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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한냥이 님의 서재입니다.

탑스타 여배우와 하룻밤을 보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高미나
작품등록일 :
2024.05.27 23:42
최근연재일 :
2024.07.06 12:00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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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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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5.2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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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사고.

DUMMY

월세 100만원짜리 8평 원룸.

햇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 단칸방에서 눈을 떴다.


"...흐음."


숙면을 취했다.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린 걸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다.


"어우, 너무 잘 자니까 이건 이것대로 이상하네."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고 필터를 빨았다.

니코틴이 아직 잠기운에 잠겨 있던 정신을 강제로 각성시켰다. 문득, 손이 심심해 스마트 폰을 찾았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게 참 재밌다.

자고 일어나면 이슈가 생겨있으니까.


정치 문제, 사회 문제, 연예인 문제···.눈 잠깐 돌리면 흐름을 놓칠 정도로 사건, 사고투성이다.


오늘은 무슨 일이 터졌을까···.은근한 기대감과 함께 스마트 폰을 집어 들었을 때였다.


베개 옆에 고이 모셔둔 통장이 보였다.

14억이 들어있는 농협 통장이었다.


입꼬리가 씰룩였다.


"···. 이게 더 재밌네?"


아, 도파민 디톡스 해야 하는데.

14억을 든 통장을 보자 뇌가 흐물흐물 녹았다.


결국 담배 한 개비를 다 필 때까지 멍하니 통장만 바라본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중증이다. 중증···."


14억 통장을 고이 내려놓고 샤워를 했다.

면도까지 말끔히 마친 뒤, 오랜만에 정장을 꺼내 들었다.


입사 첫 월급으로 산 정장인데 입을 일이 거의 없었다.

백학 자체가 다른 엔터사들처럼 복장 자율화기도 했고, 로드 시절에는 발로 뛰는 일이 많아 체육복을 더 많이 입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새로 들어온 새끼 로드들을 인수인계하는 날이다.

엔터 기업들이 수평적인 기업 문화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로드 쪽은 아직도 수직적인 문화를 선호했다.


'뭐, 그럴 수밖에 없지.'


연예인 보기 위해 입사한 놈

특별한 자격 조건 없다고 지원한 놈

여튼 별의별 놈들이 이쪽 업계로 기어들어 왔다.


그래서 새끼 로드를 가르치는 실장, 짬 되는 로드들은 일부러 정장을 입었다.


'첫날부터 군기를 팍 잡아야 한다나 뭐라나···.'


처음에는 이런 문화가 이해가 안 갔는데 짬이 차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별의별 놈들이 지원하다 보니 퇴사율도 말도 안 되게 높았다.

그래서 안 될 놈은 첫날부터 빨리 내보내야 했다.


기존에 자리 잡고 있던 사람들이 그래야 편하고 안 될 놈들에게도 그편이 더 좋았으니까.


그렇게 오랜만에 정장을 입고 백학 엔터에 출근하니, 아는 지인들이 아는 체하며 인사했다.


"뭐야? 우리 권 매니저 오늘 뭔 날이야? 웬 정장?"

"오늘 새끼 로드 가르치는 날이라서요."


"응? 우리 권 매니저가 새끼 로드를 가르쳐?"


홍보팀장의 눈이 커졌다.


"헐! 우리 권 매니저 실장 됐어?"

"이제 권 매니저 아니고 권 실장이라 불러주십쇼."

"꺄하하하하-! 권실장이래~ 진짜 미치겠다. 언제 실장 된 거야? 진급 턱은 쐈고?"

"실장 된 지, 이제 하루 됐습니다 하루. 진급 턱은 무슨···."


홍보팀장의 눈이 반달처럼 휘었다.


"좋으면서 투덜거리기는···. 흐흐. 그래도 표정 좋아 보여서 좋네."

"언제는 죽상이었습니까?"

"응! 이하은 맡은 뒤로 매일 시체 꼴이었잖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같은 부서도 아니고 홍보팀장이 알 정도로 표정이 안 좋았다고?


'···.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이하은 때문에 만성 복통, 두통에 시달린 걸 생각하니···. 납득이 안 되는 건 아니다.

그 사이 홍보팀장이 내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어유, 고생 많았어. 이하은 고 계집애 성격이 워낙 드세야지. 우리 권 실장도 이제 빛 볼 일만 남았다."


적당히 맞장구쳐준 뒤, 자리를 빠져나왔다.

5층에 있는 매니지먼트 사무실로 들어가 내 자리로 향했다.


대충 짐을 내려놓고 정장을 벗으니 마석두 팀장이 오른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왼손에는 스마트폰을 든 채 다가왔다.


"권실장."

"네 팀장님."

"밑에 새끼로드들 왔단다. 여기 면접 서류고···. 애들 픽업해서 인수인계 시작해."

"예, 알겠습니다."


앉은 지 10초 만에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면서 석두 형이 건네준 서류를 봤다.


한 명은 여자, 다른 한 명은 남자다.

