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신의 음악을 듣는 천재 작곡가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서핑보이
그림/삽화
밤 10시 25분
작품등록일 :
2024.08.24 22:09
최근연재일 :
2024.08.30 22:25
연재수 :
7 회
조회수 :
799
추천수 :
13
글자수 :
36,553

작성
24.08.30 22:25
조회
66
추천
2
글자
13쪽

7화

DUMMY

“회장님, 걱정이라도 있으십니까?”


성당에서 빠져나와 회사로 가는 길.

윤필주 회장은 하염없이 차창 밖만 바라봤다.

시시때때로 변해가는 풍경을 보며, 복잡한 생각들을 나열하는 중이었다.


‘말이 되나?’


오 수녀의 말은 최근 5년 안에 들은 말중, 아니 5년이 뭐란 말인가.

10년안에 들은 말 중 가장 충격적인 말이었다.


-재민이가 연주했답니다. 모르셨나요?


처음에는 재민이가 누군가 했다.

그가 아는 재민이라곤 단 한 명밖에 없는데, 그 재민이 이 재민인지 도무지 믿겨지지가 았았으니까.


-재민이가 누굽니까?


라고 물어보기까지 한 윤 회장이다.


오죽하면 그랬겠는가.

사고만 치던 막내가 이런 연주를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윤 회장은 물론이거니와 가족 중 누구 하나도 눈치채지 못한 일이었다.


‘언제 피아노를 배운거지?’하는 궁금증보다도 ‘왜 몰래 연주를 한거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도대체 왜? 무슨 이유로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연주를 한 것인가?


짐작되는 부분이 있다면 하나뿐이었다.


‘부끄럼을 타는 것인가···.’


평소 막내와의 대화는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었다.

대화를 하더라도, 평범한 대화라기보다는 일방적인 훈육으로 흘러가는 대화였다.

어느샌가 허심탄회한 대화가 사라진 부자간의 대화였다.


‘그러니 쑥스럽게 말로하는 대신 음악을 통해 말했을지도···.’


맨날 사고만 치던 애가 갑작스럽게 좋은 모습을 선보인다는 게 그 애의 입장에서는 부끄러울 수 있는 것이다.

어릴 때도 그랬었다.

웃는 모습을 한 번도 안 보여주더니, 남몰래 웃는 셀카를 수백장이나 찍던 게 막내였다.

오히려 밖에서 진솔되는 모습을 보이고, 가족 사이에서는 말수도 없기도 했고.


“날씨가 좋군.”

“네, 오랜만에 화창한 날씨입니다, 회장님.”


어쨌든간에 윤 회장은 자꾸만 미소가 지어지는 걸 어찌할 수 없었다.


귀여웠던 막내의 어린 시절도 생각나기도 하고, 그가 연주했던 바흐의 선율이 여전히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일단은 모른 체 해주는게 좋겠지?’


괜히 여기서 호들갑을 떤다면 역효과가 날 지도 모른다고 생각됐다.

그러니, 윤 회장은 오늘의 기쁨은 마음속에서만 기뻐하기로 했다.

몰래 연주했던 막내의 모습을 모른체 해주기로 했다.

그가 스스로 말을 꺼내고 싶어질 때까지.


“김 기사. 그거 아나?”

“네, 회장님. 어떤 걸 말씀하시는걸까요?”

“우리 성당에 아주 훌륭한 연주자가 있다네.”


그래도 조금의 자랑은 하고 싶은 건 어쩔 수 없었다.



*



평일의 아침이 밝아왔다.

교복을 입고 다이닝 룸에 내려가자, 만찬이 차려져 있었다.


“잘 먹겠습니다.”

“우, 우리한테 한 소리니?!”


며칠이 지나다보니, 이제 이런 반응은 놀랍지도 않다.

나를 보며 헉-소리를 내뱉는 아주머니들이었지만, 나는 윤재민이 아니다.

