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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바라기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 관리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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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담바라기
작품등록일 :
2023.06.30 18:49
최근연재일 :
2023.10.3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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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80,210

작성
23.09.25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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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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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글자
13쪽

약속했으니까

DUMMY

아르헨티나에 도착한 우진은 상공에서 메마른 땅을 훑어보고는 정부가 정해놓은 농경지로 내려갔다.


땅을 딛고 서자 우진의 몸에 다닥다닥 붙어 있던 정령들이 불퉁한 표정으로 떨어졌다.


“표정들이 왜 그래?”


“몰라서 물어?”


“쉬지도 못하고 계속 일했잖아!”


“작물을 키우는 일이 아니었으면 정원으로 돌아갔을 거야!”


한마디로 지쳤다는 말이네.


‘하긴, 그럴 만하지.’


[좀 많이 부려먹긴 했죠.]


인정! 우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볼이 빵빵해지도록 불만을 드러내는 정령들을 달래듯 말했다.


“미안. 그동안 고생한 대가는 충분히 해주마. 그리고 이 나라가 마지막이니까 마무리만 잘하자. 알았지?”


“웃겨! 입만 열면 거짓말이야!”


“맞아! 여기도 몇 개씩 있을 거 아니야?”


당연히 있지. 나라 크기가 있는데 하나로 되겠니? 그거로 누구 코에 붙이라고? 아니, 그보다 순수했던 우리 꼬맹이들이 왜 갈수록 말본새가 이상해지는 것 같지?


“마음에 안 들어! 왜 이런 걸 해주는 거야?”


“맞아. 인간들 식량까지 챙겨줘야 해?”


그래 봐야 딱 한 번이잖아. 항공, 항만을 다 막아서 식량난이 생겼는데 어쩌라고.


[귀찮긴 해도 필요한 조치이긴 합니다.]


“내 말이 그거야. 너희는 굶주림을 모르지만, 인간은 아니거든.”


의식주 중에 가장 중요한 게 식이다. 이런 사태를 만들었으니 기본적인 건 해주는 게 맞고. 이후로는 인간들이 알아서 할 테니까.


“너희가 이해해. 내가 그래도 관리자인데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지. 그러니까 우리 쪼꼬미들, 사랑해~”


“흥이다!”


“바보 진! 메롱이다!”


얼씨구? 저런 건 어디서 배웠대? 혀를 쏙 내밀며 콧방귀를 끼고는 쌩하니 날아가 버리는 행동에 우진이 웃음을 터트렸다.


“귀엽기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어쩔 수 없잖아.”


나라 크기가 다르니까. 인구수대로 많은 농경지를 만들다 보니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자연재해에 균열까지 닫아야 했고.


“일단, 금동이부터 부르자.”


농경지 일대로 보호막을 치고 금동이를 소환했다. 오자마자 익숙하게 석화해서 먹어치우는 모습을 흐뭇하게 볼 때였다.


[마스터, 세종기지 인근에 균열입니다.]


“세종? 한국이라고?”


[아니요. 남극 기지 말입니다.]


“아아, 거기. 응? 뭐야, 그쪽에 아직 사람이 있었어?”


[네. 발이 묶였습니다.]


“하, 귀찮게.”


상황이 심상찮으면 재깍 빠져나와야지 뭐 먹을게 있다고 버티는 거야. 우진이 짜증스레 혀를 차고는 남극으로 이동했다.


“우선 균열부터 닫자.”


균열이 생성된 곳으로 가자마자 닫고 세종기지로 향했다.


“그런데 베나가 왜 말을 안 해줬지?”


[굳이요?]


하긴, 다시 폭설 뿌려서 얼리기만 하면 되니까. 하물며 소멸시키는 폭설도 아니니 상관없나. 인간들이 알아서 기지 안으로 피했을 터라 딱히 인명피해는 없었을 것이다.


“응? 전기가 안 들어와?”


[끊긴 겁니다. 자가 발전기는 있는데 상황이 얼마나 길어질지 몰라서 안 돌리고 있죠.]


