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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팥빵소년의 서재입니다

괴물 천재투수가 메이저리그를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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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팥빵소년
작품등록일 :
2024.08.18 10:03
최근연재일 :
2024.09.1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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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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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019화. 더! 더! 더!

DUMMY

“대전우수고 파이팅!”


“조상혁! 최고다!”


응원단의 함성을 들으며 조상혁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남일고와의 경기 선발등판을 건너뛰어서 그런지 컨디션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 거기에 자신만 보면 이를 바득바득 가는 멍청이를 삼진으로 잡아내니 기분까지 상쾌해졌다.


이 세상에는 왜 저런 머저리들이 득실거리는 걸까.


실력에서도, 백그라운드에서도, 모든 면에서 상대도 안 되는 것들이 왜 주제도 모르고 자꾸 기어오르는 걸까.


처음에는 최승우와 강유찬, 저 두 놈이 야구에 복귀했다는 게 마음에 안 들었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니 차라리 잘 된 일이었다. 오늘을 시작으로 저 두 버러지같은 놈들을 철저하게 짓밟아줄 생각이다. 다시는 이쪽으로 고개조차 들지 못할 정도로.


<3번 타자 투수 백호>


조상혁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다음 투구를 준비하던 그때, 문제의 그 녀석이 타석에 들어섰다.


청진고 1학년 백호,


고등학교에 들어와 처음 야구를 시작했다는 말, 당연히 믿지 않았다. 어디 비싼 트레이너를 고용해 야구를 배웠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 루트를 통해 뒷조사를 해본 결과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정말이었다. 저놈은 야구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가난한 집안의 아들놈이었다.


“백호 파이팅!”


“청진고 파이팅!”


대전우수고 응원단에 비하면 한 줌 밖에 안 되는, 그마저도 호흡조차 맞지 않는 급조된 응원단이 놈의 이름을 부른다.


그 목소리가 또 조상혁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 세상에 최고는 하나뿐이다. 1등이 아니면 어떤 것도 의미가 없다.


조상혁은 아버지로부터 그렇게 배웠고, 또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니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저 근본조차 없는 백호라는 놈을 박살내고 2011년생 중 최고의 선수는 자신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


스륵


조상혁이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대전 팔콘스의 레전드 투수였던 아버지로부터 직접 배운, 피눈물 나는 노력 끝에 이제 거의 완숙단계에 다다른 폼에서 하얀 공 하나가 발사되었다.


그 공이 손에서 빠져나가는 순간, 조상혁은 확신했다.


이건 지금까지 자신이 던진 포심 중 가장 완벽한 공일 거라고.


이 세상 그 어떤 고교야구 타자가 와도 이 공만큼 칠 수 없을 거라고.


하지만,


따아아아아악!


거대한 타격음과 함께 그가 던진 최고의 공이 까마득하게 치솟아 올랐다.


- 조상혁의 초구를 백호가 걷어 올렸습니다! 마치 골프채처럼 휘둘러진 배트! 백호가 만들어낸 타구가 계속 위로! 위로! 네, 저거 어디까지 올라가는 건가요? 어? 어? 어? 그렇게 솟구친 타구가 떨어지지 않고, 떨어지지 않고, 좌익수 뒤로! 뒤로! 뒤로! 넘어갔습니다! 으아아! 이거 진짜 엄청나네요! 홈런! 홈런입니다!


- 이야, 이건... 맙소사, 방금 타구 정보가 나오네요. 발사각이 48도... 네, 말도 안 됩니다. 메이저리그 하이라이트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홈런이었습니다. 아, 백호 선수 표정 보세요. 이미 넘어갈 걸 알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반면 조상혁 선수는... 네, 얼굴이 하얗게 질렸네요. 그럴 수밖에 없죠. 이런 건 어디서도 구경을 못해봤을 테니까요


“백호! 백호! 백호! 백호!”


“으아아아-!”


“청진고! 청진고! 청진고!”


“최고다! 백호야! 너 진짜 최고야!”


투수 쪽을 슬쩍 쳐다본 백호가 천천히 그라운드를 돌았다.


3루 쪽에 모여 있던 청진고 응원단에서 비명과 울음이 섞인 함성이 터져 나왔다. 포수 뒤편에 모여 있던 스카우트들이 입을 떡 벌리고 백호를 바라보았다.


그 함성을 받으며 백호가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가장 먼저 마중 나온 건 강유찬과 최승우였다.


“야... 너... 이런 시발...!”