윤재민의 탈을 쓴 사르야 드 몽루아에 가깝지.

내가 인정을 했듯이, 저들도 하루 빨리 내가 달라졌다는 걸 받아들이는게 마음 편할 것이다.


와그작- 와그작-


식빵을 먹으며 문자를 확인했다.

텅빈 문자함속에서 내가 주고 받은 문자는 나의 벗. 성용이와의 문자밖에 없다.


[고성용 : 재민아! 재민아!]


그는 핸드폰을 달고 사는 듯 했다.

문자를 보내기만 하면 채 5분도 되지 않아 답장을 했고, 늦은 새벽에도 문자를 보내곤 했었다.

대개가 쓸데없는 문자들이었지만 이번에 온 문자는 꽤 내 이목을 끌었다.


[고성용 : 저번에 업로드한 영상있잖아. 너 연주하는 영상. 그거 반응 폭발적이야!]


그는 상당히 폭력적인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폭발적이라니?

내 음악이 수백만명을 죽음으로 이끌었던 원자폭탄이라도 된다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좋은 의미로 사용한 거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고성용 : 이거 봐봐.]

[고성용님이 사진을 전송했습니다.]


그가 댓글창을 캡쳐해서 보내줬다.


-엘리제를 위하여 : 언제들어도 좋은연주네요. 업로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귀가 들리는 베토벤 : 오. 저 없었을 때 이런 좋은 연주가 있었군요. 이 연주자 또 언제 오나요?


-피아노가 좋아 : 와- 피아노 진짜 섬세하게 치네요. 깜놀!


무려 댓글이 30개나 달려있었다.

하나같이 칭찬 일색인 댓글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고성용 : 봤어? 사람들이 다들 너 또 언제 오냐고 물어봐. 우리 아빠도 너 또 언제 오냐고 물으시고.]


조금 있으면 학교에서 보게 될텐데, 왜 굳이 아침부터 이런 문자를 하는가 싶지만,


[윤재민 : 오늘 저녁?]


난 문자를 보냈다.


[고성용 : 오늘 저녁에 온다고? 정말? 너 온다고 카페에 올려도 돼?]

[윤재민 : ㅇㅇ]


ㅇㅇ라는 표현이 귀족이 쓸만한 표현인가?라는 고민이 되었지만 과감하게 사용했다.

신분제가 사라졌다는게 이세상의 가장 좋은 점 아니겠는가.

귀족이라 할 수 없는 귀족이었던 나는 더 이상 귀족의 체면치레를 다할 필요가 없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으응? 우, 우리한테 하는 말이야?!”


그나저나 아버지와 형들은 얼굴보기가 힘들다.

새벽 4시에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게 그들은 그 시간에 출근을 하는 모양이었다.


현대인들은 바쁘구나-라며 생각한 나였지만, 내 삶 또한 그리 여유로운 일정은 아니라는 걸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1교시 수학 수업 시작.


칠판을 가득 메운 숫자와 공식들을 보며 난 다시 한 번 확신했다.

나의 길은 음악이라고.


현대인 윤재민의 기억은 18세기의 나 사르야와의 기억과 별로 다른 점이 없었다.

현대인이 맞나 의심될 정도다.

아는 정보가 하나도 없었고 졸음과의 사투를 해야했다.


2교시 화학 수업 시작.


노트를 꺼내서 글자를 적어내려갔다.

물론, 수업에 관한 내용은 아니다.


“마냥 허비할 시간에 차라리 내 미래를 계획하는게 낫지.”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튀어나왔으나 주위의 학생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수업에 열중하는 것도 열중하는 거였지만 나와 눈을 안 마주치려는 학생들이었다.

가끔가다 눈이 마주치면 화들짝 놀라서는 고개를 돌려버리곤 했다.


어쨌든, 난 계획을 짜나갔다.

노트에 ‘음악’이라고 크게 썼다.


어떤 음악을 할 것인가?


