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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신의 음악을 듣는 천재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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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삽화
밤 10시 25분
작품등록일 :
2024.08.24 22:09
최근연재일 :
2024.08.30 22:25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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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수 :
36,553

작성
24.08.26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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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화

DUMMY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클래식 역사 상 최고의 기교를 가진 그는 별명 또한 화려하기 그지 없다.


피아노의 왕.

피아노의 신.


자칫 허세가득한 말로 들릴 수 있는 이 별명이 그에게만큼은 더없이 잘 어울릴 수 없다.


그가 누구란 말인가.

작곡한 곡만 하더라도 쉽사리 따라할 수 없는 음악들이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곡에 담겨있는 철학과 사상은 깊은 우물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나 그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

실은 이 곡이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원조라는 걸 아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청년 시절의 프란츠 리스트가 이 곡을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했고, 원곡을 뛰어넘는 아름다움으로 재창조하였으니.


피아노의 신. 피아노의 왕.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한 소년이 지금, 감히 그의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감히··· 감히···.”


그래. ‘감히’다.

그의 곡을 감히 연주하고 있는 것이다.

음악시간이 되면 늘 잠만 퍼질러자던 소년에게는 감히가 맞다.

그런데.


“감히 리스트의 곡을 무리없이 소화한다고···?”


성용은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의 아버지가 누구란 말인가.

그냥 클래식 매니아도 아니고, 지독한 클래식 매니아.

클래식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결국 퇴직금으로 라이브 공연 레스토랑까지 차린 클래식 덕후.


그렇기에 아버지를 따라 늘상 듣던 음악이 클래식이었다.

해박한 지식은 없다고 할지라도 귀는 뜨일 수밖에 없는게 그였다.


그런 그가 듣기에 매일 잠만 자던 재민이가 연주하는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는 ‘감히’가 아니었다.


‘나도 미친건가?’


이해 되지가 않는 일이었다.

아니, 이해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지금 들려오는 연주는 학교종이 땡땡땡이나, 떳다떳다 비행기가 아니니까.

무려 프란츠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였으니까!


성용이 두 귀를 후비적거렸다.

그래도 여전히 연주가 좋게 들렸다.

다시 한 번 후비적거려봐도 연주는 더욱 더 아름답게 들렸다.


‘원래 피아노를 배웠었나?’


그건 아닌 것 같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학교를 다니며 지켜본 재민의 모습은 피아노를 배울만한 성미가 아니다.

무언가를 끈질기게 하는 걸 가장 싫어하는 그였으니까.


그의 이름이 곧 귀찮음이다.

귀찮음이라 쓰고 윤재민이라고 읽는게 그였다.

근데 어떻게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으며, 무려 리스트의 곡을 연주할 수 있는건지···.


‘그래. 내 하나뿐인 친구니까. 평소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까 좋게 들리는걸꺼야.’


솔직히 이 생각 또한 미더운 생각이었지만, 이것 외에는 눈앞의 풍경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주위를 둘러봤고, 아버지의 얼굴이 보였다.


“...아빠?”


어느새 카메라를 들고 있는 그였다.

좋은 연주자가 올 때만 꺼내던 대포 카메라를 꺼내서 재민을 촬영하고 있었다.


‘재민이의 연주가 진짜 좋다는 말인데? 내 귀에만 좋게 들리는게 아니라는 말인데?’


손님들을 둘러보았다.

식사를 하던 클래식 커뮤니티니 손님들은 누구 하나 음식을 먹고 있지 않았다.

재민의 모습을 눈에 담고, 그의 연주를 귀에 담고 있을뿐이지.



*



클래식 인터넷 카페 ‘위 러브 클래식!’.


주로 4,50대로 구성된 클래식 동호회다.

이들이 관심있는 건 클래식 또 클래식 그리고 클래식을 듣기위한 오디오 기계들 뿐이다.


좋은 음질로 듣기 위해서 외제차 한대값을 오디오에 쓰는게 그들이었고, 좋은 연주회가 열리면 지구 끝까지 쫓아갈 사람이 그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듣기에, 지금 울려퍼지고 있는 라 캄파넬라는 상당히 아니, 조금 많이 신선한 연주였다.


“좋은데?”

“그러게. 이런 식으로 라 캄파넬라를 해석하는 사람은 처음 봐.”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 종소리라는 뜻이다.

피아노의 고음부를 연주할 때 들려오는 그 소리는, 멀리서 들려오는 성당의 종소리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종이라고 똑같은 종이 아니다.

