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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해시

섬마을 소년이 재벌급 천재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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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천해시
그림/삽화
열심히 쓰겠습니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50
최근연재일 :
2024.09.18 20:50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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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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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736

작성
24.06.25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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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32화. 그놈이었다

DUMMY

박문수. 

31살, 천해중 행정실 계약직 직원. 


전생에 내가 죽던 날. TV에서 방영된 프로그램 ‘살인자의 마지막 고백’에서 나왔던 그놈이었다. 그때 왠지 낯익은 얼굴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박문수를 보자마자 그 살인범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TV에서 나왔던 것보다 훨씬 젊은 모습이었지만 쥐를 닮은 얼굴과 음흉스러운 눈빛은 그대로였다.


‘아주 오래전의 일입니다. 섬마을 중학교 행정직원으로 일했었죠. 그 당시 대국그룹 전 회장님의 죽은 장남이 남긴 하나뿐인 자식을 감시하는 역할이었습니다······ 적통자가 수학여행을 간 날에······.’ 


살인자의 마지막 고백. 

TV에서 노인이 된 살인자 박문수는 오래전에 재벌 그룹 상속자를 감시했다고 고백했었다. 그리고 수학여행 사고···. 


‘그렇다면, 천해중 수학여행 참사는 불의의 사고가 아니라 의도된 것이었나?’ 


번뜩, 내 뇌리에 이 생각이 스쳤다. 


이를 해석하면. 내가 수학여행에 가지 않아서 사고가 난 게 아니라, 재벌가에서 그룹 상속자를 죽이기 위해 꾸민 사고라는 건가.


내 추리가 정확하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추리가 맞는다면, 친구 중에서 대국그룹 재벌 3세 상속자가 있다는 의미였다.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 대국그룹. 

몇 년 전에 대국그룹 창업주의 유일한 자식인 아들 내외가 불의의 사고로 죽고 나서 직계 후손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다음 후계자는 창업주의 동생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 창업주의 동생이 고용한 사냥개인 박문수가 재벌 3세를 감시하고 있는 것이고···.


‘그러면··· 창업주의 죽은 아들이 밖에서 낳은 아이가 있다는 건가? 그 아이가 천해중 친구 중 한 명이고···?’


현재 섬마을 시골 소년인 내가 국내 재벌가의 속사정을 정확하게 알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웠다. 


단, 대국그룹 핏줄로 보이는 친구가 수학여행에 가지 않으면. 불의의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귀 이후, 매일 천해중 수학여행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는데.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은 셈이다. 


내가 누군가의 삶과 죽음의 운명을 막을 수 없다면. 다른 누군가가 그 운명을 바꾸게 하면 되지 않을까. 즉, 그 자체가 일어나지 않게 만들면 됐다. 친구 중에서 재벌 그룹 상속자를 찾아서 수학여행을 못 가게 만드는 것이다. 


우선은 이 방법이 친구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이었다. 


‘그런데 재벌 그룹 상속자를 어떻게 찾지?’


***


미래의 연쇄 살인자이자 현재는 감시자인 천해중 행정직원 박문수를 만나고 난 후. 나는 집에 가는 내내 그를 머릿속에서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가 감시하는 친구를 알아내기 위해선··· 그렇게 해야겠지.’


딸깍, 집 현관문을 열었다. 울컥, 뭉클한 무언가가 내 마음을 건들었다. 아마도 이건 전생에 가족과 친구, 고향을 잊고 산 내 아픔일 것이다. 


“오빠, 왔어?”


동생 정희가 나를 바라보면서 환하게 웃었다. 저 모습을 평생 보기 위해서라도 나는 미래를 바꿔야 한다. 그리고 그 미래를 바꿀 가능성이 높은 재벌 상속자인 친구를 찾아야 한다.

그런 생각에 현관문에 서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을 때. 동생 정희의 목소리가 내 귓가를 때렸다. 


“오빠!”

“응?”


희뿌옇던 내 앞이 환해졌다. 상념에서 벗어났다. 


“뭐야? 신발 벗고 빨리 들어와. 왜 이렇게 멍을 때리고 있어?”

“아, 무슨 생각 좀 하느라고.”


이윽고, 나는 동생 정희와 저녁 식사를 위해 교자상에 마주 보고 앉았다. 상 위에는 배추김치, 파김치, 깍두기, 달걀 후라이, 멸치볶음이 올려져 있었다.

늘 그렇듯 반찬은 소박했지만, 어떤 진수성찬보다 더 맛있었다. 


‘파김치가 잘 익었네.’


전생에 밥을 먹는 것조차도 싫었다. 고기반찬은커녕 소시지도 없는 밥상. 이번 생에는 파김치만 있어도 밥 한 그릇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빠!”

“응?”


“밥 안 먹고 뭐 해? 제사 지내?”

