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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팥빵소년의 서재입니다

괴물 천재투수가 메이저리그를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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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팥빵소년
작품등록일 :
2024.08.18 10:03
최근연재일 :
2024.09.1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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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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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8.2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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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012화. 삼대장

DUMMY

“야, 백호.”


“왜, 뭔지 몰라도 빨리 말해. 나 바쁜 사람이야.”


“알았어. 다른 게 아니라... 나 그 체인지업 좀 가르쳐줄 수 있냐?”


내가 직접 영입한 공 받는 노예 1호기가 감독과의 면담을 거쳐 투수 겸업을 하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재능 하나는 확실한 놈이니까. 무엇보다 내 뒤를 받칠 투수가 생기면 내 몸도 편해질 거다.


“공 던져봤어? 구속은 얼마나 나오는데?”


“마음먹고 던지면 135km/h.”


“흠.”


“...구속은 금방 올라갈 거야. 중학교 때보다 몸이 많이 커졌으니까.”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135라, 나쁘지 않다. 좌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잠깐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감독과 코치가 날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재미있는 양반들이다.


아마 나한테 체인지업을 배우라고 등 떠민 것도 저 사람들이겠지.


“가르쳐줄 거야, 말 거야. 아니, 그보다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건데...?”


강유찬의 몸을 빠르게 스캔했다.


쓰리쿼터에 가까운 투구 폼, 키에 비해 큰 손, 긴 손가락, 제법 쓸 만한 악력,


그런 조건을 가진 열다섯 살 선수에게 가장 적합한 구종은 체인지업이 아니라...


”넌 커터가 더 낫겠다. 가르쳐줄게. 공 이리 줘봐.”


“커터? 갑자기? 아니, 너 커터도 던질 줄 알아?”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두 번째 삶에서 내 주 무기 중 하나가 바로 컷패스트볼, 커터였다.


포심보다는 조금 느리고 슬라이더보다는 빠른, 같은 손 타자의 바깥쪽으로 휘어 나가며 범타를 유도하는 변형 패스트볼. 양키스 레전드인 마리아노 리베라의 주 무기가 바로 이 커터였다.


파워볼 당첨금 덕에 돈 걱정을 할 필요가 없던 나는 리베라를 직접 초빙해 이 커터를 배웠다. 그리고 수많은 타자들의 배트를 부러뜨렸다.


강유찬 저놈이 가진 긴 손가락과 악력은 커터를 던지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일반적인 포심에 컷패스트볼을 섞는 것만으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거다.


“넌 진짜 운 좋은 줄 알아라. 내가 이걸 누구한테 배웠는지 알면 깜짝 놀랄 걸.”


“뭔 소리야. 그래봐야 어디 아카데미에서 배웠겠지. 설마 리베라한테라도 배웠겠어?”


응, 맞아. 진짜 그 양반한테 배웠다고. 이걸 배우는데 얼마가 들었는지 알면 내 앞에서 절이라고 하고 싶어질 걸.


할 말이 많았지만 참았다.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니까.


“자, 내가 배운 커터는 포심하고 그립을 똑같이 잡고 중지로 눌러 변화를 주는 건데... 이건 너한테는 아직 무리일 거야. 나중에 프로 가서 해보든지 하고, 일단은 그립을 이렇게 잡고, 여기를 눌러서 던진다는 기분으로... 이렇게, 오케이? 일단 한 번 던져봐. 보고 잘못된 거 있으면 알려줄 테니까.”


“이렇게?”


“아니, 그립을 이렇게 잡으라니까. 한 번 던져봐.”


파앙


파아앙


“오! 방금 괜찮았지? 어땠어?”


“보기보다 손끝 감각이 둔하네. 비켜봐. 내가 시범을 보여주지.”


파아앙


“봤냐?”


“...재수 없는 천재놈.”


“시끄럽고, 다시 던져봐.”


파앙


파아앙


“야! 방금 됐지? 제대로 던진 거 같은데?”


“나쁘지 않네.”


“시발, 나 혹시 천재인가?”


처음으로 제법 그럴 듯한 커터가 날아갔다.


뭐랄까,


오랜 훈련 끝에 드디어 앞발을 주는데 성공한 강아지를 지켜보는 기분이랄까.


키워보지 못해 잘 모르겠지만 아마 이런 맛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거겠지.