“내가 말 했잖아. 저놈은 내가 부숴준다고.”


“그래! 으아! 이 괴물! 너 잘났다! 잘났어!”


“백호! 백호! 백호!”


겨우 홈런 한 방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환호하는 동료들을 보며 백호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뭐 이렇게 호들갑이야. 이제 시작인데.”


**


꽈악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스카우트 제이슨 브라운이 자기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날 정도였다.


‘미친...’


백호 저놈에게 장타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다섯 경기에서 세 개나 되는 홈런을 친 것뿐만 아니라 첫 번째 홈런은 아예 장외로 넘어갔다는 것도 파악했었다.


하지만 그건 구장 크기가 작아서라고 생각했다. 아마추어 구장이니 그럴 수도 있다 지레짐작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방금 그 홈런은... 발사각이 48도에 달했던 그 홈런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프로필상 백호의 피지컬은 186cm에 87kg 정도, 고등학교 1학년 치고는 상당하지만 단언컨대 저 정도 홈런을 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렇다는 건 방금 전 그 타구의 비결은


‘미친 배트스피드, 완벽한 타이밍과 팔로스로우’


소름이 돋았다.


한국 땅에 이런 괴물이 숨어 있었던 말인가.


‘진짜 야구가 처음이라고? 정말?’


백호를 처음 본 모든 사람들이 갖게 되는 공통적인 의문점을 뒤로 하고, 제이슨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아직 1학년에 불과하다. 시장에 나오려면 최소 2년 반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짧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 나이 대 선수들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시간이다.


하지만 저놈이 망할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괴물이 될 거라는 느낌이 엄습했다. 근거 같은 건 없다. 그저 이 짓을 오래 하며 쌓인 스카우트의 감이다.


‘보너스풀부터 관리해야겠군’


빅리그 팀별로 국제아마추어계약에 사용할 수 있는 계약금의 한도액은 연간 500만 달러 정도.


얼마 전 단장 자리에 앉은 머저리가 그 돈을 이상한 곳에 써버리지 않게 지금부터 미리미리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표정을 굳힌 제이슨이 상부에 올릴 백호의 스카우팅 리포트 작성을 시작했다.


**


- 네, 백호 선수의 홈런으로 1대 0, 한 점을 먼저 선취한 청진고등학교가 이제 1회 말 수비에 들어갑니다. 대전우수고의 공격은 1번 중견수 김영욱부터 시작됩니다. 위원님, 정말 엄청난 홈런이었죠?


- 두 말 할 필요조차 없죠. 단언컨대 한국 고교야구 역사상 최고의 홈런으로 뽑아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 그 홈런 때문인지 청진고 선수들의 얼굴이 한층 밝아졌네요. 반면 대전우수고 선수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진 것 같고요


- 그럴 수밖에 없죠. 남일고에게 일격을 당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우승을 포기한 건 아니거든요.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서는 오늘 경기를 반드시 잡아야 하는데 시작부터 큰 걸 허용하고 말았네요


- 전 이닝에서 멋진 홈런을 친 백호 선수가 연습투구를 시작합니다. 네, 백호 선수는 지난 다섯 경기 중 네 경기에 선발로 등판했고, 나머지 한 경기에는 구원투수로 등판했었습니다. 선발로 등판한 네 경기를 모두 완투하며 내준 점수라고는 홈런으로 인한 점수 딱 한 점, 4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25, 9이닝 당 삼진이 무려 17.7개, 볼넷은 1.7개에 불과합니다. 엄청나네요!


- 대단하죠. 선수 간 실력 차가 큰 고교야구에서는 간혹 말도 안 되는 성적을 거두는 선수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 주인공이 이제 막 야구를 시작한 1학년이라는 건 분명 놀라운 사실입니다. 물론 5승, 평균자책점 0.20를 기록 중인 남일고의 김서율이 있긴 하지만... 네, 1학년 선수가 김서율과 비교대상이 된다는 것만으로 엄청난 겁니다


“플레이!”


1회 초 우리 팀의 공격이 끝나고, 이제 대전우수고 애송이들을 상대로 공을 던질 시간이 돌아왔다.


아까 홈런을 쳤을 때 가장 먼저 타이거즈 스카우트의 반응을 확인했다. 입을 떡 벌린 채 나를 바라보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으면서 한편으로는 짜증이 나기도 했다. 이전 삶에서는 쳐다도 안 보던 그 팀에 가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서 말이다.


