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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해시

섬마을 소년이 재벌급 천재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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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천해시
그림/삽화
열심히 쓰겠습니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50
최근연재일 :
2024.09.18 20:50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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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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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27,736

작성
24.06.1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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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68
글자
12쪽

27화. 우리랑 조인할래?

DUMMY

천해중 1학년 1반 담임이자 도덕 선생님인 김상주는 중간고사 성적표를 보고 의아해했다. 반배치고사 1등에, 평소에도 똑똑하기로 유명한 설지수가 1등을 할 줄 알았는데. 


‘정욱이가 1등이야? 수업 시간에는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긴 했는데··· 이 정도로 공부를 잘했나?’


무엇보다, 김상주 선생님은 이정욱의 평균 점수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설지수도 평균 점수가 98점으로 높았지만, 이정욱은 모든 시험에서 100점을 맞았기 때문이었다. 


‘올백이라니. 이건 뭐 커닝했다고 의심할 수도 없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1학년 1반 반장인 설지수가 김상주 선생님 자리로 찾아왔다.


“선생님, 부르셨어요?”

“그래, 지수야. 여기 중간고사 성적표를 교실 뒤에 붙이고 점수에 문제 있는 애들은 과목 담당 선생님들께 문의하라고 해라.”


설지수는 중간고사 성적표가 프린트된 A4 종이 한 장을 건네받았다. 


“네. 알겠습니다.”

“그래, 앞으로도 공부 열심히 하고···.”


설지수는 1학년 1반으로 교실로 가는 도중에 성적표를 확인했다. 보나 마나 자신이 1등 했을 것으로 짐작했으나, 담임 선생님의 말투에 그녀의 신경이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평균 점수 98점, 반에서 2등, 전교에서 2등.]


‘2등? 내가 2등이야? 그럼 1등은 누구야? 동초 출신 2반 박정기인가?’


중간고사 1등은··· 

반 배치고사 2등을 했던 박정기가 아니었다.


설지수는 믿을 수가 없었다. 1등은 자기 짝꿍인 이정욱이었고, 중간고사 평균 점수가 100점이었다.


‘정욱이? 정욱이가 공부를 잘했나? 평소에는 공부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았는데.’


***


“야, 이정욱. 뭐야? 네가 중간고사 1등이야!”


염동수는 호들갑을 떨면서 내 앞으로 달려오다시피 했다. 괜히, 책상에 엎드려 자는 설지수의 눈치가 보여서 나는 염동수의 입을 한 손으로 막았다. 


“그, 그래. 근데, 조용히 좀 해. 내가 1등인 것은 어떻게 알았어?”

“너 아직 성적표 안 봤어? 교실 뒤에 중간고사 성적표 붙어 있잖아.”


나는 염동수의 손에 이끌려 교실 뒤에 붙어 있는 성적표를 확인했다. 그리고 내 평균 점수가 100점이라는 사실과 전교 1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등 뒤에서 염동수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물었다. 


“뭐야? 이정욱. 몰래 혼자 공부한 거야?”

“아니야. 그냥 평소 실력대로 봤어.”

“뭐, 공부도 안 했는데. 설지수도 제친 거야? 대단하네.”

“아, 그건 아니고···.”


설지수가 이 소리를 들으면, 분명히 나를 재수 없는 놈이라고 생각할 텐데. 걱정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사이가 썩 좋지 않았는데.


“여하튼 너, 애들이랑 성적 내기해서 이겼는데. 주말에 읍내에서 순대 한턱내라.”

“그, 그래. 잠깐만, 너도 나랑 내기했잖아.”

“크크, 들켰네. 여기 1,000원.”


호기롭게 나와 중간고사 성적 내기를 했던 염동수와 4인방은 내게 1,000원씩을 줬다. 그렇게 난 5,000원을 벌었다. 


‘돈 벌기가 참 쉽네.’


***


토요일 방과 후. 


염동수와 나는 읍내에 갔다. 노래방에서 소풍 장기 자랑 연습을 하기 위해서였다. 


“정욱아, 배고픈데. 우선 시장 분식집에 가서 순대랑 떡볶이 먹자.”

“그래. 근데, 오늘이 오일장인가?”


오일장 시장 입구에 있는 단골 분식집. 

염동수가 순대 500원, 떡볶이 500원어치를 주문했다.


“이모, 여기 순대 500원어치랑 떡볶이 500원어치 주세요.”

“동수야, 여기는 내가 살게.”

“오케이!”


주문한 떡볶이와 순대가 나왔다. 비록 1,000원어치지만 이 정도면, 두 사람이 허기진 배를 채우기 적절한 양이었다. 


“이 집은 여전히 양이 많네.”


내 말에 염동수가 혀를 찼다.


