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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바라기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 관리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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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담바라기
작품등록일 :
2023.06.30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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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3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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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0,210

작성
23.09.18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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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글자
12쪽

눈치채라는 거지?

DUMMY

“으음, 관리자님이 화가 많이 나신 것 같군요.”


목소리와 말투에서 짜증이 가득했다. 김준석의 말에 박장익도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 그러게 말 좀 듣지.”


김준석이 안타까운 듯 탄식을 흘렸지만, 실상은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하던 바였다. 평생을 독재 정치 아래 있던 사람들이 아닌가.


보고 느끼고 배운 게 그것뿐인 데다 기본적으로 탐욕이 많았다. 갑자기 빈자리가 생기니 앞뒤 잴 것도 없이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잡고 싶었으리라.


“이젠 바뀌겠지요.”


관리자가 있는 이상, 너무도 쉽게 죽어 나가는 이들을 눈앞에서 본 이상은 수긍하고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그마저도 못하면 답이 없는 거고. 두 사람은 실시간으로 방영되는 중국 상황과 균열, 재난 영상을 번갈아 확인하며 착잡한 표정으로 간간이 탄식을 흘렸다.


“끝났군요.”


눈앞을 어지럽히던 영상이 모조리 사라지자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관리자님이 인간들이라 한 거 보면 모든 사람이 다 보게 했다는 것이겠지요?”

“확인해보겠습니다.”


박장익이 인터넷에 들어가 실시간 올라오는 글을 확인했다. 짧은 사이에 영상을 확인한 사람들이 수도 없이 글을 올리고 있었다.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었다. 무투버에 올라온 영상도 국적 관계없이 하나같이 수호신이나 경고문에 대한 내용이 전부였다.


“아무래도 인간은 모두 본 것 같습니다.”


그럼 결론은 하나다.


“전 세계에 보내는 경고군요.”


정치인들만 볼 수 있었던 경고문이 이번 영상과 함께 모두가 보게 된 것이다. 그 이유야 생각할 것도 없이 뻔했다.


“한동안 시끄럽겠습니다. 한국은 동요하지 않게 관리 잘해야 합니다.”


“언론에 당부하겠습니다.”


아마 그들도 봤다면 관리자의 속내를 짐작할 것이다. 박장익은 각 언론사와 방송국에 당부하는 문자를 보냈다.


“그보다 지구 상황이 생각보다 더 심각한 것 같군요.”


“예. 그 균열이라는 게 유럽하고 아시아에 대지진을 불러온 것이겠지요?”


“관리자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균열과 대지진이 연관되어 있을 겁니다. 어쩌면 앞으로는 더 심해질지도 모르겠군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지만, 유럽과 아시아 전체를 강타한 대지진을 생각하니 과한 우려도 아니었다.


그나마 유럽과 아시아는 그 이후 크게 재난이 터지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유럽과 아시아라. 설마 다른 대륙에도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겠지?”


“설마, 그렇겠습니까.”


“아니죠. 지난 두 번의 대지진을 생각해보세요. 유럽은 영국부터 시작해서 유럽 전역으로 번졌습니다. 그리고 아시아는 시간 차이도 거의 없이 대지진이 터졌고요. 한곳에 몰아서 터지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럼, 남은 대륙에도 몰아서 터질 수 있겠습니다.”


“그렇죠.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니기를 바라지만, 만약 가능성이 있다면 미리 대비라도 해야 했다.


“남은 대륙이 어디죠?”


“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대륙입니다.”


설마 아니겠지.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고개를 내저을 때 품 안에서 울리는 개인 전화에 김준석이 멈칫하고 핸드폰을 꺼냈다.


“이런, 이 사람도 양반은 안 되겠군.”


“누굽니까?”


“미국 대통령이요.”


아마 그도 관리자의 영상을 봤을 것이다. 그러니 영상이 끝나자마자 연락하는 것일 터라 김준석은 짧게 한숨을 내쉬고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잠시 통화 괜찮으십니까?


“예. 말씀하시지요.”


김준석의 답에도 상대에게는 말이 없었다. 대신 호흡을 가다듬는지 잠시의 틈을 두고 떨림을 담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후우, 대통령님도 이번 영상 보셨겠지요?


“예, 봤습니다.”


-그 균열 말입니다. 관리자님이 닫은 것입니까?


“예. 관리자님이 아니면 그런 위험한 걸 닫을 사람은 없으니까요.”


