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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신의 음악을 듣는 천재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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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보이
그림/삽화
밤 10시 25분
작품등록일 :
2024.08.24 22:09
최근연재일 :
2024.08.30 22:25
연재수 :
7 회
조회수 :
798
추천수 :
13
글자수 :
36,553

작성
24.08.2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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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화

DUMMY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일까.


목을 매만져보았다.

잘려나간 줄 알았던 목은 그대로 붙어있었다.

이상한 점은 이것 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디인가···.”


캄캄한 공간이다.

테이블마다 촛불이 올려져있었다.

사람들은 촛불의 일렁임속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괜찮다만, 그들의 복장이 심상치가 않다.


왜 속옷만 입고 식사를 한단 말인가!

설마 나도?


깜짝 놀란 나머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만, 앉아있던 의자가 뒤로 넘어가고야 말았다.


“아버지가 보셨으면 당장 목을 졸랐겠군!”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속옷만을 입고 군중들 앞에 앉아있었다.

천 하나만을 덧댄 긴바지에 긴팔.

잘때만 입던 간소한 복장을 난 사람들앞에서 입고 있었다.


의자 넘어가는 소리에 사람들의 이목이 끌렸다.

아무리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던 나였지만 지금만큼은 부끄러움을 안 느낄 수 없었다.

아까 내게 말을 걸어왔던 턱시도 남자가 다가왔다.


“왜 그래? 괜찮아?”


수치심때문이라도 이 곳에 서있을 수가 없었다.


“문! 출입문이 어딨지? 내게 당장 출구를 내놔!”

“문이라면 저기 있잖아. 너 갑자기 왜 그래?”


당장 출입문을 향해서 달렸다.

끝없이 이어진 계단을 뛰어올라갔고, 굳게 닫힌 문을 열어젖혔다.


“이게 대체···.”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이 건물들은 대체 뭐란 말인가.

어찌 빌딩들이 하늘을 뚫으며 치솟아있을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이 불빛은?

어찌 하늘에 떠있어야할 별들이 지상에 내려와 반짝이고 있단 말인가!


도무지 내 이성으로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머릿속에 수많은 기억들이 스쳐지나갔다.



*



“이성으로 믿을 수 없는 것을 믿는 것. 그것이 바로 신념이다···.”


볼테르의 말을 생각하며 이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이것은 내가 만들어낸 신념의 결과물인걸까.

나는 이러한 세상을 꿈꾸었던가.


신분의 정체성으로 괴로워하던 난, 또 다른 고민을 맞이하게 되었다.


“윤재민···.”


나더러 윤재민이란다.

누가? 내 기억이.


윤재민으로 살아왔던 기억들이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주 자연스럽게, 나는 나를 윤재민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의 반대 급부 또한 여전히 내 머릿속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었다.


“사르야 드 몽루아···.”


나는 사르야 드 몽루아다.

몽루아 가문의 사르야.

이것 또한 나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그러면 대체 난 누구인가.

사르야인가. 윤재민인가.


머리가 돌아버린걸까?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소설이 아니라 실화였단 말인가?


두 삶 중 어느 것이 꿈이고 어느 것이 실존하는 현실이란 말인가!


내가 올라온 계단에서 발걸음소리가 들렸다.

아까 내게 말을 걸었던 턱시도를 입은 남자가 계단을 올라왔다.


“야, 재민아. 괜찮아? 어디 아파?”

“나는 너를 알고 있다. 고성용.”


그에 대한 기억도 내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나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친구.

그가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으로 조심스레 다가왔다.


“그래, 나야 나. 고성용. 당연히 나를 알겠지. 아니, 근데 너 갑자기 왜 이러는건데?”

“성화고등학교 2학년 1반 고성용. 사회배려자전형. 그래서 나 이외에는 친구없음.”


그가 머쓱거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왜 아픈 곳을 찌르고 그러냐. 나도 알거든? 근데 너 진짜 괜찮은 거 맞아? 말투부터가 이상하잖아?”