“다 이렇게 주는데. 무슨 소리야?”


그랬다. 이 시절에는 500원어치를 시켜도 순대 한 접시였다. 나중에는 500원어치가 순대 한두 알이라면 믿을 수가 없을 것이다. 


순대와 떡볶이를 다 먹고 나서 나는 오일장 시장 구경을 하자고 염동수에게 제안했다. 


“배부른데, 우리 오일장이나 구경할까?” 

“오케이!”


시장은 시끌벅적했다. 오랜만에 읍내에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아무래도 토요일이 오일장이라서 평소보다 사람이 더 많았다. 


귀여운 강아지들, 오리, 닭을 포함해 반건조 생선, 과일, 속옷, 양말 등 다양한 물품들이 좌판에 깔려 있었다. 


‘시골 오일장은 참, 정겨워.’


20분가량 시장을 돌고 나니. 또 배가 고팠다. 성장기 소년은 늘 배고픈가 보다. 마침, 붕어빵을 파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동수야, 우리 붕어빵도 먹을래?”

“오, 나야 좋지.”

“아주머니, 여기 붕어빵 1,000원어치 주세요.”


아주머니는 붕어빵을 종이봉투에 담아서 건넸다. 그런데 붕어빵이 팻말에 적힌 것보다 많이 들어가 있었다. 


“아주머니, 붕어빵 잘못 담으셨어요. 1,000원에 10마리 아니에요?”

“아이고, 학생이 잘생겨서 2마리 더 챙겼어. 맛있게 먹어.”


그렇게 배를 채우고 나서. 동수 옷을 사러 시장 옆에 있는 옷 가게 골목으로 들어갔다. 보통 나는 시장에서 옷을 사는데, 동수는 브랜드 의류를 주로 입었다. 


“정욱아, 저기 ‘방방’에 들어가자.”


방방. 이 시기에 청바지로 유명한 브랜드였다. 서울에 방방 사거리도 있던가. 전생에 저 브랜드 옷을 한 번도 입어 본 적이 없었다. 


‘청바지 한 벌만 해도 3만 원이 넘을 텐데.’


염동수는 힙합 바지처럼 통이 넓은 청바지와 줄무늬 티셔츠를 샀다. 내 눈에는 촌스러워 보였지만, 이 시대에 유행한 스타일이었다. 


염동수는 종이 쇼핑백을 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어때? 내가 옷 하나는 잘 고르지?”

“그래, 마네킹에 디스플레이된 옷을 그대로 사는 사람은 처음 본다.”

“이게 진리야. 인생의 진리.”


뭔가 기시감이 든다. 인생의 진리? 미래에 어떤 아이돌 가수가 이런 랩을 했던 것 같은데. 


‘이게 바로 인생의 진리지!’


자꾸만 이 말이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


든든하게 배도 채우고, 염동수가 소풍에 갈 옷도 다 샀다. 이제는 노래방에 가서 장기 자랑 노래를 연습할 차례였다. 


노래방에 가니. 우리처럼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애들과 여자애들이 무리 지어 각 방에 들어가 있었다. 


아마도, 읍내에 있는 남중과 여중에 다니는 애들일 것이다. 시골 문화생활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 노래방이었으니. 


노래방 룸에 들어가서, 우리는 각자 잘하는 곡으로 목을 풀기로 했다. 염동수는 서태지와 아이들 노래를 불렀고, 나는 팝송을 불렀다.


내 노래를 듣고 염동수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야, 이정욱. 너 뭐야? 왜 이렇게 영어를 잘해? 너 귀신 들렸어?”

“무슨 헛소리야? 그냥 평소에 팝송 부르는 거 연습한 거야. 근데 귀신 들렸다는 것은 무슨 소리야?”

“우리 할머니가 그러시는데, 신들린 사람들이 갑자기 못 했던 것들을 잘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랬지.”

“그래? 너도 팝송 연습하면 돼.” 


신이 들렸다. 회귀해 내 어린 몸으로 돌아왔으니. 신이 들리긴 한 건가. 아니다. 내 몸에 다시 내가 들어왔으니. 귀신이 들린 것은 아니겠지. 


‘너 귀신 들렸어? 뭔가 찰진 대사처럼 느껴지네.’


아무튼.

염동수에게는 둘러댔지만, 30년간 미국 생활을 하면서 몸에 밴 영어 발음은 숨길 수가 없었다. 앞으로 친구들 앞에서 팝송이나 영어로 말하는 자제해야겠다. 


목을 푼 우리는 ‘더블루’의 ‘그대와 함께’를 주구장창 불렀다. 다행히 염동수와 내 목소리가 잘 어울려서 꽤 그럴듯한 듀엣이었다. 