21세기인 현재.

이 세상에는 다양한 음악이 있었다.

클래식밖에 모르고 살던 전생과 달리 이 시대에 와서는 너튜브를 통해 수많은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


음악의 발전과정을 보면서 난 음악의 흐름이 어떤식으로 발전해왔는지, 한 가지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음악이라는 건 자유에 대한 갈망이었다.


신분제가 사라진 시대지만 그렇다고 차별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차별에 대한 불만이 더 늘어나게 되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겠지.


내가 살던 18세기만 하더라도 신분제는 당연한 일이었다.

평민이 평민인게 당연했고 천민이 천민인게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누구나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차별이 있다.

깰 수 없는 차별이 아니라, 닿을 듯 말듯 다가갈 수 없는 계급의 한계.

그러다보니 더욱 더 갈망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한계에 대한 고뇌와 고민으로 음악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락, 힙합은 직설적으로 차별에 대해 토로하고 한계에 대해 불만을 터놓는다.


이러한 직설적인 표현이 좋았다.

힙합과 락 속에서 내뱉는 자유의 목소리들이 좋았다.

18세기만 하더라도 이런 발언을 한다는 것만으로 곧장 처형감이었으니.


또한 재즈의 자유가 좋았다.

오선지대로 흘러가는 음악이 아니라 그들의 연주에는 즉흥의 자유가 있었다.

끝없는 변주를 통해 자유가 뭔지를 말하고 있었다.


세상은 그리고 음악은 이토록이나 자유로워져 있었다!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보니, 종소리가 들렸을 때는 어느새 내 노트가 빼곡해져 있었다.


락, 힙합, 재즈 그리고 아이돌 음악이라는 대주제 아래에 나의 생각들이 적히게 되었다.

물론, 가장 윗줄에는 나의 영혼이라 할 수 있는 클래식이라고 적혀있었고.


“재민아.”


불쑥,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눈앞에는 기억에는 없는 애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 음악에 관심있었니?”


누가보더라도 모범적으로 보이는 차림의 애.

명찰에 고진희라고 적혀있는 애가 내게 물었다.


“점심 시간에 우리 밴드부 안 놀러올래?”



*



성화고. 정확하게는 성화국제고의 유일한 밴드부 ‘블루 스피릿’.

언제나 화기애애하던 이곳에 긴장감이 드리워졌다.

다름 아닌, 진희때문이었다.


“야, 그 잼민이를 부르면 어쩌자는거야!”


점심시간이 도래하기 1교시 전. 긴급회의가 시작됐다.

3학년 선배 두 명과 또 다른 2학년 생 한 명이 모여들었고 고진희의 청문회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아니, 음악에 관심있어 하는 것 같아서···..”

“걔가 음악에 관심이 있겠냐? 맨날 사고만 치는 애가?”

“그래. 진희야. 내가 볼 때도 이번에는 네가 잘 못 했어.”

“아니··· 그리 나쁜 애는 아니에요.”

“걔가 나쁜 애가 아니라고? 네 기준에는 뭐 살인이라도 저질러야 나쁜 애냐?”


윤재민의 악동기질은 이미 교내에서도 유명했다.

그는 마치 TV에 나오는 망나니 재벌들같은 행태를 보여오지 않았던가.

모범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착하지도 않은 윤재민은 성화고의 이단아같은 존재였다.


다만, 진희는 그가 조금 안쓰러웠다.


“아직 길을 못 찾은 거 아닐까요? 제가 볼 때 재민이는 나쁜 애는 아니고 방황을 조금 심하게 하는 애로 보이는데···.”

“아이고. 마리아 납시셨네, 마리아 납시셨어. 누가 선도부아니랄까봐.”


한숨을 내뱉은 한 선배가 물었다.


“근데 걔 진짜 음악에 관심있는 건 맞아?”

“야, 걔가 관심있겠냐고. 폼으로 좋아하는 척 하는거겠지.”