그러고 보니 어머니가 계속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하셨던 거 같은데, 한 마리 선물해드릴까.


**


“저기, 선생님. 선생님은 왜 이 버스에...?”


“나? 당연히 너희들 응원하려고 온 거지. 백호야, 저번에도 한 번 말한 거 같은데 이 선생님도 운동부 출신이란다. 배트민턴, 그래, 이게 잘 모르는 사람들은 굉장히 쉬운 스포츠라고 생각하는데, 진짜 그것만큼 힘든 운동이 없거든. 그걸 이해하려면 일단 배드민턴의 기원부터 살펴봐야 해. 때는 1873년 어느 봄날이었단다. 영국의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놀이가 있었는데... 백호야, 내 말 듣고 있는 거지?”


4월 첫째 주 일요일, 우리 학교와 대전대부설고등학교 간의 주말리그 두 번째 경기가 열리는 청주종합운동장 야구장을 향해 학교 측이 새로 대절해준 신형 버스가 신나게 달리고 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내 옆자리에 우리 반 담임인 김재덕 씨께서 타고 계시다는 거다. 잠시라도 입을 쉬면 큰 일 나는 줄 아는 그 사람 말이다.


학교에서 청주운동장까지는 대략 1시간, 벌써 30분째 이 양반의 말을 들어주고 있자니 귀에 딱지가 앉을 것 같다.


안 되겠다 싶어 슬슬 말을 끊으려던 그때,


“흠, 이 정도면 배트민턴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해준 것 같구나. 그런데 백호야.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선생님이 보기에 너 뭔가 고민이 있는 것 같은데... 혹시 상담이 필요하면 말해보렴. 내가 이래봬도 작년까지 학교 상담교사였단다. 그러니 말해봐. 얼마든지, 선생님은 준비됐다.”


고민... 까지는 아니고,


그냥 어머니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최근 들어 묘하게 그늘진 어머니의 얼굴.


사실 이번뿐만이 아니다. 회귀를 반복할 때마다 항상 되풀이되어 온 일이다.


본래 천성이 밝고 쾌활한 분이건만, 내가 열다섯으로 회귀한 직후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3년의 시간 동안 이상할 정도로 힘들어하시곤 했다.


처음에는 돈 때문이라 생각했다.


아, 어제는 산책을 핑계로 어머니를 모시고 나가 로또를 구입했다. 아마 지금쯤 안방 서랍 어딘가에서 잠자고 있을 것이다. 아직 당첨 확인은 안 하셨나보다. 만약 보셨다면 벌써 전화가 왔을 테니까.


어쨌든 나는 어머니의 우울함이 돈 때문이라 생각했다. 아버지 도장운영이 어려워지고, 어머니마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고, 그런 것들이 원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로또에 당첨되어 거금이 들어와도 어머니의 그런 증세는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바로 지난 번 삶까지도 말이다.


걱정되는 마음에 함께 병원에 간 적도 있지만 갱년기도, 우울증도 아니었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었다.


“백호야, 선생님이 다른 건 몰라도 사춘기 사내놈들 고민상담은 귀신같이 해주거든? 어디 한 번 밑지는 셈 치고 말해봐. 아니면 배트민턴이 인도를 통해 어떻게 전 세계로 퍼져나갔는지 설명해줄까?”


“저기, 선생님.”


“그래, 백호야.”


“중년여성이 갑자기 우울해질 이유가 뭐가 있을까요? 갱년기, 우울증, 돈 문제, 가족 문제, 이런 걸 제외하고요.”


“흠, 좀 더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


큰 맘 먹고 제대로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말이 많아서 그렇지, 내 주변에 이 정도로 제대로 된 어른은 많지 않으니까. 어차피 경기장에 도착하려면 한참 남았기도 했고.


그래서 우리 집 상황에 대해 대충 설명을 했다. 내 말을 다 들은 김재덕 선생이 잠깐 눈을 감고 뭔가를 생각하더니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해왔다.


“하루에 엄마를 몇 번 찾니?”


“네?”


“엄마 도움이 필요해서, 그게 아니더라도 다른 일로 엄마를 몇 번이나 찾냐고.”


“도움은 무슨, 제가 어린애도 아니고.”


“그래? 그럼 정답은 나왔네.”


“네?”


