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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한냥이 님의 서재입니다.

탑스타 여배우와 하룻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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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高미나
작품등록일 :
2024.05.27 23:42
최근연재일 :
2024.07.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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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5.3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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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사고.

DUMMY

왼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오른손에는 담배 한 개비를 쥔 채 옥상에 올라왔다.


-치익!


불이 붙고 연초가 타들어 갔다.

니코틴을 흡수한 폐가 쿵쾅쿵쾅 펌프질을 해댔다.


이 맛에 담배를 못 끊지.

샷을 추가한 아메리카노까지 한잔 들이켜자, 정신이 확, 트였다.

그 순간 외면하고 있던 현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 아침부터 이게 뭔 일일까."


자고 일어나서 출근했더니 사건이 두 개나 터졌다.


-[국제 발신(첨부 파일 그림)]

-[연습생 박규리/김장훈 디렉터]


오늘 아침, 국제 발신으로 문자 한 통이 왔다.

직장인에게 스팸 메시지는 너무 당연한 거라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이 문자에 첨부된 사진이었다.


"김장훈 디렉터, 빨간 머리 박규리."


이 두 사람이 얽히고설켰다.

조금 적나라하게 표현하며 사진 속에서 물고 빨고 난리부르스를 떨고 있었다.


턱을 느릿느릿 긁으며 중얼거렸다.


'스폰관계라는 건 이미 알고 있어서 별로 놀랍지는 않은데.'


누가, 대체, 왜.

이런 사진을 나한테 보낸 걸까?


'우연?"


아니.

우연으로 보냈다기엔 말이 안 됐다.

내게 어떤 의도를 가지고 보낸 사진이라 보는 게 맞았다.


"복잡하네."


필터를 더 세게 빨았다.

대량으로 들어온 니코틴이 복잡한 머리를 억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하지만 단순 상황만 놓고 보면 이건 확실한 증거품이고.'


윗선에 알린다면 김장훈 디렉터와 빨건 머리의 스폰 사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그 후폭풍으로 우리 5팀도 박살이 날 테지만.


꽁초를 비벼끈 나는 새로운 장초를 입에 물었다.

폐가 비명을 질렀지만 개의치 않고 불을 붙였다.

오늘 아침에 터진 사고는 하나가 아니라 두 개였기 때문이다.


'실장님. 그놈 튀었습니다.'

'누구?'

'새끼 로드 있잖습니까. 장현수 그놈, 어제 이하은 매콤한 맛 좀 보더니 탈주해 버렸는데요? 전화 안 받습니다.'


전형우 로드가 전해준 소식을 되새기던 나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 이건 그나마 좀 상식적인데."


이하은에게 시달린 장현수가 탈주했다는 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예상하던 부분이고, 단지 그 기간이 하루도 채 안 걸렸다는 게 조금 신선했다.


텁텁한 입안을 아메리카노로 씻어낸 나는 고민했다.


'어떤 걸 먼저 해결할까.'


비상식적인데 은근히 궁금증도 들고 재밌는 사건.

상식적인데 하기 싫고 짜증만 나는 사건.


고민하던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일단 해결할 수 있는 사건부터 해결하는 게 좋아 보였으니까.

결정을 내리고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가고 특유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귓가를 찔렀다.


-여보세요?


잠시 목을 가다듬고 인사를 건넸다.


"기록 세우셨네요 이하은 씨."

-권찬?

"전 그래도 삼일은 갈 줄 알았는데, 하루도 못 갔네. 그렇게 새 매니저가 마음에 안 들었어요?"


꽤 날카롭게 말했는데 아무런 대꾸도 들려오지 않았다.

담배를 빨며 느긋이 기다렸다.


잠시 후, 스마트폰이 녹아내릴 듯한 간드러진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이야기 하려고 아침부터 전화 한 거야?


웃어?


'좀 의외네?'


내가 알고 있는 이하은 패턴이면 바락바락 대들며 화를 내야 할 타이밍인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네. 이제 스케쥴 슬슬 뛰어야 하는데, 매니저 없이 되겠어요?"

-나, 이하은이야.

"그래서요?"

-어디서 신입을 매니저로 붙여?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눈을 살짝 치켜떴다.


'아, 장현수를 자른 포인트가 이거였어?'


너무 이하은다운 이유라 나도 모르게 수긍하며 대답했다.


"그럴 만하네요."

-제대로 된 애 붙여.

"박준서 씨는 어때요? 어제 봤던."

-마음에 안 들어.

"그럼 누굴 원하는데요?"