누군가의 종은 새벽에 울려퍼지는 종소리를 내고, 누군가의 종은 한낮의 뜨거운 태양아래에 울려퍼지는 종소리를 낸다.


이것이야말로 클래식의 아름다움이었다.

백 년이 지난 곡일지라도, 연주자에 따라서 수십, 수백, 수천의 느낌으로 재창조되니까.


이런 면에서 볼 때, 지금 들려오는 종소리는 한 단어로 설명하기 힘든 종소리였다.

턱을 괴고서 연주를 감상하던 한 회원이 입을 열었다.


“우아하네. 나이가 어려보이는데 어쩜 이리 고풍스러운 소리를 낼 수가 있지?”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한 남자.


“응. 귀족적인 소리야. 무턱대고 내지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소심하게 움츠러들지도 않아.”

“손가락의 감도가 좋아도 너무 좋은데? 건반을 누르는 세기를 100단계로 조절하는 느낌이야.”

“공감해. 오랜만에 들어보는 섬세한 연주야. 변태적일 정도로 섬세하군.”


다른 테이블 또한 식사는 잊은 지 오래다.

아예 두 눈을 감고서 고개를 까딱거리고 있었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다오는군. 라이브 레스토랑에서 이런 연주를 듣다니···. 로또 맞은 기분인데?”

“그러게요. 난 근데 불안해요.”

“불안하다니? 왜?”

“라 캄파넬라의 종소리가 이렇게 들린 적은 처음이거든요. 유리구슬이 굴러가는 느낌이에요. 깨질까봐 아슬아슬한데, 또 그 소리가 너무 아름다워서 도와주고 싶지 않아요. 계속 지켜보고 싶어요.”

“흐음- 그렇군. 나도 왜 아름다움에 빠져들면서도 긴장이 되나했는데 그런 이유때문이었어.”


연주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 같은 순간엔 이 곡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나 슬플 수가 없다.


“안 끝났으면 좋겠어.”

“평생 반복됐으면 좋겠군.”


곡의 마무리를 듣고 싶으면서도, 영영 연주가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양가적인 마음이다.

아쉽게도, 또한 황홀하게도, 피아니스트의 손끝이 마지막 선율을 흘려보냈다.


짝짝짝짝짝짝짝짝-


연주가 끝나면 박수를 치는게 기본적인 매너였지만, 지금만큼은 매너때문에 한 행동이 아니었다.


진심이다.

좋은 음악을 들려준 그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달하고 싶었다.


“피아니스트인가?”

“그러겠죠. 콩쿨 준비하는 학생인것 같은데요?”

“드디어 나에게도 이런 순간이 오는군. 드디어 저점매수의 기회가 생겼어. 1호팬은 내 차지다!”

“어머- 어머- 이러실거에요? 싸인은 내가 먼저 받을거에요.”


손님들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자리를 이탈했다.

조리실에서 타는 냄새가 났지만 음식을 손 볼 사람이 없었다.

성용의 아버지 또한 어느샌가 밖으로 뛰어나와있었으니까.


“자, 잠깐!”


하지만 그들의 바램과 달리,박수가 끝나기도 전에 피아니스트는 자리를 이탈하고 있었다.


“어디가는거야! 잠깐만요! 잠깐만 시간 좀 내줘요!”


좀비떼들같이 달려드는 사람들을 피해, 재민은 밖으로 뛰어나갔다.




*



이게 뭘까.

세상에 이런 음악이 존재했었단 말인가!


충격적이다.

영혼이 떨려올 정도로 충격적인 음악이다.

연주를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다리가 풀릴 것만이 황홀하고 탁월한 음악이었다.


“프란츠 리스트··· 도대체 이 자는 어디서 나타난 인물이란 말인가.”


사르야 드 몽루아. 그것은 나의 이름.

또 다른 나의 이름은 윤재민.


두 개의 영혼. 전생과 현생을 품은 나였지만 리스트는 두 기억의 사이에 낀, 암흑시대의 인물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사르야로 살던 시절. 그러니까 18세기에는 이 자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 정도의 음악을 만들정도라면 모를 리가 없었을텐데도.

아마도 그 이후의 시기 사람인듯했다.


하지만 21세기 윤재민의 기억으로 떠올려본다고 한들, 들어본 적 없는 인물이다.

윤재민의 기억을 통해 클래식을 떠올려본다면 오직 베토벤이라는 이름만 생각난다.


“리스트라··· 그는 누구란 말인가.”


모르긴 몰라도 천재가 틀림없었다.

여전히 세상에는 괴물같은 음악가들이 탄생하고 있었다.


