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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신의 음악을 듣는 천재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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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삽화
밤 10시 25분
작품등록일 :
2024.08.24 22:09
최근연재일 :
2024.08.30 22:25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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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수 :
36,553

작성
24.08.27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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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화

DUMMY

사르야 드 몽루아 그리고 윤재민.

왜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두 영혼이 만나게 됐는지는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아니, 왜 ‘음악이 곧 나’라고 생각한 내가 이런 음악의 ‘음’자도 모르는 녀석의 기억과 몸을 갖게 됐는지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이것 또한 신의 뜻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신의 장난인가···.”


윤재민이라는 더렵혀진 영혼을 구원하라는 신의 계시일까?


후우-


복잡한 생각에 한숨이 나온다.

역시나 신의 뜻은 쉽사리 알 수가 없는 법이었다.

왜 신은 나에게 고뇌라는 역경을 주셨는지, 이것은 시련인지 달란트인지.


“부디 그대의 뜻을 알게하소서···.”


어느새 남산 터널로 진입한 차량.

주황색 불빛이 내 몸을 감싼다.

부디 이 터널의 끝을 빠져나가면 고민이 해결되길 바라지만, 하루아침에 달라질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하는가···.”


신의 목소리 대신, 운전석에 앉은 태 실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태 실장. 태희석.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를 봐왔던 기억이 있다.


“재민아. 너 왜 그래?”

“응?”

“왜 혼잣말을 하고 그래?”


그래.

두 개의 영혼 중 사르야가 주인, 윤재민을 종 정도라고 생각하게 되었지만 혼잣말을 고칠 필요는 있었다.

그런데 이게 쉬운 일은 아니다.


“고민이 많아서.”

“고민? 네가 고민을 한다고?”


혼잣말이라는 건 내가 외로움속에서 버텨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십 년 넘게 이어져온 습관이기도 했다.

그 누구의 친구도 될 수 없으며, 그 어떠한 집단에도 속할 수 없던 나는 나 자신 말고는 대화할 사람이 없었으니까.


문득, 이러한 습관때문에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형.”

“응?”


태 실장. 그러니까 희석이 형이 식은 땀을 흘리며 룸미러를 통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다.


“형이라면 말이야. 하루 아침에 영혼이 달라졌어. 그러면 어떻게 할거야?”

“어···? 그게 무슨 말이야?”

“정체성의 갈등같은 걸 느끼면 어떤 식으로 해결할 것 같냐고.”

“정체성의 갈등···?”


희석이 형은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갑자기 분주해져서는 핸드폰으로 뭔가를 했다.


“그··· 재민아. 잠깐만. 내가 잠깐 생각 좀 해보고 얘기해줘도 될까?”

“괜찮아. 대답 안 해도.”


하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겠는가.

타인이 아닌 나 스스로 질문하고 답해야할 문제인데.


어느새 한남동의 주택가에 도착하게 되었다.

차는 힘차게 오르막길을 올라갔고 나의 집이 보여왔다.


“윤재민···.”


그와 나의 유일한 접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

사르야로 살았던 과거도, 윤재민의 몸을 가진 지금도, 가족과의 관계는 그리 평온하지가 않은 것 같다.


‘아버지와 형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식은땀이 나는군···.’



*



집에 도착한 재민은 부리나케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마주치면 안 될 것 같아.’


사르야로 살았던 때와 마찬가지였다.

아버지 그리고 두 형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눈 기억이 없었다.

혼나는 기억 뿐이며, 대개가 눈을 마주치자마자 도망쳤던 기억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어머니만큼은 밝은 웃음을 짓는 기억이 가득하다는 거였다.


재민이 서둘러 3층의 자기 방으로 들어갔고, 주차를 하고 들어온 희석이 1층 현관문을 열었다.


“재철아. 재건아!”


거실의 뒷편 부엌에서 두 남자가 걸어나왔다.

대제 그룹의 장남 윤재철 그리고 차남 윤재건.


“형 왔어?”


막내 재민 이전에, 이 둘의 등하교를 책임졌던 태 실장이다.

삼형제에게는 아버지보다도 편한게 그라고 할 수 있었다.


“큰 일났다. 큰 일났어!”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없던 태 실장이 식은 땀을 흘리며 뛰어왔다.

그가 이토록이나 당황해하는 이유가 뭐가 있을까?