-하하, 그렇지요.


당연한 말이었다. 데이비드 또한 그걸 모르고 물은 건 아닐 터라 김준석은 그가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괜한 걱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균열이 아메리카 대륙에도 생길 가능성이 있을까요?


역시나. 그도 그 점이 불안했나 보다. 혹시라도 관리자에게 들은 게 있는지 궁금했으리라. 김준석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대통령님, 잠시 관리자님께 물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아! 연락할 수 있습니까?


“으음, 지금까지는 물으면 답을 주셨는데 확신은 못 하겠습니다. 우선 기다려 보세요.”


-알겠습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전화가 끊기자 김준석이 짧게 한숨을 내쉬고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역시 보이는 건 밋밋한 천장뿐이었다.


하지만 관리자는 모든 상황을 알 테니 기다리면 답을 해줄 것이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도록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아 포기해야 하나 생각할 때였다.


<귀찮게.>


여전히 짜증 가득한 목소리에 김준석이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쯧, 됐고. 균열이 생기는 이유는 내핵에 문제가 생겨서 그래.>


“내핵이요? 그 지구 내핵 말입니까?”


<맞아. 내가 말했잖아. 지구의 주인인 의지가 지쳐서 잠든 상태라고. 그 녀석이 깨어나야지 내핵이나 우주 공간도 해결할 수 있어. 그전까지는 내가 최대한 막을 테니까 너희는 경고문이나 잘 지켜.>


어차피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뿐이었다. 김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남은 대륙에도 균열이 한꺼번에 생길 수 있다. 지금도 하나씩 생기는데 내가 바로 닫긴 하지만, 만약 아시아처럼 한꺼번에 생기면 그쪽도 재앙은 피해가지 못할 거야.>


“그,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뭘 어째. 미리미리 재앙에 대비해야지. 내가 최대한 큰 피해 없이 막아줄 테니까 인간은 할 수 있는 선에서 준비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더는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잠시 멍한 표정으로 서 있던 김준석이 황급히 미국 대통령의 개인 전화로 연락했다.


신호가 가자마자 받는 상대를 향해 관리자에게 들은 말을 그대로 전했다.


전화기 너머까지 느껴질 정도로 암울한 한숨 소리가 들려왔지만, 이 이상 어찌할 수도 없었다.


그나마 아직은 남은 대륙에 재앙이 덮칠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상대 또한 그것을 아는지 몇 번이나 감사를 전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그 녀석이 겉으로는 냉정해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흘릴 것 같지만, 은근 배려나 기본적인 예의는 있었다. 물론, 그것도 상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하, 그 녀석이 왜 저 자리에 있겠어.”


말도 안 되지. 하물며 순식간에 몇 명을 태워 죽인다고?


“강우진이?”


무슨 말도 안 되는 망상이야! 그 녀석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회적으로 매장했으면 했지, 직접 사람을 죽일 리가 없었다.


그 정도로 독한 놈은 아니니까. 아니, 애초에 마음에 안 드는 일 자체를 만드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게다가 영상에 나왔던 정체 모를 존재는 수호신이 아닌가. 그러니 더더욱 강우진은 아니었다. 아니 될 수가 없었다.


“32년간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다고.”


그러니까 절대 아닌 게 확실하다. 의심스러운 부분이 너무도 많았지만, 현실적으로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암, 맞지. 맞는데, 저 말투하고 목소리는 뭐냐고? 악! 미치겠네.”


저 싸가지 없는 말투로 팩폭 날리는 놈이 또 있었어? 아니, 명색이 수호신이면서 저런 개싸가지 말투라는 게 말이 돼? 위엄은 얻다 팔아먹었대?


“하, 저건 누가 봐도 강우진이잖아.”


자그마치 32년을 같이 했는데 모를 리가 있나! 강우진에 대한 세세한 습관 하나까지도 모조리 알고 있었다.


“저 정도면 그냥 눈치채라는 거지?”


돌아버리겠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현준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실소를 흘릴 때였다. 노크도 없이 진료실 문이 벌컥 열렸다.


“준! 영상 봤어?”


“알렉, 노크 좀 하라니까?”


“지금 그게 중요해?”


중요하다, 이놈아. 안 그래도 속 시끄러운데 왜 너까지 그러니?


“영상 봤냐니까?”


“봤지.”


“진짜 끝내주지 않아? 수호신 말이야!”


