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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님의 서재입니다.

주식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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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작품등록일 :
2016.08.09 21:31
최근연재일 :
2019.07.30 18:00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56,071
추천수 :
3,721
글자수 :
162,664

작성
16.08.09 21:59
조회
10,381
추천
90
글자
3쪽

프롤로그

DUMMY

이렇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왕복 10차선 마포대교 위.

그 옆으로 난 조그만 인도에 서른 셋의 경수가 서 있었다.

문득 그의 컴퓨터 모니터 화면이 떠 올랐다.


평가손익


-154,321,321원


누적손익


-1,358,320,310원


10년동안 쏟아부은 전재산이 음수가 되어 경수의 눈에 각인 됐다.


멀리서 본 서울의 밤은 아름다웠다. 빌딩에 켜진 불빛과 거리의 조명들은 어둔 밤을 비추는 별빛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의 반해 눈에 불을 켠 자동차들은 잡아먹을 듯 서로의 뒤를 쫓고 있었다.

어제까지만해도 경수도 저들과 다르지 않았다.

조그만 화면 속 보이지 않는 개미들의 등위에 올라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올라탄 것도 잠시, 언제나 등을 내어주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어제 남은 주식을 정리하고 소주를 한 병 들고 이곳으로 왔다.

이제 가진거라곤 차가운 녹색 유리병 하나 뿐이었다.

꿀꺽거리는 소리와 함께 녹색 병안의 내용물이 거침없이 경수의 목구멍으로 빨려 들어갔다.

달콤 쌉싸래 하다.

이것이 인생인가, 하며 무언가 결심한 듯한 경수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

신발을 벗는 것은 남은 생을 정리하는 마지막 과정이라 생각했다.

다리 위 난간위로 올라간 그가 눈을 질끈 감고 몸을 앞으로 떨어뜨렸다.

거친 바람 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어머니의 바람이 손에 잡힌다.

잠잠하던 강물에 조그만 물결이 일었다.


강물은 수챗구멍이라도 만난 듯 경수의 몸으로 앞다퉈 쏟아졌다.

왜 그랬는지 물속에 들어간 순간 다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알고 뛰어들었음에도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게 두려웠다.

서울의 물은 한치 앞을 허락하지 않았다.

숨이 막히고 폐까지 물에 잠기는 고통이 느껴졌다.

아마도 생전엔 느끼지 못한 차원의 고통이리라.

곧 움직임이 멈추고 그의 의식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그의 짧은 생은 막을 내리는 듯 했다.


그런데, 다시 눈이 떠졌다.


그것도 처음 서울 생활을 시작한 강남의 원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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