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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성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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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미르성운
작품등록일 :
2018.04.15 01:50
최근연재일 :
2018.06.04 16:58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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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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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글자수 :
233,969

작성
18.04.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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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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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Chapter 4: 어색한 첫 데이트 (1)

DUMMY

결국 이 소설의 여주인공은 예린이가 된 것 같다. 뭐, 아주 자연스러운 전개이다. 소설의 처음부터 굳이 등장시켜서 나와 엮이게 만들었는데, 그런 인물이 그냥 엑스트라에 불과해버리면 그게 그것대로 캐릭터 낭비일테니까.


“그래, 맞아. 이 소설의 여주인공은 예린이가 되었어.”


작가가 나의 반응을 살피며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애가 여주인공이 되었으니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예린이가 나를 딱히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걸 어떻게 극복하지?


“음? 반응이 이상하네? 막 기뻐해야하는 거 아니야? 너 그애 좋아하잖아. 그래서 목숨까지 구해준거 아니었어?”


“그런데 걔가 나를 딱히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서.”


“네가 그애 목숨을 두번이나 구해준거 아니었어? 그리고 이제 네가 왜 기행을 했는지 잘 설명을 할테니까 너를 싫어할만한 이유는 없어. 그리고 너 외모도 괜찮으니까 잘 어울릴거야.”


사실 나는 딱히 잘생겼다는 말은 들은적이 없어서 그 말을 믿어야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까지 못생긴 외모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키 역시 아슬아슬하게 180센티미터를 찍기도 했고.


“아무튼, 이제 좋은 아이템들도 얻었고 히로인도 얻었으니까 다음 미션을 줘야겠지? 오늘 저녁 한 7시에서 8시 사이에 예린이랑 같이 밖에서 저녁을 먹어. 그때까지 예린이랑 좋은 시간 보내.”


내가 내 외모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때 작가는 기습적으로 다음 미션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나는 당황했다. 오늘 저녁에 미션이 있다고?


“아, 그리고 아마 오늘 있는 대학 수업이 너의 삶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대학 수업 될 수 있어. 그러니까 유종의 미를 거두라고.”


작가는 마지막으로 충격적인 사실을 남기고 빛에 휩싸였다.


“잠시만!”


내가 소리쳤지만, 이미 그는 사라진 뒤였다. 어느새 나는 화학 교실에 있었고, 주변에 있던 다른 학생들과 교수님은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자네 괜찮나?”


교수님이 물었다. 주변에서 키득거림이 들렸다.


“아, 아니요.”


내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교수님은 잠시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시더니 다시 수업을 시작하셨다. 나와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앉은 예린이가 나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금방이라도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일단은 수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비록 머릿속에 제대로 들어오진 않았지만.


참 기분이 이상했다. 지금 교실에 있는 사람들은 예린이 정도를 제외하면 아마 다 최소 한번씩은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미션에 성공한 덕분에, 그리고 작가가 다시 시간을 되돌린 덕분에 다 살아있었다. 물론 예린이를 제외하고는 전혀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나는 이 사람들을 모두 살렸다.


하지만 뿌듯함과 동시에 죄책감도 조금 있었다. 두번째 루프의 내 계획은 이기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서로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었지만, 내 의도는 그렇게까지 선하지 않았다. 이렇게 다들 살아있어서 망정이었지, 만약 작가가 두번째 루프에서 다시 시간을 되돌리지 않았으면 계속 마음 한 구석에 남았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대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것이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실감이 잘 안났다. 작가의 첫번째 미션을 클리어하는 동안 엄청난 일들을 겪었지만, 나는 아직 어느 작가의 소설의 주인공 정희성이 아닌 하늘대 신입생 정희성 같았다. 그리고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그렇게 남고 싶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사실 하늘대 학생 정희성으로 남아도 나는 충분히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다. 명문대를 졸업했으니 좋은 직장에 취직을 할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꽤 괜찮은 월급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가정을 꾸리게 되겠지.


하지만 나는 바로 그런 생각을 버렸다. 하늘대를 진학하기 위해 공부에 열중했을 때에도, 내 마음속 한켠에는 늘 판타지 소설 속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이제 그 꿈이 이루어졌다. 그 뜻은, 이제 더이상 대학생으로의 삶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거다.


나는 나의 마지막 수업을 마저 들으며 마음을 다졌다. 내가 지금까지 하늘대 합격을 목표로 달려온 것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 조금 허무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나한테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기대가 되었다.


수업이 끝나기 전에 나는 예린이를 바라보았다. 예린이는 필기를 하다가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고개를 내쪽으로 돌렸다. 우리가 텔레파시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업이 끝나자마자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동시에 느꼈다.



***



“너 혹시 오늘 다른 수업 있어?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가 빠지는게 좋을 것 같아. 어차피 우리 둘 다 오늘 이후로 하늘대학교에 올 일이 없을 것 같잖아.”


복도에서 같이 걸어갈때 그녀가 먼저 말을 걸었다. 나도 동의했다. 어차피 수업에 참석해봤자 앞으로의 미션 생각만 날 것이다.


