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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한냥이 님의 서재입니다.

탑스타 여배우와 하룻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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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高미나
작품등록일 :
2024.05.27 23:42
최근연재일 :
2024.07.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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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5.3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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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사고.

DUMMY

사람이 조급하고 여유가 없으면 시야가 좁아진다.

예전의 나도 마찬가지였다.

복권에 당첨되기 전의 나는 여유가 없었다.


그 예전의 내 모습이 마석두 팀장에게서 겹쳐 보였다.


"사건 덮자 찬아. 이거 우리가 감당 못 할 건이다."


그 모습이 딱해 보이기보단 공감이 갔다.

월급쟁이가 미래를 바라볼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현재에 충실해 살아가는 것만 해도 대단하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현재를 바라봐선 안 됐다.


적어도 내 직감으론 그랬다.

술잔을 굴리며 서두를 뗐다.


"한 번 조사해 봐."


사실 조사할 필요도 없다.

이미 오기 전에 확인했으니까.


평소 친분이 있던 서 기자에게 원하던 답을 들은 상태다.


'투에니 빨강 머리? 아아···. 그 박규리? 그 친구 꽤 유명한 연습생이잖아? 사생활로 말 많던데?'

'김장훈 디렉터 유명하지. 전 회사에서도 연습생 건드려서 퇴출당했을걸?'


찌라시보다 못한 추문.

하지만 이 바닥에서 기자 입에 이런 이야기가 돌았다는 건 평소 행실이 썩 좋지 못했단 소리다.


심증일 뿐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이 정도면 충분했다.

지금부터 마석두 팀장이 심증을 물증으로 만들 거니까.


"조사해서 나쁠 건 없잖아? 형, 연줄 많으니까 두 사람 뒤 좀 캐봐."


마석두 팀장이 망설였다.


"···. 그래도 같은 식구인데, 뒷조사는 좀 아니지 않냐 찬아?"

"식구는 무슨. 같은 식구끼리 물고 빨고 하나?"

"···."

"그리고 형, 잘 생각해. 투에니 문제 생기면 잘리는 건 형이야."


마석두 팀장의 어깨가 덜컥 떨렸다.


"···. 그게 무슨 소리냐?"

"투에니 애들 데뷔하고 문제 생기면 누구 말을 들어줄까? 사장이 직접 대려온 김장훈 디렉터? 아니면 실적 부진의 마석두 팀장?"

"···."

"나라면 김장훈 디렉터 안 잘라. 마석두 팀장 잘라내지. 쓰레기라도 실력 있는 쪽은 김장훈 디렉터니까."


마석두 팀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씨발? 나는 실력 없냐?"

"실력보단 사람이 좋지."

"···. 그건 인정. 그래서 뭐 어쩌자고? 더 캐보라고?"


미끼를 물었다.

하지만 섣불리 낚싯대를 들어 올리지 않았다.


덩치와 달리 소심하고 겁이 많은 석두 형이다.

급하게 갔다간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설 수 있었다.


가볍게 툭.

심각한 상황을 아무렇지 느끼도록 농담처럼 제안했다.


"더 캐봐. 증거가 더 없으면 형 말대로 이 사건 묻어버리면 되잖아? 그러다 만약 증거가 나오면···."


미끼를 단 낚싯대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확실히 모아서 잘라내버려. 이쪽 목이 잘리기 전에 김장훈 디렉터 목을 말이야."



***



석두 형과의 술자리가 끝나고 며칠이 지났다.

나는 평소처럼 출근하고 평소처럼 퇴근했다.


그 평온한 일상이 며칠 전까지 내 머릿속을 뜨겁게 했던 사건 사고들을 잊게 만든다.


하지만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며칠째, 자리를 비우고 있는 마석두 팀장만 보더라도 사건은 진행 중이었다.


'석두형을 돕는 게 나았을까?'


고개를 저었다.

나는 이미 할 만큼 했다.


이미 떠나기로 결심한 회사.

스캔들이 터지건, 볼륜이 일어나건 스폰이 일어나건.

솔직히 나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사건의 판을 키운 건 순전히 석두형 때문이다.


이제 남은 건 석두형 몫이다.

사람이 너무 좋아 멍청하긴 해도 백학에서 팀장까지 단 사람이다.

알아서 잘 처리하리라 믿고, 연차를 썼다.


간단하게 점심을 때우고 중고로 산 14년식 k5에 탑승했다.

할부 대출금을 딱 작년에 갚았으니 이제 온전히 내 차인데 오늘따라 여기저기 하자가 보였다.


"차 바꿔야 하나?"


솔직히 복권 1등 당첨자가 타기엔 너무 추레한 차 아닌가?

최소 독삼사 정도는 몰아줘야 하는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예약해 둔 부동산을 방문했다.


얼굴에 묻은 피곤함을 진한 화장으로 가린 공인중개사가 아는 척을 해왔다.


"아, 권찬 씨?"

"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왔죠?"

"어휴, 늦게 온 것보단 낫죠. 잠깐 앉으실까요?"


공인중개사가 커피를 타며 질문했다.


"커피, 녹차? 어떤 게 괜찮으세요?"