아마도 이유는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막내 윤재민.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인데? 패싸움이라도 했어?”


소파에 앉으며 찻잔을 내려놓은 장남 재철이 미간을 찌푸렸다.

벽에 등을 기댄 차남 재건이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재민이 저 녀석은 누굴 닮아서 저러나 몰라. 형이나 나나 사고 한번 친 적이 없었는데.”


태 실장의 입이 머뭇거렸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한들 이런 말을 쉽게 꺼낼 수는 없었다.


“무슨 일인데? 말해봐.”

“그래. 얼른 말해봐. 그래야 아버지가 알기 전에 커버를 치든 뭘 하든 할 거 아니야.”


눈을 질끈 감은 태 실장이 외쳤다.


“재민이가 미친 것 같다.”

“....응?”

“안 하던 고민을 해. 그리고 막 혼잣말을 하고.”

“혼잣말···?”

“영혼이 어쩌니 저쩌니. 정체성이 혼동된다느니 어쩌니···.”

“정체성···?”


별의 별 사고를 다 치고 다니던 막내였다.

그래도 크게 문제 될만한 일은 하지 않던 그였는데, 기어이 일을 벌린 듯 했다.

정체성이라니!

차라리 싸움을 하던가, 몰래 오토바이를 타던가 하던게 나았을 것이다.


“걔 남자만나?!”


장남 재철의 눈에는 거대한 걱정이 일고 있었다.

하필이면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라니.

요즘 미국 10대들 사이에서도 이게 유행이라는 걸 들었던 것 같다.

LGBT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세상이었으니까.


이 사태를 나무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우리 가족중에 게이라거나 트랜스젠더라는게 생긴다?

이건 파국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기자들이 문제가 아니다.

당장 아버지부터가 막내를 호적에서 파낼 게 분명했다.


대제그룹.

3대 째 이어지고 있는 독실한 가톨릭 집안.

증조부님은 박해를 받아 순교하기까지 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교황청에서도 동성애를 인정한다고 한들, 동성애는 우리 대제 그룹에서만큼은 가장 큰 죄악 중 하나다.


“하아- 그 녀석이 기어이···.”


대제그룹에 찾아 온 일생일대의 위기임에 틀림없었다.

그렇지도 않아도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은 막내였는데,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면 정말 끝이다.


“아니,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아닌 것 같아. 말 그대로 자기에 대한 고민.”

“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재철과 재건앞으로 태 실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영혼이 어쩌니 저쩌니 했었어. 하루 아침에 영혼이 달라졌다고 했던가? 워낙 경황이 없어서 잘 생각이 안 나는데, 분명 고민이 많다고 했었어. 너희들도 잘 알잖냐. 재민이 걔가 고민을 하는 애가 아니잖냐?”

“그렇지··· 머리가 꽃밭인 애였지···. 근데 고민? 어쨌든 성정체성 문제는 아니라는거지?”

“어, 그건 아니야.”


워낙 큰 걱정을 했었어서 그런가?

일단 안도의 한숨부터 내쉬고보는 재철과 재건이다.

또한 오히려 나쁜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형. 요즘 막내가 사고 치는 텀이 좀 길어지지 않았나?”


차남 재건의 물음에 태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지. 요즘은 사고를 덜 치긴 했지.”


장남 재철이 다급하게 물었다.


“오늘은 어디갔다가 지금 들어온건데?”

“오늘은 라이브 공연 레스토랑에 갔었어. 학교 친구 아버지가 하는 곳인가봐. 조사 좀 해보니까 클래식 공연을 주로 한다던데?”

“...클래식?”


재철과 재건의 입에서 동시에 ‘클래식?’이라는 물음이 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옅은 미소가 새어나왔다.


“잠깐만. 천천히 생각해보자고. 어쩌면 이게 나쁜 일이 아닐지도 몰라.”

“얘가 드디어 사춘기가 끝나려고 하는건가?”

“막내가 지금 고2니까 사춘기가 끝나갈 시기긴 한데···.”

“생각이란게 없던 애가 고민이라는 걸 한다잖아. 게다가 클래식을 듣는다잖아. 형이나 나나 사춘기를 뭘로 극복했어? 음악이었잖아.”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오히려 사춘기가 끝나가는 징조일지도 모른다.

