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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한냥이 님의 서재입니다.

탑스타 여배우와 하룻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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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高미나
작품등록일 :
2024.05.27 23:42
최근연재일 :
2024.07.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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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5.27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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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사고.

DUMMY

백학 엔터가 괜히 굴지의 엔터 기업이 아니다.

강남 한복판에 20층짜리 건물을 센터로 사용했다.

뻥 뚫린 시야가 복잡한 머릿속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담배 한 개비, 두 개비, 세 개비.

목이 따끔할 때까지 담배를 피고 또 폈다.


결국 네 개비를 피려 할 때 사레가 들려서 눈물이 났다.

나는 피지도 않은 장초를 바닥에 내던지며 중얼거렸다.


"뭘 한 거지 나?"


일주일 전.

쌍년과 잠자리를 가졌다.


탑스타 이하은하고 말이다.


다 큰 성인끼리 같이 자는 데 사이좋게 손만 잡았을 리가 없다.


'물고 빨고...할 건 다 한 것 같은데?'


그래.

물고 빨고 다했다.

그 탑스타 여배우 이하은하고.


'왜? 뭐 때문에? 어떻게?'


시작은 단순했다.

복권에 당첨되고 퇴사를 결심했다.

그런데 하필, 그 날이 이하은 생일이었다.


지랄 맞은 성격 때문에 약속 잡을 친구도 없는 여자가 이하은이다.

생일을 축하해줄 지인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이하은의 생일날, 이하은의 히스테리는 최고조를 달렸다.


'덕분에 엄청나게 싸웠지.'


이하은이 날 막대 할 수 있는 건 내가 그녀의 매니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때의 난 복권에 당첨되고 퇴사를 결심한 상태였다.

이하은의 폭언,폭행을 더는 참을 이유가 없었다.


평소와 같이 쏟아지는 이하은의 독설을 참지 않고 맞받아쳤다.


'술까지 마셔서 제정신이 아니었지.'


미친년, 쌍년, 개 같은 년···.

지난 1년간 꾹꾹 눌러 담은 내 원한과 분통을 있는 대로 다 쏟아냈다.


'그랬더니 그 미친년이 어쨌더라?'


···.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바락바락 대들며 내 멱살을 잡았다.


'그래서 들고 있던 사표를 걔 면상에 집어 던졌더니...


이하은이 울었다.

욕을 할 때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던 애가 퇴사를 한다니 애처럼 울었다.


그때부터는 잘 생각나지 않았다.

뭐에 홀린 것처럼 서로를 물고 빨고 했다.

한 번 타기 시작한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었다.


그대로 선을 넘어 담당 연예인과 잠자리를 가졌다.


천하의 쌍년, 아니.

탑스타 여배우와 잠자리를.


생각을 끝마친 나는 중얼거렸다.


"···. 제대로 미쳤네 권찬."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다시 생각해도 너무 아찔한 기억에 도파민이 흘러나오다 못해 뇌가 녹아버릴 것 같았다.


황급히 품속을 뒤져 통장을 꺼냈다.


-[1,400,000,000원]


통장에 찍힌 액수를 보자 가팔라지던 호흡이 거짓말처럼 가라앉았다.


"그래...맞아."


지금 나에겐 14억이 있다.

1억도 아니고 14억 말이다.


이 목돈에서 나오는 자신감이 며칠 전 저지른 사고를 잊게 만든다.

다시 통장을 집어넣은 나는 5팀 회의실로 향했다.


미리 와 있던 팀원들이 인사했다.


"와아...오늘도 찬이씨 표정 예술이네요."

"어휴, 이러다 사람 죽겠다. 또 이하은이 지랄했어요?"


장난기 섞인 팀원들의 인사를 대충 흘려넘겼다.

예전이었으면 눈을 부라리며 반응했을 텐데, 이제는 그러려니 했다.


그때, 회의실 문이 열리고 조폭 같은 남자가 등장했다.

매니지먼트 5팀장 마석두.

내 지인 중 제일 성공한 남자가 피곤에 쩐 눈가를 문지르며 말했다.


"오전에 출장 잡혀 있어서 회의 바로 시작할게요."


회의는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최근 5팀 실적이 바닥을 긴다, 이대로면 구조조정을 당할 수 있다.

