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절묘호사님의 서재입니다.

유일급 헌터가 되었다, 어쩌다 무신을 주워서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절묘호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2 13:33
최근연재일 :
2024.09.09 19:5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2,409
추천수 :
80
글자수 :
59,428

작성
24.09.02 19:50
조회
444
추천
7
글자
12쪽

무공 비급을 주웠다

DUMMY

“뭐야 이건.”


집으로 돌아가던 주민건은 어두컴컴한 골목길에서 낡은 책 하나를 발견해 주워들었다.


“무극결(武極訣)?”


무협 웹소설을 많이 읽었다.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한자였다.


‘무협지에서나 나올 법한 낡은 무공 비급처럼 생겼잖아.’


책을 펼치자 의외로 안에는 아무런 글자도 적혀 있지 않았다.


그리고 순간 머릿속에서 기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무극결은 공전절후, 고금제일의 절대 비급이다.

“이건 태우는 게 낫겠군.”


주민건은 당황하지도 않고 그렇게 말했다.


게이트가 열리고, 몬스터가 나타나며, 헌터가 활약하는 시대다.


이런 일에 놀랄 리가 없었다.


게다가 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가 지나치게 거만했으며, 내용은 너무나도 거창했다.


‘헌터들의 세계에선 강력하지만, 저주받은 아이템들도 많다지. 이것도 저주받은 아이템일 수 있어.’


그렇다면 그냥 찢어버리거나 태우는 게 나을 수 있었다.


주민건이 그렇게 마음을 먹자 갑자기 거만하던 목소리가 한순간에 바뀌었다.


- 자, 잠깐 기다리시오.


목소리가 유순해졌다.


‘뭘?’


굳이 말하지 않고 머릿속으로 떠올려도 책의 목소리와 소통이 가능했다.


- 이런 무공 비급인데 탐나지도 않는단 말이오?

‘나한텐 쓸모없는 비급이야.’


주민건은 각성자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다. 몬스터 사체 청소업체에서 일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시민.


그런 그에게 이런 거창한 무공 비급이 필요할 리 없었다.


- 쓸모없다니 당치도 않소. 무극결에 선택받은 사람이라면 어떤 이라도 무신이 될 수 있으니.

‘내가 선택받았다고?’

- 이렇게 책을 직접 주웠으니 선택받은 거 아니겠소.

‘난 그냥 떨어져 있기에 주운 것뿐인데.’

- 그 작은 닿음이 연이고, 운명이며, 예정조화라오.


고풍스러운 말을 쓰면서 책의 목소리는 주민건을 꼬드기고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와 책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선했다. 주민건도 느껴질 정도로 편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었다.


‘어쨌든 믿어볼 만한 느낌이야.’


이십 년 전의 대격변으로 세상은 변했다. 그때 가족을 잃었고, 보호소에서 자라왔다.


성인이 되어 군대를 다녀온 후, 몬스터 사체 처리업체에 취직해 4년을 일했다.


헌터라 불리는 각성자들.


그들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주민건에게는 꽤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화였다.


‘단점이나 위험은?’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주민건에게 책이 대답했다.


- 전혀 없소.

‘그럼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책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데.’

- 그냥 마음속으로 무극결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오. 그 다음은 모든 게 일사천리로 풀릴 것이오.


주민건은 책의 말대로 무극결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그러자 빛과 함께 책이 사라졌고, 눈앞에 사람이 나타났다.


주민건 보다 조금 어려 보이는 듯한 사내.

말끔한 인상이었지만, 튀는 점이 있었다. 머리는 등까지 올 정도로 길었고, 옷차림도 무협물에 나오는 사람처럼 푸른색 도복을 입고 있었다.


“하하하! 고맙소이다.”

“이게 끝인가?”

“그렇소.”


주민건이 양손을 들어 내려다봤다.


“난 변한 게 없는데.”


사내가 빙긋 웃었다.


“오성(悟性)이라는 말을 아시오.”

“알지. 무협지에 자주 나오는 말이잖아. 뭐, 무공 수련에 꼭 필요한 재능 같은 거.”


사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꽤 잘 알지 않소.”

“무협지는 많이 읽었거든.”

“무극결은 그 오성을 극한까지 끌어 올려주는 비급이오.”


사내는 무극결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사내의 말에 의하면 주민건은 지금 무인이 되었다.


극한의 오성을 지녔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무인이.


“이제 그 무극결의 오성을 이용해 스스로 무공을 창안하는 대종사의 길을 걷게 될 것이오. 그리고 종래에는 무신에 등극하는 것이지.”


주민건의 눈썹에 주름이 졌다.


“그럼 지금은 결국 삼류무사도 안 된다는 소리잖아.”

“삼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요! 오성뿐만이 아니라 체질까지 바뀌어, 이제 전인미답의 성취를 보여주게 될 일만 남았는데.”


사내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강해지는 건 확실한 모양이었다.


어찌 됐든 다행히도 저주나 위험 요소는 없는 것 같았다.