“일단 밖에서 점심부터 먹자. 그 늑대들로부터 도망다녀서 그런지 정말 배고프거든. 아, 그리고 점심값은 내가 낼게. 네가 내 목숨을 구해준 것도 있으니까.”


나도 동의했다. 루프의 영향인지 배에서 요란하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으니까. 그녀가 점심값을 내기로 했으니 대신에 그녀가 원하는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그녀가 선택한 곳은 라멘집이었다. 나는 양심적으로 가장 싼 라멘을 선택했다.


그녀랑 같이 걸었을 때부터 그랬지만, 계속 심장 박동수가 증가하고 있었다. 이렇게 여자애랑 같이 점심을 먹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내 앞에 있는 애는 앞으로 같이 협력해야될 사이라서 행동 하나하나가 더 조심스러웠다. 그래서일까? 우리 둘 사이에는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그건 그렇고, 이제 ‘그 이야기'를 해볼까?”


예린이가 마침내 침묵을 깨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오늘 내가 겪은 일이 워낙 현실과는 억만광년 떨어진 거여서 여전히 혼란스럽고 꿈만 같아서 상황 정리가 필요한 것 같아. 그러니까 내가 지금 이해하는 것이 맞는지 확인해줘. 간단히 말해서 우리는 어떤 작가의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된 거 맞지?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오직 작가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거고.”


“정확히 말하자면 작가의 머릿속과 작가의 컴퓨터 안의 문서, 그리고 인터넷 소설 사이트를 통해서 존재하는 거지.지금 우리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이 온라인으로 연재되고 있거든.”


내가 말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사실 작가는 나한테 한번도 자기 소설이 인터넷에 연재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당연하다는 듯이 알고 있었다.


“아, 그렇구나. 아무튼 우리는 조금 전에 같이 첫번째 미션을 클리어한거 맞지? 그 이상한 늑대들로부터 탈출하는 거.”


“맞아.”


“그리고 나는 앞으로 너랑 사귀게 되는 건가?”


“에?”


나는 당황했다. 사귄다고? 뭐, 사실 아주 당연한거다. 웬만한 소설에서 주인공과 여주인공이 연인으로 되지 않나? 하지만 막상 예린이가 내 여친이 된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를 위화감이 들었다.


“왜? 어지간해서는 남주랑 여주랑 엮이잖아?”


“그, 그렇긴 한데 그렇게 말하니까 조금 이상했어.”


내가 말했다. 그러자 예린이는 헛기침을 했다. 잠시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사실 어쩔 수 없었다. 이래뵈도 우리는 오늘 처음 만났다.


“그나저나 너는 죽어도 다시 살아난다고?”


“정확히 말하자면 죽기 전의 시간대로 돌아가. 일종의 루프에 걸린 거지.”


“그리고 정확히 어떤 시간대인데?”


“글쎄? 그건 작가 마음일 것 같아.”


“그러면 잘못하면 나는 죽어도 되살아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거네.”


예린이가 조용히 말했다. 나는 정신이 바짝 들었다. 만약 예린이가 죽은 이후의 시간대로 내가 계속 부활하게 된다면 그녀는 영영 되살아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작가 역시 그걸 의식하고 예린이가 죽기 전 시간대로 나를 부활시킬 확률이 높지만,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거다.


“네가 죽은 직후에 나도 죽으면 네가 죽기 전으로 계속 부활하지 않을까? 그게 아니면, 작가가 어떻게든 살려내겠지. 대학교에 있던 사람들을 모조리 살려냈던 것처럼.”


“뭐, 그렇지.”


예린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또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다시 어색한 기류가 맴돌려고 했다. 다른 이야기 주제를 잡아야 했다.


“너는 능력이 뭐야?”


“나? 시간이 리셋되면 리셋되기 전의 기억을 다 알고 있는거.”


젠장. 이러면 대화가 끊긴다. 다른 주제를 생각해야했다!


“아, 그나저나 오늘 밤에 있는 미션은 뭘까?”


“글쎄? 그건 작가 마음이겠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이야기를 이어갈려고 해도 이어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녀 말대로 다음 미션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긴 했다. 그저 내 루미네이터에 의존하는 수밖에.


“그런데 어차피 너는 루프가 가능하잖아. 그러니까 몇번 죽으면서 충분히 작전을 짤 수도 있잖아. 그게 루프물의 장점이니까.”


그렇지. 지금 당장 조급하게 작전을 짤 필요는 없었다. 애초에 작가가 이 소설을 루프물로 설정한만큼, 한번 죽어본 다음에 작전을 짜는 것도 괜찮았다. 하지만 아직 밤이 되기까지 시간은 많이 남았는데, 그저 낭비를 하고 싶진 않았다.


“아, 너는 혹시 작가한테서 아이템같은거 받았어?”


“뭐, 컨버터라는 것이랑 특성 분석기랑 아이템 관리자라는 거랑, 골드 보관하는 것을 얻었어. 그것 말고는 스킬 스크롤 하나를 주더라고.”


