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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신의 음악을 듣는 천재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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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삽화
밤 10시 25분
작품등록일 :
2024.08.24 22:09
최근연재일 :
2024.08.30 22:25
연재수 :
7 회
조회수 :
794
추천수 :
13
글자수 :
36,553

작성
24.08.29 22:25
조회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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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6화

DUMMY

“제가 연주해도 될까요?”


라는 목소리가 재민의 입에서 나왔을 때, 오 수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여, 연주?”

“네, 연주.”


그에게 믿음을 주고 싶었다.

믿음으로서 그를 바라보고 싶었다.


하지만 오 수녀 또한 신이 아닌 인간이 아니던가.

지난 시절, 재민이 보여줬던 행동들은 오 수녀가 입을 꾹- 닫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장난을 치려고···.’


그 때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한 달 전.


오랜만에 성당에 나온 재민은 싱글벙글 웃는 표정이었다.

성당 나오기 귀찮아하던 티를 팍팍 내던 그가 웃고 있으니, 오 수녀 또한 마음이 절로 좋아졌었다.


심지어 그는 예쁘게 포장한 선물까지 가져왔었다.

성당의 김 신부님이 커피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커피를 준비해 왔다고 했었다.


-신이시여!


그렇다.

오 수녀는 진심으로 재민의 달라진 태도에 감동을 받았었다.

드디어 이 어린양이 구원을 받았구나하고.


-그러면 나랑같이 김 신부님에게 가서 직접 전달해드릴까? 많이 기뻐하실거야.

-좋아요, 수녀님.

-근데 어떤 커피를 선물로 가져왔니? 포장도 예쁘게 해왔네?

-맥심이라고 아세요?

-알다마다. 우리 재민이가 특별한 선물을 가져왔구나.


편의점에서 쉽사리 얻을 수 있는 커피라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항상 말썽만 피우던 아이가 선물을 가져왔다는 그 마음이 중요한거지.


똑- 똑- 똑-


-김 신부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김 신부님의 서재로 들어갔고 다 함께 포장을 뜯었다.

오 수녀도, 김 신부도 미소가 가득했었다.

방황하던 어린 양을 구원해주신 하느님께 감사함을 전하면서.


하지만 포장지가 벗겨졌고···.


-으아악!

-재, 재민아 이게 뭐니···!

-아이쿠, 제가 헷갈렸나보네요. 크큭.


차마 눈 뜨고 바라볼 수가 없는 물건이었다.

그 안에서 나온건 커피 맥심이 아니라 또 다른 맥심. 성인 잡지 맥심이었으니.


-신이시여! 신이시여!


김 신부님은 얼굴이 빨개진채로 뛰어나가버렸다.

오 수녀도 그 때의 당혹감은 이루 말하지 못 할 정도였다.


여전히 살색이 그윽하던 그 잡지만 생각하면 손발이 떨리고, 얼굴이 화끈해진다.


“재민아···.”


상념에서 돌아온 오 수녀가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재민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또 무슨 꿍꿍이로 피아노 연주를 하겠다는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신이시여. 왜 저에게 이런 고난과 역경을 주시나이까.’


다만, 그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오 수녀는 성호를 그었다.


“수녀님은 우리 재민이를 믿어. 하느님의 영광이 우리 재민이와 함께 한다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아.”


재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멘.”



*



그리하여 피아노 앞에 앉게 된 재민이다.

성가대 좌석의 뒤편에 자리한 그는 피아노에 덮혀 있던 흰 천을 벗기며 뭐라 혼잣말을 읊조리고 있었다.


성가대에 앉은 청년단원들은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오 수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음향실의 창문을 통해 재민을 내려다보던 오 수녀는 짧게 기도를 올렸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미사가 시작되었다.

사제가 입당했고, 고백기도가 시작되었다.


후우-


점점 더 긴장이 되는 오 수녀였다.

이제 곧 성가를 부를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침착하자. 침착하면 아무 문제 없어.”


콘솔 위로 두 손을 올렸다.

하나의 버튼은 MR을 재생하는 버튼.

다른 버튼은 피아노 소리를 송출하는 버튼.


재민을 믿겠다고 다짐 했을지라도 준비는 해놔야만 했다.

만일 재민이 사고를 치려고 할 시, 당장 피아노 소리를 끄고 mr을 재생하기로 계획했다.


“이제 곧 시작이구나···.”


그 어느 때보다도 떨리는 순간이다.

마침내, 성가가 시작되었다.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평화를 주소서.]


반사적으로 피아노 소리를 끄려던 오 수녀.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이 멈칫했다.

들려오는 소리가 예상 외로 정상적이었으니까.


“재민아···.?”


