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신의 음악을 듣는 천재 작곡가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서핑보이
그림/삽화
밤 10시 25분
작품등록일 :
2024.08.24 22:09
최근연재일 :
2024.08.30 22:25
연재수 :
7 회
조회수 :
795
추천수 :
13
글자수 :
36,553

작성
24.08.28 22:25
조회
89
추천
2
글자
12쪽

5화

DUMMY

인터넷.

나는 인터넷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물리적 제약없이 전세계의 군중들이 모여드는 가상의 아고라다.


윤재민의 기억으로 따졌을 땐, 인터넷이라는 건 지극히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사르야로 살아왔던 기억때문인지, 지금만큼은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재민아. 나 성용이. 내 번호 저장했지? 다른게 아니고 오늘 너 연주한거. 아빠가 영상으로 찍었는데 혹시 이거 인터넷에 올려도 돼? 아, 얼굴은 안 나왔어. 뒷모습만 찍었어.]


나는 성용이의 문자를 보고선 곱씹었다.


“인터넷··· 인터넷···.”


내 연주를 인터넷에 올린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얼굴을 모르는 수많은 군중들이 마우스를 딸깍- 하고선 내 연주를 보는 걸 상상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또 아주 자연스럽게도, 수많은 군중들이 밀집되어 있던 처형장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처형장에서 수많은 군중들이 내 노래를 불렀었다.

내가 작곡한 곡을, 내가 처형당하기를 기다리며 불렀었다.


“설마 이번 삶에도 내 노래가 유명해지게 된다면 난 처형장으로 향하는건가?”


이성적인 논리의 흐름은 아니다.

하지만 내 기억속에는 목을 향해 날아드는 칼날의 번뜩임이 남아있다.

때로 인간은 감정이 앞서기도 하는 법.

말도 안 되는 걱정이라는 걸 알지만, 살짝 무섭기는 했다.

군중이라는 건 내게 트라우마로 작용했다.


“그래도 뭐.”


나는 성용이에게 답장을 보냈다.


[알겠어. 올려도 돼.]


죽음과 내 음악의 자유 중에 난 무엇을 택할 것인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후자다.


비록 나를 죽이려는 처형대에서 나의 음악이 울려퍼졌지만, 나는 그 때 자유를 느꼈다.

수많은 사람의 입에서 내 음악이 울려퍼진다는 사실에 해방감을 느꼈었다.

내 앞에 죽음만이 존재한다 할지라도!


딸깍-


비장한 마음으로 인터넷 창을 열었다

인터넷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친해질 필요가 있었다.

노트북을 열어서 리스트를 검색해보았다.


“프란츠··· 리스트.”


세상 참 좋아지긴했다.

마우스 클릭 한번만으로 그의 생애를 알 수 있었고,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좋구나··· 위대한 음악가구나. 미치도록!”


그의 음악에 빠져들었다.

라 캄파넬라, 헝가리안 판타지, 프로메테우스.

영혼을 진동케하는 음악들이다.


흐음-


하지만 어째서인지, 윤재민의 기억은 내게 다른 음악 영상을 클릭해 보라는 무언의 압박을 보냈다.

윤재민의 기억뿐만이 아니다.

너튜브 이 녀석은 클래식이 아닌 다른 장르의 곡을 자꾸만 내게 권했다.


“한 번 들어볼까···.”


너튜브에 떠오른 추천 영상 목록들.

어떠한 알고리즘으로 형성된 추천 음악인지는 모르겠다.


무의식적으로 방문이 닫혀있는지를 확인하게 되었다.

나도 모르는게 아니다.썸네일로 뜬 이 모습이 요즘 시대의 패션이고, 아주 자연스러운 복장이라는걸.


하지만 어떡하겠나.

18세기에 살았던 사르야의 기억은 이 살색이 많은 썸네일을 누르는게 죄처럼 느껴지는데.


걸그룹의 뮤직비디오 영상이었다.

들어본 것 같기도 하지만 낯설 수밖에 없다.

사르야의 영혼으로 들어보는 첫 걸그룹 음악이었으니.

난 영혼의 종 윤재민이 아닌, 영혼의 주인 사르야로서 영상을 클릭했다.


오- 라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



성당의 종탑에서 맑고 고운 종소리가 울려퍼진다.

그와 함께, 새들이 날갯짓을 하며 푸른 하늘을 비상한다.


“아버지, 오셨습니까.”


어머니를 제외한 대제그룹의 일가가 성당으로 모여들었다.

검은 리무진이 가득한 주차장에 그룹의 총수 윤필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시선이 주위를 훑었다.