직장인라면 간담이 서늘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회의 주제건으로 올라왔다.


그 탓에 평소였다면 바짝 긴장한 채 회의를 들었을 테지만···.지금은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어차피 퇴사할 건데 뭐.'


이하은과의 일 때문에 퇴사를 잠시 미뤘지만, 내 결심은 달라지지 않았다.

백학을 나갈 것이다.

구조조정이니, 실적이니, 이제 나하고 아무런 연관이 없단 소리다.


그 때 마석두 팀장이 내 어깨를 덥석 붙잡았다.


"···. 그래서 이번 인사 발령으로 우리 찬이가 실장으로 진급했습니다."


눈이 함박만 하게 커졌다.


"그게 뭔 소리입니까 팀장님?"

"뭔 소리긴, 너 실장으로 진급했다고."


마석두 팀장이 능글맞게 입꼬리를 올렸다.


"5년 동안 로드 굴렀으니 슬슬 올라가야지. 축하한다 권 실장."




***




오전에 미팅있다는 마석두 팀장과 면담을 가졌다.


"제가 실장이 됐다고요?"

"그래 임마. 내가 이번에 팍팍 밀어붙였지! 그 이하은 데리고 1년 무난하게 버틴 애인데 이제 슬슬 실장으로 올려야 되지 않겠냐고 본부장님 설득했다."

"···."

"너 잘해야 돼 임마! 동기들보다 무려 1년 일찍 단 거야. 안 그래도 너랑 나랑 지인이라고 주변에 눈총 주는 인간들 많은 거 알지? 실장 됐다고 초심 잃으면 안 된단 소리야. 평소와 같이 성격 죽이고..."


우리 마석두 팀장님의 흥겨운 잔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 속에서 복잡하던 머릿속이 번쩍 트였다.


'내가 실장?'


그러니까 진급했다고?


담당 연예인과 잠자리를 가진 놈이?


표정 관리가 잘 안됐다.

그게 티가 나설까.

마석두 팀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했다.


"너 왜 표정이 똥씹은 표정이냐? 실장 됐다는 데 안 기뻐?"


황급히 정신을 차렸다.


"기쁩니다."

"그게 기쁜 놈 표정이냐?"

"그럼 뭐, 방방 뛰며 춤이라도 출까요?"

"얼씨구, 말하는 싸가지 봐라? 요즘 말투 교정 좀 됐다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또 왜 이래?"

"평소 말투 그대롭니다. 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질문하면서 심장은 쿵쾅쿵쾅 뛰었다.


"···. 실장 됐는데 이하은, 제가 계속 데리고 갑니까?"


다행히 이번에는 표정 관리를 했다.

마석두 팀장이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그게 좀 이상하단 말이지···."

"이상하다고요?"

"이하은한테 어젯밤에 연락왔다. 매니저 좀 바꿔 달라고."

"!"

"올 것이 온 그런 느낌인데···. 너 만나기 전에 걔가 갈아치운 매니저가 두 자릿수가 넘어가는데, 딱 너 만나고 정착했잖아? 그런데 갑자기 매니저를 바꿔달라 하더라고."


마석두 팀장이 눈을 지긋이 떴다.


"설마 이하은하고 한 판 했냐 찬아?"


....할 말을 잃었다.

마석두 팀장이 말한 한판이 무슨 한 판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하긴 했으니까.


마석두 팀장이 혀를 찼다.


"한 판 했나 보네. 이번에 뭘 집어던졌냐? 아이폰? 테블릿? 그것도 아니면 뭐 빽이라도 네 얼굴에 집어 던졌어?"

"···."

"그래. 뭐, 잘 됐다. 진급도 했으니 슬슬 이하은한테서 손 떼야지."


마석두 팀장이 몇 장의 서류를 건네줬다.


"네 밑에 이번에 들어온 새끼 로드 두 명 붙여줄 테니까 한 명 이하은 돌리고 다른 한 명은 이번에 데뷔 할 걸그룹 애들 쪽에 붙여."


"실장 됐으니까 이제 발로 뛰는 것보다 관리에 좀 더 집중해야 된다. 이게 뭔 말인지 알지? 이제 너도 5년 차니까 알아서 잘..."


마석두 팀장의 이야기를 이번에도 한 귀로 흘렸다.