어쨌든 첫 번째 타석의 결과에 만족한다. 몸 쪽 낮은 코스를 걷어 올려 그런 큰 타구를 만드는 건 아무리 나라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 막 야구에 익숙해지고 있는 이런 몸으로는 말이다.


어려운 일인 만큼 임펙트 하나는 확실했다. 강유찬과 최승우 놈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었고, 정우진은 실제로 찔끔 울었다. 툭하면 눈물을 흘리는 걸 보면 감수성이 아주 예민하거나 마음이 약한 사람이다.


<1번 타자 중견수 김영욱>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 대전우수고의 1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빠른 발과 준수한 컨택 능력을 가진 우투좌타 외야수다. 원래 운명대로라면 인천 레인저스에 입단해 주전 중견수가 될 선수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다섯 개 학교 선수들보다 한 단계 높은 컨택 능력을 가진 이런 타자에게 가장 좋은 공은


딱!


“아웃!”


- 네, 바깥쪽 높은 포심패스트볼에 배트가 끌려 나왔습니다! 2루수 뜬공 아웃! 공 하나로 대전우수고의 리드오프를 잡아낸 백호 선수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컨택이 좋은 타자일수록 자신의 눈과 스윙에 대한 확신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가 던지는 공은 다른 고교 투수들과 달리 훨씬 ‘덜‘ 떨어진다. 평소 습관대로 스윙을 하면 당연히 밑둥을 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지금처럼 내야 뜬 공이 나오는 거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오늘 내 컨디션은 최고다. 마음먹은 대로 몸이 따라온다.


<2번 타자 유격수 박한결>


다음 타자는 3학년 유격수 박한결이다. 전통적으로 타격이 강한 대전우수고에서 타격보다는 수비력으로 주전 자리를 꿰찬 놈이다.


저놈과는 인연, 아니지, 저놈 입장에서 생각하면 악연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런 과거가 있다.


내가 선수로 뛰던 세 번째 삶이었을 거다. 저놈은 서울 코디악스의 주전유격수였고, 나는 광주 타이거즈의 3번 타자였다. 역전 홈런을 치고 다이아몬드를 도는데 저놈이 대뜸 욕을 해왔다. 건방지게 배트플립을 했다나 뭐라나.


개소리 말고 야구나 하라고 했더니 선배도 몰라보느니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멱살을 잡드라. 어차피 이번 생에서도 목표달성은 틀렸구나 좌절하고 있던 터라 나 역시 저놈의 머리통을 움켜쥐었다.


어떻게 됐냐고?


나는 열 두 경기 출장정지를 먹었고, 저놈은 턱이 박살나서 시즌아웃이 되었다. 구단에서는 나에 대한 처벌이 너무 과하다며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내가 격투기를 배웠고, 그날 싸움에서 저놈 턱에 기술이 섞인 펀치를 먹였다는 게 가중처벌의 이유였다. 내 SNS는 코디악스 팬들의 욕설로 도배가 되었고, 주차장에 서 있던 내 차 타이어 네 짝이 모두 구멍 나 있었다.


여름이었다.


파앙!


“스트라이크!”


그런 과거와는 별개로 끈질기게 공을 볼 줄 아는 타자다. 악바리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타입의 선수다. 그러니 상대도 안 될 걸 알면서 나한테 덤빈 거겠지.


어쨌든 모두 과거의 이야기다.


그런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때 겁도 없이 내게 덤벼들다 턱이 박살났던 박한결은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서른 살에서 열여섯으로 돌아가게 되었을 때 박한결도 함께 돌아갔을까? 아니면 내가 없는 세계에 남아 멀쩡한 턱으로 열심히 야구를 했을까?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내가 인간이 맞나 회의감이 든다.


뻐엉


“스트라이크!”


투 스트라이크가 되기 전에는 스윙조차 하지 않으려는 놈이다. 마땅한 승부구가 없는 투수라면 이런 타자를 상대로 고전할 수밖에 없지만,


부웅


“스윙! 아웃!”


- 네!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박한결! 대전우수고의 테이블세터가 아무 것도 못하고 물러납니다! 투 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3번 조상혁의 타석이 돌아왔습니다!