“아, 아니. 파김치가 맛있어서.”


저녁 식사를 끝낸 후.

나는 동생 정희에게 ‘섬마을 춤꾼’ 비디오테이프를 건넸다.


“정희야, 이거 이번에 오빠가 찍은 거야. 재밌게 봐.”

“우와. 오빠가 찍은 영상? 이거 내 친구들이 엄청나게 기다리고 있는데.”

“뭐? 네 친구들이?”

“응. 저번에 교실에서 친구들이랑 ‘소녀의 횃불’ 봤는데. 다들 재밌다고 난리였어. 그것 보고 여자애들은 펑펑 울었어.”


지금은 90년대였고, 천해도 군내면에 있는 가구는 지상파 3사만 시청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바람이 많이 불면 안테나 전파 때문인지 화질이 좋지 않기도 했고. 


그래서일까. 


천해도엔 비디오를 보는 가구가 많았다. 특히 군내면에 하나밖에 없는 비디오 대여점의 장사가 잘된 이유였다. 아니지, 지금은 전국적으로 비디오 대여점이 인기였지. 


‘아, 그 감독님. 비디오 대여점 사장님은 잘 계시겠지?’


***


이정희는 오빠 이정욱이 건네준 비디오테이프를 곧바로 비디오 플레이어에 넣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영상 초입 부분. 교복을 입은 한 남학생이 여기저기에서 춤을 춘다. 


‘이번에는 춤추는 영상인가?’


역시 이번에도 영상미가 미쳤다. 춤추는 소년의 배경이 된 천해도는 아름다웠다. 그리고 약간 내용이 지루할 때쯤, 웃음과 감동이 있었다. 


‘오빠는 재미가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재밌는 영상을 찍지?’


보통 TV에서는 시간적 순서대로 영상이 나오는데. 이정욱이 만든 영상은 그렇지 않았다. 장면이 이리저리 불규칙하게 편집된 것 같았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영상은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정욱 오빠가 진짜 천재인가?’


한참 동안 흥미롭게 영상을 보던 이정희는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펑펑 흘렸다.

동생의 무덤 앞에서 춤을 추는 김정근의 모습에, 돌아가신 엄마의 무덤에서 노래를 불렀던 아빠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오빠는 왜 이런 영상을 만들어서 나를 슬프게 하는 거야?’


이정희는 오빠 이정욱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빠 방으로 달려가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말했다.


“오빠!”

“응? 왜?”

“왜 이렇게 영상이 재밌어? 도대체 오빠 뭐야?”

“그래? 재밌었어? 하하하.”


중학교 입학 첫날 이후부터 늘 밝게 웃는 오빠 이정욱이 이정희는 싫지 않았다. 오히려 반가웠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늘 자주 웃었던 그 오빠가 다시 돌아온 듯했으니. 


“응, 너무 재밌어. 영화 ‘천녀유혼’보다 더 재밌어. 장국영 오빠는 나오지 않지만···.”


***


장국영, 왕조현 주연의 영화 ‘천녀유혼(1987)’은 명작이다. 홍콩영화 역사상 큰 획을 그은 작품이다. 이 영화를 통해 왕조현과 장국영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 전역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천녀유혼’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가난한 서생과 처녀 귀신의 사랑 이야기다. 근데 영화에서 서생은 너무 잘생겼고, 처녀 귀신은 초특급 미녀였다. 


‘한동안 왕조현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았었지.’


동생 정희는 ‘천녀유혼’을 보고 나서. 한동안 자기가 섭소천(왕조현 분)이라면서 하늘을 날아가는 동작을 취하곤 했었다. 


그런 명작보다 내가 찍은 영상이 더 재밌다니. 영광이었다. 괜히 내 어깨가 천장까지 올라간다. 이러면 안 되는데, 올라가는 어깨를 내려가지 않네. 


나는 어깨를 한층 올리며 동생 정희에게 물었다. 


“정희야, 이제 장국영보다 오빠가 더 좋겠네.”

“그건, 아닌데.”

“왜? 그래도 오빠도 잘생기지 않았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오빠 약 먹을 시간 지났어?”


동생 정희는 방문을 쾅, 닫고 나갔다. 


‘냉정한 계집애!’


씁쓸했다. 정희의 대답도, 그리고 2003년 4월 1일 만우절 거짓말처럼 호텔에서 투신한 홍콩 배우 장국영을 떠올리니.

그때 정희가 자기 방에서 며칠 동안 울었었는데.


***


다음 날, 자율학습 시간. 


나는 ‘섬마을 춤꾼’ 녹화본을 가지고 행정실 문 앞에 섰다. 크게 심호흡했다. 박문수 그놈이 감시하는 친구가 누구일까.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똑똑. 


“누구세요? 들어오세요.”


행정실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저는 방송반 이정욱입니다. 혹시, 여기에 박문수 주임님 계시나요?”

