족들도 그 날은 참여하도록 하라 명령하셨습니다. 귀족들의 불만이 크니, 그 행사에서 좀 풀어주려 하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희로서는 다행이지요.”


펠가룬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케니 레인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총알’은 왔습니까?”


펠가룬이 머뭇거리다 물었다. 이에 케니 레인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 때, 응접실 문이 열리고, 시종 하나가 들어와 케니 레인의 옆으로 다가왔다.


“남쪽에서 물건을 실은 마차가 방금 도착했습니다.”


시종의 말에 케니 레인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물건을 모두 여기로 옮겨라. 물건 옮기는 것은 함께 온 자들에게 시키도록.”

“알겠습니다.”


시종이 허리를 숙인 뒤 물러났다.

하인이 밖으로 나가자, 응접실 안 귀족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응접실 안에 있는 귀족들은 어림잡아 열 명 이상. 열대여섯 명 정도 돼 보였다.


**

“으리으리하군.”


케니 레인의 집 정원. 정차해 있는 수많은 마차들 중 하나. 그 앞에서 카디반이 중얼거렸다.

카디반의 뒤로는 노딕, 팽. 그리고 그리엄이 서있었다.

그리엄도 저택을 바라봤다. 과연 대공이 사는 곳. 일전에 헤나의 아버지. 포 젝타스의 집보다 훨씬 큰 듯했다.

정원에만 해도 길 양 쪽으로 온갖 종류의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으며, 열 명 정도의 하인들이 이를 관리하는 중이었다.

다른 마차들을 끌고 온 마부들 틈에서 담배를 피우던 류도에게 시종 하나가 다가와 뭐라 말했다.

그 시종의 말을 듣고는 류도가 그리엄 일행 쪽으로 다가왔다.


“안에 있는 물건들을 옮기라고 합니다.”

“우리가?”

“예. 시종들이라도 일단 보는 눈이니, 인부로 보이게 하려는 모양입니다.”


류도가 말하며 마차 뒤편으로 향했다. 카디반은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옮기지.”


카디반이 그리엄과 노딕, 팽 쪽으로 말하며, 류도를 따라갔다.


**

응접실 안으로 물건들을 든 다섯 사람. 류도와 그리엄, 카디반, 노딕, 팽. 그리고 헤나가 들어왔다.

들어와 물건을 한 쪽에 놓은 뒤, 그들은 케니 레인에게 다가갔다. 응접실 문이 닫히고, 류도가 케니 레인에게 허리를 숙였다.


“하첸 씨가 보냈습니다.”

“그래. 기다리고 있었네.”


케니 레인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류도와 뒤에 선 그리엄 일행을 훑어봤다.


“이들이.... 그 자들인가?”

“예. 어렵게 데려왔습니다.”


류도가 대답하자 케니 레인이 눈을 가늘게 떴다. 헤나를 보고는 그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이내 케니 레인이 류도 쪽으로 손을 휘휘, 저었다.


“알겠네. 자네는 이만 가보게. 하첸에게도 준비가 됐다 알려주고.”

“알겠습니다.”


대답한 뒤, 류도가 다시 허리를 숙였다.

응접실 문으로 향하던 류도가, 그리엄을 옆을 지나치며 미소 지었다.


“꼭 살아 돌아오라고.”


류도가 그리엄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중얼거리며 지나갔다.

류도가 응접실을 나가자, 케니 레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카디반 쪽으로 걸어왔다.


“그대가 우두머리인가?”

“지휘를 맡은 카디반이오.”


카디반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이에 주위에 있던 귀족 몇몇이 발끈했다.


“저 놈이! 말투가 그게 뭐냐! 대공 각하시다!”

“어디 고개를 빳빳하게 들어!”


그런 귀족들 쪽으로 케니 레인이 손을 들어 보였다. 순식간에 주위가 다시 조용해졌다.


“작전은 들었나?”

“대략 들었소.”

“성공할 자신은?”

“그 쪽에서 실수하지 않는다면, 문제없을 것이오.”


카디반의 말에 케니 레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낼 곳을 마련해줄테니, 편히 지내시게.”

“정말 연회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오?”

“그것은 걱정 말게.”


케니 레인이 말하며 귀족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호닐 소장.”


케니 레인이 부르자, 귀족들 중 하나가 앞으로 나왔다. 그는 까만 군복을 입고 있었으며, 어깨에 별 두 개가 빛나고 있었다.


“준비는?”

“문제없습니다. 당일 연회 참석자들과 동행한 자들은 따로 대기할 예정입니다. 본래 모두 신원을 확인해야 하지만. 제가 이를 생략하라 지시할 것이니 염려 없습니다. 그리고 저들은.... 참석자들의 호위 인력으로 분류해, 연회장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에 대기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의심하지 않게, 다른 귀족들 호위 인력과 함께 대기시키고.”