수화기 너머, 야릇한 비음이 흘러나왔다.


-너?


단 한 마디인데, 숨이 콱 막혔다.

질식사할 것 같아 필터를 빨아제꼈다.


-실장 됐다고 로드 못 뛰는 것도 아니잖아?


그래 못 뛰는 건 아니지.

너랑 뛰고 싶지 않아서 문제지.


아니, 그것보다 불편하다고 매니저 바꿔 달란 애가 왜 다시 날 불러?


어이가 없어서 솔직히 대답했다.


"미안한데, 생각 없어요."

-생각나게 해줄까?


코웃음이 터졌다.

이하은 목소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웃어?

"네. 협박하는 게 웃겨서요."

-협박 아닌데.

"그래요. 협박 아니겠죠. 그런데 해볼 테면 해봐요. 그냥 퇴사해 버리지 뭐."


이하은이 잠시 숨을 고르고 대답했다.


-계속 퇴사로 협박하네?


목소리 톤이 살짝 올라갔다.


'화났네.'


조금 더 갈궈볼까 하다가 이쯤 하기로 했다.

아침부터 이하은이랑 싸우기는 싫으니까.


"어제 봤던 박준서 씨, 임시 매니저로 붙여줄게요."

-···.

"이번에 갈아치우면···. 글쎄요. 우리 5팀에서는 이하은 씨 감당 못 하니까 다른 팀으로 배정될 거예요. 알아만 두시라고."


대답은 듣지 못했다.


-뚝뚝···.


정신 나간 여자답게 멋대로 통화를 끊었다.

손에 들린 꽁초를 비벼 끈 나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성질 머리하고는."


그래도 이쪽 사건은 얼추 정리가 됐다.

남은 건 김장훈 디렉터의 스폰 쪽이다.


고개를 들어 수평선을 바라봤다.

따스한 햇살이 느껴졌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긴 온 모양이다.


잠시 그 온기를 즐기며 중얼거렸다.


"이쪽도···. 뭐, 답은 정해져 있네."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 이상, 김장훈 디렉터와 투에니 빨강 머리 스폰 폭로를 미룰 이유가 없다.

다만 이 사실을 폭로하는 건 내가 아니다.


"5팀장님. 오늘 저녁에 소주 한잔하시죠."


김장훈 디렉터를 끌어내리는 건 내가 아니라 5팀장 마석두가 해야 할 일이다.



***




그날 저녁.

우리 매니지먼트 5팀의 팀장 마석두 형님과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마! 형님이 사는 거니까 많이 묵으라!"


서울 토박이가 쓰는 어색한 경상도 사투리만큼 열받는 게 없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번에 뭔 영화에 꽂힌 거야?"

"크큭...어제 넛튜브 보다 범죄와의 전쟁 정주행 쏵~했지."

"누가 틀딱아니랄까봐 보는 영화도 틀딱이네."

"씨발놈이? 형한테 말하는 본새 봐라?"


석두 형이 소주를 따라줬다.

소주잔에 잠긴 소주가 넘칠랑말랑 찰랑거렸다.

형님이 아우 사랑하는 만큼 술을 따라줬으니, 보답을 안 해줄 수가 없다.


7대3 비율로 소맥을 말아줬다.

당연히 7이 소주다.


석두 형이 껄껄 웃으며 내가 말아준 소맥을 원샷 때렸다.


"캬! 직이네!"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인간에게 너무 좋은 선물을 준 게 아닌가 싶다.

고개를 절레 절레 저으며 나도 석두형이 따라준 소주를 원샷 했다.


목구멍을 괴롭히는 알콜 맛을 달콤한 살치살로 잠재웠다.


석두 형이 다시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우리 찬이가 벌써 실장이구만."

"술 들이켠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감성에 젖어?"

"나이 먹으면 원래 빨리 젖어 임마. 그래서 실장 되니까 어떠냐. 좀 할만해?"


할만하다.

솔직히 말하면 로드 때보다 편했다.


'지금 일어난 사건 사고들만 빼면.'


생각과 함께 뜸을 들이는 척했다.

석두형이 곧바로 반응했다.


"뭔데 그 표정?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은데."

"됐어."


한 번 튕겼다.

너무 쉽게 말해주면 석두형이 받을 충격이 클까 봐.


"여자한테도 안 당해본 밀당을 네가 해?"

"밀당은 무슨. 술이나 마셔."

"형 성격 알지? 술에 꽐라 돼서 말할래, 아니면 네 입으로 자진 납세 할래?"