“백호야, 어른이 되면, 특히 부모가 되면 인생관이랄까, 그런 게 좀 바뀐단다. 다들 그래. 특히나 엄마들 같은 경우에는 자식들 뒤치다꺼리 하는 걸 힘들어하면서도, 또 거기에서 인생을 사는 보람과 재미를 느끼는 경우가 많거든. 그런데 네 말을 들어보니 고등학교 들어온 이후 네 일은 네가 알아서 다 하는 거 같구나.”


“어른이니까요.”


“그래, 맞는 말이지. 칭찬받을 일이야. 그래도 엄마 마음은 그게 아니야. 얼마 전까지 품안의 자식이었던 놈이 갑자기 훌쩍 자라서 자기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 그것만큼 서운한 일이 없거든. 그러니까 백호야.”


“네.”


“좀 더 어리광 부리고 엄마한테 도움도 청하고, 혼자 할 수 있어도 해달라고 하고, 그래봐. 그러면 금세 나아지실 거다. 내가 장담하지.”


그런 건가. 회귀로 인한 내 급격한 변화가 어머니를 힘들게 만든 건가.


모르겠다. 오랜 시간을 살아왔지만 난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 본 적이 없다. 아니, 연애조차 해본 일이 없다. 언제나 나는 목표달성만을 위해 살았고, 서른 살이 되면 다시 열다섯 살로 돌아갔다.


흠,


이 선생의 말이 맞다 치면...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일부러 그릇도 깨고, 세탁기도 못 돌리는 척 하고, 냉장고에 뻔히 있는 음식들 꺼내 달라고 엄마를 부르고, 반찬 투정도 하고, 그래야 하나?


이 나이 처먹고 할 짓이 아닌데.


**


- 고교야구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고교야구 주말리그 전반기 두 번째 경기, 대전대학교부설고등학교와 청진고 간의 경기 라디오 중계를 맡은 저는 아나운서 이석민, 제 옆에는 최영식 해설위원님 나와 계십니다. 위원님 인사하시죠


- 네, 안녕하세요. 최영식입니다


- 지난 경기는 정말 대단했죠. 고교야구에 정말 엄청난 선수가 등장했습니다. 이제 막 야구를 시작한 1학년 선수가 데뷔전에서 9이닝 완봉승에 결승 홈런까지 때려냈죠


- 대단했죠. 정말 엄청났습니다. 하필 그날 대전 팔콘스가 충격적인 대패를 당하면서 좀 묻히긴 했지만... 네, 대전 팬들에게는 다시 한 번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 어쨌든 그날 백호 선수가 보여준 156km/h 강속구는 정말 쇼킹했죠. 저기 관중석을 보시죠. 네, 프로야구 10개 구단 스카우트들이 총출동해 백호 선수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 그러네요. 이제 데뷔전을 치른 것에 불과한 1학년 선수가 정말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군요


- 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의 가치는 언제나 높을 수밖에 없거든요. 만약 백호 선수가 부상 없이 3년간의 고교생활을 마치고 160km/h 정도의 포심과 한 두 개의 변화구를 장착하게 된다면 국내 구단은 물론이고 빅리그 구단들까지 입에 침을 흘리며 달려들게 될 겁니다


- 정말 그랬으면 좋겠군요. 위원님. 그럼 오늘 청진고와 상대할 대전대부설고에 대해서 설명해주시죠


- 2010년 창단한 팀이고요. 전국대회에서 준우승 두 번을 한 것이 최고 성적입니다. 하지만 최근 5년간의 성적만 놓고 보면 지난 번 청진고와 상대했던 청주중앙고보다도 오히려 높습니다. 한 마디로 현재 발전 중인 팀이라 볼 수 있습니다


- 좋습니다. 대전대부설고의 선발투수는 오지석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 선수는 저도 압니다.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선수죠?


- 맞습니다. 빠른 공을 가지고 있고, 타격에도 재능이 있어서 오늘 선발 투수 겸 4번 타자로 출전했습니다. 백호 선수와 좋은 승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 감사합니다. 그럼 잠시 광고 듣고 청진고의 선공으로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여기는 청주종합운동장 야구장, 저희는 KBC 라디오입니다


**


청진고가 속한 중부권역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세 명의 에이스가 있다.