“정욱아, 이 정도면 장기 자랑 3등 안에는 들겠는데.”

“그러게. 1등도 노려볼 수 있겠어.”

“음··· 그건 안 될걸. 우리 반 수근이가 HOT의 ‘전사의 후예’를 춘다고 하더라고.”

“그래? 수근이가 춤을 그렇게 잘 추나?”


염동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우리 반 교실에서 춤 연습하는데, 잘 추더라. 그냥 프로야.”

“그래?”


그때 누군가 우리가 있는 노래방 문을 두들겼다. 


똑똑. 


염동수가 문을 열었다. 그러자 문 앞에는 읍내 여자중학교 교복을 입은 여학생 두 명이 서 있었다. 


“안녕, 우리랑 조인할래?”


조인. 같이 노래방에서 놀자는 말이다. 일명, 노래방 헌팅 같은 것인데. 전생에도 이런 적이 있었긴 했다. 보통 남자가 여자가 있는 방으로 갔었는데. 


염동수는 이제껏 본 적 없는 환한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그래. 우리가 너희 쪽으로 갈게.”

“그래. 우리는 3번 방이야. 거기로 와.”


여자애들이 나가자, 내가 염동수에게 말했다.


“동수야, 쟤네들이 우리보다 누나일 수도 있어.”

“누나면 어때? 난 연상도 괜찮아.”

“음··· 그래도.”


***


나는 염동수의 손에 이끌려 3번 방으로 들어갔다. 아까 봤던 여자애들이 음료수를 홀짝이면서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안녕, 나는 신연미야. 여기는 김수희고.”


하얀 얼굴에 이지적으로 생긴 여자애가 신연미였고, 우수에 젖은 듯한 청순한 여자애가 김수희였다. 


“안녕. 나는 염동수고, 내 친구는 이정욱이야.”

“그래. 너희들 잘생겼다. 천해중이지? 몇 학년이야?”

“응. 맞아. 2학년.”


2학년? 염동수의 임기응변에 혀를 내둘렀다. 


“그래? 우리랑 같이 2학년이네. 반갑다.”

“그, 그래. 반가워.”


내게 손을 내미는 신연미와 악수했다. 얼떨떨했다. 알고 보면, 우리에게는 한 살 많은 누나인데. 


넷은 돌아가면서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점수가 제일 적게 나온 사람에게 벌칙으로 ‘인디언 밥’을 했다. 


“인디언~~~밥!”

“인~~~디~~~언~~~밥!”


이러면 안 되는데. 재밌었다. 내가 걸리지 않아서 더 재미있는 것일 수도. 여자애들이라 약하게 등을 두드렸는데. 신연미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아, 누군가 손이 참 맵구나?”


집 연락처를 서로 주고받고 나서 우리는 여자애들과 헤어졌다. 아마도 내 매운 손맛에 다시 볼 일은 없겠지? 

하지만, 염동수는 내 생각과 달랐다. 


“정욱아, 다음에도 쟤네들이랑 놀자.”

“아니, 너 혼자 놀아. 그리고 쟤네들이 우리 1학년인 줄 알면, 뭐라고 하지 않을까?”

“푸하하. 안 들키면 되지. 어차피 우리 학교 학생도 아닌데.”

“그렇긴 하지.”


***


노래방을 나와서 읍내 버스 터미널에 갔다. 벌써 오후 5시가 됐다. 하지만 버스가 금방 출발한 탓에 30분 넘게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정욱아, 버스 오려면 많이 남았는데. 오락실이나 갈래?”


버스 터미널 바로 뒤편에 오락실이 있었다. 


“그래. 난 너 오락한 거 그냥 구경만 할게.”


오락실에 가려고 했더니. 초중학교 학생들이 오락실 옆 공터에서 누군가를 구경하고 있었다.


“정욱아, 저기 가 보자. 뭐 하나 보네.”

“응. 누가 춤을 추나?”


공터에서 힙합 패션을 한 애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아니, 춤 연습을 하고 있었다. 브레이크 댄스라는 춤이었다. 


시멘트 바닥에 깔린 장판 위에서 나인틴나인티, 토마스, 윈드밀 같은 것을 연습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나도 익히 알고 있는 얼굴도 있었다.

나는 염동수에게 말했다. 


“저기 수근이 아니야?”

“맞네. 우리 반 수근이··· 브레이크 댄스도 잘 추네.”


우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뒤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정욱아.”


뒤를 돌아봤더니. 김지선 선배가 나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뒤에는 익숙한 얼굴이 두 명이 서 있었다.


‘이런 젠장!’





감사합니다. ^^ 오늘이 늘 찬란했던 그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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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방송반 천재 (2)  +2 24.05.30 2,774 7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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