안달이 난 석두형이 콧김을 킁킁 내뿜었다.

그 모습이 꼭···. 철딱서니 없는 우리 조카를 보는 것 같았다.


'이 형 34살 맞아?'


살짝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트렸다.


"뭐냐? 왜 웃냐?"

"됐고 이거나 봐."

"뭔데, 이게?"

"너무 놀라지 말고 확인해 봐."


석두형이 눈을 끔뻑이며 내가 건네준 스마트 폰을 살폈다.


잠시 후.

안 그래도 험악한 마석두 얼굴이 진짜 깡패처럼 일그러졌다.


"···. 씨발? 이게 뭐냐 찬아?"


소주를 들이켜며 대답했다.


"뭐긴 뭐야. 보는 대로지. 김장훈 디렉터, 데뷔조 애랑 스폰하더라."






***



분명 진급 축하 파티 자리였는데 분위기는 한순간에 무거워졌다.

석두 형은 내 스마트 폰에서 시선을 때지 못하고 있었고, 나는 말없이 소주만 홀짝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석두 형이 머리를 헝그러트리며 중얼거렸다.


"이거 너 말고 아는 사람 누가 있어?"


석두 형의 질문에 오늘 아침에 날아온 스팸 메시지가 떠올랐다.


'굳이 밝힐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적당히 둘러댔다.

하지만 여지는 남겼다.


"일단 나 혼자인데, 또 모르지. 이렇게 대놓고 애정행각 벌이고 다니는데."


석두 형이 화를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혔다.


"...김장훈 이 새끼. 미친 거 아니야? 아니! 애내들이 어떤 애들인데 손을 댄다고?"


축하 파티 장소를 룸으로 잘 잡은 듯했다.


"지금 회사에서 투에니 얘네한테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데 총괄 디렉터란 놈이 손을 대? 와···. 직업 정신없는 새기! 이건 씨발···. 하아..."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 석두형이 위도에 술을 때려 부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다 불쑥 미끼를 던졌다.


"그래서 형 어떻게 하려고?"

"뭘 어떻게 해?"

"윗선에 알릴 거야?"


석두형 눈이 크게 떨렸다.


"···. 덮는다고 이게 덮어질 문제일까."

"여러 사람 목 날아가겠지."


내 말에 석두형이 한숨을 퍽 내쉬었다.

한 며칠은 굶은 반달곰처럼 어깨가 축 늘어져 있던 마석두 팀장이 음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그래도 덮자 찬아. 이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문제 아니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김장훈 디렉터가 감당이 안 돼서?"

"그래. 그 양반 데려오려고 사장님이 직접 움직였어. 너도 알다시피 이 업계에서 총괄 디렉터 할 능력자가 몇 명이냐 있냐? 특히 다 죽어가는 걸그룹 시장에서 디렉터 할 수 있는 사람, 몇 없다."

"그중 하나가 김장훈 디렉터고."

"그래. 그중 하나가 김장훈 디렉터. 그것도 사장님이 직접 데려온 디렉터지."


석두형이 한숨을 퍽 내쉬었다.


"더러워도 어쩌냐. 그 양반, 그래도 능력 있는 쓰레기인걸."


잔을 굴렸다.


'그래···. 맞지.'


석두 형 말대로 이 업계는 능력 없는 착한 놈보단 능력 있는 쓰레기가 더 대우받는다.

그러니 이번 사건의 결말도 정해져 있을 것이다.


'김장훈 디렉터, 그 양반 안 쳐내면 우리 석두 형 모가지가 날아가겠지.'


나는 석두 형이 백학에서 잘리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오지랖을 부리는 거고.

생각과 함께 입을 열었다.


"형."

"···. 그래 왜."

"쓰레기가 쓰레기 짓을 한 명 하고만 할까?"


마석두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냐?"

"투에니 빨강 머리 박규리하고 김장훈 이 양반. 서로 둘이만 물고 빨고 했을까?"

"!"

"글쎄...내가 보기엔 아니야. 투에니 빨강 머리는 물론이고 김장훈은 내가 봤을 땐 꽤 여러 명이랑 엮였을 거야."


마석두 팀장의 입이 벌어졌다.


"···. 둘이 끝이 아니라고?"

"그래. 그러니까 잘 들어."


석두형에게 동생으로서가 아니라 5팀 실장으로서 경고했다.


"얘네 못 끌어내면 죽는 건 형이야. 김장훈 디렉터 모가지가 아니라 당신 모가지가 날아간다고 마석두 팀장님."


마석두 팀장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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