자타공인 지역 최고의 투수인 남일고의 김서율, 1학년이면서 벌써부터 세상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대전우수고의 조상혁, 그리고 오늘 청진고 전에 선발등판하게 된 대전대부설고의 에이스 오지석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최고구속 154km/h에 달하는 묵직한 포심과 프로에서도 통할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스플리터를 주 무기로 하는 그는 국내 팀뿐만 아니라 빅리그, 그 중에서도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파앙


파아앙


이에 오지석은 KBO 잔류와 메이저리그 진출을 놓고 행복한 고민에 빠진 상태다.


계약금을 조금 적게 받더라도 국내에 남아 안정적인 1군 승격을 노려보느냐, 아니면 마이너 생활을 감수하고 빅리그에 도전해보느냐,


찬란한 미래가 보장된 오지석에게 오늘 경기는 솔직히 아웃오브안중이다. 무리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경기다.


하지만,


“백호! 백호! 백호! 백호!”


“청진고 에이스 백호 파이팅!”


“파이팅!”


“이기자! 이기자! 이기자!”


저기 3루 응원석에 모여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청진고 응원단의 목소리가 오지석의 신경을 건드린다. 기자들의 카메라가 자신이 아닌 백호를 향해 있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


그렇기에,


오늘 오지석은 최선을 다 할 생각이다.


전력을 다해 토끼를 사냥하는 호랑이의 마음으로.


“플레이 볼!”


경기가 시작되었다. 중부권역 에이스 삼대장 중 하나로 불리는 오지석의 152km/h 포심이 청진고의 새로운 리드오프 최승우의 몸 쪽에 묵직하게 날아와 박혔다.


뻐엉


“스트라이크!”


오지석의 입가에 비릿한 웃음이 걸렸다. 청진고의 타선이 만만하게 느껴져서다.


1번 타자 최승우는 중학교 3학년 때 야구를 그만뒀다가 얼마 전 복귀한 초짜 중견수다. 제법 재간이 있는 듯하지만 그래봐야 1학년 애송이다.


2번에 배치된 저 팀의 주장은 청진고에서는 그나마 제일 나은 선수이지만 그래봐야 프로에 갈만한 재능은 아니다.


3번 백호... 그래, 저놈에 대해서는 조금이나마 인정한다. 설사 우연일지라도 나무배트로 장외홈런을 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물론 자신같은 제대로 된 투수를 상대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겠지만.


4번 타자 박정진은... 그냥 덩치만 큰 멍청이다. 처음에는 저 거대한 체격과 미국에서 야구를 했다는 이력 때문에 조금 신경을 썼지만 그냥 겉으로 보이는 덩치가 전부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뒤 타자들은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 청진고의 하위 타순은 정식야구부보다는 클럽에 가까운 수준이다.


결론은 하나다. 백호라는 녀석의 뜬금포만 조심하면 된다. 그렇게 자신이 마운드에서 버텨주는 사이 동료 타자들이 저 애송이 투수를 상대로 딱 한 점만 내주면 된다. 그럼 이기는 거다.


뻐엉


“스트라이크!”


초구 포심에 이어 이번에는 조금 높게 들어오다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가 날아들었다. 최승우의 배트는 반응하지 못했다.


자신감을 얻은 최지석이 유인구 없이 곧바로 승부에 나섰다.


부웅


“스윙! 아웃!”


존 한 가운데로 들어오다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로 삼진 처리,


가볍게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아낸 오지석이 저 멀리 카메라 기자들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괜히 기분만 더러워졌다. 멋진 삼진을 잡아냈음에도 기자들의 렌즈는 자신이 아닌 저기, 청진고 대기타석에 서 있는 애송이에게로 향해 있었다.


백호, 그 이름이 다시 한 번 거슬리기 시작했다.


딱!


“아웃!”


분노를 전투력으로 승화시킨 오지석이 두 번째 타자인 정우진을 2구만에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갑자기 경기장이 술렁거렸다.


“나온다.”


“쟤야?”


“어디 한 번 보자, 얼마나 잘하는지.”


기자들과 스카우트들의 시선이 한 점으로 집중된다. 청진고 응원단의 목소리 볼륨이 갑자기 확 높아졌다.


그 모든 것이 지금 막 타석에 들어서고 있는 1학년에게로 향했다.


<3번 타자 투수 백호>


그 애송이의 표정이 오지석의 심기를 자극했다.


마치 당연하다는 것처럼,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것처럼,


그런 표정을 한 애송이가 그립을 길게 잡고 타격자세를 취했다.