“어, 이정욱 학생?”


박문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걸어왔다. 


“저번에 요청하신 녹화본을 갖고 왔습니다.”

“아, 그 ‘섬마을 춤꾼’. 그래요. 고마워요. 음료수라도 한잔할래요?”

“아닙···.”


‘아닙니다. 괜찮습니다.’라는 말이 버릇처럼 나오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음료수라도 마시면서 박문수와 친해지면 좋을 것 같았다. 


“아, 그럼 감사히 마실게요.”

“어, 어. 그래. 잠깐만.”


별관 앞에서 박문수는 캔 커피를, 나는 오렌지주스를 마셨다.

먼저 입을 연 이는 박문수였다. 


“정욱 학생은 영상 찍는 것을 학원에서 배웠어?”

“하하하. 아니에요. 중학교 들어와서 영상 촬영이나 편집을 처음 배웠어요. 다만, 그전부터 영상에 관심이 많아서 TV나 영화 볼 때마다 장면을 분석하기는 했어요.”

“그래, 그래서 영상이 남달라. 마치, 영상에 내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

“그건, 아마도 제가 사람 관찰을 잘해서 그런 거예요. 감시하는 것처럼, 영상 속 인물의 행동을 통해 심리를 분석하죠.”


일부로 내가 감시라는 단어를 내뱉었는데도, 박문수는 그저 웃기만 했다. 눈빛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대단한 놈이었다.

그래서 40년 넘게 들키지 않은 것인가. 


“음, 좋은 말이야. 사람의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의 행동이 보이거든. 간혹 대화하다가 상대방이 딴 곳을 쳐다보면 지루하다는 소리거든. 그땐 화제를 바꾸거나 헤어질 때인 것이지······.”

“아, 그렇군요. 주임님은 많은 것을 아시네요. 나중에도 좋은 말씀 부탁드려요.”


우선은 박문수와 친분을 맺었다. 그 결과,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또한 앞으로 계속해서 그를 관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에 나는 박문수에게 다음에 또 만날 것을 기약했다. 


“주임님, 다음에 영상 찍으면 또 녹화본을 가져다드릴게요.”

“그래, 고맙다. 잘 들어가라.”


***


주호강은 방송반이 만든 ‘섬마을 춤꾼’ 영상을 보고 나서 생각이 많아졌다. 그리고 어제는 죽은 여동생 주연미의 무덤에도 다녀왔다. 


‘연미야. 거기에서도 잘 지내지.’


주호강이 자기가 언제부터 이렇게 삐뚤어졌을까, 라고 생각하니. 바로, 여동생 주연미가 죽은 후부터였다. 


‘김수근은 남동생을 위해 춤을 추는데. 나는 사람들을 향해 칼춤을 추고 있었구나.’


‘섬마을 춤꾼’ 영상을 통해 자기반성을 하게 된 주호강이었다. 그래서 지금. 주호강은 김수근을 천해중 소각장 뒤로 불러냈다. 


긴장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김수근에게 주호강이 말했다. 


“저, 수근아. 저번에 형이 때린 건 미안하다.”

“네?”


놀란 표정을 지으며 주호강을 바라보는 김수근. 미친개라고 알려진 주호강이 다짜고짜 사과하니, 무슨 일인가 싶었다. 


“미안해. 형이 그때 괜한 질투심에 너를 때린 거야. 다시 한번 미안하다.”

“아, 네···.”


김수근은 갑자기 태세 전환을 한 주호강에 어안이 벙벙했다. 자기가 동초 출신 친구들에게 듣기로는 주호강은 망나니 그 자체였는데.


“그렇게 알고. 형도 여동생이 있었어. 몇 년 전에 바다에 빠져서 하늘나라로 갔거든. 하여튼, 힘내라.”

“아···. 형도 힘내세요.”


김수근은 그제야 이해가 갔다. 주호강도 동생을 잃은 아픔이 있기에 자신에게 사과한 것이리라.


“맞다. 형이 한 가지 좋은 정보를 알려줄게.”

“좋은 정보요?”

“그래. 내가 미안해서 알려주는 거야. 정주리가 너 좋아한다고 하더라.”

“아, 그건 알고 있었어요.”


김수근은 이미 알고 있었다. 정주리가 편지로 이미 고백을 했고. 김수근도 정주리가 싫지 않아서 사귈 생각이었다. 


“그, 그래.”

“네. 어쨌든 감사합니다.”



***


천해도 군내면 기동리에서 비디오 대여점 ‘시네마 동네’를 운영하는 설찬호. 

그는 대여점 안에 설치한 모니터를 통해 비디오 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다. 


‘섬마을 춤꾼이라?’


설찬호는 영화감독이었다. 하지만 데뷔작을 시원하게 말아먹고, 아내의 고향인 천해도에서 시나리오 작업 겸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벌써 천해도에 내려온 지 5년째였다. 