둘 다 이쪽 업계에서 일한 경력은 없고 4년제 대학은 나왔다.


그런데 남자 쪽이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


"30살?"


겨우 두 살차이지만 이쪽 바닥에 새끼 로드로 온 것치고 꽤···. 아니.

너무 많았다.


"이거 좀 불안한데···. 씀."


나이가 많은 건 흠이 아닌데, 이쪽 문화라는 게 그렇다.

로드라는 직업 특성상 고개 숙일 일이 많은데, 나이 있는 사람들은 고개를 잘 못 숙인다.


이런 내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실장님치고 되게 어리시네요?"


새끼로드 장현수.

30살 먹은 내 후임은 첫 만남부터 빳빳하게 고개를 세웠다.





***





내 밑으로 배정된 새끼 로드는 총 2명이었다.


'30살 장현수, 24살 이예지.'


24살 이예지 쪽은 큰 문제가 없었다.

그냥 뭐랄까···.전형적인 새끼 로드였다.

연예인이 보고 싶어서 로드가 된 그런 애들 말이다.


'이쪽은···. 그래. 일머리가 있다면 갱생의 여지는 있고.'


문제는 30살 장현수다.

경호 업체 출신이라는 데, 덩치가 산만 한 놈이 입을 쉬지 않았다.


"이야...백학 엔터 여전히 때깔이 곱네요. 제가 'L'경호 업체에서 일할 때 백학 연예인 경호 한다고 들어와 봤는데 그때랑 달라진 게 없네!"


"그런데 실장님 28살이에요? 제가 만나 뵀던 실장님들 다 서른 줄이었는데 되게 어리시네."


"이하은 실제로 보면 어떻습니까? TV에서만 보면 진짜 여신이 따로 없던데, 실물로 봐도 예쁜가요?"


대충 엔터 견학을 끝내고 내 자리에 왔어도 입을 쉬지를 않았다.

덕분에 내 입꼬리가 삐뚤어지게 올라갔다.


'이놈 봐라?'


아닌 척하지만 느껴졌다.

장현수 이놈.

지금 날, 은근하게 깔보고 있다.


자기는 나름 잘 숨긴다고 생각하겠지만, 로드 생활을 하면서 쌓은 내 눈칫밥을 피할 순 없었다.


'유세를 떨어도 좀 적당히 떨어야지.'


어디서 주워들은 업계 지식 같은 걸 쉬지 않고 풀고 있는데, 맞는 게 하나도 없다.

턱을 괸 채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할까.'


원래 같았으면 그냥 적당히 경고했을 것이다.

사회생활은 모난 쪽보단 좋게 좋게 가는 쪽이 트러블도 없고 좋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내 내가 관리하고 통제해야 하는 새끼 로드.'


그 새끼 로드가 벌써 나이가 많다고 유세를 부리고 있었다.


이대로 넘어가면 장현수 이놈, 언젠가 선을 넘을 거다.

퇴사를 결심한 나는 그 선을 넘은 장현수를 보고 싶지 않았다.


그 순간 둥글게 변했던 내 성격이 다시 각이 졌다.


"장현수 씨."

"네?"

"오늘 입사한 사람치고 말이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장현수가 처음으로 입을 다물었다.

옆에 있던 이예지는 놀란 듯 눈을 끔뻑였다.


"···."


분위기가는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천천히 팔짱을 끼며 두 사람을 살폈다.


이예지는 고개를 숙였고, 장현수는···.아직 자존심을 부리고 싶은지,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었다.


내 입꼬리가 올라갔다.


"솔직히 처음에는 재밌어서 귀담아들었는데...그거 알아요? 장현수 씨가 한 얘기들 전부 말실수예요."

"..."

"새끼라고는 해도 매니저 될 사람이 이하은이 이쁘고 저쩌고···. 지금 저한테 시위하는 거죠? 좀 잘라달라고?"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던 장현수가 당황하며 변명했다.


"아, 아니 저는 그런 뜻이 아니고···."

"그런 뜻 아니면 뭔데요?"

"..."

"말해봐요. 들어줄게요. 무슨 생각으로 이하은 실물이 어떤지, 예쁜지 나한테 떠들었는지. 아니면 사전 조사도 안 하고 왔나?"

"···."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조금만 찾아보면 나오잖아요. 매니저 될 사람이 담당 연예인 평가 하면 안 되다는 거."


할 말을 다 하고 일부러 웃었다.

때로는 인상 쓰는 것보다 웃는 게 더 효과적인 협박이니까.

다행히 장현수 이놈, 그 정도 눈치는 없는 게 아니었다.


장현수가 입술을 달싹이다, 빳빳이 들고 있던 고개를 숙였다.


"···. 죄송합니다. 실장님."

"첫 만남 때부터 죄송하다?"

"...죄송합니다."

"그 말 잘 기억해야 할 거예요."

"?"

"앞으로 장현수 씨가 달고 살 말이거든요. 죄송하다, 미안합니다, 다음에 더 잘하겠습니다."

"!"