- 진짜 좋은 공이네요. 저기 프로팀 스카우트들 표정보세요. 지난해 황금사자기 8강을 달성했던 선수들을 상대로 1학년 투수가 이런 투구를 한다는 건... 하, 정말 감탄밖에 안 나옵니다


- 하지만 다음 타자는 조심해야죠.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다섯 경기에서 타율 4할, 홈런 2개를 기록 중인 강타자 조상혁의 차례니까요


- 네, 투수만큼이나 타자로도 굉장한 잠재력을 가진 선수죠. 사실 백호 선수만 아니었다면 좀 더 화려한 데뷔 시즌을 보낼 수 있었을 겁니다. 어쨌든, 자... 이번 승부 기대되네요. 전 이닝 첫 번째 대결에서는 백호 선수가 홈런을 때려내며 승리했죠? 과연 조상혁 선수가 그 복수를 할 수 있을지, 흥미진진하네요


<3번 타자 투수 조상혁>


또다시 놈이 등장했다.


뭐가 어쨌든 난 놈은 난 놈이다.


타격으로 유명한 대전우수고에서 1학년생이 3번 자리를 꿰찬 것만 봐도 말이다.


지난 삶들 속에서 저놈은 대전, 혹은 부산의 선발투수였다. 그리고 나와 수도 없이 많은 투타 대결을 벌였다.


만약 저놈이 그때의 기억, 그걸 전생이라 해야 할까, 아무튼 그런 걸 갖고 있다면 지금 타석에서 저렇게 나를 노려보지는 못할 거다.


“조상혁! 홈런! 홈런! 홈런!”


“조상혁! 조상혁! 조상혁!”


“대전우수고 파이팅!”


저놈의 최대 강점은 안정감이다. 고1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투타 양면에서 기본기가 뛰어나고 기복이 없다. 아마도 대전 팔콘스 레전드인 아버지, 그리고 비싼 개인 트레이너들에게서 체계적으로 야구를 배운 덕분일 거다.


플레이스타일도 마찬가지다. 인성과는 별개로 진중하고 기본기에 충실하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내가 타이거즈를 우승시키기 위해 데굴데굴 구르는 동안 저놈은 속 편하게 주변의 보살핌을 받으며 도련님 야구를 했다는 거다.


그러니 저놈이 내게 이길 확률은 애초에 없었다.


“타자, 그리고 포수! 쓸데없는 잡담은 그만! 경기에 집중해!”


심판의 입에서 경고가 내려졌다.


무슨 일인지 대충 알 것 같다. 보나마나 강유찬과 조상혁 사이에 험한 말들이 오갔겠지.


붉게 달아오른 조상혁의 얼굴, 여드름이 가득 핀 두꺼운 낯가죽을 보니 갑자기 저놈하고 똑같이 생긴 저놈 어미가 생각난다. 나한테 무슨 원수를 졌는지 툭하면 악의적인 기사를 올려대던 그 인간이.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뻐어어엉!


“볼!”


- 아! 큰 일 날 뻔 했습니다! 156km/h의 빠른 공이 몸 쪽 높은 곳으로 날아들었습니다! 뒤로 넘어진 조상혁 선수가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렸네요


- 네, 방금 그 공은 실투죠. 백호 선수가 미안하다는 듯 모자를 벗어 보입니다. 충분히 저럴 수 있어요. 아직 고등학생이니까요. 흥분하지 말고 경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랬다.


생각해보니 저놈은 강유찬과 최승우의 원수일 뿐만 아니라 내 원수이기도 했다. 비록 저놈이 직접 저지른 것이 아니라 저놈 애비와 애미가 범인이지만,


원래 원수라는 게 대를 이어 전해지는 거 아닌가? 그러니 내 분노가 향할 곳은 바로 저기다.


뻐어어엉


“스트라이크!”


- 아! 또 넘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스트라이크네요. 존안으로 들어왔습니다. 155km/h! 155km/h 몸 쪽 꽉 찬 패스트볼이었습니다. 조상혁 선수가 볼이 아니냐고 항의하지만 주심은 단호합니다


- 네, 이번 공은 스트라이크가 맞아요. 뒤로 넘어진 건 초구의 잔상이 남아서 그런 겁니다. 네, 저렇게 150이 넘는 공이 몸 쪽으로 날아오면요, 프로 선수들도 엄청 겁이 나거든요. 하물며 고등학교 선수는 두 말 할 필요가 없겠죠. 그래도 이겨내야 합니다. 조상혁 선수, 저렇게 놀라고만 있을 때가 아니에요


공 하나에 낙법 한 번, 몸이 둥글둥글해서 그런지 잘도 구른다.


이렇게 보니 못 생긴 오뚜기 같기도 하고.


부웅


“스윙!”