‘이게 중학생이 만든 영상이 맞아?’


설찬호는 영상을 보면 볼수록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열악한 장비로 프로 못지않은 촬영과 편집은 물론, 스토리가 기가 막혔다. 


‘편집이 두서가 없는 것 같은데. 그것 때문에 지루하지 않네.’


우연히, 설찬호는 첫째 딸인 설지수가 가지고 온 영상인 ‘소녀의 횃불’을 보고 나서. 천해중 방송반이라는 애들이 만든 영상이 더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이번에 만든 영상은 그전에 봤던 것들보다 더 퀄리티가 더 높았다. 


‘3개 영상 모두 이정욱이라는 학생이 만들었다고 했지···. 뭐 하는 놈이야?’


그렇게 ‘섬마을 춤꾼’이라는 영상을 보면서 설찬호가 자기 나름대로 영상을 분석하고 있을 때. 둘째 딸인 설지은이 주택과 이어진 대여점 문을 열고 나왔다. 


“아빠, 나 배고파.”

“아이고, 우리 딸 배고팠어? 아빠가 고구마 삶아줄까?”

“싫어. 나는 감자가 좋아.”

“그래? 그럼 아빠가 감자 삶아줄게.”


지금은 비디오 대여점을 운영하면서 육아에 힘쓰고 있는 설찬호였다. 그의 아내는 처가 사업체인 건어물 보관 및 도매 사업을 도맡아 운영하면서 바쁘기 때문이다. 


***


- 정욱아, 앞으로 네가 수요일 자율학습 시간에 보여줄 영화를 선정해서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올래?

- 네, 누나. 알겠습니다.


김지선 선배는 전생보다 빨리 내게 비디오테이프를 대여하는 권한을 건네줬다. 보통 방송반에서 영상이 두 달에 한 번 정도 만들었기에 수요일 자율학습엔 비디오 영화를 보여줬다. 


이번 생애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나름으로 열심히 영상을 만들었지만, 매주 영상을 완성할 수 없었다. 그래서 수요일 자율학습 시간엔 비디오를 보여주는 게 통상적이었다.


‘지선 선배는 홍콩 영화를 좋아해서 그런지. 매번 한국 영화 아니면 홍콩 영화를 빌려왔지.’


기대됐다. 오랜만에 옛 추억을 떠오르게 만드는 영화를 다시 본다는 생각에. 토요 명화를 통해서 옛날 영화를 보았지만, 내가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었다. 


‘어떤 영화를 보여줄까? 그래, 그 영화가 좋겠다.’


나는 천해도 군내면에서 가장 큰 동네인 기동리에 있는 비디오 대여점 ‘시네마 동네’ 문을 열었다. 낯익은 얼굴이 나를 반겼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아, 그래.”

“여기 비디오에 ‘시네마 천국’도 있나요?”

“당연히 있지. 학생이 영화를 좀 아네. 하하하.”


영화 ‘시네마천국’이 명작이지만, 아마도 일반적인 시골 비디오 대여점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사장님인 설찬호 감독이라면 갖고 있을 것으로 여겼다. 


나는 물론, 설찬호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시네마 천국’이다. 


“여기 있다. 이 영화를 본 적이 있니?”


설찬호 감독은 내게 비디오테이프를 건넸다. 


“당연히 봤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예요.”

“오, 그래. 나도 이 영화를 가장 좋아하는데. 하하하. 학생이 영화에 대해 뭔가 좀 알고 있네. 군내면에서 이 영화를 빌려본 사람이 학생이 처음이야.”

“하하하. 그래요. 오래된 영화라서 그런가 보네요.”

“음. 그렇긴 하지.”


그때 비디오 대여점 안쪽에 있는 문이 열렸다. 


“아빠, 감자가 뜨거워.”

“아이고. 우리 딸, 감자가 뜨거웠어요? 아빠가 까줄게. 잠깐만 기다려봐. 여기 이 오빠한테 비디오테이프 좀 빌려주고.”

“네.”


전생에 인연이 있는 꼬마였다. 설지수 동생이었고, 나를 곤란하게 만든 아이이기도 했다. 이번 생에는.


“안녕.”


내가 인사하자. 꼬마 설지은이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잘생긴 오빠. 감자 드실래요?”

“응? 감자?”

“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구황작물이에요.”


역시 여전히 똑똑하네. 6살인데, 구황작물이라는 단어도 알고 말이야. 


“하하하. 그래.”

“저는 설지은이예요. 오빠 이름은 뭐예요?”

“난 이정욱이라고 해.”


설지은과 대화하는 모습을 미소 지으며 바라보던 비디오 대여점 사장님 설찬호 감독이 물었다. 


“네가 이정욱이야?”





감사합니다. ^^ 오늘이 늘 찬란했던 그 시절입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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