"제가 겁주는 거 같죠? 딱 일주일만 해보면 알게 될 거예요.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장현수의 숨이 멈췄다.

적어도 내게는 그래 보였다.


옆에 있던 이예지는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그런 두 사람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나는 고개를 돌렸다.

곁눈질로 이 사태를 구경하는 5팀 전형우 로드가 보였다.


"전형우 씨."

"···. 네 실장님?"

"오늘 비번이죠?"

"그렇죠?"

"그럼 장현수 씨 교육 좀 대신 해줘요. 난 도저히 못 가르칠 것 같으니까."

"!"

"오늘부터 이하은, 스케쥴 돌려야 하는 데 옆에서 대충 좀 가르쳐줘요. 무슨 말인지 알겠죠?"


전형우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난 뻔뻔하게 표정 관리를 했다.


잠시 후, 전형우 로드가 입꼬리를 씰룩이며 말했다.


"흐흐···. 나중에 밥 사셔야 합니다 권실장님?"

"확실히 살게요."

"충성!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전형우 로드가 얼이 빠진 장현수를 데리고 사라졌다.

그 뒷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중얼거렸다.


'속은 시원한데···. 씀.'


첫날부터 좀 과했나?

약간의 죄책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래 보여도 뼛속까지 유교 사상이 주입된 인간이다.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되게 깍듯한 편이란 소리다.

그래서 선배 로드들에게 사랑을 좀 받은 편이고.


그런 의미에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장현수를 좀···. 지나치게 갈군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로 목줄을 잡아 놔야 선을 안 넘지.'


생각을 끝마치고 고개를 돌렸다.

입사 동기를 한순간에 잃어버린 24살 이예지 씨가 보였다.

그런데 이예지 씨···.상태가 좀 이상하다.


"...히끅."


24살이나 먹은 성인이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있었다.




***




상암에 있는 백학엔터 2센터로 향하는 도로 위.

나는 조수석에 앉은 이예지 씨를 힐끔 바라봤다.


"···."


입사 첫날부터 눈물을 흘린 우리 새끼 로드는 잔뜩 움츠려 있었다.

그 꼴이 해바라기씨를 빼앗긴 햄스터 같은데···.분위기만 보면 내가 꼭 협박이라도 한 것 같다.


입맛을 살짝 다셨다.


'성격이 좀 유약한데.'


장현수보다야 낫지만, 이예지 쪽도 사실 상태가 썩 좋지 못했다.


이쪽 바닥 특성상 성격이 유약한 건 좋은 장점이 아니니까.

그래서 억지로 입을 열어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


"이예지 씨가 앞으로 맡을 연예인은 데뷔 조 애들이에요."


장현수 쪽이 거의 나가리처럼 보이는데 새끼 로드 두 명 다 놓칠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 석두 형님 면을 봐서라도 한 명은 사람처럼 만들어야 했다.


"담당 연예인이 지랄....이 아니라, 성격 안 좋으면 로드도 힘든데 데뷔 조 애들이라 그렇게 힘들진 않을 거예요."


이예지가 억지로 목소리를 쥐어짜 내 대답했다.


"···. 네 실장님."

"뭐, 궁금한 거 있어요?"

"아, 아뇨 없습니다."

"그럼 나중에 실수하면 어떻게 하려고요?"

"?"

"이예지 씨가 실수하면 내가 수습해야 하는데, 감당돼요?"

"!"

"실수는 해도 되는데, 몰라서 실수하는 건 감당이 안 돼요. 아는 걸 실수하는 게 더 낫지. "


이예지가 입술을 달싹였다.


"···. 죄송합니다."

"죄송한 것까지는 아니고 그냥 그렇다고요. 가르치는 제 입장도 조금 이해해 달라고."

"아, 알겠습니다 그럼...!"


이예지가 억지로 목소리 톤을 올려 이것저것 질문했다.


이미 사전 교육 때 교육받았을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억지로라도 분위기를 띄우려는 이예지 씨의 정성이 갸륵해 차근차근 대답해 줬다.


생각보다 설명이 친절했는지, 이예지가 조금 전보다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실장님!"


엎드려 절받기라 손을 휘저었다.

차에서 내린 나는 이예지를 데리고 백박 2센터 3연습실로 향했다.


"아, 권 실장?"


머리가 반쯤 벗겨진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김장훈 비쥬얼 디렉터. 만나서 반가워."

"매니지먼트 5팀 권찬이라고 합니다."

"그래. 5팀장님한테 미리 이야기 들었어.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할까?"


김장훈 비쥬얼 디렉터가 연습실 문을 열었다.

내 시선이 천천히 돌아갔다.

화사한 조명 아래.

다섯 명의 소녀가 서 있었다.


"이분이 저희 매니저예요?"


백학 엔터에서 준비 중인 아이돌 "투에니".

근 10년을 준비한 걸그룹 데뷔 조를 본 내 첫 소감은 딱 이랬다.


'엠지하네.'


MZ.

이 표현 말고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걸그룹 데뷔조 투에니 애들은 그냥 딱 엠-지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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