“씨발- 골 아프네.”

“아- 괜찮구나. 이제야 윤재민답네.”


헙-


내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다니.

그것도 이런 상스러운 욕이.


귀족 아닌 귀족이었지만 내게 명예가 없었던 건 아니다.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을 지언정, 나 자신에게는 부끄럽지 않던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이런 천박한 말투가 튀어나오다니···.


“윤재민이라는 녀석···. 나 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녀석···.”

“...야. 나 무서워지려고 그런다. 왜 자꾸 혼잣말을 하는건데? 너 병원가봐야 될 것 같은데?”


윤재민과 사르야.

그 두 사람의 영혼이 내 안에 뿌리박고 있다.

어느 것이 주인이고, 어느것이 종인줄은 모르겠다.

내게 가깝게 느껴지는 건 사르야지만, 윤재민 또한 나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항상 미쳐있다.”

“뭐···?”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 자들이 가장 미친 자들이다.”

“야··· 재민아···.”


볼테르의 말이 맞았다.

나는 미쳤다.

무엇이 나를 미치게 했는가.

신분?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나의 정체성?

외로움? 신의 장난?

이것이 나의 운명?


“야, 아무래도 안 되겠다. 너 오늘은 그만 집으로 가야 될 것 같아.”

“나는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나는 내 길 위에 있다는 것이다.”

“야, 너 진짜 왜 이러냐고. 미친거야? 나 진짜 무섭다니까?”


그만 자리에서 일어섰다.

삶이라는건 언제나 대답을 내놓지 않는 질문아니었던가.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늘 그렇듯,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일 천지다.


나의 벗. 평생 없던 친구가 하루 아침에 생겼다는게 어색하긴 하지만, 어쨌든 그가 다급하게 통화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여보세요? 119죠? 제 친구가 좀 이상해요. 막 혼잣말하고 미친 것 처럼 굴어요. 아무래도 그 뭐더라. 조현병? 그거 온 것 같은데 지금 이리로 좀···.”


핸드폰을 뺏어서 종료버튼을 눌렀다.

내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처형대 위에서 느꼈던 감정이 내가 지금 뭘 해야하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음악이다.”


그것만이 내가 알고 있는 이 세상의 전부였다.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지만, 나에게 이런 세상을 준 신의 뜻이 있겠지.

그 뜻을 감히 예상해보자면, 음악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Au nom du Père et du Fils et de L'Esprit Saint. Ame.”

(성자와 성부와 성령의 이름으로)


*



“성용아. 네 친구 괜찮은 거 맞아?”


성용의 부친이 운영하는 라이브 공연 레스토랑.

클래식 매니아인 부친이 퇴직금을 탕진해가며 차린 소박한 곳이다.

오는 사람들도 대부분이 클래식 커뮤니티의 인터넷 친구들이 다인 작은 레스토랑.


늘 그래왔듯이, 성용은 학교 끝나고 일을 도와드리는 중이었다.

오늘은 특별하게 친구 재민을 데리고 와서.


“모르겠어요. 원래 좀 특이한 애긴 했는데 오늘은 유난히···.”


다시 피아노 앞에 앉은 재민을 바라보며 성용이 인상을 구겼다.


오늘따라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

혼잣말을 하지 않나, 미친놈같이 굴지를 않나.


“학업 스트레스때문인가···.”

“그럴수도 있겠네. 저 친구 집안이 유명한 집안이라고 했었지?”

“아···네. 쫌 많이.”

“그러면 그럴 수도 있겠네.”


아버지가 치즈를 자르며 재민을 훑어봤다.

자연스레 한숨이 새어나왔다.


“요즘 애들보면 참 불쌍해. 하루 종일 공부. 공부. 공부. 취향을 갖을 새도 없이 책상 앞에만 앉아있으니···쯧쯧쯧. 그러니 미쳐버릴만도 하지.”

“재민이가 정말 미친걸까요?”

“다행이도 완전히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겠죠?”