정상적인 피아노 연주다.

아니, 정상적임을 넘어 아름다운 피아노의 선율이다.


“아, 알렐루아!”


귓가에 들려오는 아름다운 피아노의 선율.

오 수녀는 콘솔에서 손을 떼며 기도를 올릴 수 밖에 없었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아름다운 음악만큼이나 진한 감동이 밀려왔다.


“드, 드디어 구원을 받았나이다.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온 세상이 기뻐하게 되었고, 성자의 어머니 동정 마리아의 도움으로 저 어린 양이 드디어 구원을 받았나이다!”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것이 믿음이었다.

이것이 하느님의 사랑이었다.

악의 구렁텅이에 빠져있던 재민이가 이토록이나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다니!

이것이야말로 기적이었다.


오 수녀의 눈물과 함께, 성가대 청년단원들의 놀라운 표정과 함께,

성가가 끝나게 되었다.


“이 사실을 얼른 김 신부님께···.”


흘러내린 눈물을 닦으며 의자에서 일어난 오 수녀.

서둘러 음향실을 빠져나가려 했지만, 또 다른 광경이 보여온 건 그 순간이었다.


내려다보이는 성가대 좌석의 뒤편 구석에서는, 여전히 재민이가 피아노에서 손을 떼지 않고 있었다.



*



성가가 끝난 시점.

결국 막내는 끝까지 모습을 내비추지 않았다.

성가대 좌석을 눈 씻고 찾아봐도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철이 들었나 싶었는데···.”


장남 재철은 실망감을 억누르지 못 했다.

기대했던만큼 실망이 큰 법이었고, 아버지의 표정을 보니 더욱 더 그랬다.


막내가 성당에 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좋아하셨던가.

내색은 하지 않지만 얼마나 큰 기대를 했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결국, 가족 모두의 바램은 무산되고야 말았다.

과거와 똑같이, 실망으로 점철된 제자리걸음뿐인 오늘이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오늘의 성가연주가 꽤 괜찮았다는 것.


“아버지. 그만 일어나시죠.”

“그러도록 하지.”


자리에서 일어난 대제 그룹 일가가 걸음을 나섰다.

아버지의 옆으로 온 차남 재건이 애써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 오늘 피아노 선율이 평소보다도 더 아름다웠습니다. 그렇지 않았어요?”


쓴 웃음을 짓는 윤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더군. 오늘 윤성이가 참석했던가?”

“아니요. 윤성 군은 아닌 것 같습니다. 유럽 리사이틀 공연을 돌고 있을거에요.”

“그러면 누가 연주를 한거야?”

“나가는 길에 오 수녀님께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2층 계단문의 입구에 다다랐다.

윤 회장의 걸음이 멈칫했다.


“그건 그렇고 재민이 이 녀석 말이야.”


기어이 아버지의 입에서 막내의 이름이 나오고야 말았다.

오늘 일로 인해 둘의 사이는 더욱 더 악화될 게 분명해보였다.

태 실장이 서둘러 목소리를 꺼냈다.


“제가 얼른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럴 거 없어.”


인상을 구기는 윤회장이다.

그늘이 진 그의 입에서 차가운 음성이 흘러나오려 할 때,


“...으음?”


어렴풋이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다.

끝난 줄 알았던 피아노가 다시 한번 소리를 내고 있었다.


다만, 성가가 아니다.

독주로 울려퍼지는 피아노 선율은 윤 회장의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음악이었다.


“바흐···?”


바흐의 음악의 헌정 중 리체르카레 3성부.


유난히도 바흐를 좋아하는 윤 회장이었다.

음악의 아버지. 음악을 하는 구도자라 불리는 바흐가 아니던가.

그가 만든 교회음악들을 늘상 곁에 두는 윤 회장이었기에 쉽사리 걸음이 떼어지지 않았다.


‘마침 잘 됐어.’


눈치를 챈 장남 재철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아버지. 이 곡 듣고 이동하시는게 어떻겠습니까?”


지금 이 곡이 울려퍼진다는게 더없이 기쁠 수밖에 없는 장남이었다.

이 곡이 끝나는 순간, 막내에 대한 아버지의 분노도 한결 사그라지게 될테니.


“...그러도록 하지.”



*



바흐의 음악의 헌정 중 리체르카레 3성부.

(BACH - Ricercar a 3 from The Musical Offering, BWV 1079)


바흐가 프리드리히 대왕을 만났을 때,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곡이다.

상당히 기술적인 곡이라 할 수 있으며, 왜 그가 위대한 음악가였는지 대번에 알 수 있게 해주는 곡이다.


다시 의자에 착석한 대제 그룹 일가였고, 그들의 대화는 잠시 사라지게 되었다.