- 이번에는 바깥쪽으로 완전히 빠진 공에 조상혁 선수가 헛스윙을 했습니다. 아, 저 선수가 저런 공에 헛스윙을 할 선수가 아닌데요


- 네, 몸 쪽 공에 놀라서 그래요. 선구안이 흐트러진 거죠. 아, 조상혁 선수가 괴로워하네요. 분해 죽겠다는 얼굴입니다


자, 이제 놀이는 끝이다.


제 분에 못 이겨 씩씩거리는 저 애송이를 이제 그만 덕아웃으로 돌려보내자.


결정구로는 무슨 공이 좋을까. 그냥 무난하게 몸 쪽 체인지업?


흠, 굳이 이것까지 쓸 생각은 없었는데,


그래, 이건 서비스다. 내 말을 믿고 야구계로 복귀한 강유찬, 최승우, 두 애송이를 위한 서비스.


원래 체인지업 말고 다른 변화구는 내년이나 돼야 던질 생각이었지만,


한 번 정도는 상관없겠지.


“헉!”


콰당


퍼엉!


“스트라이크! 아웃!”


- 삼진! 삼진! 아, 오늘 조상혁 선수가 수난을 당합니다! 또다시 넘어졌습니다! 오늘 이 타석에서만 세 번이나 뒤로 넘어집니다! 그런데 공은 존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아, 방금 공은 커브인가요?


- 네, 커브 맞아요. 타자 머리 쪽으로 날아오다 존안으로 꺾여 들어오는 커브에 타자가 지레 겁을 먹었네요. 그나저나 백호 선수, 포심하고 체인지업 말고도 다른 구종을 숨기고 있었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아, 조상혁 선수 넘어진 상태에서 계속 뭐라고 중얼거리는데... 욕은 하면 안 돼요. 중계 카메라에 다 잡히고 있습니다!


마운드에서 내려오는데 강유찬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우와, 잔인한 놈.”


“니들이 이렇게 해달라며.”


“조상혁 저 새끼가 불쌍해 보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네...”


“그래? 그럼 이제 그만 놔줄까?”


“아니! 미친, 짜릿해! 너무 새로워! 계속 해줘! 더! 더! 더!”


계속해달라고?


좋지.


기왕 시작한 거 나도 이 정도로 끝낼 생각은 없었거든.


원수는 확실히 갚아야 하지 않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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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031화. 그 인터넷이라는 거 나도 좀... +21 24.09.16 5,622 224 18쪽
31 030화.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로봇이 되거라 +20 24.09.15 6,340 232 14쪽
30 029화. 이대로 돌아가라고? +15 24.09.14 7,020 239 19쪽
29 028화. 못할 일 같은 건 없다 +25 24.09.13 7,321 244 17쪽
28 027화. ...하기 딱 좋은 날씨네 +31 24.09.12 7,538 265 16쪽
27 026화. 피해라 +18 24.09.11 7,690 228 12쪽
26 025화. 애송이들 +24 24.09.10 8,025 233 21쪽
25 024화. 웃고 있는 거 맞지? +20 24.09.09 8,100 247 17쪽
24 023화. 동영상 강의 참조해서... +21 24.09.08 8,284 231 14쪽
23 022화. 구원투수 +12 24.09.07 8,504 214 13쪽
22 021화. 한 번 해보자고 +21 24.09.06 8,912 219 19쪽
21 020화. 박살 +15 24.09.05 8,949 263 16쪽
» 019화. 더! 더! 더! +24 24.09.04 9,021 270 18쪽
19 018화. 약속대로 박살내주지 +23 24.09.03 8,955 240 19쪽
18 017화. 팔꿈치를 붙여야 +16 24.09.02 8,925 256 17쪽
17 016화. 나는 천재가 아니니까 +16 24.09.01 9,115 237 17쪽
16 015화. 기대, 그리고 두려움 +25 24.08.31 9,494 243 25쪽
15 014화. 해보려 한다 +22 24.08.30 9,390 23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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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012화. 삼대장 +23 24.08.28 9,652 252 17쪽
12 011화. 나는 행복합니다 +24 24.08.27 9,683 247 15쪽
11 010화. 백호 등장 +21 24.08.26 9,680 275 17쪽
10 009화. 그냥 제가 치겠습니다 +27 24.08.25 9,673 234 16쪽
9 008화. 주말리그 개막 +17 24.08.24 9,751 23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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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06화. 너 진짜 야구 안 할 거야? +12 24.08.22 10,251 2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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