“응. 저 봐. 다시 피아노치려고 하잖아. 사춘기같은 거겠지. 너네들 말로는 뭐 중2병? 그런거. 근데 원래 네 친구 피아노를 좋아한다고 그랬나?”

“어··· 잘 모르겠어요.”


그가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오늘 너희 가게에서 피아노 쳐도 되겠냐는 물음 또한 생소한 일이었다.

학교가 끝나면 기사의 차를 타고 사라지기 일쑤였으니까.

안쓰러운 시선을 보내는 아버지가 씁-소리를 꺼냈다.


“자주 데려오고 그래.”

“그래도 돼요? 아빠 장사에 차질이 생기진 않을까요?”

“왜 차질이 생겨?”

“아니, 솔직히 잘 칠 것 같지는 않거든요. 음악시간에도 잠만 잤거든요, 사실. 손님들이 안 좋아할 것 같은데···.”


차질. 생길 수도 있다.

아무리 같은 커뮤니티 회원들이라지만 엄연히 돈을 주고받는 장사일이니까.

그럼에도 어느 아빠가 데려오지 말라는 소리를 할 수 있겠는가.


‘우리 성용이의 하나뿐인 친구인데.’


아들이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건 눈치채고 있었다.

사는 세상이 다른 사람들 아니던가.

내로라하는 정재계 인사들의 자녀들이 다니는 명문사립고인데.


솔직한 심정으로는 당장 전학을 보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만도 없었다.

아들이 본인 입으로 버텨보겠다는 말을 꺼냈으니까.


“괜찮아. 우리 아들 친구인데 당연히 놀러와도 되지. 피아노 치고 싶으면 오라고 그래.”

“정말 그래도 될까요···?”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아버지.


“응. 그래도 돼. 너무 자주는 말고···. 일주일에 두어번?”

“감사해요. 아버지!”


비단 아들때문만은 아닌게, 저 학생을 위해서라도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얼마나 힘들면 이런 부탁을 했겠는가.

피아노를 칠 때면 그나마 걱정을 덜게되니, 살아보겠다고 부탁을 했을 것이다.

각박한 학업 전쟁속에서 그나마 숨 쉴 틈 좀 얻어보겠다고.


“아참.”


성용에게 접시를 건넨 아버지가 부리나케 사무실로 뛰어갔다.

악보 하나를 가지고 나왔다.


“내가 깜빡했네. 지금 피아노 위에 있는 악보가 리스트 악보밖에 없어. 이걸로 바꿔줘.”

“네··· 리스트요?! 그걸 놔두시면 어떡해요.”

“어제 현직 피아니스트가 연습한다고 놔두고 간 걸 깜빡하고 안 치웠네. 얼른 바꿔줘.”

“네!”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클래식계의 테크니션 중 테크니션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재민의 실력이 어떤 줄은 모르겠다만, 잘 못 따라했다가는 돼지 멱따는 소리만 들릴게 뻔했다.


서둘러 음식을 서빙한 성용이 재민을 향해 다가갔다.

다행이도 그는 아직 연주를 시작하지 않고, 악보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하긴. 연주하기 어려운 악보라는건 재민이도 알테지. 아니지. 악보를 볼 줄은 아나?’


재민을 부르려고 입을 여는데, 또 한번 난데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오늘따라 도대체 왜 저러는걸까.


“너는 어떠한 음악을 연주하고 싶냐?”


또 혼잣말을 한다.

아니, 이번에는 피아노랑 말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정말 병원을 가봐야 될 것 같긴 했다.


“재민···”


그렇게 걱정을 하며 걸음을 떼는데, 재민의 혼잣말이 사그라들었다.

대신,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걸음을 멈춘 성용.

그 뿐만이 아니라 음식을 가져가던 손을 멈추며 고개를 들어올리는 손님들.


‘....이게 뭘까?’


고요해진 레스토랑에 울려퍼지는 피아노의 선율은 아름답다 못해, 등골을 서늘케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매일 밤 10시 25분에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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