물자가 끊겼으니 당연한가. 고개를 끄덕이고 기지 안쪽을 들여다봤다. 낡은 기름 난로 하나 켜놓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인간들을 살피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한국인만 있는 게 아니네?”


[네. 다른 나라 연구원도 있습니다. 폭설 당시 가까운 데 있다가 이곳으로 피신 한 거죠.]


“미련하기는. 왜 아직도 남아 있느냐고. 원주민한테 도움을 청하든가.”


[없습니다. 과거에는 소수가 살았습니다만, 환경이 워낙 척박해 모두 떠났죠. 게다가 얼음이 녹으면서 위험도 있었고요.]


“그러네. 나라도 못 살겠다.”


사실상 베나가 다시 얼리기 전에는 남극 대륙의 빙하가 거의 녹기도 했었고. 그 때문에 바이러스 문제도 심각했었고 해수면도 높아졌다고 했으니까.


“가만, 여기 말고도 한국 기지가 있지 않아?”


[네. 장보고 기지가 하나 더 있죠.]


그럼 거기도 또 들러야 하잖아?


“아, 진짜. 이브, 남극에 있는 기지 사람들한테 다 메시지 보내. 짐 챙겨놓으라고.”


[보내줄 겁니까?]


“그래야지.”


여기 놔뒀다가는 한순간에 골로 갈 수도 있는데 어쩌겠어. 이왕지사 온 김에 보내주면 그만이다.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이브의 경고가 먹혔는지 늘어졌던 인간들이 화들짝 놀라 환호성을 지르며 소란을 떨었다.


[마스터, 금동이 끝났는데요? 정령들도 마무리 중입니다.]


“아, 우선 다른 농경지로 데려다주고 와야겠지?”


[네. 여기도 정리하려면 시간이 걸릴 겁니다.]


이브의 말에 우진은 곧바로 농경지로 이동했다. 농경지 귀퉁이에 최대한 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몸을 웅크리고 있던 금동이를 보며 황급히 보호막을 제거하고 다가갔다.


“우리 금동이 수고했어. 우리 쪼꼬미들도 수고했고.”


“또 다른 데 갈 거지?”


“응. 바로 가자.”


정령들이 온몸에 달라붙자 금동이의 몸을 보호막으로 감싼 채 날아올랐다.


다음 농경지에 도착하자마자 보호막을 친 우진이 손을 흔들고는 다시 세종기지로 이동했다.


“많기도 해라.”


커다란 짐이 나라별로 구분했는지 군데군데 뭉텅이로 쌓여있었다. 우르르 나온 사람들을 확인한 우진은 이브가 말해준 대로 짐과 사람들을 각 나라로 보내버렸다.


또 한바탕 난리가 나겠지만, 수습은 알아서 할 터라 우진은 어느새 텅텅 비어버린 남은 기지와 관측기, 쓰레기 하나까지 모조리 아공간 안에 집어넣었다.


“기지가 총 몇 개야?”


[여름과 영구, 개발 예정지까지 다 합치면 91개나 됩니다. 서두르셔야 할 것 같은데요?]


“미친. 더럽게도 많네. 그 정도면 남극 환경에도 안 좋을 텐데.”


[악영향이죠. 그런데 공항은 어쩌실 겁니까?]


“일단 기지부터 없애자. 공항은 사람만 보내자고. 거기도 메시지 보내 놔.”


[알겠습니다.]


당장은 금동이를 빼낼 수가 없으니까. 농경지 개발 끝나고 매립지까지 치운 후에 다시 와서 인간의 흔적도 싹 없앨 생각이었다.


이브의 안내대로 가까운 기지로 간 우진은 그곳에서도 기다리던 인간들을 각 나라로 돌려보내고 남은 흔적도 말끔히 치웠다.


그렇게 기지와 농경지를 번갈아 가면서 정신없이 움직이자니 어느새 끝이 보였다. 공항에 있는 사람들을 다 보낸 후 마지막 농경지로 이동했다.


“다들 수고했다.”


“이제 다 끝난 거야?”


“응. 정원으로 바로 갈래?”


“간식!”


“창고에 많이 쌓아놨으니까 먹고 싶은 만큼 실컷 먹어. 그동안 고생 많았다.”