스킬 스크롤이라. 나는 작가가 정말 자신의 소설을 게임물로 만드는 것을 원하지 않는지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나는 딱히 상관이 없었다. 덕분에 스킬들을 간편하게 배울 수 있게 되었으니까.


예린이는 스킬 스크롤을 소환해서 내 앞에 보여주었다. 나는 그 아이템을 보았다. 컨버터가 그 스킬 스크롤을 분석했다.


[헤드헌터 스크롤]


효과: 이 스크롤을 둘로 찢으면 그 대상이 스킬 헤드헌터를 배웁니다.


[헤드헌터]


물리 공격: 10

마법 공격: 10

마나 소모: 2

쿨타임: 30초

효과: 이 스킬은 상대의 어느 부위에 맞아도 대상의 머리에만 피해를 줍니다. 만약 대상이 머리가 없으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참으로 이상한 스킬이었다. 머리에만 피해를 준다니. 하지만 나름 괜찮은 것 같았다.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지금 예린이는 이 스킬이 없으면 30초동안 뭘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거다.


“이 스킬은 네가 배워. 나는 다른 좋은 아이템이 있거든.”


“당연히 내가 배울려고 했지.”


예린이가 스킬 스크롤을 찢으며 말했다. 그러자 보라색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예린이의 머릿속으로 쑤욱 들어갔다. 나는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그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이 스킬의 쿨타임이 있으니까 한 30초동안은 아무런 공격도 못할거야. 그러니까 다른 아이템을 구해야 될거야. 그러니까 저녁이 되기 전까지 네가 쓸만한 무기가 뭐가 있을지 생각해보자.”


“이미 챙겨왔어.”


예린이가 순식간에 오른손에 부엌칼을 소환하며 말했다. 나는 입이 떡 벌어졌다. 도대체 그건 언제 챙긴거지?


“뭐? 왜 그런 표정을 지어? 너는 작가가 네 집에서 이런것들을 설명하지 않았어? 우리 미션들을 보면 싸워야 될 것 같아서 집에 나오기 전에 무기로 쓸만한 것들을 챙겼지.”


내가 너무 당황해하자 예린이가 급히 부엌칼을 다시 저장하며 말했다. 나는 여전히 경직된 상태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는 또다시 싸해졌다.


“주문하신 라멘 나왔습니다.”


그때 종업원이 어색한 기류를 깼다. 예린이는 라멘이 그녀 앞에 놓이자마자 바로 기다렸다는 듯이 젓가락을 들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나는 여전히 당황해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왜? 빨리 먹어!”


예린이가 먹다 말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 어!”


나는 그제야 젓가락을 들고 라멘을 먹기 시작했다. 먹으면서 나는 자책했다. 젠장! 왜이렇게 나는 여자애랑 이야기를 못하는 거지?


이순간만큼은 소설의 주인공인 것이 싫었다. 독자들이 나의 이런 어리버리한 모습까지 다 알게 될테니까.


작가의말

그날밤 희성이는 이불킥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희성이의 하루는 워낙 길다보니 최소 5화 이후에나 이불킥을 할 것 같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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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Chapter 9: 첫번째 재앙 (1) 18.05.01 446 1 11쪽
19 Chapter 8: 준비 18.04.30 454 1 12쪽
18 Chapter 7: 마지막 연습 미션 (3) 18.04.29 448 1 12쪽
17 Chapter 7: 마지막 연습 미션 (2) 18.04.28 451 2 11쪽
16 Chapter 7: 마지막 연습 미션 (1) 18.04.27 498 1 11쪽
15 Chapter 6: 기회의 광장 (3) 18.04.26 544 2 11쪽
14 Chapter 6: 기회의 광장 (2) 18.04.25 537 2 12쪽
13 Chapter 6: 기회의 광장 (1) 18.04.24 555 2 12쪽
12 Chapter 5: 쉬운듯 쉽지 않은 미션 (4) 18.04.23 543 2 11쪽
11 Chapter 5: 쉬운듯 쉽지 않은 미션 (3) 18.04.22 598 2 12쪽
10 Chapter 5: 쉬운듯 쉽지 않은 미션 (2) +3 18.04.21 600 2 14쪽
9 Chapter 5: 쉬운듯 쉽지 않은 미션 (1) 18.04.20 648 3 11쪽
8 Chapter 4: 어색한 첫 데이트 (2) 18.04.20 719 3 14쪽
» Chapter 4: 어색한 첫 데이트 (1) +2 18.04.18 802 4 13쪽
6 Chapter 3: 보상이 너무 많다 (2) 18.04.17 852 4 13쪽
5 Chapter 3: 보상이 너무 많다 (1) +2 18.04.16 951 7 13쪽
4 Chapter 2: 첫번째 미션 (2) +2 18.04.16 990 7 13쪽
3 Chapter 2: 첫번째 미션 (1) +2 18.04.15 1,242 6 12쪽
2 Chapter 1: 작가와의 만남 +4 18.04.15 1,931 10 12쪽
1 Prologue +4 18.04.15 2,544 16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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