어느새 안색이 밝아진 장남 재철이 찻잔을 들고서 벌떡 일어섰다.


“안 되겠어. 내가 가서 대화를 한 번 해볼게.”

“걔가 우리랑 말을 하려고 할까?”

“한번 확인해보자. 우리가 먼저 다가와주길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그럴 수도 있지···. 형! 괜찮다 싶으면 이번 주말에 같이 성당가자고 해봐.”

“성당? 그거는 좀··· 너무 이른 것 같은데?”

“분위기 좋다 싶으면 말이나 꺼내봐.”


조금 이른 감이 있다만, 시도는 해볼만 했다.

막내와 아버지와의 관계가 한순간에 호전되는 기회가 아니던가.


막내 성격에 성가대는 무리일테지만, 성당에 간 것만으로도 아버지는 크게 기뻐하실 것이 분명했다.


똑- 똑-


“재민아. 큰 형이야. 들어가도 돼?”


모두가 숨죽이고 재민의 방문을 지켜봤다.

무사히 장남이 막내의 방으로 입성하는데 성공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안색이 창백해진채로 장남 재철이 걸어나왔다.


“어떻게 됐어?”


그의 입에서는 믿기지 않는 말이 흘러나왔다.


“...간대. 같이 성당가는 것도 모자라서 성가대까지 하겠대!”

“뭐···?!”



*



한편, 성용의 부친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재민이 떠나간 후에도 그의 연주소리는 끊임없이 울려퍼졌다.

장사를 마친 부친은 촬영한 영상을 돌려보고 또 돌려봤다.


“황홀한 연주야···.”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말 그대로 클래식같은 연주였다..

인스턴트 연주가 아니라 영혼의 소리를 내뱉는 연주.


감탄에 빠져있는 부친과 달리, 성용은 고민에 잠겨있었다.


‘이게 말이 되나? 리스트를 모르는데 라 캄파넬라를 연주한다고?’


웹소설을 너무 많이 봤나?

꼭 현실이 아니라, 소설속에 들어온듯한 기분이다.

성격이 갑자기 달라진 것도 그렇고, 미친 것 같은 모습도 그렇고.


“아빠. 리스트를 모르는데 라 캄파넬라를 연주한다는게 가능한 일이에요?”


영상에 빠져있는 부친이 넋이 나간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불가능하지.”

“그렇죠?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일반적으로는.”

“네?”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을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으니까.”


하긴, 세상에는 천재들이 존재한다.

또한 깨질 수 없는 기록이 매번 깨져나가는게 세상이기도 했다.


그런데 윤재민이 천재인가?

그건 잘 모르겠다.

자꾸만 웹소설이 떠올랐지만, 이건 더 미친생각임에는 틀림없었다.

고민이 깊어질 때, 문득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성용아. 네 친구한테 이 영상 커뮤니티에 올려도 되냐고 물어봐줄래?”

“재민이 영상이요?”

“응. 회원들이 자꾸 부탁하네. 또 듣고싶나봐.”


재민이나 학교의 다른 애들이나 남에게 사진 찍히는 걸 극도로 꺼려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쪽 세상의 애들은 원래 그런가보다하고 생각했었다.

승낙할 것 같진 않다만, 일단 물어보기로 했다.


[재민아. 나 성용이. 내 번호 저장했지? 다른게 아니고 오늘 너 연주한거. 아빠가 영상으로 찍었는데 혹시 이거 인터넷에 올려도 돼? 아, 얼굴은 안 나왔어. 뒷모습만 찍었어.]


재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채 1분도 지나지 않아서 답장이 왔다.


[인터넷? 군중들이 다 볼 수도 있는 거지?]


군중이라니. 사는 세상이 달라서 그런지 어휘선택 또한 남다르다.


[아마 회원들만 볼 수 있을거야. 아빠가 활동하는 카페에 올리는거거든.]


회신 속도가 느려졌다.

5분이 지난후에야 답장이 왔다.


[나를 처형대로 올리지는 않겠지?]

[응···? 처형대라니?]


아- 인터넷 악플을 걱정하는건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회원들끼리만 보는거니.

더욱이 악플이 달릴만한 연주솜씨도 아니었고.


[아냐. 아무튼 내 연주를 여러 사람이 듣는다는거지?]

[응.]

[알겠어. 올려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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