“히힛! 정원에 보내줘!”


안 그래도 그럴 거야. 정령들을 불러모은 우진은 모두를 감싼 채로 정원으로 이동시켰다. 그동안 고생했으니 한동안은 푹 쉬게 해줄 생각이었다.


“이브, 여기 정부에 말해둬. 매립지 흙은 일반 농경지에 뿌리라고 하고. 그리고 금동이는 아직 할 일이 있으니까 같이 가자?”


<꾸웃!>


역시 우리 금동이가 최고다. 함박웃음을 흘리며 다가오는 모습에 덩달아 활짝 웃으며 보호막을 해제했다.


[매립지부터 갔다가 공항에 가시죠.]


“다 모아놨어?”


[네. 폐기물하고 일반 쓰레기까지 다 모아놔서 작은 산 하나 정도가 됩니다.]


미친. 한번 치웠는데도 그 정도라고?


“어디서 쓰레기만 만드나.”


[빈민가와 그 일대를 다 헐었으니까요.]


“살아남은 사람은?”


[정부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와 주거지를 마련해줬습니다.]


잘하고 있나 보네. 그럼 뭐 치워줘야지. 어깨를 으쓱인 우진이 금동이를 데리고 쓰레기 매립지로 이동했다.


“허, 진짜 산이라고 해도 되겠는데?”


고약한 냄새는 덤이다. 혀를 찬 우진이 매립지 주변으로 보호막을 치고 아공간을 차지한 쓰레기까지 쏟아내고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역시 빠르네.”


거대한 산 하나가 흙더미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다. 땅속까지 깔끔하게 먹어치운 금동이를 쓰다듬은 후 다시 남극 공항으로 이동했다.


*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 사이로 정신없이 일에 몰두하던 그가 노크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곧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로이드를 본 데이비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뻐근한 목을 돌리며 물었다.


“결과가 나왔군요?”


“예. 매립지에서 나오는 흙보다 더 영양분이 높았습니다.”


“그래요? 작물이 영양분을 흡수했을 텐데 더 좋단 말이죠?”


“예. 다른 힘이 포함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시 심고 나온 결과물도 같다고 합니다.”


다른 힘이라. 그게 뭘까. 미간을 구기며 고민하던 그는 이내 잡생각을 떨쳐내고 물었다.


“그럼 인간이 심은 작물도 성장이 빠를 수 있겠군요?”


“가능성이 있는데 확실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도 옥수수같이 지력을 뺏는 농작물만 아니면 일반 농경지보다는 빠르고 수확량도 많을 거라니 기대해도 될 것 같습니다.”


“제발 그리되면 좋겠군요.”


그것만 해도 앞으로 있을 식량난까지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관리자가 만들어준 농경지의 수확량이 어마어마했다. 그것만으로도 급한 불은 끈 것이다.


“모아놓은 흙도 일반 농경지로 보내서 섞으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동안 모아놓기만 하고 아직 사용하지 않은 흙이 많았다.


“다른 나라도 상황은 같겠지요?”


“그럴 겁니다. 나라 크기와 인구수 차이로 농경지 개수가 다를 테니 식량난은 해결했을 겁니다.”


의외로 세심한 관리자다. 그런 걸 보면 마냥 인간을 싫어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 내심 안도했다.


“그런데 남극 기지까지 사라질 줄은 몰랐습니다.”


“아아, 그러게요.”


남극 개발에 많은 자금을 투자했는데 졸지에 물거품이 됐다. 이미 연구원들은 다 돌아왔고 위성으로 확인하자니 공항도 흙더미만 남기고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아무래도 남극 개발은 못 할 것 같군요.”


“그쪽으로 환경 오염이 극심해졌다고 하던데, 그것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이 그랬다. 개발지가 늘어나면서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걸 알았지만, 모두가 외면했었다. 아마 그 때문에 관리자가 남극에서 인간의 흔적 자체를 지운 건 아닐까.


“후, 관리자의 뜻이 그렇다면 포기해야지요. 그보다 발전소는 마무리 했습니까?”


“각 주에 하나씩 완공했습니다. 이제 마력석만 있으면 됩니다만.”