“이름만 보면 독일사람인 것 같은데 만날 수 있나?”


아직도 머리가 복잡하고 정체성의 갈등을 겪고 있지만, 리스트의 파급력은 이러한 고민을 다 잊게할 정도로 컸다.

이렇게나 황홀한 음악은 오랜만이었으니까.


“이렇게나 전위적이고도 창의적인 음악을 만들다니···.”


내가 들었던 음악들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음악이다.

미래적이고 창조적이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음악이다.

누군가 음악의 미래를 묻는다면, 이 자의 음악을 들으라고 말할 정도로.


“야, 재민아.”


마침 성용이 뛰어오고 있었다.

그 또한 생각이 뒤죽박인 얼굴이었다.


“왜 그냥가? 사람들 너 찾고 난리도 아니야. 아니, 근데 그것보다 대체 무슨 일이야?”

“어?”

“피아노 말이야! 너 피아노 배웠었어?”


배웠다기 보다는 가지고 놀았다는게 더 알맞는 말일 것이다.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는 피아노 뿐이었으니까.

천민 피가 섞인 귀족이라는 제약때문에 어느곳에도 어울릴 수 없었고, 하루종일 성당에 박혀 피아노만 쳤었다.


“프란츠 리스트.”

“어. 프란츠 리스트! 무려 프란츠 리스트라구! 네가 연주한 그 곡의 작곡가!”


역시나 유명한 사람인가보다.

하기야, 이런 음악을 만들었는데 안 유명할 수가 없겠지.


“그 사람을 어디 가면 만날 수 있지?”

“...응?”

“어디가면 만날 수 있냐고.”

“야···.”


성용이가 뒷걸음질을 쳤다.


“너 왜 그래···. 나 진짜 무서워지려고 그래. 너 괜찮은 거 맞아?”

“괜찮아. 그러니까 어서 대답해! 어디가면 이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성용이가 하늘을 가리켰다.


“어디긴 어디야. 이미 죽은 사람인데···.”


맙소사!


거대한 충격이 일었다.

벌써 죽어버렸다니.

기어이 신이 인간의 재능을 탐했단 말인가!

채 아쉬움이 가시기도 전에 난 더욱 더 충격적인 말을 듣고야 말았다.


“너 정말 괜찮은 거 맞아? 19세기 사람을 어디가면 만날 수 있나 물어보질 않나···. 야. 너 진짜 병원 가봐야 될 것 같은데?”


나는 두 귀를 의심했다.

19세기···.? 1800년대···.?

이런 미래적인 음악을 만든사람이 한참 과거의 사람이었다고?


하지만 이 사실보다도 놀라운 점은 따로 있었다.


“윤재민··· 이 똥덩어리같은 녀석.”


말도 안 된다.

내가! 삶의 이유를 음악이라고 생각한 내가 100년도 더 된 이런 명음악을 모르고 살아왔다니!


나의 정체성을 어느 정도는 깨달은 것만 같았다.

윤재민. 그는 내가 아니다. 나 일수가 없다.

어떻게 이런 음악의 아름다움도 모르는 똥덩어리가 나일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니까 이미 죽은 사람이란 말이지?

그러니까 난 비발디, 바흐, 헨델같은 죽은 전설들을 두고 어디가면 만날 수 있냐는 어리석은 질문을 했단 말이지?!


윤재민은 껍데기일 뿐이다.

난 단지 그의 몸과 일부분의 기억만 빌렸을 뿐이다.

절대! 절대로 이런 자가 나일리가 없다.

리스트를 모르고 살았던 나 자신을 이렇게나 증오하고 있는것만 봐도!


“야. 너 괜찮아?”

“내 영혼은 타락하고야 말았구나···.”

“어···?”


그래도 어느 정도는 머리가 개운해진 것 같기도 하다.

내 몸뚱아리를 잠식한 두개의 영혼속에서 어느 영혼이 진실인지 깨닫게 되었으니.


나는 나 자신을 이렇게 명명하겠다.

윤재민이라는 가난한 영혼속에서 피어난 사르야 드 몽루아라는 장미.


“사르야 재민 드 몽루아 윤.”


난 음악의 음자도 모르는 윤재민이 아닌, 음악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르야로 살아갈 것이다.

그것이 신이 내게 주신 운명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겠다.


아, 하지만 친구가 생겼으니 혼잣말은 조금 고쳐야 될 것 같다.

나의 벗. 성용이가 떨리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아니, 근데 잠깐만. 설마 너 리스트가 누군줄도 모르고 라 캄파넬라를 연주한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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