장남을 쳐다보았고, 차남으로 향했다.

차남을 바라보던 시선은 다음 순서를 잃고야 말았다.

그가 왜 미간을 찌푸리는지, 모두가 이유를 모르지 않았다.


장남 재철이 앞서서 목소리를 꺼냈다.


“걱정마세요, 아버지. 막내는 먼저 들어가 있습니다.”


원체 감정을 드러내는 걸 삼가시는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가 재민이 성당에 나오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땐,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 했었다.

당황한 표정으로 미세하게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었다.


“들어가도록 하지.”


장남, 차남 그리고 태 실장과 함께 걸음을 옮기며, 윤 회장이 넌지시 목소리를 꺼냈다.


“그런데. 그 녀석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성당에 나오겠다고 한거지? 또 성당까지 와서 사고치려는거 아니야?”


차남 재건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 또한 걱정이 안 되는건 아니었지만, 오늘만큼은 어쩐지 아버지와 막내의 사이가 호전 될 기회같아 보였다.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막내가 이제 좀 철이 드려나봐요.”

“그랬으면 좋겠군.”

“한번 믿어보시죠. 오늘 성가대에 참여하기로까지 했습니다.”

“성가대?”


한 걸음을 걸을 때마다 무수한 악수요청이 쏟아졌다.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도 아버지는 재민에 대한 생각뿐인듯 했다.


“그 녀석이 성가대를 한다고?”

“네. 큰 형이 물어봤는데, 흔쾌히 하겠다고 했답니다.”

“네, 아버지. 억지로 시킨게 아니고 재민이가 스스로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올라가면서도, 윤 회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희미한 미소가 나오려다가도, 근심이 물들고하는 얼굴이다.


“태 실장. 솔직하게 대답하게.”

“네, 회장님.”

“그 녀석 무슨 사고쳤어?”

“사고라니요, 회장님···?”

“그 녀석이 자진해서 성가대를 할리가 없잖아. 솔직하게 말하게. 이번에는 대체 어떤 사고를 쳤길래 이렇게까지 하는거야?”


딱히 사고를 친 건 없었다.

그럼에도 태 실장이 머뭇거리게 된 건, 재민의 달라진 태도때문이었다.

그가 이상행동을 한다는 걸 보고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목소리를 꺼내려던 찰나, 장남 재철이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아버지. 의심보다는 믿음을 줘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재민이 그 녀석이 방황을 오래하긴 했지만, 이제는 달라지려고 해요. 한 번 믿어주시죠.”


2층으로 올라온 윤 회장의 눈앞에 성당의 전경이 펼쳐졌다.

벽에 걸려있는 거대한 십자가가 눈에 보였다.


“믿음이라···.”


그 동안 막내가 저질렀던 사고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회사였다면 당장 해고해야할 인물이다.

하지만 어떡하겠는가.

직원이 아니라 가족인데.


믿는 수밖에 없었다.

한 그룹의 총수이기 이전에, 자식을 둔 아버지로서 그럴 수 밖에 없었다.



*



“마음이 편해지는군.”


성당의 모습은 18세기나 현재나, 별로 다른게 없다.


쥐가 없어지고, 현대의 문물들이 한켠에 보였지만, 성당을 타고 흐르는 분위기는 다름없이 평온하다.


난 성호를 긋고서는 성당의 뒷복도로 걸음을 옮겼다.


“그나저나···.”


이틀 전에 처음 들었던 걸그룹 음악.

그 멜로디가 여전히 귓가에서 울려퍼진다.

도대체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악이었다.


“이것은 천사의 노랫소리인가, 악마의 속삭임인가.”


처음 들었을 때는 이렇게나 시끄러운 음악을 왜 듣나했었다.

근데 노래를 끌 수가 없더라.

간신히 영상에서 눈을 떼며 노래를 껐는데도, 악마의 속삭임처럼 귓가에는 멜로디가 울려퍼졌다.


나만 겪는 증세가 아니었다.

댓글창의 군중들은 나와 비슷한 증세를 호소했다.


-중독성 개쩌네. 빠라빠빠빠!

-시험 하루 전날 이 노래 들은 내 인생이 레전드


동일 패턴의 반복인 노래다.

조금씩 변주를 주긴 하지만 클래식에 비하면 변주라 할 수도 없다.


그런데 왜 일까.

나는 왜 이 음악을 잊을 수 없는걸까.

왜 들으면 들을수록 근심이 사라지며 영혼이 충만해지는것인가!


“사탄도 울고 갈 만한 중독성이야···.”


지금만큼은 윤재민의 취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음악에 대해 무지한 녀석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장르가 다를뿐.