“알겠습니다.”


호닐 소장이라는 자가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케니 레인이 다시 카디반 쪽을 바라봤다.


“저 자가 황제 호위군의 대장이네.”

“잠깐. 저희는 연회장에 안 들어가는 것이오?”

“연회장에는 참석자 외에 들어갈 수 없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하란 말이오.”


카디반이 매섭게 케니 레인을 노려보며 추궁했다.

그러나 케니 레인은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케니 레인이 대답을 하려는 순간, 응접실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온 것은 허리 굽은 노인. 하첸이었다.

하첸을 보는 순간, 그리엄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하첸은 천천히, 케니 레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엄의 옆을 지나, 천천히.


“연회장과 가까운 곳에 대기할 거라 하지 않나. 그리고 자네들 중 두 사람이 미리 나와 소란을 일으키게. 그러면 호위군의 시선이 분산될 것이야.”


하첸이 케니 레인의 앞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이에 카디반의 눈썹이 씰룩, 움직였다.


“우리한테 죽으라는 말인가!”

“걱정 말게. 호닐 소장이 알아서 할 테니. 실력자들은 최대한 외곽 경비로 빠질 것이고, 소란을 피운 뒤 도망갈 수 있도록 병력을 지휘할 것이네. 소란스러운 틈에 나머지가 황제를 죽이면, 그곳에 모인 수많은 귀족들이 혼란에 빠질 테니, 그 틈에 달아날 수 있을 거네.”


하첸이 냉정한 얼굴로 말하며, 카디반 앞에 멈춰 섰다.

카디반은 여전히 내키지 않는 얼굴이었다. 저 말 대로라면 정말 다 죽을 수도 있다. 주저하는 카디반 쪽으로, 하첸이 입을 열었다.


“이미 계획을 다 듣지 않았었나?”

“그렇긴 하지만....”

“자네들 대장이, 자네들을 보낸 이유가 무엇이겠나.”

“...뭐?”

“죽더라도, 황제를 죽이고 죽어라. 이거 아닌가?”

“...초, 총통 각하께서는 부하들을....”

“뭐. 그건 알아서 생각하고.”


하첸이 카디반의 말을 뚝, 자르고 케니 레인 쪽으로 돌아섰다.


“이제 정말 준비가 된 듯 한데.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믿을 만 합니까?”

“그 점은 걱정 말게. 이미 한 배를 탄 사람들이야.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모두.... 대장군부로 끌려가 죽겠지.”


케니 레인이 모여 있는 귀족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하첸이 만족스러운 듯 웃기 시작했다.


“크크. 좋습니다. 자 이제 우리 모두 한 배를 탔으니. 잘 해봅시다. 실패하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살기 힘들 테니까.”


하첸이 말하며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던 잔을 잡았다.


“자, 이제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황제에게. 라데키에게 알려 줍시다.”


하첸의 목소리는 또렷하게,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귀를 때렸다.

사람들은 모두 아무 말도 못한 채, 멍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그런 귀족들에게 하첸은 기분 나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잔에 들어 있던 식은 차를, 단숨에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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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22. 악마의 길, 그 끝에서 (3) +11 18.02.27 818 10 12쪽
85 22. 악마의 길, 그 끝에서 (2) +4 18.02.27 741 9 12쪽
84 22. 악마의 길, 그 끝에서 (1) +3 18.02.27 529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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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21. 친구 (5) ~ 오랜 벗을 떠올리며 +8 18.02.26 527 10 12쪽
81 21. 친구 (4) +4 18.02.25 801 9 12쪽
80 21. 친구 (3) +4 18.02.23 562 12 13쪽
79 21. 친구 (2) +4 18.02.23 537 11 12쪽
78 21. 친구 (1) +7 18.02.22 910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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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20. 붕어(崩御) (2) +8 18.02.20 550 12 12쪽
75 20. 붕어(崩御) (1) +7 18.02.19 555 10 12쪽
74 19. 총알 (3) +6 18.02.17 582 10 12쪽
73 19. 총알 (2) +4 18.02.14 924 10 12쪽
72 19. 총알 (1) +4 18.02.13 607 10 12쪽
71 18. 연회 (3) +4 18.02.13 677 9 12쪽
70 18. 연회 (2) +3 18.02.12 575 8 12쪽
69 18. 연회 (1) +2 18.02.11 616 11 12쪽
68 17. 신호탄 (5) +3 18.02.09 623 8 11쪽
67 17. 신호탄 (4) +4 18.02.08 597 11 13쪽
66 17. 신호탄 (3) +4 18.02.07 1,047 9 12쪽
65 17. 신호탄 (2) +4 18.02.05 1,082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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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국가 (4) +4 18.01.06 954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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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16. 국가 (2) +6 17.12.23 871 16 12쪽
60 16. 국가 (1) +2 17.12.19 1,113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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