“아니에요. 진짜 관심있어요. 음악에 관한 고민들로 노트를 빼곡하게 채웠던데요?”

“으음?”


선배들의 태도에 조금의 변화가 보이자, 진희가 열변을 토했다.


“선배님들. 우리 밴드부의 모티브가 뭐에요. 고등학교때만이라도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자잖아요. 그런 점에서 볼 때 재민이도 참여 아니, 구경은 와도 된다고 생각해요. 재민이도 분명 우리와 똑같은 갈증을 느끼고 있을거에요.”

“걔가? 하고 싶은거 다하면서 사는 잼민이가?”


잠자코 있던 또 다른 2학년 생이 입을 연건 그 때였다.


“선배님들. 어차피 초대까지 했는데 그냥 한번 구경오라고 하시죠.”

“야. 너 까지 이럴래?”

“또 모르잖아요.누가 알아요. 기타를 잘 칠수도 있을지.”

“기타? 야, 너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냐?”


현재 밴드부의 멤버는 여기에 모인 4명뿐이다.

보컬 1인. 키보드 1인. 드럼 1인. 베이스 1인.

국제고 연합 행사 공연을 앞두고 기타라는 중요한 자리가 비어있었다.


“만약 기타만 잘 친다면 한번 껴볼만 하지 않아요?”

“불길한 소리 마! 걔 끼면 바로 우리 밴드부 해체다. 걔가 분명 사고쳐서 폭발시킬거라고.”

“그런가···. 그래도.”

“뭐가 그래도야.”

“일단 초대는 했잖아요. 얼굴 한번 보시죠. 어차피 오지 말라고 해도 걔 성격에 올 것 같은데. 진희야, 걔 오겠다고 했지?”

“어? 어.”


푹- 푹- 한숨 내뱉는 소리가 밴드부를 가득 채운다.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바램과 달리, 금새 점심시간이 다가오고야 말았다.



*



“.....”


밴드부의 합주실에 감미로운 선율이 울려퍼진다.

합주실을 가득 메운 음악소리와 달리, 멤버들의 얼굴에는 당혹감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합주실에 윤재민이 왔다.

그리고 연주를 했다.

여기까지는 다 예상하고 계획했던 상황이지만 지금 상황이 조금···..


“야, 진희야.”


한 선배가 진희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쟤 원래 음악했었냐?”

“저도 잘 모르겠어요···..”


또 다른 선배가 물었다.


“야, 이건 고등학생 실력이 아닌데? 쟤 전문적으로 준비하고 있는거 아냐?”

“그것도 잘 모르겠는데···.”


턱을 짚은 선배들이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재민의 연주를 쳐다본다.

선배들과 진희가 모여있는 곳으로 2학년 생이 다가왔다.

그 또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우리 어떻게 해야되는거에요? 이 정도 실력이면 무조건 껴야되는거 아니에요?”

“그거야 연주만 보면 그렇지만···.”

“그러면 함 선배는 어떡해요?”


재민의 연주는 탁월하다는 말로도 설명하기 부족한 실력이었다.

다만, 그들이 필요했던 기타 연주가 아니었다.


키보드다.

밴드의 리더가 맡고 있던 키보드 파트.

키보드의 함 선배를 향해 모두의 시선이 쏠리고 있었다.


“진짜 기똥차게 치네···.”

“음악의 질이 훨씬 높아져.”

“이정도 키보드 실력이라면 공연 때 반응 좀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야, 너네 지금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의 음악을 듣는 천재 작곡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7화 24.08.30 67 2 13쪽
6 6화 24.08.29 80 2 13쪽
5 5화 24.08.28 90 2 12쪽
4 4화 +1 24.08.27 101 3 12쪽
3 3화 24.08.26 116 2 12쪽
2 2화 +1 24.08.25 137 1 11쪽
1 1화 +1 24.08.24 209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