하루하루 몬스터 사체를 청소하며 먹고 사는 주민건이다. 지금 당장은 그리 와닿지 않는 변화였다.


‘일단은 당장 내일 출근부터 걱정해야지.’


그러고 보니 서로 통성명도 하지 않았다.


“난 주민건이야.”

“그냥 무강이라고 부르면 되오. 어차피 난 무극결의 화신일 뿐이니까.”


그 책이 이렇게 사람으로 변한 모양이었다.


“앞으로 주 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일종의 길잡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요.”


무강은 싱글거리며 웃었다. 그에게는 낯설 만한 세상인데도 편안하게 느끼는 모양이었다.


“근데 넌 당황하지도 않는구나.”

“오랜 세월 동안 몇 개의 차원을 떠돌며 여러 명의 무신들을 만들어냈소. 이런 상황은 별것도 아니오.”


주민건은 일단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배가 고프다. 오늘도 하루 종일 몬스터 사체를 치워서 피곤했다. 푹 쉬어야 내일 출근할 수 있었다.


어두운 골목을 지나 집으로 향하는 주민건 옆에서 무강이 쫄래쫄래 따라온다.


아무리 몬스터가 나타나고 헌터가 활약하는 시대라지만, 그래도 옷차림이 너무 튀었다.


“근데 꼭 이렇게 같이 다녀야 되는 건가.”

“걱정하지 마시오.”


무강의 모습이 사라지고 곧 주민건의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렇게 언제든 사라져서 사념만 남을 수 있으니.


하지만 다시 무강이 모습을 드러내며 크게 웃었다.


“하하하! 하지만 아무래도 이렇게 함께 다니는 게 좋지 않겠소.”


사념만 남는 게 더 좋다.

고 말하고 싶었지만, 무강의 싱글거리는 얼굴을 보고 주민건은 입을 다물었다.


* * *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유독 몬스터나 게이트가 자주 나타나는 구역이 있다. 그곳이 원래 주거 구역이었다면 사람들이 떠나게 되면서 버려지게 된다.


그런 곳을 정비 구역이라 부르게 되었다.


주민건의 집은 그런 정비 구역 근처에 있었다.


즉, 몬스터나 게이트가 자주 나타나는 곳과 가까워 집값이 굉장히 쌌다.


졸래졸래 따라가던 무강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사람도 별로 안 살고, 굉장히 낡은 분위기요.”

“이쪽 차원은 처음일 텐데, 그런 건 잘도 구분하는구나.”

“나도 눈은 있소.”

“할 말은 한다 이거냐.”


주민건은 작은 빌라에 도착했다. 빌라 3층에 위치한, 방 두 개짜리 집.


주민건이 씻고 나오자, 무강은 가부좌를 튼 채 가만히 앉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런 무강을 보자 주민건은 궁금해졌다.


‘무극결의 화신이라고 했지. 화신이면 밥도 먹나.’


어쨌든 집에 온 손님이 있는데 주인 혼자 먹을 순 없었다.


“밥은?”

“먹어야 하오.”

“손이 많이 가는 스타일이네.”

“화신은 유지해야 하니까.”


주민건이 라면 하나를 뜯고, 하나를 더 뜯으려고 했다. 그러자 무강이 뒤로 와서 물었다.


“그건 뭐요.”

“라면.”

“화기가 닿은 음식은 필요 없소. 생식이면 되오. 풀이나 곡식 따위.”


대한민국에서 야챗값이 얼마나 비싼지 모르고 풀이나 곡식 따위라고 한다.


“그럼 쌀알이라도 줄까.”

“한 움큼만 주시오.”


그 정도는 줄 수 있었다. 반찬이 없어서 라면을 먹는 거지, 쌀이 없을 정도로 가난하진 않으니까.


텔레비전을 켜고 두 사람은 식사를 했다.


후르륵후르륵.

오도독오도독.


어울리지 않는 두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무강은 주민건이 먹는 라면을 힐끔거렸다.


“뭘 그렇게 봐?”

“그 라면이라는 음식, 냄새가 너무 자극적이오.”

“줘?”


무강이 고개를 흔들었다.


“필요 없소. 화기는 수양의 적이니까.”


오도독오도독.

무강은 단호하게 쌀알을 씹었다.


두 사람은 함께 텔레비전을 봤다. 무강은 텔레비전을 별로 신기하게 여기지 않았다. 많은 차원을 넘나들었으니, 금방 적응하는 모양이었다.


텔레비전으로 튼 건 너튜브 영상이었다.


헌터 소식을 다루는 채널의 영상이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재생되었다.


- B급 헌터 김성찬 있잖아. 그 김성찬이 마족에게 살해당한 걸로 밝혀졌다네.


오도독오도.

생쌀을 씹던 소리가 어느새 뚝 끊겼다.


주민건이 돌아보자 무강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텔레비전에 시선이 꽂혀 있었다.


“왜?”

“마족이라고 했소?”

“응.”