카페인은 이미 충분히 들이켜고 와서 사양했다.

공인중개사가 날 위해 준비하던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켜며 말했다.


"전화상으로 대충 들었을 땐 용산 쪽 아파트를 보고 싶으시다고요?"

"네."

"으음···. 희망하는 평수 있으실까요?"

"28평, 32평? 희망하는 평수는 딱 이 정도입니다."

"국평이네요. 일단 매물 한 번 보실까요?"


공인중개사가 노트북 화면을 돌려줬다.

신중히 살피려 했는데, 신중히 살필 것도 없다.

화면에 있는 매물 자체가 몇 개 없었으니까.


그 사실을 공인중개사도 아는 모양이었다.


"요즘 용산 쪽 28,32평 매물이 요즘 씨가 말랐어요. 갑자기 대통령이 용산으로 사무실 옮겨서."


살짝 입맛을 다셨다.


"다른 지역도 좀 보고 싶은데 괜찮으실까요?"

"물론이죠. 우리 사무실이 용산부터 강남, 신사, 논현 쪽은 꽉 잡고 있으니까 편하게 보세요."


범위를 넓히니 그나마 마음에 드는 매물들이 보였다.

공인중개사가 귀신같이 눈치채고 질문했다.


"시간 괜찮으시면 직접 보여드릴까요?"

"어휴,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공인중개사와 강남, 논현, 신사, 용산 일대를 둘렀다.

그 중 외곽이지만 어찌 되었든 강남권에 붙어있는 구축 매물에 눈이 갔다.


"이건 평수가 25평이긴 한데 20억. 강남에서 이 가격 주고 못 사는 매물이에요."

"25평이 20억이나 해요?"

"어휴, 강남이잖아요? 이런 매물도 없어서 난리예요. 부동산 꺾였다, 꺾였다 그러는데 그건 지방 쪽 이야기지. 서울, 특히 이런 강남은 달라요."


공인중개사가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남들 다 꺾일 때 서초 비롯해서 강남권 부동산은 다시 반등한 거 아시죠? 결국 대한민국은 서울이에요. 그 서울에서 서초,논현,강남. 이쪽 라인은 때려 죽어도 가격 안 내려가요. 괜히 부동산 업계에서 강남 불패라 하는 게 아니에요."


턱을 느릿느릿 긁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긴 하지만 현장에서 뛰는 사람한테 들으니 더 와닿긴 하네.'


확실히 강남 불패인가?

부동산 시장의 격언을 되새기며 질문했다.


"대출이 나올까요?"

"잡고 있는 예산이 얼마 신데요?"

"13억? 대략 그쯤 잡고 있습니다."


공인중개사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 정도면 무조건 나오죠. 직장은 어디 다녀요?"

"엔터 쪽 다니고 있습니다."

"흐름. 엔터 쪽은 저도 잘 모르지만, 백학 쯤 되면 무조건 대출 나올걸요?"


입꼬리가 살짝 꿈틀거렸다.

백학쯤이라면 대출 걱정 없겠네.


그때 공인중개사 아줌마가 너스레를 떨었다.


"어휴, 그런데 이렇게 젊은 총각이 13억은 어떻게 모았대? 복권이라도 당첨됐어요?"


심장이 쿵! 뛰었다.

다행히 그 떨림이 표정으로까지 드러나진 않았다.


"그랬으면 좋겠네요."

"부러워라~ 부동산 하는 나도 아직 자가가 없어요. 그런데 13억이면 솔직히 서울권 아니면 집은 걱정 없잖아요?"

"···. 그렇죠?"

"그럼 투자 목적으로 사는 건데, 나라면 무조건 강남산다. 대출이 걱정되면 전세나 월세로 돌려요. 요즘 그렇게들 많이 해."


귀가 솔깃했다.

전세나 월세로 돌리라고?


"방이 바로 빠질까요?"

"무조건 빠지지! 아까도 말했지만, 이 정도 매물이면 없어서 못 구해요. 월세 돌리면 못 해도 월 200이상은 받을걸요? 그래서 갭투 하려는 사람들 전부 대출 끼고 월세 내놔서 돌리는 거고."


200만원이면 내 한달 월급에 가까운 돈이다.

나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살짝 들어갔다.


덩달아 뛰기 시작한 심장을 애써 짓누르며 말했다.


"고민 좀 하고 다시 연락드려도 될까요?"

"그럼요. 큰 계약인데 당연히 고민 해야지."


공인중계사에게 명함 한 장을 건네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8평짜리 원룸이 보였다.

25평 월세 200만원짜리 방에 있다 반지하나 다름없는 8평짜리 원룸으로 오니 현실감이 없었다.


묘한 기분을 떨쳐내지 못해, 결국 맥주 한 캔을 꺼내들었다.


-치익!


알콜 특유의 톡 쏘는 맛이 목끝을 간질였다.

단숨에 반캔을 비워낸 뒤, 중얼거렸다.


"...그냥 보고만 오려 했는 데 확 끌리네."


복권에 당첨됐다고 해서 인생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인생을 바꿀 기회는 주어졌다.