수호신이란다. 수호신! 제 친구 강우진이 어느 날 갑자기 수호신이 된 거란다. 그게 말이야 방귀야!


육하원칙을 따져봐도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현준이 허허롭게 웃자 알렉스의 표정이 묘해졌다.


“뭐야? 반응이 왜 그래?”


“아니다.”


“아니기는? 딱 보니까 뭔 일 있는 것 같은데?”


캐묻지 마라. 안 그래도 머릿속이 복잡해서 터질 것 같으니까.


“그런데 목소리가 어디서 들은 목소리인데?”


알렉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리는 말에 현준이 움찔 놀라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아니야! 착각이라고!”


“아이, 깜짝이야? 뭐가 아니고 착각인데?”


“뭐, 뭘?”


“으응? 왜 시치미야? 너 오늘 좀 이상하다?”


“이상하기는 무슨. 하하, 오늘 날씨가 좋아서.”


“지금 비 오는데?”


알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었다고. 그걸 왜 따지고 그러니. 현준이 헛기침을 하고 말을 돌렸다.


“일 안 하냐? 자꾸 농땡이 필래?”


“아직 예약 시간 있어. 그보다 영상 말이야. 그게 뭘까?”


“하, 나도 모르지.”


“영상에 나온 그 구멍이 균열이라고 했지? 그게 유럽이나 아시아 덮친 거겠지?”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그러니까 지금 지구 상태는 당장 멸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고 강우진은 그걸 막기 위해 휴가까지 내고 쏘다니고 있다?


‘결론은 강우진이 수호신이 확실하다는 말이지?’


의심은 했지만, 막상 진짜라고 생각하니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아니, 믿고 싶지 않다고 해야 하나.


‘그렇다고 뻔히 보이는데 안 믿을 수도 없잖아.’


노폐물을 빼는 약차나 고양이, 개 몇십 마리를 갑자기 옥상에 나타나게 한 것도 다 수호신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않은가.


또 한국만 재난에서 무사했던 것도 그 이유고? 사람들을 구해주고 이동시킨 것도? 그럼 에르다는? 갑자기 나타난 에르다도 뭔가 연관이 있는 건가?


휴가 간다고 문자 했던 날. 그날 갑자기 에르다가 나타났다. 외국인 아이답지 않게 한국말도 잘하고 어딘가 이상했지. 물론, 엄청나게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아니, 잠깐만. 그러고 보니 전날에 이상한 말을 했었지?’


분명히 전날에 눈앞에 이상한 글씨가 나타났다고 했었다. 그래서 자신이 데리러 가기도 했었고.


‘지구 멸망 100년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유독 그날따라 짜증이 심해서 진짜 어디 아픈가 했는데.


“헐, 그게 진짜였어?”


“응? 뭐가?”


“어엉? 너 아직 있었냐?”


“미친 거 아니야? 아까부터 계속 불렀잖아!”


미안. 못 들었다. 아니, 그보다 정신 사납다고!


“가, 이 자식아. 가서 일이나 해. 뭐가 그리 궁금한 거야? 나도 모른다니까? 왜 나한테 그래? 쓸데없는데 고민할 시간 있으면 일이나 하라고.”


“와, 너 래퍼 해도 되겠다. 잔소리가 귀에 쏙쏙 박히는데?”


누가 친구 아니랄까 봐. 그 녀석하고 같은 말 하지 말고.


“나도 일해야 하니까 너도 가. 괜히 쓸데없는데 신경 쓰지 말고.”


“쓸데없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간다. 나중에 끝나고 한잔 오케이?”


오케이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대답은 들을 생각도 없다는 듯 쌩하니 나가는 알렉스를 보며 현준은 거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들어 우진의 연락처 단축번호를 누르려다가 멈칫하고는 다시 내려놨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전화해서 따지고 싶은데!


“후, 참자. 기다리는 게 맞겠지?”


그 녀석 성격이면 언젠가는 해줄 것이다. 그때까지 과연 기다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당장 연락해봐야 받을 것 같지도 않았다.


“쯧, 봐준다. 강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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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물은 흐르는 게 순리다 +1 23.09.08 1,538 49 12쪽
101 발전소 가동 23.09.07 1,532 5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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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한반도의 변화 +1 23.09.05 1,621 51 17쪽
98 땅부터 갈아엎자 +1 23.09.04 1,608 5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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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왜 댐까지 말썽이야! +1 23.08.31 1,681 4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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