최근 들어 마족이라 불리는 자들이 나타났다. 인간과 다름없는 외모지만, 몬스터처럼 강했다. 다른 세계에서 온 자들로, 그들이 지구에 대격변의 시대를 가져온 원인이라 여겨졌다.


무강의 눈이 반짝였다.


“마족, 역시 여기도 있을 줄 알았소.”

“응. 알고 있어?”

“뭐, 예전에 많이 만났소.”


무강이 팔짱을 끼며 재밌다는 듯 히죽거렸다.


“흐흐. 사실 무극결은 마족을 따라 이동하오. 마족을 멸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급이니까.”

“설마 그럼 내가 그 마족을 멸해야 하는 건가?”

“제대로 맞췄소.”


주민건의 얼굴이 혼란스러워졌다. 막연히 헌터가 되는 건가 생각했는데, 뜬금없이 마족이라니.


영상을 내려 댓글을 확인했다.


- B급 이상 고위 헌터가 마족에게 당한 게 벌써 몇 번 째야.

- 알려지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걸?

- 외국도 지금 마족들에게 살해당하는 헌터 때문에 난리라던데.

- 이러다 지구 멸망하는 거 아니야.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


확실한 건, 마족은 강하다는 것.

그리고 현재 많은 헌터들이 살해당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댓글을 읽던 주민건이 질린 얼굴로 무강을 돌아보았다.


“웬만한 헌터들도 쉽게 상대하기 힘든 게 마족인데, 내가 어떻게 그 마족을 상대하라고?”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분명 그렇게 될 테니까.”


무강은 재밌다는 듯 싱글벙글 웃었다.


* * *


침대에 누운 주민건은 생각에 잠겼다.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무강은 운명이라고 했지만, 주민건에겐 분명 갑작스럽고 놀라운 일이었다.


주민건은 침대 밑에서 누워 자고 있는 무강을 바라봤다. 사념으로 돌아가지 않고 굳이 누워서 자고 있다. 가부좌를 틀고, 생쌀을 씹으며, 수양 어쩌고 하던 모습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


다행히 코는 골지 않고, 얌전히 자는 중이었다.


‘그래도 심심하진 않아서 좋네.’


보호소나 군대에선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후에는 쭉 혼자였다. 회사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집에 돌아오면 항상 어둠만이 반겨줄 뿐이었다.


‘그나저나 이 무극결로 정말 강해질 수 있는 건가?’


무극결은 마족을 멸하기 위해 만들어 졌단다.


그럼 자신은 일반적인 헌터들과 다른 길을 걸어야 했다.


게이트를 돌고 몬스터를 토벌하는 게 아니라, 마족을 멸하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변화가 없어서 크게 와닿지 않는 일이었다.


‘무극결은 무협지에 나오는 무공같은 거지. 무협지에선 고수가 되면 환골탈태가 일어나곤 했었는데.’


무협지에서 읽은 환골탈태에 대해 떠올려본다. 임독양맥과 생사현관이 타통되고, 심각한 상처가 치유된다. 게다가 무공을 펼치기 적합한 신체가 되고, 어떤 무협지에서는 얼굴까지 잘생겨지곤 했다.


그런 생각과 함께 주민건은 어느새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잠에서 깼는데 갑자기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크윽···.”


온몸의 관절 하나하나가 뒤틀리는 듯한, 난생처음으로 느껴보는 엄청난 통증이었다.


“무, 무강!”


주민건은 자기도 모르게 무강의 이름을 불렀다.


“왜 그러시오.”


무강이 눈을 비비며 일어나 앉았다.


“이, 이거 왜 이래. 크윽!”


눈을 비비던 무강은 대답 대신 흥미롭다는 듯 말똥말똥 주민건을 바라봤다.


이 새끼가.

극심한 고통으로 이를 악문 주민건은 자기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자긴 아파 죽겠는데, 저렇게 흥미롭다는 듯 쳐다보기만 하다니.


결국 참고 참던 주민건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야 무···.”

“오오 환골탈태!”


주민건의 힘겨운 목소리가 무강의 외침에 묻혔다.


주민건이 아득해지는 정신을 다잡으며 생각했다.


‘이 미친 고통이 그 환골탈태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유일급 헌터가 되었다, 어쩌다 무신을 주워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연재중지 공지입니다. 24.09.11 23 0 -
10 만독불침의 경지 (2) 24.09.09 94 6 13쪽
9 만독불침의 경지 +1 24.09.08 129 7 13쪽
8 스카우트 (2) +2 24.09.07 149 8 14쪽
7 스카우트 +2 24.09.06 191 7 13쪽
6 마족을 쳐 죽이다 (2) +2 24.09.05 206 9 12쪽
5 마족을 쳐 죽이다 +1 24.09.04 231 8 14쪽
4 무공이 너무 세다 (2) +2 24.09.03 276 9 12쪽
3 무공이 너무 세다 +2 24.09.02 326 9 15쪽
2 무공 비급을 주웠다 (2) 24.09.02 361 10 14쪽
» 무공 비급을 주웠다 24.09.02 445 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