아마 곧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관리자가 약속한 부분이니까.


“언제 줄까요?”


“글쎄요.”


데이비드는 고개를 저었다. 각 주에 발전소와 소각장은 완공했고 한국 정부를 통해 상하수도 정화 설계도도 받아 완성한 상태였다.


그리고 관리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모든 일도 마무리 지었다. 이제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하, 재촉할 수도 없고 기다려야지요.”


그 방법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한숨을 내쉴 때였다.


<어련히 알아서 줄까.>


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두 사람이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집무실 한편에 빛이 모이고 무언가가 우르르 쏟아지는 모습에 두 사람이 경악한 얼굴로 입을 딱 벌렸다.


“마, 마력석!”


<맞아. 제대로 일 처리 했으니 줘야지.>


“감사합니다!”


두 사람이 반색하며 고개를 숙이자 혀 차는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울렸다.


<다른 곳에 쓸 생각하지 말고 발전소와 상하수도, 소각장에 사용해. 그리고 일반 농경지에 독한 농약 사용하지 마. 안 그래도 땅이 죽어가는데 약은 왜 그렇게 독한 걸 사용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그 부분은 따로 지시하겠습니다.”


<사람 뒀다 뭐해? 직접 해충 잡으라고 해. 흙만 해도 약품보다 효과 좋으니까. 오히려 일자리 없는 인간들한테 도움도 되잖아?>


한마디로 노동력을 사용하라는 말이다. 문제는 이리저리 이익이 얽혀 있는 기업과 인간이 많다는 점이다. 두 사람이 난처한 얼굴로 서로를 보다 어색하게 웃었다.


<왜? 기업들 때문이야? 말 안 듣는 인간들 죽여주리?>


“아, 아닙니다!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


<그러든지. 알아서 하고 앞으로는 남극에 기지 세우지 마. 거기 인간의 흔적은 다 없앴으니 그리 알고.>


“알겠습니다.”


대답을 끝으로 더는 들려오지 않는 목소리에 두 사람이 서로를 보다가 거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마력석 무더기 앞으로 다가간 두 사람이 탄성을 흘렸다.


“됐어. 이거면 이제 전력난에서 해방입니다.”


“다행입니다.”


이미 이전에 받았던 마력석으로 제일 먼저 완공한 발전소를 가동했기에 그 성능은 익히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함박웃음을 흘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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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축복받은 농경지 +1 23.09.19 1,398 45 13쪽
112 눈치채라는 거지? +1 23.09.18 1,423 46 12쪽
111 정신 똑바로 차려야 살아남는 세상 23.09.17 1,463 47 16쪽
110 사고뭉치 냥아치들 23.09.16 1,490 47 16쪽
109 선물과 상봉의 기쁨 +2 23.09.15 1,485 46 16쪽
108 보호받고 싶으면 앞으로 잘해 23.09.14 1,504 49 18쪽
107 안전한 고국으로 +1 23.09.13 1,515 46 14쪽
106 경고문 +1 23.09.12 1,520 48 13쪽
105 이젠 인간 몫이지 23.09.11 1,514 46 13쪽
104 자유 독림과 찢어진 대륙 23.09.10 1,571 42 14쪽
103 또 다른 영물과의 만남 +1 23.09.09 1,533 50 15쪽
102 물은 흐르는 게 순리다 +1 23.09.08 1,538 49 12쪽
101 발전소 가동 23.09.07 1,532 52 14쪽
100 변덕쟁이 수호신? 23.09.06 1,578 46 14쪽
99 한반도의 변화 +1 23.09.05 1,621 51 17쪽
98 땅부터 갈아엎자 +1 23.09.04 1,608 52 14쪽
97 우선 생명줄만 연결하자 23.09.03 1,653 49 12쪽
96 기분 좋으면 일도 빠르다 23.09.02 1,670 53 14쪽
95 강대국은 사라졌다 +1 23.09.01 1,708 48 17쪽
94 왜 댐까지 말썽이야! +1 23.08.31 1,681 46 14쪽
93 대지진의 여파 23.08.30 1,689 5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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