차남 재건이 두 눈을 감으며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누가 연주하는거지···?’


오늘의 전례표에는 바흐 연주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갑작스럽게 성사된 연주일테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연주라고 하기에는, 그 소리가 남달라도 너무 남달랐다.


‘이런 피아니스트가 우리 성당에 있었나?’


‘바흐의 죽음과 함께 바로크 시대도 막을 내렸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바흐는 바로크 음악의 대표주자다.


그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게 폴리포니.

하나의 곡안에 여러 선율이 동시에 울려퍼짐을 뜻 한다.

여러개의 선율이 때론 독자적으로 흘러가기도 하고, 때론 하나로 뭉치기도 하며, 다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화롭군.’


지금 이 연주자는 이러한 폴리포니를 자유자재로 구현하고 있었다.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수준 낮은 연주자가 연주하는 폴리포니 곡을 들을 때면 시끄러운 느낌밖에 들지 않으니까.


그런 면에서 볼 때 지금의 연주자는 각 선율들을 확실하게 다룰 줄 알았으며, 어떻게 해야 조화롭게 결합시킬 수 있는지 이해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보통의 연주자는 아니라는 소리다.


“형. 어때?”


장남 재철 또한 곡에 빠져있는 듯 했다.

차남의 물음에 눈을 뜨지 않으며 대답했다.


“훌륭하네.”

“그렇지?”

“소리가 경건해. 화려하지만 간결하고, 때론 숭고함까지 느껴질 정도로. 누가 연주하는거지?”

“그러니까 말이야. 연주자가 안 보이니까 더 궁금하네.”


문득, 아버지를 쳐다보게 된 차남이다.

이제야 한 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다행이도 지금의 아버지는 막내가 아닌 음악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보였으니까.


‘신기하군.’


그의 추측처럼, 정말 윤 회장은 지금만큼은 걱정을 잊고 음악에 빠져들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소리를 낸단말인가.’


바흐의 리체르카레라면 주구장창 듣던 음악이었다.

하지만 오늘 듣는 리체르카레는 상당히 특별한 면이 있었다.

들려오는 소리가 피아노 소리가 아닌 듯 했다.


‘피아노가 아니라 하프시코드로 연주하는 것 같군.’


하프시코드가 뭐란 말인가.

바로크 시대에 주로 사용했던 악기다.

지금 들려오는 소리는 21세기에 울려퍼지는 소리가 아니라, 바로크 시대에서 가져온 소리같았다.


‘시간여행을 하는기분이야.’


이 곡이 만들어진 바로크 시대를 여행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만큼은 현실의 모든 문제를 내려놓고, 영혼의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다.


‘자유로워.’


피아노의 선율이 길이 되어준다.

이 길은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으며,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길이다.

또한 숭고하고도 경건한 길이다.


‘도대체 누가 연주를 하는건지···..’


궁금해 질수밖에 없다.

영혼을 울리는 이 연주가 누구의 손에 의해서 탄생한건지.


마침내 연주가 끝나게 되었고, 이 곡에 감명받은게 자신만이 아니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윤 회장의 눈앞으로는, 단 한명도 성당을 빠져나가지 않고 있었다.


‘볼 수 있는건가?’


성가대 좌석에 가려진 피아노를 향해 시선을 집중시키는 윤 회장.

하지만 아쉽게도 연주자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마치 유령이 연주하기라도 한듯, 연주자는 모습을 내보이지 않았다.



*



성당을 빠져나오는 길.

이전에 비해서는 한결 편안해진 대제 그룹 일가의 얼굴들이다.


윤 회장을 포함하여 모두의 얼굴에 작은 평온이 깃들었다.

또한 막내에 대한 이야기 대신 연주자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랜만에 듣는 좋은 연주였습니다. 아버지, 그렇지 않았나요?”

“좋더군. 윤성이는 분명 리사이틀 공연 중이랬지?”

“네. 윤성이는 아니에요.”

“그러면 대체 누가 연주를 한건지···.”


마침, 오 수녀의 얼굴이 보였다.

다른 때보다도 밝아보이는 얼굴이다.

그럴만도 한게, 나가는 사람들 모두가 오늘 준비한 즉흥 연주에 만족감을 표하며 떠나가는 중이었으니까.


“수녀님.”

“아, 네. 회장님.”


윤 회장이 그녀의 앞에 섰고, 바로 본론을 꺼냈다.


“훌륭한 연주였습니다. 대체 오늘 연주자 누굽니까?”


그녀의 얼굴에 의문이 어렸다.

누구냐니?


“모르셨나요?”

“네? 모르다니요?”


수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름은 전혀 예상할 수 없던 이름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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