조심스럽게 승부하겠다는 마음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자신이 가진 가장 빠른 공으로 저 애송이를 뭉개버리겠다는 욕망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오지석이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백호의 눈빛이 번뜩였다.


슈웅


투수의 손을 떠난 153km/h의 포심이 바깥쪽 낮은 코스를 향해 힘차게 날아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따아아아아악!


- 맙소사! 큽니다! 또 큽니다! 백호 선수가 밀어 친 타구가! 우측! 우측담장! 넘어! 넘어갔습니다! 우측 관중석 상단에 떨어지는 홈런! 지난 청주고와의 경기에 이어 두 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하게 된 백호 선수가 당당한 표정으로 다이아몬드를 돕니다! 1대 0! 청진고가 오지석을 상대로 한 점을 선취합니다!


“...뭐야.”


저게 저기까지 날아간다고?


오지석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의 입에서 침 한방울이 뚝 떨어졌다.


전광판의 숫자가 0에서 1로 바뀌고, 대전대부설고 감독이 시뻘개진 얼굴로 소리를 질러댔다. 기자들의 카메라가 오지석과 백호 사이를 바쁘게 오갔다.


그 순간, 오지석은 직감했다.


내일 스포츠뉴스에 자신의 멍청한 얼굴 사진이 실리게 될 것이라는 걸.


“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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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032화. 청진고 NEW +21 17시간 전 3,758 212 15쪽
32 031화. 그 인터넷이라는 거 나도 좀... +21 24.09.16 5,622 224 18쪽
31 030화.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로봇이 되거라 +20 24.09.15 6,340 232 14쪽
30 029화. 이대로 돌아가라고? +15 24.09.14 7,020 239 19쪽
29 028화. 못할 일 같은 건 없다 +25 24.09.13 7,321 244 17쪽
28 027화. ...하기 딱 좋은 날씨네 +31 24.09.12 7,538 265 16쪽
27 026화. 피해라 +18 24.09.11 7,690 228 12쪽
26 025화. 애송이들 +24 24.09.10 8,025 233 21쪽
25 024화. 웃고 있는 거 맞지? +20 24.09.09 8,100 247 17쪽
24 023화. 동영상 강의 참조해서... +21 24.09.08 8,285 231 14쪽
23 022화. 구원투수 +12 24.09.07 8,504 214 13쪽
22 021화. 한 번 해보자고 +21 24.09.06 8,912 219 19쪽
21 020화. 박살 +15 24.09.05 8,949 263 16쪽
20 019화. 더! 더! 더! +24 24.09.04 9,021 270 18쪽
19 018화. 약속대로 박살내주지 +23 24.09.03 8,956 240 19쪽
18 017화. 팔꿈치를 붙여야 +16 24.09.02 8,925 256 17쪽
17 016화. 나는 천재가 아니니까 +16 24.09.01 9,115 237 17쪽
16 015화. 기대, 그리고 두려움 +25 24.08.31 9,494 243 25쪽
15 014화. 해보려 한다 +22 24.08.30 9,391 232 18쪽
14 013화. 보는 눈의 차이 +26 24.08.29 9,471 244 14쪽
» 012화. 삼대장 +23 24.08.28 9,653 252 17쪽
12 011화. 나는 행복합니다 +24 24.08.27 9,683 247 15쪽
11 010화. 백호 등장 +21 24.08.26 9,680 275 17쪽
10 009화. 그냥 제가 치겠습니다 +27 24.08.25 9,674 234 16쪽
9 008화. 주말리그 개막 +17 24.08.24 9,751 237 14쪽
8 007화. 내가 터트려준다고 +18 24.08.23 9,849 225 13쪽
7 006화. 너 진짜 야구 안 할 거야? +12 24.08.22 10,251 215 13쪽
6 005화. 이번 삶은 흥미롭다 +16 24.08.21 10,800 214 14쪽
5 004화. 청진고 야구부 +15 24.08.20 11,316 229 14쪽
4 003화. 인터넷 보고 배웠는데요 +14 24.08.20 11,702 239 16쪽
3 002화. 분노라는 감정 +15 24.08.19 12,605 248 14쪽
2 001화. 그걸 왜 이제 말해주는 건데! +83 24.08.19 14,118 337 20쪽
1 000화. 프롤로그 +17 24.08.19 15,419 235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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