'이하은이 매니저를 바꿔달라 했다고?'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나와 잠자리를 가졌으니 같이 다니기 불편하겠지.

그런데 위화감을 지울 수 없다.


그 천하의 쌍년이 선택할 수 있는 수만 가지의 경우의 수 중 가장 얌전한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고소를 안 한 게 용한데?'


대체 무슨 생각일까.

맛이 간 미친년답게 그 생각을 종잡을 수가 없다.


"···. 어찌 됐든 수고해 권 실장."

"예. 알겠습니다 팀장님."

"이틀 뒤 저녁 시간 비워놓고. 진급했으니 술 한잔 사줘야지."

"소고기로 가시죠."


마석두 팀장이 낄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대충 고개를 숙이고 나온 나는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복잡한 머리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었다.

이하은, 실장 진급, 복권 당첨...

온갖 자극적인 이슈들이 끈적한 타르마냥 내 뇌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다시 옥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전화를 걸었다.


-···.


신호음이 길어졌다.

하지만 나는 차분히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신호임 뚝 끊기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바늘처럼 귓가를 찔렀다.


-여보세요?


짧게 심호흡하고 입을 열었다.


"잘 지냈어요 이하은 씨?"




***





이하은이 대뜸 내게 말했다.


-사고로 치자.


역시 대단하다.

이 미친년은 항상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그날 일, 사고로 치자고.


연예인이 담당 매니저와 잠자리를 가졌다.

그런데 그 일을 사고로 넘기잔다.

내 상식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됩니까?"

-아니, 안 돼.

"그런데 사고로 넘기자고?

-그럼 책임질 거야?

"책임?"


헛웃음을 흘렸다.

책임을 내가 왜 져?


수화기 너머 이하은도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니까 사고로 넘기자고. 너도나도 불편하잖아?


신중히 말을 골랐다.

그런데 신중히 말이 골라질 리가 없었다.


"진짜 미친년이에요?"

-워딩이 좀 세네?


대답하는 대신 담배를 꺼내 들어 입에 물었다.


그 잠깐의 침묵을 느낀 걸까.

이하은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할 말 끝났어. 스케쥴 들어가야 하니까 끊어.


전화가 끊겼다.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니코틴을 좀 빨자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 뭔 생각이지 얘?"


진짜 모르겠다.

탑스타 연예인, 특히 배우들 같은 경우 다들 나사가 하나씩 빠져있다는데 얘는 나사가 아니라 뇌 한쪽이 없는 느낌이다.


입에 문 담배를 다 필때까지 고민했지만 결국 답을 찾지 못했다.

새로운 담배를 입에 문 나는 중얼거렸다.


"···. 그래. 될 대로 대라."


이제 지쳤다.

이런 문제들로 내 심력을 깎아 먹는 게.


그래서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하은과 잠자리는 사고.

실장 진급은 아쉽지만, 회사는 퇴사 할 거다.

문제는 우리 마석두 팀장이다.


'지금 퇴사하면 5팀 분위기 박살 날 테고.'


그건 석두형한테 사람으로서 할 짓이 못된다.

쥐뿔도 없는 놈, 동생이라고 백학이라는 굴지 엔터사에 입사시켜 주고 실장으로 진급까지 시켜준 은인인데.


'퇴사는 하되, 조금 더 미뤄야 할 것 같은데.'


턱을 쓰다듬으며 그 시기를 신중히 골랐다.


"걸그룹···. 그래. 이번에 맡게 된 걸그룹 애들 데뷔시키고 퇴사하면 되겠는데?"


시기상으로 나쁘지 않다.

팀 차원에서 바쁜 문제를 해결하고 밑에 새끼 로드들 적응시키고 일머리 생기면 회사를 나가자.


이 정도면 동생으로서 지켜야 할 의리는 지킨 셈이다.


결정을 내린 나는 담뱃불을 비벼껐다.

고개를 드니 뻥 뚫린 강남 바닥이 보였다.


14억이란 여유가 생기니 이런 점이 좋다.

예전에는 한없이 높게 보이던 빌딩 숲이 이제는 내 발아래에 있는 것 같았다.


"뭐, 나쁘지 않네."


회사에 입사하고 난 뒤 처음으로 마음이 편해졌다.

지금이라면 무엇이건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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