이 시대의 음악은 클래식과 같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인간은 영혼을 치유하는 깊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겨우 이 세상에 온지 이틀만에 클래식 음악의 추종자이며, 아이돌 음악의 추종자가 되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재민이 왔니?”


문득,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서와. 오랜만에 얼굴 보네?”


수녀님 한 분이 걸어오고 계셨다.

인상이 참 좋으신 분이시다.

흰색 베일을 쓴 수녀님은 내게 짧은 기도를 전한 뒤에, 햇살같은 미소를 지었다.


“오늘 성가대에 참여하겠다고?”


밝은 미소와 달리 떨림이 묻어나는 음성이다.


“네, 그러고 싶습니다.”


여전히 밝은 미소를 짓는 수녀님이었지만,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혹시 이유를 물어봐도 되니?”


이유라니?

주님에 대한 내 믿음이 이유지, 다른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수녀님은 안절부절하지 못 했다.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눈을 감았다.

짧은 기도를 한 후에, 결연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그래. 재민아. 나는 널 믿어. 믿어 의심치 않아.”


수녀님을 따라 길다란 복도를 걸어갔다.

복도 끝의 문을 열자 거대한 성당의 전경과 함께 제단 그리고 성가대 좌석이 보였다.


“?!”


성가대 좌석에서 나를 바라보는 무수한 시선들.

그 시선들 속에 가득한 의문과 불신.


“어··· 재민이 네가 왜···?”

“야, 윤재민. 네가 성당은 웬일이냐? 아니 그것보다 네가 여기로 왜 와?”


왜 날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는건지 이해할 수 없다.

윤재민의 기억을 훑어봐도, 합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내가 모르는 윤재민의 과거가 있는 것 같긴한데···.


윤재민의 모든 기억이 주입된 건 아닌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이들은 기억하지만 윤재민은 다 까먹어버린 과거가 있거나.


어쨌든, 나의 시선은 그들이 아닌 그들의 뒤로 돌아갔다.


“수녀님.”

“어, 재민아.”


성가대 좌석으로 가려진 구석에 피아노가 보이고 있었다.

주인을 찾지 못한 피아노는 흰 천으로 덮여있었다.


쓸쓸하고도 처연한 모습이었다.

성당의 피아노가 잠들어 있다니.


“오늘 연주자가 없나봐요.”

“어? 아, 어. 오늘은 MR로 틀거야.”

“제가 연주해도 될까요?”


수녀님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



사제가 입당했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죄를 고백하는 고백기도가 시작되었으나, 윤 회장은 눈을 감을 수 없었다.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던 얼굴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렇지.”


1층의 제단 옆으로 설치된 성가대석.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막내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도 큰 기대를 한 탓일까.

혀끝에는 실망감과 함께 씁쓸함이 묻어났다.


장남 재철과 차남 재건 또한 재민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게 되었다.

그들 또한 실망감을 숨길 수가 없었다.


“철이 들려나 했는데···.”

“하루 아침에 달라지지는 않나보네.”


태 실장이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려했다.


“형. 가지마. 기도 중이잖아.”

“그래도 내가 한번 찾아볼게.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알수 없으니 불안하네.”

“됐어. 그냥 앉아.”

“태 실장. 앉게.”

“아, 네. 회장님.”


제탓이오. 제탓이오. 저의 큰 탓이옵니다.


이들의 참회기도는 다들 재민을 떠올리며 진행되었다.

막내가 이렇게까지 엇나가는게 본인의 탓이라고 생각되었다.

윤 회장도, 장남도, 차남도, 태 실장도 재민을 생각하며 죄를 고하였다.


윤 회장의 입가에서 한숨이 새어나오던 찰나에, 성가대의 음성이 들려왔다.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부디 그에게 자비를 베푸시길···.”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평화를 주소서.]


“부디 우리 가족에게 평화를 주시길···.”


쓰라린 마음을 억누르며 기도를 올리는 윤 회장.

그나마 마음이 한 결 평온해지는 건, 피아노 선율때문이었다.


‘오늘 내 마음이 얼마나 쓰라린지, 하느님께서 들여다보셨나보구나···’


상처난 마음을 치유하듯, 유난히도 깊고 아름다운 오늘의 피아노연주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의 음악을 듣는 천재 작곡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7화 24.08.30 66 2 13쪽
6 6화 24.08.29 80 2 13쪽
» 5화 24.08.28 90 2 12쪽
4 4화 +1 24.08.27 100 3 12쪽
3 3화 24.08.26 115 2 12쪽
2 2화 +1 24.08.25 136 1 11쪽
1 1화 +1 24.08.24 209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