14억이란 돈을 잘 굴린다면 앞으로 남은 인생은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 부동산에 방문해 14억으로 매입 할 수 있는 아파트를 본 것이다.


'내가 주식을 해, 그렇다고 장사를 할 능력이 있어.'


남은 선택지가 없어서 별 기대를 안 하고 방문한 부동산인데...

왜 이렇게 가슴이 떨리는 걸까?


"내가 강남 아파트를 산다고? 일개 월급쟁이인 내가?"


혈실감이 없어서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아, 주접...주접 좀. 제발...."


찰싹찰싹 입을 때린 뒤, 반쯤 남은 맥주 한캔을 깔끔히 비웠다.

텁텁한 입안을 양치질로 씼어내고 자리에 누웠다.


하지만 쉬이 잠들지 못하고 오늘 봤던 강남 아파트를 계속 떠올렸다.


'대한민국에서 강남에 사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50만명?

그럼 그 50만명 중에서 강남에 자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아무리 좋게 잡아도 1%가 채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 1%가 대한민국을 움직였다.


예전에는 그들만의 리그라 생각했던 사회층.

헌데 그 사회층에 복권이란 우연으로 나도 한 발을 걸칠 수 있게 됐다.


그 출발선이 주는 기대감에 밤새 잠을 설쳤다.


덕분에 퉁퉁 부운 눈으로 출근을 한 다음날.

나는 발칵 뒤집힌 매니지먼트 부서를 볼 수 있었다.


"들었어? 김장훈 디렉터 스폰 했다는데?"


내 손으로 직접 판을 키운 세기의 스폰 사실이 폭로됐다.





***




출근을 하니 어수선한 회사 분위기가 보였다.


"...들었어?"

"와...어쩌다 그렇게 된 거야?"

"세상에, 김장훈 디렉터면 대표님이 직접 데리고 온..."


귓가로 들려오는 묘한 수군거림.


"뭐어! 스폰!"

"야야, 기집애야 조용히좀 해!"

"김 팀장님 들었어요? 김장훈 디렉터가 이번 걸그룹 데뷔조 애랑..."

"그 투에니 이쁘장한 연습생 있잖아요! 걔가 디렉터랑 잔 것도 모자라서 다른 회사 연습생..."


오랜만에 생긴 가십거리에 도파민으로 점칠된 사무실 분위기.

올 것이 왔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소리없이 자리에 앉았다.

타부서 사람들과 이야기 중이던 5팀 전형우 로드매니저가 헐레벌떡 다가왔다.


"권 매니저님!"

"실장."

"엇...권 실장님! 소식 들으셨습니까?"


모르는 척 되물었다.


"무슨 소식이요?"

"저도 오늘 아침에 들었는데...대박이에요 대박! 회사 내에서 스폰 관계가 발각됐대요!"

"스폰이요? 누구요?"

"김장훈 디렉터! 아시죠!? 그 투에니 총괄 디렉터! 그 양반이 세상에...데뷔조 연습생이라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지금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 난리가 났어요!"


눈이 살짝 커졌다.


'인트라넷 게시판에 글이 올라왔다고?'


설마 석두형이 올린 건가?


이 사건을 알고 있는 당사자는 나와 석두형인데 나는 인트라넷 게시판에 접속조차 안 했으니 남은 한 명의 범인은 석두형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또 마석두 씨의 성품을 생각하면 함부로 입을 놀릴 사람은 아니다.

의문을 느끼는 사이 전형우 로드가 혀를 찼다.


"김장훈 디렉터, 그 양반 그렇게 안 봤는데 진짜 쓰레기네요."


모르는 척, 되물었다.


"그렇게 말이에요. 사람 참 좋아 보이던데."

"그렇죠? 와아...이거는 뭐, 로드가 담당 연예인과 뒹굴었단 거하고 똑같은 거잖아요?"

"···."

"응? 실장님? 표정이 왜 그러세요? 왜 그런 똥 씹은 표정을?"


...양심에 찔려서요 라는 말은 하지 못하고 표정 관리를 했다.

그 떄 낯선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불렀다.


"권 실장?"


고개를 돌리니 매니지먼트 1팀장이 보였다.


"네 1팀장님."

"본부장님 호출 떨어졌어."


눈 끝이 살짝 떠렸다.


"박유현 본부장님 말씀입니까?"

"그래.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데, 빨리 준비하고 가 봐."


매니지먼트 1팀장이 힐끔, 눈총을 주며 자리를 떴다.

하지만 복잡해진 내 머릿속은 그 눈초리를 신경 쓰지 못했다.


벗어뒀던 재킷을 걸쳐 입고 곧바로 본부장실로 향했다.

심호흡을 한 후 노크를 했다.


-똑똑.

"5팀 권 실장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본부장님?"


대답이 들려왔다.

그런데 본부장의 중후한 목소리가 아니라 낯선 여성의 목소리였다.


"들어와요 권실장."


방문을 연 나는 눈을 치켜떴다.


"와서 자리에 앉아요."


엔터 업계의 공룡 백학.

이 바닥, 전설이라 불리는 백학의 백지원 대표가 묘한 미소와 함께 날 반기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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